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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진실은 침몰하지 않으며,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5. 5. 9.

전지윤 


세월호 시행령 폐기를 위한 투쟁과 민주노총 4총파업이 한 국면을 마무리하고 있다. 의미있는 노력과 시도도 있었지만 뭔가 부족하고 아쉽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이 국면은 박근혜 정권과 지배자들의 위기와 분열이라는 기회 속에서 펼쳐졌었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정치적 경쟁자들을 견제하고 내부기강을 다잡기 위해서 시작한 사정이 부메랑으로 돌아와서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파고들던 상황이었다. 친박, 비박, 친이 간의 불협화음도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세월호 가족들의 투지는 여전했고, ‘잊지않겠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사람도 매우 많았다. 세월호의 진실을 위한 투쟁과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맞선 투쟁을 결합시키며 박근혜 정권을 물러서게 만들 좋은 기회였다.



박근혜 정권의 위기 탈출 전략은 크게 세 축이었던 것 같다. 먼저 야당의 지리멸렬과 진보의 사분오열을 이용한 재보선 승리로 찬물을 끼얹으며 반대 세력의 사기를 꺾으려 했다. 이것은 성공했다. 종북몰이와 진보당 해산으로 만들어졌고, 그것을 마무리하는 선거에서 그 핵심 문제를 굴복·회피하며 딴소리하는 사람들이 이기기는 힘들었다. 안타깝게도 관악에서 진보후보의 주요 공약은 고시 부활이었다.


둘째, 세월호 투쟁과 노동자 투쟁의 결합을 차단하려 했다. 막대한 물대포와 최루액을 퍼부으며 투쟁의 결합과 확산을 차단하려 안간힘을 썼고, 세월호 인양 발표로 물타기도 했다.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게 핵심 공격 논리였다.


셋째, 공무원연금 개악을 노동운동의 약한 고리로 보고 집중공략했다. 이 문제가 약한 고리였던 이유는 진보적 지식인과 언론, 진보정당(정의당)까지 개악의 논리를 수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논리가 그것이다.


공노총, 교총 지도부는 처음부터 타협할 생각이었고 전국공무원노조 지도부도 이에 독립적이지 않았다. 노동자들을 몇 차례나 대규모 동원하긴 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협상에 압력넣기용 동원에 그쳤다.


2013년 철도파업 때처럼 시민의 발과 철도 노동자의 권리를 함께 지키겠다는 논리가 부각되진 못했다. 대선부정 규탄과 철도민영화 반대가 결합되면서 투쟁이 연결되던 모습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국민의 혈세를 왜 공무원에게 퍼주냐라는 프레임을 쉽게 누를 수 없었다. ‘공적연금이 강화된다면 우리도 양보할 수 있다는 수세적 논리가 계속됐다.


노동운동 내 좌파들도 주로 지도부는 협상테이블에서 나오라는 비판에 주력했지, 다른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일부 좌파는 이런 문제에 침묵하고 총파업만을 강조했다. 곳곳에서 총파업을 결의하고 동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분위기를 띄우려 애쓰면서, 그 이면에서 불거지는 난점들을 안 보려 했다.


부문의 울타리에 갇혀 눈앞만 보며 부적절한 타협을 하는 산별·연맹 지도부, 그것을 비판하지 않는 민주노총 중앙, 이에 도전할 자신감과 고민이 부족한 현장의 문제는 계속됐다. 따라서 비록 파업을 위한 헌신은 인정돼야 하지만, 424일을 "총파업의 위력적 성사"라고 평가하는 것은 정직한 게 아니다.


특히 51일의 상황은 여러모로 아쉬웠다. 시청광장에서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민주노총과의 연대 투쟁을 약속하던 그 시간에 여의도에서 한국노총 지도부는 5만 명을 모아놓고 김무성 발언을 듣고 있었다. 곧이어 공노총과 교총 지도부는 연금개악을 야합해줬다. 그날 밤 세월호 가족들이 최루액과 물대포에 범벅이 되는 것을 노동운동은 잘 막아주지 못했다.


결국 세월호 쓰레기 시행령은 국무회의를 통과해 버렸다. 현재 공무원연금 개악은 일단 정지된 상황이지만, 씁쓸하게도 이것은 우리 편의 힘과 투쟁이 낳은 결과가 아니다. 그보다는 연금 개악의 속도와 방법에 대한 지배자들의 갈등과 분열이 더 두드러진다.

 

2중 차단막

 

현찰(연금 개악)뺐고 어음(국민연금 지급률 50%) 준 다음에 나중에 부도내자는 김무성과, 어음도 주지 말자는 박근혜 간의 대립인 것이다. 차기대권을 노리는 김무성은 박근혜에게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가 필요했듯이, 이런 부도어음이 필요하다고 봤을 것이다.


반면 김무성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걸 지켜보던 박근혜는 반격의 카드로 이 쟁점을 잡았다. 이명박의 위기를 이용해 당권대권을 잡았던 박근혜가 김무성의 롤모델이라면, 박근혜는 차기주자에게 발목잡혔던 이명박을 반면교사로 볼 것이다.


이런 갈등과 분열이 개악 추진에도 차질을 줄 정도로 심각한 셈이다. 문제는 우리 편이 이를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와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투쟁의 기회로 활용할 힘과 대안을 갖추고 있지 못한 데 있다. 연금이 세대가 아니라 계급의 문제라는 점은 가려지고 있다.


박근혜와 우파의 위기와 분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미 친박은 사정 부메랑을 자초한 민정수석 우병우를 제거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했고, 홍준표는 나만 죽을 수는 없다며 대선자금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일본식 장기불황의 조짐이 분명해지는 한국경제 상황이 이런 정치 위기의 바탕에 놓여있기에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세월호 시행령 통과에 좌절하고 있을 수는 없다.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도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으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으면,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세월호 가족들의 의지는 여전하다. 세월호 1년을 정면으로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외국으로 도망갔었던 박근혜의 곤혹스러움도 여전하다.


누더기 특별법과 쓰레기 시행령으로 2중 차단막을 쳤다고 세월호의 엄청난 진실을 다 가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김지영 감독과 김인성 교수 등이 레이더 기록, VTS 항적기록, CCTV, 디지털 자료 등을 확보하고 조사하며 중요한 사실들을 밝혀왔다


특조위의 출범은 이런 노력에 더욱 힘을 보탤 것이며, 그래서 저들이 결사적으로 분탕칠을 한 것이다. 이제는 국민대책회의‘416 연대를 탄압하고 가족들과 분리시키려는 공격을 시작했다.


세월호의 진실은 그것이 하나하나 드러날 때마다 이 정권을 위협할 것이다. 노동운동은 바로 이 진실을 위한 포기하지 않는 투쟁의 가장 강력한 일부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4월 총파업에서 나타난 문제들은 극복돼야 한다.


세월호와 노동자는 하나라는 게 더욱 분명해져야 한다. 이경훈 지도부같은 행태에 침묵하며, 임단협 일정을 묶어서 총파업이라고 포장하는 식의 패턴은 벗어나야 한다. 할 말을 하고 말한대로 실천하겠다는 좌파 지도부로서 다짐을 되새겨야 한다.


부문의 울타리에 갇혀서 눈 앞의 이익만 볼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함께 싸우자고 호소하고 토론하고 조직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세월호 가족들은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 가족들은 지난 1년을 거리에서 보냈고, 6백만 명이 넘는 서명을 받아냈으며, 끝없는 간담회와 북콘서트를 통해 방방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대의를 설명하고 동참을 호소해 왔다. 이것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바꾸었고 바꾸고 있다. 시행령 통과를 보면서 냉소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가족 최윤아 씨는 얼마전 <파파이스>에 출현해서 이렇게 말했다


스스로가 정해둔 한계에 굴복하지 말자. ‘나는 안 돼, 나는 못해하는 생각을 버리자. 생각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되게 많다. 뭘 할려고 노력하면 그 한계는 얼마든지 부술 수 있다.”


또 한명의 고귀한 영혼이 우리 곁을 떠난 지금, 우리의 분노는 저들이 그어놓은 한계선에 결코 가둬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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