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탄기국과 종북포비아 / 김정남 죽음 / 영화 ‘재심'

전지윤




태극기 집회가 우파의 분열과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파 단체들이 총결집한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태극기 집회는 단순히 무시할 수준만은 아니고 일면적으로만 볼 수도 없어 보인다. 정부, 재벌이 돈을 대서 관변단체들이 가난하고 생각없는 노인들을 일당주고 모은 집회라는 것이 그것의 전부는 아니다.

 

탄기국 집회 참가자의 핵심에는 수백 명이 모인 카톡방을 여럿 거느릴 정도로 종교, 지연, 학연 등으로 다양한 사회적 연결망과 기반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나름의 세계관이 있고, 이걸 바탕으로 끝없이 가짜 뉴스와 논리를 만들어 카톡, 카페, 유투브 등으로 계속 퍼 나르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한국전쟁, 분단 등을 거치며 형성된 좌파와 혁명에 대한 극단적 공포가 주요 기제로 보이며, 지금도 탄기국 유투브 홈페이지에는 ‘RO의 내란음모를 무시무시하게 그린 동영상이 떠 있다. 거기에 보면 진보당 이석기 위원이 입술에 빨간피를 묻힌 피에 굶주린 괴물로 묘사돼 있다. 정말 기가 막히게도 말이다.

 

이처럼 미국, 유럽에 이슬람포비아가 있다면, 이 나라엔 종북포비아가 있다. 그래서 박근혜, 황교안 최근의 인터뷰에서 모두 진보당 해산을 자신들의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는 것이고, 요즘 우파들이 김정남 사망에 급흥분해서 북한에 대한 호들갑스러운 공포에 빠져드는 것이다.

 

트럼프 이후 탈진실’(포스트 트루스)올해의 단어가 된 것처럼, ‘태극기 대중은 객관적 진실보다 뒤틀린 감정과 어긋난 신념에 따라 진실을 재구성하고 있다. ‘촛불 뒤에는 이석기 무리가 있고 그 뒤에는 북한이 있고, 탄핵이 성공하면 한반도 적화로 간다는 식이다. 대부분은 이것을 진짜라고 믿는다. 종북몰이에 대한 타협과 굴복이 위험한 이유다.   

 

이것이 이룬 세력 결집의 성과는 황교안 지지율이 15%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행히 더 확장되지 못하고 꺾이고 있다. 즉 핵심부는 응집력이 커졌지만, 확장성은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는 건,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들이 언론, 기업, 국가기구 등의 핵심부에 자리잡고 있다는 데 있다.

 

더구나 민주당 등은 이런 세력에게 타협하고 승복하기 쉽다는 점이다. 이미 이석기 석방차별금지법지금 꺼내지 말아라, 나중에 해결하자는 반응이 있어 왔다. 하지만 홍준표처럼 한국의 트럼프를 꿈꾸는 자들도 그 나중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현재 극단적 우파와 박근혜 비호세력은 중대 위기이다. 탄기국 내에서도 여러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계엄령 선포를 내걸지 말지, 정치인을 무대에 올려서 발언 기회를 줄지 말지, 어느 단체가 주도할지 등을 둘러싼 갈등이라고 한다. 그 다툼들은 어디서 본 듯한 느낌도 든다.

 

계엄령은 아직 내걸 때가 아니다’, ‘정치인이 무대에 올라가면 대선판으로 간다’, ‘기회주의자들이 집회의 본질을 흐린다’, ‘00는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연사들의 뻔하고 비슷비슷한 발언이 문제다’, ‘우리는 가수들 노래들으려 온 것이 아니다.’...

 

그래도 탄기국에 모인 세력들은 가짜뉴스를 대량으로 퍼 나르고, 신문형태로 만들어 수백만 부를 가가호호 꽂아두는 정도는 서로 힘을 모아 왔다. 합심해서 공동의 메시지를 기층으로 파고들며 퍼뜨리는 것은 우리 쪽에서도 배울 점이다. 촛불집회에서 다양한 단체들의 온갖 유인물 등이 넘쳐나는 것도 좋지만, 공동의 요구보다 각자의 주장 알리기에 급급하다.

 

민주노총 차원에서도 대선 공동대응을 못하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안타까운 것은 진보의 독립적 목소리가 갈라져 안보일지언정, 차라리 민주당과 손잡을지라도, 경쟁 정파와 손잡을 수 없다는 태도다. 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탓하는 태도다.

 

이러면 실망하고, 좌절한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 필요와 압력 때문에라도 민주당 쪽으로 기울 것인데 이미 그 흐름은 나타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 단지 사리사욕과 입신출세를 위해 그러는 것도 아니다. 그런 사람들을 가장 격하고 센 말로 비난, 매도, 공격하는 것은 자기만족일순 있어도 충분한 해법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이 떠나지 않도록, 다시 돌아오도록 할 수 있는 협력적 대안과 희망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또 가장 필요한 일로 보인다.

 

 

김정남의 죽음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김정남의 죽음에는 아직도 여러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암살당한 게 맞다면 그 방식이 너무 어설프고 엉성할뿐 아니라, CCTV가 가득한 국제공항에서 보란 듯이 범행을 저질렀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또 굳이 이 시점에 이런 짓을 하는 게 북한 정권에 무슨 득일지도 갸우뚱하게 된다. 외신과 국내 언론의 보도가 엇갈리는 것도 찜찜하다.

 

따라서 아직 확실치 않은 걸 기정사실화하며 온갖 과장과 호들갑을 떨며 사드 조기 배치에 이용할 뿐 아니라, 그것을 기반으로 북한 붕괴론까지 펼치는 우파들을 보면 황당하기도 하다. 그토록 북한정권 붕괴와 통일대박을 떠들더니, 박근혜 정권 붕괴가 먼저 닥친 현실을 먼저 돌아봤으면 좋겠다.

 

물론 좌파적 관점에서도 북한의 억압, 착취체제와 권력집단이 가진 모순과 위기를 분석하며 불안정을 말할 수 있다. 제국주의나 반공주의가 아니라 북한 기층 노동자, 민중의 관점에서 말이다.(물론 북한은 항상 불안정하고 위기였고 곧 저항이 폭발할 것이라는 언제 내놔도 별로 구분되지 않을 것 같은 동어반복적 분석은 피해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북한 권력만의 특징이 아니다. 암살? 암살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독침, 독약같은 원시적 무기가 필요없다. 오바마 정권 집권 8년 동안 첨단무기 드론을 통해 암살한 사람은 수천 명에 달한다


죽어 마땅한 테러리스트라서 죽였다? 누군가가 테러리스트인지 아닌지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할까? 미국 정부가 드론으로 죽인 사람의 90%는 민간인이었다. 드론 폭격으로 테러리스트’ 1명을 죽일 때마다 옆에서 7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죽었다는 통계도 있다.

 

친인척간의 암투와 형제간 권력다툼은 너무 심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박근혜 5촌 살인사건에 대한 의문, 박근혜 제부 신동욱이 겪은 살해 위험, 한국 재벌가에서 자주있는 왕자의 난도 돌아봐야 한다.

 

이중잣대는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예컨대 성폭력을 비난하며 피해자에 공감하자는 사람이, 막상 자기 편의 성폭력은 모르쇠하며 피해자를 외면해 왔다면 이해되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면서 잔악’, ‘잔혹’, ‘광기운운하며 지면을 도배하고 있는 보수언론들은 앞으로 그와 똑같은 잣대를 이쪽 편에서 벌어지는 일에도 적용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 나라의 우파와 기성언론들은 결코 그러지 않는다. 당장 바로 얼마 전 북한의 미사일 실험에 대해서도 이중잣대는 노골적이었고 북한에 대한 비난이 넘쳐났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만약 북한, 중국, 러시아가 삼각군사동맹을 맺고 우리를 포위한 채 한국의 체제 전복과 대통령 암살운운하며 핵무기들을 가지고 한국 선제공격 연습을 한다면, 대부분의 정치인들과 언론은 모두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것이 북한에서 벌어져 온 일이다. 이번에 북한이 500킬로 날아간 미사일을 쏘기 4일전에 미국은 6700킬로 날아간 미사일을 쐈고, 핵항공모함과 핵폭격기를 괌과 일본에 전진배치했다. 트럼프 정부의 실권자들은 북한 체제 전복과 김정은 암살을 떠들었고, 3월초 키리졸브는 사상최대의 북한 선제공격 훈련으로 준비되고 있다.

 

스텔스구축함 줌월트의 제주기지 배치도 추진중이다. 트럼프의 수석전략가인 스티브 배넌은 이슬람-중국에 맞선 유대-기독교의 성전을 꿈꾸며, 그 전쟁을 미국과 기독교 문명의 도덕적 재건을 가져 올 전환점으로 보는 종말론자라 한다.

 

이 상황에서 여야의 유력 대선 후보들 대부분이 미국을 비판하거나 평화협정을 내걸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문재인은 특전사령관 출신인 전인범을 끌어들이다 실패했는데, 전인범은 아내에게 비리가 있다면 총으로 쏴 죽였을 것이란 발언도 충격이었지만, 한미동맹과 사드배치의 신봉자이기도 했다.

 

 

영화 <재심>과 억울한 누명의 고통

 

얼마전 영화 재심을 봤는데 정말 가슴을 울리는 좋은 영화로서 강력 추천하고 싶다. 삼성 직업병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또 하나의 약속을 만든 김태윤 감독이 만든 새영화이기도 하다.

 

김태윤 감독이 특별히 반올림 분들을 시사회에 초대하며 많은 표를 보내주었고, 덕분에 황상기 아버님과 함께 반올림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해 온 많은 사람들이 같이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과 박준영 변호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초반에는 극적 장치와 가미된 허구들이 약간 과한 듯이 느껴졌다. 악역으로 나오는 경찰과 검사가 다소 전형적이란 느낌도 들었다. 그런 사람들이 지옥보다 더한 헬조선을 만든 것이지만, 왜 평범한 누군가가 그런 악마적 선택을 하는가는, 단순하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초반을 넘어가며 나는 영화의 강력한 힘과 진정성에 깊이 빠져들었다. 배우들의 명연기도 정말 대단했지만, 무엇보다 감독이 진심을 담아 진실을 말하고자 한 것이 느껴졌다. 눈물을 참기 힘든 명장면과 명대사가 아주 많았다.

 

그 돈으로 사람답게 살아야 되지 않냐는 말에 억울한 누명을 벗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답하는 장면이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줬다. 정말 맞다. 억울한 누명과 낙인처럼 사람을 고통스럽고 병들게 하는 게 없다. 영화도 그것을 아주 잘 보여 준다. 특히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 속에서 그런 일을 겪는 것처럼 파괴적인 것도 없다.

 

영화를 보면서 수많은 누명과 낙인을 만든 종북몰이도 떠올랐다. 사실 경선부정 논란, 내란음모 조작 등을 거치며 유독, 자주, 많은 동지들이 암에 걸렸거나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 왔다.

 

마침 나라슈퍼 사건의 억울한 살인누명 피해자에게, 당시 배석판사였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17년만에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는 기사가 최근에 올라왔다. 박준영 변호사와 <한겨레> 허재현 기자의 오랜 설득 끝에 이뤄진 일이라고 한다.

 

박범계 의원을 볼때마다 그가 위선적으로 보이던 심정이 크게 누그러졌고, 고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박범계 의원도 마음이 많이 편해지고, 피해자도 응어리가 많이 풀렸다고 한다. 이처럼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서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왜 그토록 어려울까



(기사 등록 2017.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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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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