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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논쟁

브렉시트와 우익의 성장, 좌파의 위기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6. 6. 30.

닐 포크너(Neil Faulkner)

번역: 이상수

 


[영국에서 브렉시트에 대한 투표 결과가 나온 후 이 과정에서 좌파가 어떤 태도를 취했어야 했고, 이 결과가 무엇을 뜻하고 어떤 효과를 낳을 것인지 토론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다른세상을향한연대내에서도 서로 다른 입장들을 소개하고 참고하며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진행하고 있다. 아래 글은 브렉시트를 반대한 입장에서 투표 결과를 평가하고 과제를 제시한 글이다. 이 글의 필자인 닐 포크너는 영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이다브렉시트를 찬성한 입장에서 투표 결과를 평가하고 과제를 제시한 글들은 이미 번역된 글들이 많아서 아래 링크해두었다. 두 입장을 비교하면서 계속 건강하고 생산적인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출처: http://www.europe-solidaire.org/spip.php?article38304


 

EU 투표에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잔류/탈퇴 선택은 근본적으로는 영국 자본주의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한 정치 엘리트와 기업 엘리트 안의 논쟁이었다. 우리는 런던금융시장(런던시티)이나 유럽중앙은행 누구에게도 지배당하기를 원치 않는다. 둘 다 은행가들에 의해 운영된다. 둘 모두 금융화, 사유화 그리고 긴축과 강하게 묶여있다. 둘 모두가 부를 1% 쪽으로 빨아들이기 위한 장치이다.

 

기권을 호소하는 강력한 주장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것은 착취와 자본 축적을 잘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에 대한 지배계급 내에서 두 경쟁 분파 사이의 논쟁이다. 그것은 이윤을 내는 최선의 방법에 대한 논쟁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우리는 빼앗길 것이고 그들은 더 부유해질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잔류/탈퇴 어느 한 쪽이 자신을 대변한다거나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이 주장이 맞다. 하지만, 괴테가 말했듯이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살아있는 것은 푸르른 생명의 나무다.’ 추상적으로 맞는 말이더라도 실제의 구체적 정치토론에서 런던금융시장과 유럽중앙은행 중에 선택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온전한 진실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이 문제로 돌아오겠지만 그 전에 렉시트(Lexit: 좌파적 탈퇴)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기권을 호소하는 주장은 이론적인 수준에서라도 맞지만, 탈퇴 투표를 호소하는 주장은 그렇지가 않다. EU가 은행가들의 모임이라거나 비민주적이고 긴축과 사유화를 강요한다는 점은 핵심이 아니다. 그건 전부 사실이지만 (탈퇴에 투표하는 근거로서는) 타당하지가 않다. 런던금융시장이라는 대안에 대해서도 정확히 똑같은 얘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렉시트 주장의 좀 더 정교한 형태는 이런 식이었다. ‘EU는 절반쯤 독립적인 영국 기업집단을 포함하는 유럽 정치 엘리트와 기업 엘리트의 거대 프로젝트이다. 브렉시트는 이 프로젝트를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다. 그들 시스템의 위기는 우리의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EU 붕괴로 야기되는 유럽 자본주의 위기를 환영한다.’

 

이와 비슷한 주장이 과거에도 있었다. 모스크바의 지령 하에 있던 독일공산당은 1930년대 초반 바이마르 공화국의 위기를 환영하며 파시즘에 대항하여 (‘사회적 파시스트라고 덧칠된) 독일사민당과 연합하기를 거부했고, ‘히틀러의 독재는 사회주의 혁명으로 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그런 입장이 낳은 결과를 잘 알고 있다.

 

여기에 잠재된 오류는 어떤 위기 혹은 대중 불만의 표출은 어쨌건 좌파에게 이익이 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레닌이 말했듯이, 노동자들이 내버려둔다면 지배계급은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 트로츠키가 말한 것처럼, 위기 때에는 혁명적 희망의 (사회주의) 정당과 반혁명적 절망의 (파시스트) 정당이라는 두 가지 정당이 존재한다.

 

국민투표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 좌파 동지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의심할 바 없이 대부분 헌신적이고 이상을 추구하고 예의바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브렉시트 운동 안에 자라나고 있는 국가주의와 인종주의의 괴물이 선거운동 기간에는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면, 이제는 부정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내가 존경했던 혁명가들이 EU 투표 결과는 계급투표를 보여 준다거나, ‘노동계급 공동체들이 잔류 운동에 반대하여 결집해서 투표했기 때문에 우리는 긴축과 불평등에 맞선 대중적 저항을 목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태도다. ‘즉자적 계급대자적 계급사이의 차이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분은 마르크스에게 핵심적인 것이었는데, 마르크스는 사회적 위치의 문제인 계급 지위 그 자체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노동계급에 의한 의식적 대중 투쟁 사이에 중요한 간극이 있다는 점을 알았다. 어떤 점에서 보면, 모든 사회주의 실천은 이런 구분에 의해 설명되어진다.

 

근래 영국 역사에서 최악의 인종주의적 선거 운동을 보여 준 보리스 존슨, 마이클 고브, 파이젤 패라지를 위해 수백만의 노동계급이 투표한 것이 어쨌거나 계급투표로 해석될 수 있다거나, 렉시트 웹사이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 결과가 좌파의 승리를 나타낸다는 사회주의자들의 주장들 때문에 나는 여전히 그런 구분을 들고 나와 싸우게 된다.

 

위기에서는 중도파들은 기회를 잡을 수 없고, 우파 혹은 좌파가 대중의 불만을 낚아채서 이용할 수 있다. 그 차이를 구분조차 할 수 없다면 좌파에게 희망이 없다. 그래서 분명히 말하고자 한다.

 

1932년에 히틀러의 운동이 반()바이마르 운동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브렉시트 운동은 반EU, 반의회, 반체제 운동이었다. 히틀러는 실업자, 미조직 노동자, 파산한 자영업자와 잊혀진 존재감 없는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마찬가지로 브렉시트 운동은 세계화, 신자유주의, 긴축의 희생양인 사회 밑바닥 사람들 사이에 고여있던 거대한 쓰라림에 의존했다. 그리고 히틀러가 유대인을 비난했던 것과 꼭 마찬가지로 브렉시트 운동은 거대한 규모로 반 이주자 인종주의를 부추겼다.

 

따라서 브렉시트의 승리는 영국 사회가 오른쪽으로 크게 기울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독립당은 떠오르고 있다. 보수당 우파가 권력을 잡을 것이다. 신노동당은 코빈을 제거하기 위해 느린 속도의 쿠데타를 시작했다. 유럽을 관통해서 극우익들이 브렉시트를 축하하고 있고 자국에서 잔류/탈퇴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EU가 붕괴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주의할 것은 혁명적 희망의 정당에 의해서가 아니라 반혁명적 절망의 정당에 의해서라는 것이다.)

 

우리는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다. 통제받지 않는 기업 권력, 부자들의 기괴한 탐욕, 일하는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회적 위기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저항은 미미하고, 자율주의와 종파주의 그리고 일부 진실을 직시하길 거부하는 것 때문에 쪼그라든 좌파는 효과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좌파는 행동해야 한다. 전세계적 위기는 깊고 치유하기 어렵고 악화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판돈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좌파는 아래로부터 대중 투쟁에 기반한 전투적인 대안을 건설해야 한다. 브렉시트 투표가 트럼프의 승리와 함께 우익의 급성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어서 함께 행동하지 않는다면 이곳과 유럽 전체에서 극우가 전면적인 파시즘을 굳혀갈 것이라는 점을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주민이 몰려오고 있다며 브렉시트를 선동한 우파의 포스터   


관련 자료: 

<렉시트[좌파적 탈퇴]의 관점에서 브렉시트를 평가하고 과제를 제시한 글들>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총리 사임 표명 이후 영국은 어디로

http://wspaper.org/article/17354

 

브렉시트의 의미와 좌파의 지향 재설정

http://wspaper.org/article/17377



  * '다른세상을향한연대’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http://anotherworld.kr/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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