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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사드 배치, 왜 반드시 막아야할 재앙인가 - 6문6답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6. 7. 30.

전지윤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압력을 수용해 사드 배치를 전격 발표한 201678일은 나중에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대재앙으로 빠트린 출발점으로 역사에 기록될지 모른다. 강력한 반발에도 정부가 이것을 강행하는 상황 속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주요 쟁점을 문답식으로 다루며 그 의미와 위험성을 다루고자 한다. 이것은 필자가 7월 25일 반올림 농성장 '이어말하기'에 참가해 발언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정,보완한 것이다.  




정부와 주류언론은 전자파 위험에 대한 이야기들을 괴담이라고 하고 있는데?

 

항상 나오는 뻔한 레퍼토리이다. 세월호 참사에 국정원이 관여돼 있다는 이야기도 저들은 괴담이라고 했지만, 이미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이건희 성매매 의혹에 대해서 삼성그룹은 황당무계한 이야기라고 했지만 <뉴스타파> 보도를 보면 이것 역시 진실이었다.

 

웃기는 것은 주류언론들이 <뉴스타파> 보도 이후 다음날 신문에서 거의 한 곳도 이 기사를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는 재벌과 권력자들의 찌라시라는 선언과 다름없고, 이런 찌라시들이 사드에 대해 괴담운운하는 것은 믿기도 어렵고 자격도 없다.

 

기본적으로 휴대폰 전자파도 위험하다는 것이 상식인데, 초고성능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위험하지 않다는 말은 상식에 어긋난다. 정부는 레이더에서 100미터 밖은 안전하다고 하는 데 이것도 거짓말이다.

 

미군교범에 따르더라도 100미터 안은 절대엄금지역으로 이 안에서는 화상과 내상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3.6킬로미터 내도 출입금지 구역으로 돼 있고, 5.5킬로미터는 비행기와 조종사의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고 돼 있다.

 

문제는 성주는 이 3.6킬로미터 안에 학교, 병원, 관공서 등이 전부 다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산 위에서 고각으로 레이더를 쏘는 것이니 문제없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빛의 파동과 회절이라는 성질을 무시하는 이야기다.

 

얼마 전 괌에서 시험해보니 괜찮지 않았냐는 말도 기만적이다. 주파수와 출력도 공개하지 않고 실시한 시험 결과를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가? 미국과 일본에서 사드를 전부 사막이나 바다를 향해 배치해 두고 있는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다. 사드는 단지 전자파만의 문제도 성주 지역만의 문제도 아니기는 하지만, 성주라는 주민 밀집지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은 위험천만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내팽개치는 것이 명백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는 명백한 위협에서 우리를 방어하기 위해 사드 배치는 불가피하다는데?

 

사드의 사정거리가 200킬로미터이기 때문에 정부 스스로의 논리에 따르더라도 모순이 생긴다. 성주에 배치하면 수도권 방어는 가능하지 않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수도권 방어만 가능하지 않은 게 아니다.

 

사드는 40~150킬로미터의 고도에서 요격이 가능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이다. 그런데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은 단거리 미사일이기 때문에 저고도로 날아올 수 밖에 없다. 1000개에 달한다는 북한의 장사정포도 마찬가지다.

 

이것들에 대해 사드는 수도권은 물론 한반도 어느 지역에서든 무용지물이다. 물론 정부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장거리 미사일처럼 곡사포 쏘듯이 고고도로 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왜 우리가 북한이 사드 맞춤형발사를 해줄 것이라고 믿어야 하는가?

 

게다가 사드는 북한의 위협을 방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위협을 더욱 키우고 있다. 북한은 올해 상반기에 거의 10차례에 가까운 유례없이 많은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 이 시험들에서 특징은 추진체 분리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등을 했다는 것이다. 즉 사드의 요격을 피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술과 수단을 시험하며 군사적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또 이런 북한의 증가하는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더 파괴력있는 무기를, 더 많이 들어와야 하는가?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추가 구입하고, 사드 포대를 1개가 아니라 2,3개로 늘리고? 이것은 군비증강의 악순환이고 위험을 더욱 증가시킬 뿐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는 위협이 왜 생겼는지, 그 원인을 찾고 그것을 제거하는 게 정말 필요한 일이다. 이것은 지난 반세기 넘게 계속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위협에서 찾아야 한다. 특히 이런 위협은 소련 몰락 이후에 더욱 강화됐다.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하며 다음은 북한이라고 공표했고, 북한을 핵 선제공격 대상국가로 지목했다. 또 매년 몇 차례씩이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과 내륙침공 전쟁연습을 실시해 왔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 중국을 겨냥한 것이고 동맹국가들을 단속하고 다잡기 위한 것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번은 북한 관리가 물었다....‘당신들은 사실 우리가 핵무기를 가졌으면 하고 바라는 것 아니오? 그를 구실 삼아 동맹국인 한국, 일본을 계속 미국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것 아니냐는 말입니다.’”(전 미국 국무부 북한담당관 조엘 위트의 회고)

 

이 속에서 지난 20년 전에만 해도 초보적 수준에 그쳤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나날이 고도화돼 왔다. 물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또한 전쟁무기일 뿐이며 결코 옹호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잘못된 반작용을 낳은 원인은 미국의 대북 압박이다. 지난 1년간 미국은 공포의 6대 전략무기라는 핵잠수함, 핵항모, 핵폭격기 등을 계속 한반도에 들여오고 무력시위를 해 왔다. 이것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진정한 위협이다.

 

정부는 사드는 방어용일뿐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거대한 사기극이자 거짓말이다. 이것은 마치 암살에 나서는 킬러가 방탄조끼를 입으며 이건 방어용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미국은 2003년에 이라크를 침공하면서도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로부터 우리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즉 우리는 미국의 전반적인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속에서 사드의 의미를 봐야 한다.

 

국가안보실장 김관진은 미국이 판단하고 우리는 받아들였다고 했는데, 미국이 이러는 것은 냉전 해체 이후 변화해 온 세계질서와 관련있다. 특히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국을 경제적으로 추격하고 군사적 능력도 강화해 온 것이 중요했다. 미국은 중국이라는 경쟁자가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면서 이것을 아시아 회귀와 재균형이라고 했다.

 

군사적으로 이것은 동아시아-유럽-중동을 연결하는 세계적 미사일방어망(MD)과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포위에 맞서는 중국의 군사전략은 반접근과 거부전략이다. 이 핵심에는 항공모함 킬러라고 불리는 둥펑21(대륙간탄도미사일)이 있다. 미국은 이 미사일과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조기 탐지에 주력해 왔다.

 

여기서 사드의 일부이며 중국 전역을 손바닥처럼 감시할 수 있다는 엑스밴드 레이더가 중요해지는 것이다.(중국 전역 감시가 가능한 전진배치용으로 사드를 재부팅하는 데는 8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이 미사일을 쏘면 일단 저고도에서 패트리어트로 요격하고, 중간에 이지스함에서 다시 요격을 시도하고, 고고도에서는 사드로 다시 요격하는 다층 방어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날아오는 미사일을 다른 미사일로 맞추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실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은 미국 내에서도 논란과 불신이 많다. 그래서 나오는 게 예방적 방위와 선제공격론이다. 적의 미사일 기지와 지휘본부를 제거해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다. 적의 공격 조짐을 포착하면, 선제공격으로 기지를 파괴하고, 미처 파괴하지 못한 기지에서 미사일이 날아와도 MD를 통해 차단하자는 게 전체 그림이다.

 

결국 사드와 MD는 단지 방어용이 아니라 이러한 선제공격을 위한 전세계적 차원의 군사전략과 무기체계의 일부인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재앙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중국 베이징대 진징이 교수는 몇 달 전에 이렇게 우려했다.

 

작금의 미-중 관계는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남해, 동해, 황해 어디선가 일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이다. 냉전이 종식된 후 발칸반도, 중동, 코소보와 같은 지정학적 요충지에선 미국에 의한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미국의 전략 자산들이 동방의 발칸반도로 밀려오고 있다. 단순한 무력시위이고 억지력이라고 보기에는 규모가 너무 어마어마하다...1차 세계대전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각국이 전쟁 분위기를 띄우다 우발적 사건으로 걷잡을 수 없이 터졌다고 한다. 전쟁 걱정은 기우일까?”

 

사드 문제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며 중국과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거나, 반대로 중국 눈치를 보며 미국과 등을 져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충돌하고 있는데?

 

이것도 중국의 부상이 낳은 결과이다. 20년만에 새로 나온 영화 <인디펜더스데이> 속편을 보면 중국인이 주요 배역들 중에 2명이나 나오고,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지구방위군의 주축으로 미국과 함께 중국이 등장한다. 중국의 부상은 특히 한국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게, 지금 한국의 대외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 그래서 균형외교와 양다리 걸치기가 이야기돼 온 것이다.

 

문제는 미중의 협력보다 경쟁이 두드러지면서, 미국의 압박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양자택일의 상황이 될수록 한국 지배자들은 곤혹스러워졌다. 중국군 열병식까지 참가하며 중국 눈치를 보던 박근혜 정부는 결국 사드 배치로 방향을 돌렸다. 이것은 동북아균형자를 말하며 오락가락하던 참여정부가 친미적 자주를 말하며 평택미군기지, 제주해군기지 설치로 선회했던 것과 비슷하다.

 

사드 배치의 결단을 내린 한국 지배자들의 생각은 최근 <조선일보>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은 지난 70년간 우리의 안보 기반이었고, 지금도 세계 초강대국이다. 유럽발 위기 속에서도 첨단 기술력으로 경제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고, 군사적 우위도 여전하다. 최근 남중국해 판결에서 중국에 완승을 거두며 규범 지배자로서 힘도 보였다. 이런 미국과 틈이 벌어질 경우 그 대가가 무엇일지...그동안 미국과 중국 모두와 잘 지내자는 중립주의와 '전략적 모호성'으로 갈등을 피해왔다. 하지만 이제 사드는 더 이상 피할 수도, 되돌리기도 어려운 문제가 됐다...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

 

이제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과 보복, 군사적 타켓이 될 수 있다는 위협을 걱정하게 됐다. 이런 상황은 구한말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조선은 청나라, 일본, 러시아의 각축 속으로 말려들었고 고종, 민비, 대원군은 서로 다른 열강들과 줄을 대며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 편에 서서 미국 핵무기의 표적이 되는 것도, 미국 편에 서서 중국 미사일의 표적이 되는 것도 원하지 않고, 오로지 평화를 원할 뿐이다


언론은 성주에 외부 불순세력이 개입했다는 공격을 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공격은 항상 박근혜 정부와 이 나라 지배자들의 핵심 무기였다. 이들은 순수한 성주 주민불순한 외부세력을 구분하기 위해 온갖 황당무계한 논리들을 늘어놓고 있다. 성주에 20년 이상 살지 않았으면 외부세력이다? 주민등록지가 성주로 돼 있어야 성주 주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저 사람은 고향이 성주가 아니라 시집와서 살고 있는 것이니까 온전한 성주 주민이 아니다?

 

이런 공격이 노리는 것은 항상 비슷했다. 먼저 법과 여론의 테두리 내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압력을 형성해서 사드 반대 운동 진영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또 반대 운동 안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을 키워서 이간질을 시키고 결국 단결된 힘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면 반대 운동 진영 안에서 자기단속 효과도 나타나게 된다. 정치적인 입장이 분명하고 급진적 투쟁 방향을 제시하는 단체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런 공격 속에서 지금 사드 문제는 단지 전자파의 문제로, 성주의 지역적 문제로 프레임이 왜곡되고 있다. 전통적 새누리 지지기반이 많은 영남지역에 사드를 배치한 것도 이런 노림수와 관련있어 보인다. 종북몰이와 이간질이 더 잘 먹히리라고 우습게 본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이미 성주 주민들은 투쟁 속에서 변화하고 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지지해 온 것을 후회한다는 목소리, 세월호 문제나 백남기 농민 등의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고 정부의 거짓말을 믿어 온 것을 자책하며 미안해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마녀사냥과 이간질에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종북좌파라고 낙인찍힌 단체와 세력의 손을 잡길 꺼리거나 선을 긋거나 하지 말고, 강력한 단결과 폭넓은 연대를 건설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어떻게 막을 수 있고 한반도 평화의 대안은 무엇일까?

 

먼저 국회 비준을 요구해야 한다는 말은 타당한다.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를 국민적 동의와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문제는 당론이 없는 게 당론이라는 더민주당이 과연 사드 비준을 막아설지 믿을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중국과 러시아 정부의 반발과 제재 등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한계가 많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초음속 전투기와 다탄두 미사일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드를 능가하는 무기를 개발해서 군사적 균형을 다시 뒤집고 싶은 것이다. 이런 대응은 평화와는 별로 상관이 없고 동아시아의 불안과 긴장을 더욱 더 높이는 것이다.

 

현재 사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핵과 미사일에서 우리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직 찬성이 반대보다 더 높게 나오고 있다. 또 마치 사드가 성주의 지역적 문제인 것처럼 왜곡된 구도가 만들어져 있다. 종북몰이 등을 거치며 만들어진 분열 때문인지, 사드 반대 공동투쟁체도 아직 충분히 폭넓고 강력하게 건설돼지 못한 상황이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모든 세력의 강력한 단결을 건설하면서, 사드가 왜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엄청난 재앙인지 알려나가야 한다. 단지 성주와 전자파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알려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의 위협이라는 점도 분명히 하며, 평화를 원하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민중과의 국제적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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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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