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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사드 배치 강행 - 대재앙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7. 9. 11.

전지윤

 



박근혜의 알박기에서 문재인의 못박기가 돼버린 사드 배치 강행은 한반도 전쟁 위기로 가는 길을 넓힌 중요한 역사적 분기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은 1994년에 북폭을 준비했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은 재앙의 규모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3년이 넘게 지난 지금 그 부담은 더욱 커졌고, 따라서 군사적 옵션은 설마라는 게 상식적 짐작이다. 하지만 23년 동안 미국이 무엇을 준비했는지 봐야 한다. 날아오는 미사일들을 막아낸다는 MD를 준비해 왔고, 사드는 그 꼭지점이었다. 또 실전 배치와 사용이 가능한 스마트 핵폭탄을 개발해 왔다.

 

다시 묻게 된다. 1994년에 미국은 아직 준비가 충분치 못하다고 본 것이 아닐까? 이제는 북한중국을 손바닥처럼 들여다 볼 레이더를 설치했고, 미사일을 막아줄 사드도, 지하벙커를 파괴할 핵무기도 준비됐다. 트럼프는 생각할 것이다.

 

미국의 군사력은 세계 최강이다. 북한의 핵시설들을 외과수술적으로 도려내는 예방전쟁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 사드와 MD는 혹시 모를 북한의 보복도 막아줄 것이다. 부수적 피해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미래의 더 큰 피해를 막아내는 게 합리적이다.’

 

비슷한 논리가 2003년에 부시와 네오콘에게 이라크 침공을 선택하게 했다. 그들은 첨단전투기와 소규모 지상군만으로 전쟁을 속전속결할 것이고, 피해는 최소화될 것이라고 했다. 그들도 수백만 명의 사상자를 미리 알았던 게 아니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와 대안우파는 그들보다 더 무모하다. 세계패권을 놓고 중국과 한판 대결은 피하기 어렵고, 그것이 인류문명을 위한 미국과 백인의 사명이라는 게 스티브 배넌이 노골적으로 펼쳐놓던 이들의 묵시록적 세계관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덫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 이래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의 패권교체가 전쟁없이 이뤄진 적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 500년간 16번의 패권교체 중에 12번이 전쟁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항상 북미 갈등의 가장 중요한 관객은 북경에 있다는 것, 북핵 문제는 미중 갈등이라는 큰 그림 속에 일부라는 점을 잊을 수 없다. 물론 중국은 단지 관객이 아니다. 야심찬 일대일로사업을 추진중이며, 이런 경제정책은 군사굴기와도 연결돼 왔다.

 

그래서 미국은 지난 몇 년간 북한의 화해 제안을 줄곧 거부해 왔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에 한반도 비핵화회담을 제안했고, 올해 6월과 7월 거듭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을 위한 타협을 제안했다. 미국은 이걸 판판이 거부했다. , 미사일을 쏘라고 등을 떠민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혼수상태)는 트럼프의 전략적 난동(좌충우돌)으로 이어졌고 결국 북한의 6차 핵시험은 현실이 됐다. 북한이 ICBM을 날리자 슈퍼301조로 중국을 때리고, 핵을 터트리자 사드 배치를 완성한 트럼프를 보면서 사실 속으로 웃고 있다고 보는 게 이상할까


미국에게 진정한 위협은 완성도가 부족한 북한의 핵무기 몇 개가 아니라, 미국 본토를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수천 개이다. 그래서 북한핵을 핑계로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사드 배치와 MD, 국제적 군사동맹 구축에 열심이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도 용인할 수 있다는 놀라운 말까지 흘러나온다.

 

결국, 진짜 레드라인은 북한 앞에 그어져 있지 않다. ‘여기서 더 놔두면 중국이 우릴 추월할지 모른다고 미국이 판단할 때가 진짜 레드라인일 것이다. 손 놓고 그걸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제국주의가 아닐 것이다. 그 상황이 무르익으면 작은 우발적 충돌이나 어리석은 오판이 거대한 재앙으로 나간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이것은 한미일 동맹의 관점에서 보면 결코 보이지 않는다. 가해자의 관점에서는 피해자의 공포와 고통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6차까지 오면서 갈수록 그 간격과 시간이 단축돼 온 북한 핵시험의 뒤편에는 그보다 더 빨리 강화돼 온 한미일 동맹의 대북 압박이 있었다.

 

왜 우리는 자국 상공을 통과한 미사일에 분노한 일본에는 감정이입을 하면서, ‘죽음의 백조’(B-1B 핵폭격기)가 머리 위에 뜰때마다 북한이 느낄 공포에는 공감하지 못하게 길들여졌을까? 북한의 요구는 전쟁연습 중단이었는데, 훈련 참가 미군 규모가 약간 줄어든 것만으로 북한이 만족해야 했다고 생각하게 됐을까?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524조치 무엇하나 풀리지 않았는데 북한이 남북대화에 당연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북한 핵시험에 엄청난 공포를 느끼면서, 7000개의 핵탄두를 가진 미국이 앞으로 30년간 1천조 원을 투자한다는 핵무기 현대화 계획에는 별 관심과 걱정이 없는 것인가? ‘스마트 핵폭탄을 개발해 중국 등을 겨냥해 실전 배치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전쟁위험의 가장 큰 당면하고 실질적 위협인데 말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이런 가해자 관점과 동일시의 덫에 빠져 갈수록 마치 트럼프나 아베처럼 말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허락하는 햇볕의 한계이자, 수단(강풍보다 햇볕)은 달랐지만 결국 목적은 같았던 전략의 한계이기도 하다. 북한을 굴복시켜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편입시킨다는 목적 말이다.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처음부터 햇볕정책의 제1원칙이었고, 지난 10년간 악화된 객관적 조건과 상황에서 이 한계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햇볕을 내세운 정권에서 한반도 전쟁 위기를 앞당기는 두가지 이정표(평택미군기지, 사드 배치)가 세워진 비극은 여기서 비롯했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의 강경한 대북정책과 발언들이 우파가 정부를 비난하며 재결집할 기회를 차단했다고 자족하고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북핵 위기는 전통적으로 우파 결집과 득세의 기회였지만 아직 자유한국당은 지리멸렬하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장기적으로 우파 재기의 토대를 닦아준 게 될 것이다. 왜냐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자논리의 원작자는 바로 냉전우파이기 때문이다.

 

이 논리의 또다른 강력한 신봉자는 역설적으로 바로 북한 정권이다. 북한 정권은 독재 권력을 강화하고 군비와 무기를 증강하는 것으로 외부 압박에 대응해 왔다. 북한은 미국의 진정한 타겟이 자신들이 아니란 것도 잘 안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가 보는데서 괌의 사드로 우리 미사일을 막아보라며 트럼프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런 북한의 반작용은 명백히 반전, 반핵, 평화의 가치와 어긋난 것이고 사드 반대 운동과 아래로부터 국제연대 모두에 해를 끼친다. 따라서 이것을 비판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원하는 사람들의 당연한 자세다. 하지만 우리의 비판은 벼랑 끝에서 악을 쓰는 사람보다, 그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몬 자들을 우선적으로 향해야 한다


북한 정권교체까지 들먹이며 대북 압박과 전쟁연습을 해온 나라들(, , )에서 우리가 발 딛고 살고 있다면 더욱 이런 균형과 강조점을 주의해야 한다. 같은 이야기도, 말하는 사람이 서있는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효과와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아무리 공을 똑바로 던졌다고 생각해도 엉뚱한 곳으로 날아갈 수 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의 사드 대못박기에 커다란 충격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역시 촛불은 별로 바꾼 것이 없고, 반 년 만에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촛불의 뿌리와 힘은 결코 몇몇 정치인과 권력자로부터 나온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억해야 한다. 지난 겨울에도 기성 정치인과 정당들을 움직이고 우파의 손발을 묶었던 것은 촛불이 거대한 들불이 되면서 박근혜없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이 전국을 뒤덮을 때였다. 우리가 더 높은 가치를 위해서 손을 잡고 힘을 모을 때였다.

 

우리는 분노만큼이나 성찰하고 고민해야 한다. 왜 지금 우리는 사드 문제로 거대한 들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가. 성주 주민들의 외로운 목소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주지 못하고 있는가. 사드가고 평화오는 세상에 대한 꿈으로 군비경쟁의 악몽들을 물리치고 있지 못한가.

 

어떤 벽들이 우리가 손을 잡고 힘을 모으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가. 우리의 고민과 노력이 이 벽들을 넘어설 수 있다면, 대재앙의 치킨게임 속으로 달려가는 권력자들을 막아설 수 있을 것이다. 평화를 위한 시간이 줄어들고 있으므로 서둘러야 한다.     


(기사 등록 2017.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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