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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결집하는 극우파/ 김정남 암살설의 모순/ 심상정 후보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7. 3. 6.

전지윤





태극기 집회의 커지는 위험성과 박근혜 구속·처벌의 중요성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 쪽의 혐오 발언과 폭력 선동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시청역에 내려서 광화문 광장으로 걸어갈 때, 불안해서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을 잠시 숨겨야할 정도다. 노란 리본이 저쪽 편에겐 종북좌파의 상징이 돼버린 상황도 기가 막힌다.

 

헌재, 특검, 문재인 캠프 등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는데, 자극적 선동과 혐오발언들이 낳았던 결과들을 보면 가볍게 볼 게 아니다. 혐오발언을 쏟아낸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에선 혐오범죄가 급증했고, 캐나다 이슬람 사원 총기난사범은 트럼프 지지자로 밝혀지기도 했다. ‘신은미-황선 북콘서트때도 보수언론의 광적인 혐오 선동은 한 고교생이 사체폭탄 테러를 시도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연말 벼랑 끝으로 몰렸던 박근혜와 강경우파들은, 탄핵이라는 법제도로 이 문제를 밀어넣은 다음에 두 달 동안 오로지 거짓과 혐오 선동을 통해서 역전을 시도해 왔다. 그래서 종북몰이를 통한 우파 결집의 조건들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김정남 사망이후 이것은 더 분명해졌다.

 

하지만 워낙 거대하게 한국사회를 뒤흔들어 놓은 촛불이 아직 타오르고 있기에, 탄핵 인용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물론 역사에는 우연, 오판, 실수, 도박 등의 요소들도 작용한다. 그래도 현재 박근혜 세력은 기각보단 인용 이후 어떻게 구속처벌을 피하며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다시 재기할지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 연장을 막았고, 이제 대선 이후에 수사하자며 검찰을 막을 것이고, 새정권이 들어서면 사면받으려 할 것이다. 사드 강행은 조기 대선에서 사드 찬성, 반대로 전선을 치며 우파 결집을 이루려는 생각일 것이다. 17대 대선 직전에 이명박 BBK 무혐의를 발표했던 게 검찰이고, 우병우 라인도 아직 살아있으니 해볼만하다고 볼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특검 연장도 이루지 못했고, 주요 대선 주자들은 박근혜 구속처벌에 대해 의지가 확실치 않아 보인다. 김대중 취임 직후에 전두환, 노태우 사면이 있었던 것도 불길하다. 만약 구체제가 남긴 적폐와 우두머리에 대한 단죄를 못하게 되면 우파 결집과 재기는 더 손쉬워 질 것이다.

 

극우는 권력이 손에 없을 때 더 극단화되기 쉽고, 이미 참여정부 중반부터 등장했던 아스팔트 우파와 뉴라이트가 그것을 보여 줬다. 이들은 여성, 성소수자, 전라도 등을 표적삼아 혐오를 부추기며 성장했는데, 핵심은 종북이었다.

 

아직은 노년층이 많지만 온라인에서 일베는 다른 가능성도 보여 줬다. 물론 태극기를 든 사람들의 분노, 불만도 들여다봐야 한다. 전쟁과 분단, 경쟁과 소외 속에서 누가 어떻게 그들 머리 속에 공포와 혐오를 심었는지 말이다.

 

하지만 혐오를 부추겨 권력을 잡고 범죄를 저지른 권력자들은 반드시 단죄하고, 비뚤어진 분노를 계속 만들어내는 이 사회체제는 확 뜯어고쳐야 한다. 안 그러면 분노, 불만을 혐오, 폭력의 불씨로 삼는 자들이 또 어떤 비극과 희생양을 만들지 모른다.

 


북한이 김정남을 암살했다를 닥치고 믿어야 하는가?

 

북한 체제와 정권의 성격을 볼 때 북한이 김정남을 암살했다는 이야기는 처음에 꽤 그럴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문이 커졌다. 수사도 하기 전에 북한이 범인이라고 결론을 낸 것부터 이상했다. 암살 도구도 독침 -> 스프레이 -> 액체로 계속 바뀌었다.

 

결국 VX로 낙찰됐지만, 여기서부터 더 코미디였다. 손에 발라서 얼굴에 문질렀다? 한방울로 수백명을 죽인다는 그 치명적 화학무기를 손에 바른 사람이 멀쩡하다? 주변 사람들, 공항, 엠블런스, 병원 어디도 피해가 없다?

 

그런 화학무기를 연예인 지망생 여성 2명이 10만 원을 받고 베이비 로션인 줄 알고사용했다? 서로 다른 성분을 손에 바르고 김정남 얼굴에 바르면서 섞어서 독성이 생겨났다? 두 여성은 바로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어서 괜찮았다?

 

독성학 전문가에게 갈 것도 없다. 공격자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피부나 코로는 절대 안 들어가고 암살 대상자만 선택적으로 즉사시키는 독극물, 비누와 수돗물로 제독이 가능한 치명적 화학무기, 이게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은하계 최강의 초자연적 무기라 할만하고 누구 말대로 독살의 역사를 새로 쓸일이다.

 

이 모든 정보가 주로 국정원에서 나오는 것부터 믿음을 주지 못한다. ‘특수 반창고를 붙여서 기억이 사라진 간첩을 만들었던 게 국정원 아닌가. 말레이시아 경찰도 별로 믿을만하지 않다. 말레이시아는 부정선거를 일삼는 대표적 일당독재 국가이자 언론, 인권, 성소수자 탄압으로 악명높다.

 

보수언론은 말레이시아가 원래 친북인데 거짓말하겠냐고 쉴드치는데, 과연 말레이시아가 미국, 일본, 한국과 척지며 가난한 국제적 왕따 국가를 편들까? 미국은 말레이시아의 최대교역국이자 투자국인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도 끼어있는 말레이시아는 미중 사이에 줄타기해왔지 한쪽으로 기울었던 적이 없다.

 

이 사건으로 누가 좋아하고 있고 누가 가장 이득인가를 봐도 그렇다. 지금 가장 신난 것은 종북몰이와 우익 결집을 시도하는 박사모다. 사드 강행도 큰 힘을 얻었다. ‘북한이 VX를 미사일에 실어 쏠 수 있다’(이 땅에서 탄저균 실험을 한 게 누구였더라?)는 호들갑 속에 테러지원국 재지정 시도와 사상 최대의 북침 선제공격 한미군사훈련도 시작되고 있다.

 

그래서 우파든 좌파든 북한이 김정남을 암살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전제하는 모든 논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심지어 말레이시아는 물증이 없다며 이번 사건의 용의자라던 리정철을 추방한단다. 어차피 취재도, 검증도, 오보에 대한 정정과 손해배상도 필요없는 북한 관련 언론 보도는 북한혐오증과 안보상업주의 속에 이미 소설의 영역이 돼 왔다.

 

문제는 종북으로 의심받을까봐 누구도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 속에 문재인은 만약 북한이 했다면..’ 이러다가 하도 욕먹으니 만약을 빼버렸고, ‘이승만과 박정희도 정적을 암살했다는 정세현의 너무나 합리적 발언도 부정해 버렸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한국 사회 전체가 북한 소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의문 제기도 꺼리게 만드는 이 분위기, 정말 불편하다. 나는 북한 체제와 지배자들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 분위기에 숟가락 얹어줄 생각이 전혀 없다.

 

 

심상정 의원의 <뉴스포차> 출연에서 느낀 반가움과 씁쓸함

 

얼마전 '뉴스포차'에 심상정 후보가 출연한 것을 봤다. 역시 오랜 진보 정치인답게 여타 기성정당 후보들과 비교가 안 되게 속 시원하고 멋졌고, 이재명과도 차원이 다른 진보적 선명함이 돋보였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보다는 진보정당과 후보들이 성장하길 바라고, 갈라진 진보정당들이 모두가 잘 돼서 더 크게 뭉쳐지길 바라는 입장에서 반갑기도 했다.

 

80년대 노동운동 시절부터 진보정치인으로서 고군분투까지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감동도 느껴졌다. 또 일종의 여성 대통령보다 여성주의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잘 읽혔다. 이런 진보 후보들이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언론에서도 보기 힘든 게 열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뒷부분을 보다가 느낀 씁쓸함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심 후보는 김영한 비망록에서 통진당 해산 의혹이 드러났는데 뭐가 더 밝혀져야 할까란 물음에 대뜸 나는 통진당 노선을 반대한다며 답을 시작했다.

 

극단적 세력은 국민들의 평가를 통해 주변화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물론 정당 해산은 반민주적 폭거라는 말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헌법 내 진보를 말하며 후퇴하던 태도에서 변한 게 없었다. 문재인이 기독교 우파의 눈치를 보며 동성애는 지지하지 않지만, 차별은 반대한다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촛불이 종북몰이의 주범들을 쓸어내고 있는 마당에, ‘이석기 체포 동의안을 찬성했던 것은 돌아보니 후회되고 미안하다며 먼저 손을 내밀지 않을까 혹시나 기대했었건만...

 

지난해 뜨거웠던 메갈몰이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 제대로 신속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하길래 뭐라할지 기대했다. 그러나 대처가 늦어서 떠나간 분들에게 미안하다. 여성 남성을 가르고 적대할 문제가 아니다는 말에 역시나..

 

그건 메갈당인 거 아니냐며 탈당했던 사람들을 향해 미안하다면서 문예위 논평을 철회시켜버리고, ‘극단적 미러링을 지지하지 않는다던 지난 여름 정의당 중앙당 태도의 연장이었다. 부당한 메갈몰이에 맞섰던 문예위 논평은 방어받아야 했었건만.


당내 경선에서 반갑게도 정의당의 좌클릭을 주장한 강상구 후보도 종북몰이와 메갈몰이 두 가지 문제에서 기존 지도부와 별다른 주장을 내놓지 않는 걸 보고 실망했었는데, 그 강상구 후보도 압도적 표차로 심상정 후보에게 패했다고 들었다.

 

촛불이 이토록 거대하게 벌어지면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던 정치지형이 그 반대로 뒤집히고 있는데도 왜 진보정치는 노동’, ‘진보이런 타이틀을 기성정당 후보들에게 빼앗기고 있을까, ‘안보프레임을 평화프레임으로 바꾸고 종북몰이를 뿌리뽑지 못하고 있을까, 진보정당만으로는 여혐에 맞서기에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을까, 분열을 이겨내지 못하고 갑갑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나날이다.



(기사 등록 20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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