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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세월호 투쟁과 노동자 투쟁을 결합시키자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5. 4. 21.

보복 광풍에 힘을 모아 함께 맞서며

세월호 투쟁과 노동자 투쟁을 결합시키자


 

416일에 이어서 418일도 참으로 의미있는 투쟁이 벌어졌다. 사실 처음에는 불길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사전에 잡혔음에도 시청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16일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그랬다.


세월호 가족들이 연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데도 예정된 발언과 공연을 보고 있을 때는, 상황 변화에 유연하지 못한 대응이 갑갑하기도 했다. 그래서 혜선 어머님이 무대에 올라와서 지금 가족들이 연행되고 있다고 분을 참지 못해 마이크를 집어던지고 주저앉아 통곡하실 때는 고개를 들지 못하는 심정이었다.


행진이 시작됐지만 차벽에 막혀서 여기저기 헤매며 대열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게 느껴질 때는 까마득한 기분이었다. 소속 단체가 없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기운 빠진 채 돌아가기 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고서라도 광화문으로 모인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이어서 철옹성같던 차벽이 뚫릴 때는 기적을 보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오로지 세월호 가족들을 만나겠다는 염원으로 물대포와 최루액으로 범벅이 되면서도 물러서지도 흩어지지도 않았다. 살수차 앞에 드러누워서 경찰력의 발목을 잡아 준 용기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통 기존 집회 등에서 자주보이던,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뒤풀이 등으로 대열이 줄어드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에 광화문 누각에 갇혀있던 가족들과 시위대가 만나는 장면에서는 감동과 자신감이 하늘높이 솟구치는 듯 했다.


세월호 가족들의 슬픔과 진정성에 이끌리는 사람들은 정당성에 대한 자기확신 덕분에 두 배로 무장한 듯이 보였다. 반면 이날 경찰력 측의 사기는 유난히 낮아보였고 뭔가 허둥대는 게 느껴졌다.


이 정부는 거듭해서 무리수를 두며 역풍을 불러내고 있다. 배보상금 발표는 엄마아빠들이 어떻게 우리 앞에서 돈을 흔드냐며 삭발까지하고 싸우게 만들었다. 418일에도 경찰은 가족들을 연행하면 구심이 없어질 줄 알았겠지만, 8년만에 광화문 차벽 무력화를 자초한 셈이 됐다. 이런 투쟁이 없었다면 어제 정부가 시행령을 유가족 의견대로 수정·보완하고 곧 세월호 인양을 공식화하겠다고 나서진 않았을 것이다.


앞장서 싸운 사람들, 연행된 사람들, 응원한 사람들이 모두가 서로를 격려하고 고무할 일이다. 맨 앞에서 싸우던 노동조합과 학생단체 등의 깃발이 참 멋져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뭔가 뿌듯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면서 다음 투쟁을 다짐했을 것이다.


그리고 정부와 우파는 지금 그것을 두고보지 않고 있다. 연행자들을 구속하고 벌금을 부과하고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에 손배를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전문시위꾼들이 개입해서 세월호 추모제가 반정부 불법폭력 시위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우파 언론은 경찰 버스를 부수고 태극기를 불태운 시위대는 유족이 아닌 외부인들이고 진보당 출신과 이석기 구명운동을 했던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고 떠들고 있다.


이 투쟁을 지지하고 참가했던 사람들을 위축시켜서, 다시 거리로 나오지 못하도록 협박하고, 내부에서 혼란과 분열이 커지도록 부추기고 있다. ‘종북종북거리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투쟁에 동참하지 못하도록 심리적 근혜장벽을 쌓고 있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반인륜적 불법과 진정한 폭력을 저지른 것은 이 정부와 경찰이다. 유가족 어머님들이 화장실도 못가고 박스를 쳐놓고 볼일을 보게하고, 딸 잃은 아빠의 머리를 헤드락을 걸어 연행하고, 6겹의 경찰차벽을 쌓아서 추모 헌화도 못하게 막고, 자식잃은 유가족에게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쏘아댄 것이다.



반면 유가족을 만나서 손을 잡고 같이 눈물 흘리기 위해 했던 모든 행동은, 우리 가슴 속에 인간의 가장 기본적 양심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진보당 출신과 이석기 구명운동 참가자가 세월호 투쟁에 앞장선 것도 진보당이 진정 무엇을 추구했으며, 진보당 마녀사냥이 왜 부당했는지를 입증할 뿐이다.


태극기를 불태운 한 집회 참가자에 대한 마녀사냥도 중단돼야 한다. 300여 명이 아무 도움도 못 받고 죽어가면서, 그 진실을 밝히려는 부모마저 산채로 죽어가면서 이미 이 국가에 대한 믿음과 정당성은 불태워진 셈이기 때문이다. 이 정부 스스로에 의해서 말이다. 그날 태극기를 태운 사람도, 태극기를 깃발삼아 참가한 사람도 모두 이 국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는 똑같았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의 보복광풍에 맞서며 운동을 더 키우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선두에서 경찰과 맞섰던 사람들을 탓한다. 집회를 과격하고 위험하게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경찰의 폭력 탄압이 낳은 불가피한 방어적 행동이었다. 무기력하게 흩어졌다면 오히려 다음을 기약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경찰과의 물리적 대결 자체를 목적인양 보는 것도 맞지 않다. 운동의 규모를 보다 확대하고, 참가자들의 공감과 동참 속에서 구체적 필요에 따라 그런 대응을 조직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진정한 목적은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니 말이다.


일부에서는 시민들이 알아서 더 잘 싸우고 있으니 투쟁에 방해만 되는 대책회의는 빠져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간혹 세월호를 잊을 때도 지난 1년 동안 가족들 옆에서 온갖 궂은일을 다해 온 분들에게 할 말이 아니다. 대책회의를 빼놓고는 이 운동이 지난 1년간 거둔 성과를 말할 수 없다.


대책회의의 오류가 하나도 없었다는 게 아니다. 새민련에 대한 태도, 사람들이 거리를 헤매다가 흩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방안, 차벽과 물대포에 더 효과적으로 맞설 고민 등에서도 아쉬움은 있다. 그런데, 결함이 없는 완벽한 지도부는 없지 않은가? 거대한 운동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하므로 동지적 협력, 민주적 토론과 비판 속에서만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있다.


그 많은 운동단체들이 모였다는 데 왜 힘이 분산돼서 모기소리만 나는지라던 세월호 가족의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힘을 모아서 공동의 투쟁을 건설하고, 그 속에서 자유롭고 동지적인 토론과 비판을 하며 운동을 더 키워나가야 한다.


특히 민주노총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지난 1년간 박근혜의 발목을 잡아서 노동개악에 걸림돌을 놓아 준 세월호 가족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도, 눈물겨운 호소에 답하기 위해서도 민주노총은 세월호 투쟁과 노동자 투쟁을 잘 결합시켜야 한다.


민주노총의 4월 파업은 아직은 강력한 투쟁을 위한 출발점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파업의 실체를 부풀리지는 말자. 냉정한 현실을 못 본척하고, 부족함에 대한 평가와 비판도 꺼리면서 뻥파업소리를 들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는 말자.


민주노총 지도부는 좌파 지도부답게 일회성 보여주기 행사에 조합원들을 동원하거나, 상층 지도부 간에 허물을 덮어주는 일은 반복하지 않으리라 본다. 단결과 투쟁의 원칙에 입각해서 끈질기게 설득하며 조합원들을 주체로 세워나가고 강력한 투쟁의 주춧돌을 놓아가리라 기대한다.


한편, 4월말 재보선은 이번에도 우파 정부에 대한 정치적 타격 기회가 되기는 힘들 듯하다. 우리 편이 우파의 종복물이 덫에 빠져들면서 이런 일은 반복돼 왔다. 진보당 해산으로 생긴 재보선에서 다른 진보정당들이 다투어 후보를 낸 것은 강도는 나쁘지만 이왕 뺐긴 물건은 내가 갖고 싶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새로 등장한 국민모임은 이런 진보의 분열상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재보선 투표는 진보당 출신 후보를 우선 고려하고, 이어서 다른 진보정당 후보 중에서 투표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래도, 현재 박근혜 정부의 위기 국면은 우리가 분열과 반목을 지속하며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기회이다. 이완구 꼬리를 자른다고 박근혜로 향하는 분노를 막을 수 있을지 붙투명한 상황이다. <조선일보>이러다가 임기 중반에 접어든 이 정권의 국정(國政) 동력 자체가 사라지는 국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말하고 있다. 지금 이 정부와 우파는 세월호 가족들을 모조리 연행하고 강제 해산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무엇보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라는 지상명령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역사 앞에서 우리의 죄는 막중하리라. 418일 투쟁을 마무리하며 세월호 가족들은 다음에 우리가 힘을 모을 지점은 424일 민주노총 총파업과 4252차 범국민대회라고 분명한 지침과 방향을 제시해 주셨다.


전명선 가족대표님의 마지막 발언은 뭉클했다. “올바른 사회, 안전한 사회,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 때까지 함께하자.” 그런 사회가 올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1년 동안 투사로 다시 태어난 가족 분들과 함께 우리는 이 사회가 불가능하다고 말해 온 것을 꿈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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