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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마돈나> - 발버둥치며 가라앉는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5. 8. 11.

전지윤



입시문제를 저돌적으로 다뤘던 <명왕성> 신수원 감독의 새 영화 <마돈나>는 지켜보기 쉽지 않은 영화다. 몇 군데 좀 성기게 묘사된 장면들이 아쉽긴 하지만,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들쳐보는 것 같은 불편함 속에서도 빠져들게 만드는 영화다.


몇 년 째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재벌 회장 배역은,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떠오르게 한다. 너무 돈이 많아서 죽어도 죽은 게 아니어야 하는 그는, 돈과 힘이 없어서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주인공들과 대비된다




양쪽 다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명백해 보이는 데, 내가 공감하면서 지켜보게 된 것은 어쩔 수 없이 여주인공 미나.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 울림있게 다가오는 장면과 대사가 드물지 않다. 체육시간에 뜀틀넘기를 하다가 뜀틀 위에 주저앉아 아이들의 비웃음을 듣는 장면부터해서 말이다. 학교 교사는 그녀를 기억해내지 못하면서 왜 그런 애들 있잖아요. 있으나 마나한 애들이라고 한다


그나마 타고난 갈색머리가 그녀를 구별짖게 하는 요소였겠지만, 교사는 염색 풀고 오라고 닥달하고, 결국 미나는 검은색 잉크로 머리를 염색한다.


화장품 공장에서 일하던 미나가, 이름을 부르는 동료 직원에게 내 이름 들어본 적이 너무 오래만이라며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도 먹먹하다. 영화에는 이처럼 보잘 것 없는 존재가 돼서 무시당하고 바닥에서 발버둥치는 정서로 그득하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기 괴롭게 하는 주된 측면은 여성폭력에 대한 통찰과 묘사다. 막판의 집단 강간과 폭행 장면은 차라리 전형적이었지만, 처음 강간 장면은 간단치가 않다친절을 배푼 남성관리자에게 호감을 갖고 먼저 접근한 것도, “최선을 다할게요. 날 버리지 마요라며 매달린 것도 미나이기 때문이다


미나는 항상 최선을 다하고 노오력한다. 관심과 사랑을 받고, 살아남기 위해서. 하지만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고, 공부도 잘하지 못했고 예쁘지않은데다 뚱뚱하기까지 한 그녀에게 세상은 차갑고 잔인할 뿐이다.


두 번째 강간 장면에서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 ?’라며 스패너를 내리치는 미나의 절규는 그런 세상을 향한 것이기에 공감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미나의 삶을 따라가는 영화의 여정이 고통스러웠던 만큼, 마무리는 성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또 다른 주인공 해림이 꿈속에서 미나와 만나서 서로 어루만지는 장면, 미나가 물 속의 아기를 구해서 올라오는 장면은 소통과 공감, 구원을 말하려는 것 같다별로 사랑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사랑을 통해서 구원을 꿈꾸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고 더 큰 좌절만 맛보기 십상이다.


중간에 화장품 공장에서 뭔가를 생각하다가 일을 망친 미나에게 관리자는 생각하지 말고 일이나 제대로 하라고 타박한다. 하지만 미나는 생각할 게 많았을 것이다.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가 있는 할머니, 텔레마케터를 하면서 당했던 억울한 일들, 동료의 손톱을 예쁘게 칠해주면서 나눈 수다, 자신을 구석으로 내몬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복수...


그 장면에서 미나의 표정, 기분까지 가끔 떠올리게 된다. 라면을 꾸역꾸역 먹으며 예능프로를 보면서 웃는 장면과 함께.  


변혁재장전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http://rreload.tistory.com/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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