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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육군 게이 색출’ 마녀사냥/ 깽판치는 트럼프/ 대선과 진보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7. 4. 19.

전지윤


 


육군 게이 색출’, 나치식 마녀사냥 중단하라!

 

지난 대선 TV토론을 보면서 초반부터 기분 잡친 건 한미 합동 선제공격’(유승민), ‘국토수복작전’(홍준표)같은 기막힌 빻은 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그 경악스런 주장을 그냥 듣고 넘어가는 그 자리 분위기였다. 당장 그 최강막말 취소하라고, 그딴 게 합리적 보수냐며 유승민의 가면을 벗기고, 홍준표 네 자리는 여기가 아니라 감옥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는 목소리가 있었으면 했다.

 

문제는 홍준표같은 자가 곳곳에서 설친다는 것이다. 육참총장 장준규도 그런 인간이다. 이 사람의 주도로 지금 육군에선 동성애자 색출, 처벌, 구속의 나치식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다. 50여명의 뒤를 쫓고 있다고 한다.

 

데이팅앱에 들어가 덫을 놓고, 카톡을 뒤지고, 성적 지향과 성생활을 캐묻고... 414일 종각에서 열린 성소수자 촛불문화제에서 가수 지현님이 꼬집은 것처럼 장준규 무리들은 마치 자신들의 욕구불만을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며 풀고 있는 것 같다. 보통 사람들처럼 자위로 욕구를 풀던가하지 죄없는 사람들을 이처럼 괴롭히다니.

 

군대는 사회가 앓고 있는 온갖 질병을 훨씬 고열로 앓고 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사랑이 뒤틀리고 섹스가 억눌리는 게 이 사회라면, 군대에서는 아예 동성간 사랑도 섹스도 모두 불법이고 처벌대상이다. 너무나 인간적이고 소중한 것들이 말이다


군대가 얼마나 엿같고 외롭고 힘든 곳인지 갔다 온 사람들은 다 잘 안다. 그런 곳에서 사랑을 찾고 서로 교감할 수 있다면 정말 행운이고 축복받을 일이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에선 마녀사냥, 구속을 당해야 하고 군생활이 100배나 더 힘들어져야 한다.

 

정말 색출돼야 할 것은 소수자에 대한 억압, 혐오이고 광기어린 마녀사냥의 무기가 된 군형법 926이다. 트럼프에게 당장 불장난을 멈추라고 말할 후보, 세월호의 진실을 파헤칠 후보, 광화문 고공 노동자들에게 손을 내밀 후보에 이어, ‘육군 게이 색출마녀사냥에 정면으로 맞설 후보만이 이번 대선에서 우리에게 표를 달라고 요구할 자격이 있다.

 

 

일방적 폭격과 군사력 과시로 향하는 트럼프

 

413일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동부에 공중폭발대형폭탄 GBU-43을 투하했다. 이 폭탄은 폭발력이 11t 규모로 소형 핵폭탄급 위력이라고 한다. 핵폭탄을 제외하면 가장 살상력이 큰 무기로서 550상공까지 모든 걸 태워버리는 버섯구름을 만들어내며, 지름 1킬로미터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말살한다고 한다.

 

이 폭탄이 실전에 쓰인 것은 이날이 최초였다. 같은 날 트럼프는 시리아 동부의 IS 화학무기 창고도 폭격했고, 터져나온 화학무기로 수백 명이 죽었다고 한다. 트럼프의 고립주의는 결국 멋대로 어디든 폭격하는 일방주의였다는 게 더 명백해졌다.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집단이 바로 미국행정부라는 것도 말이다. 군사적 능력에서든 영향력의 범위에서든 아사드도, IS, 북한 정권도 트럼프에 비교되기가 어렵다.

 

트럼프와 미군이 이처럼 멋대로 날뛸수록 이 세계는 더욱 위험하고 끔찍한 곳이 될 것이다. 군사력이 해결 수단이 되고 군대가 힘을 얻는 세상은 유엔평화유지군이 12년간 2천건의 아동 성폭력을 저지르고, 한국 육군이 동성애자 색출마녀사냥을 하는 것만 봐도 상상 가능하다. 더구나 지금 트럼프의 도발’(!)은 한반도를 겨냥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선 TV토론에서 나온 발언들은 귀를 의심케 했다. 협의하고 같이 선제공격하자? 미국이 선제공격하면 국토수복 작전에 나서겠다? 나머지 후보들은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누구도 한반도 불안정의 근원과 책임이 세계패권을 위한 미국의 군사적 도발에 있다는 점을 정면으로 지적하지 않았고, 그것에 맞설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다.

 

유엔은커녕 자국 의회와도 상의하지 않고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는 트럼프에게 한국과 상의하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리고, ‘나부터 총들고 나설 것이라는 치기에는 쓴웃음만 나온다. 그가 누구이고 어디에 있던 트럼프가 일으킨 혐오, 차별, 공포의 광풍에 고통받은 모든 이들이 한 목소리로 폭격을 멈추라고, 도발을 멈추라고 외쳐야 할 순간이다.

 


트럼프의 폭격은 시리아 내전의 해결책이 아니다

 

트럼프가 지난 47일 시리아에 토마호크 미사일 50발을 발사했다. 미군은 바로 최근에 이라크 모술 폭격으로 민간인 1000여명을 살상했는데 말이다. 아사드의 폭격에 대한 해법이 트럼프의 폭격이라니 기가 막힐 일이다.

 

물론 아사드는 살인마이고 최근에 아이들의 끔찍한 희생을 낳은 화학무기도 아사드의 책임일 가능성은 크다. 근데 아랍 혁명을 파괴하면서 반이슬람 테러리즘이란 명분으로 아사드가 살아날 기회를 만들어 준 게 바로 미국이다. 대선 운동하면서도 트럼프는 아사드와 손잡고 이슬람국가를 분쇄하겠다고도 했다. 취임 이후 최악의 지지율과 계속된 정책 실패에 시달리던 트럼프는 이제 태도를 바꿨다. 그것이 한반도에서 깽판으로 나타날까 걱정했는데 역시 중동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

 

아사드에 대한 트럼프식의 악마화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군사적 침공의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이라크 후세인처럼 미국의 폭격과 침공을 받은 나라의 정부들은 실제로 독재, 인권유린, 학살을 저질렀다. 그것은 공격의 유용한 빌미가 된다.

 

이번 트럼프의 시리아 폭격도 민주당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힐러리는 진작부터 폭격을 주문하고 있었고, 나아가 버니 샌더스도 폭격을 묵인했다고 한다. 제국주의적 패권을 위한 핑계일뿐이고 군사적 개입과 폭격은 전혀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는데 말이다.

 

트럼프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는 당장 사우디같은 악랄한 독재정권이 예멘에서 저지르는 폭격과 학살을 지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폭격에 반대하면서 아사드를 옹호하는 좌파들에 동의할순 없지만, 아사드에 비판적이면서 제국주의 폭격을 지지하는 자유주의자들이 더 문제이고 밥맛이란 건 명백하다.

 

이런 공격은 아사드와 이슬람국가를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반아사드 저항세력을 약화시키고 민간인들만 희생시킬 것이다. 트럼프는 폭격과 군사적 개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알려졌듯이 이번 시리아 폭격은 중국과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기도 했다. 그리고 근래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한반도로 몰려들고 북한이 반발하면서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김선동 후보의 입장(아사드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이 매우 아쉬웠지만) 정도 빼고는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는 대선 후보는 잘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한반도 전쟁위기 조성을 멈춰라!

 

미국의 항모 전단 2개가 동시에 전개된 경우는 이라크 침공 등 말고는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7함대와 3함대가 한반도에 전개돼고 있다. 글로벌호크도 전진배치한다고 하고, 전술핵 재배치와 참수 작전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의 언론과 전문가들도 선제타격, 정권교체를 운운하고 있다. 중국은 항모를 대기시키며, 병력을 북중접경으로 이동시켰고, 일본에서는 대피훈련이 진행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지금 미국의 최고사령관은 럭비공 트럼프다.

 

‘4월 전쟁설’, ‘북폭설을 헛소문이라고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 이 상황에서 우파에게 종북몰까지 당해온 문재인이 뒤늦게마나 선제타격은 안 된다고 말한 건 평가해야 한다. ‘친북좌파인 문재인이 당선되면 미국이 이 나라를 버리면서 공산화된다는 극우의 과대망상적 공포 선동은 기가막힐 뿐이었다.

 

물론 최근 미중정상회담에서 뭔가 흥정이 있었던 것 같긴 하다. 미국이 참아주는 대신 중국이 북한의 팔을 비틀기로 했단 것이다. 미국의 힘자랑은 북한 6차 핵실험, 한국 대선 등을 겨냥한 보여주기, 국제 북풍에 그칠 거란 말도 많다. 사드 배치 불가피론으로 이동하는 안철수와 문재인을 보면 트럼프발 북풍은 효과를 낸 듯도 하다.

 

그런데 이런 분석들에선 한 가지 변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이나 핵실험을 하면 어쩌냐는 것이다. 트럼프의 도발에 북한은 반작용할까? 그럼 트럼프는 아사드의 화학무기처럼 그걸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은 걸로 볼까? 정말 격추 시도를 할까? 그것은 파괴적 연쇄작용으로 나갈까?

 

종북은 물론 좌파도 아닌 문재인의 위험성과 한계가 드러나는 것도 이 지점이다. 그는 미국이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도발 즉시 북한은 국가적 존립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보복, 응징을 외치며 온갖 위험천만한 행동에 나설 트럼프나 이 나라 냉전우파를 막아설 조짐도 안 보이는 것이다. 이건 바다건너에서 강풍이 불어오면 언제든 사라지던 김대중, 노무현의 미국이 허락하는 햇볕의 한계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북풍에 그칠 것이라는 사람들은 북한과 시리아의 차이, 재한 미국인의 규모, 경제적 파장 등 여러 합리적 근거들을 제시한다. 그게 맞길 바란다. 그런데 자본주의적 경쟁에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개별 주체의 합리적 행동은 체제 전체에서 파괴적 결과를 낳곤 했다. 군사적 경쟁에서도 결과는 비슷할 수 있다.

 

지금 중국, 일본, 북한, 심지어 트럼프까지도 이것이 자신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 행동이라 여길 것이다. 하지만 그 상호작용은 우리를 걱정하게 만든다. 북한이 자신의 이익만이 아니라 전체 구도를 보면서 자제하길 기대하는 게 우리가 매달릴 한가닥 끈이라니.

 


사드 반대 투쟁의 전진을 위하여

 

온몸으로 사드 배치를 막고있는 성주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보면 항상 감사하고 큰 빚을 진 기분이다. 사드는 반드시 막아야 할 우리 모두의 문제이니 말이다. 사드는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핵심 고리이니 미국, 중국, 일본 민중들과의 국제 연대도 중요할 것이다.

 

그 점에서 사드는 미국으로구호는 다소 부적절한 것 같다. 물론 이 구호에 담긴 취지와 의도는 흠잡을 데 없다. 그런데 미국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운동가들에게 이 구호가 불편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미국은 단지 트럼프만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과 활동가들도 사는 땅이란 말이다. 사드를 성주가 아닌 김천이나 서울로 보내라고 하는 게 옳지 않듯, 시야를 넓히면 비슷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의도는 아니었을테니, 오해를 피하기 위해 사드는 지옥으로’, ‘백악관으로등의 대체가 어떨까.

 

국제 연대가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적이 국제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포위하면서, 당장은 중동에서 이라크 모술 탈환 등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그것이 성공하면 군사적 모험을 더 확장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사드 배치 저지 운동은 아랍 민중에 대한 폭격에도 반대하며 미국의 패권 강화를 막을 필요도 있을 것이다.

 

지금 수많은 사람들의 결사적 투쟁에도 사드 조기 배치가 강행되는데는 민주당과 문재인의 전략적 모호성탓이 클 것이다. 쏟아지는 비판과 압박에도 민주당의 묵인, 방조는 요지부동이다. 기껏 민주당은 자유당, 바른당(안타깝게도 정의당도) 등과 협력해 중국의 사드보복 반대 결의안이나 만들었다. 그래도 그 바위같던 문재인에게서 부양의무제 폐지약속을 받아낸 전장연 동지들의 힘과 지혜를 보면서 희망을 가져 본다.


 

심상정 후보가 가야할 길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 국민당 등의 후보만이 아니라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의 구도 속에 완주할뿐 아니라 꽤 의미있는 득표를 할 거란 관측도 있다. 기본적으로 심상정 후보의 선전을 기대하고 지지한다.

 

일부에선 큰 돈을 쓰며 진보 분열의 골만 더 키우는 선거가 싫다며, 모두 불출마해야 한다고도 한다. 실제로 지금 심상정 후보와 김선동 후보의 일부 지지자들 간에 벌어지는 다툼과 갈등은 지켜보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민주당과도 구분되는 진보의 목소리를 알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의미에서 진보 후보는 나와야 한다. 심상정 후보도, 김선동 후보도 선전하길 기대한다.

 

촛불혁명의 열기는 민주당에 다 담기 어렵다. 이미 심상정 후보는 신자유주의, 비정규직 문제에서 민주당 왼쪽 목소리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심상정 후보에게서 찜찜한 부분이 있다. 원외 진보정당들을 외면하며 진보의 단결에 별 관심이 없고 안보쟁점에서 종북몰이에 타협하는 부분만이 아니다. 지지와 투표를 호소하는 핵심 논리가 걸린다.

 

나에게 투표해도 민주당의 집권엔 차질이 없다. 내가 더 많이 득표할수록 새정권은 친노동 개혁정권이 될 것이다. 득표를 기반으로 연립정부가 가능하다.’ 이것은 97년과 2002년에 권영길 후보 때와 좀 다르다.

 

97년엔 최초의 정권교체가 무산될 수 있는, 2002년엔 우파가 권력을 재탈환할 수 있는 실질적 위험과 박빙 구도 속에서 그럼에도 왜 진보정당과 후보인가가 강조됐다. 민주당이 친노동, 개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지는 않았다.

 

이회창당이 재벌1중대, 부패원조당이라면, 민주당은 재벌2중대, 부패 신장개업당이라고 공격했다.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라고 직격했다. ‘어대문이라는 상황에서 이런 좌파적 선긋기가 더 강화돼야지 않을까? 우파도 민주당도 아닌 3지대를 또다시 안철수에게 빼앗기는 것은 너무 열받는 일 아닌가.

 

심상정 후보가 원내 진보정당의 후보로서 유일하게 TV토론에 나가기에 더 그렇다. 물론 문재인은 박근혜가 아니고, 심상정은 이정희가 아니니 2012년같은 사이다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다가올 민주당 정권에 발목 잡히기보단, 독립적 대안의 씨앗을 뿌려두는 게 낫다고 본다.

 

(기사 등록 2017.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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