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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과 보고

“황유미 님이 원했던 봄을 우리가 찾아올 것이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8. 3. 7.

36, 고 황유미 11주기 기자회견과 행진과 문화제까지 하루종일 의미있는 행사들이 이어졌다. 정말 많은 분들이 여기에 참가해서 황상기 아버님, 한혜경님, 김시녀 어머님, 반올림(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과 함께 연대했다. 아무리 삼성의 눈으로 세상을 봐왔고 저희는 혈맹이라는 언론사와 관료들이 많다고 해도, 이런 연대는 그동안 계속 커져 왔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와 그 가족들, 연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용기가 결국 이재용과 삼성을 이길 것이다. 아래는 36일 리움미술관 앞에서 있었던 기자회견문으로 반올림 카페(http://cafe.daum.net/samsunglabor/MHzN/446)에서 퍼온 것이다.  





황유미와 함께 걷는 봄, 희망을 피우다

 

11년 전 오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황유미 님은 봄을 부르며 세상을 떠났다. 또 다른 수많은 유미에게 용기를 주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 자신의 질병이 개인 질병이라고만 여기며, 침묵했던 수많은 노동자들과 가족들을 깨웠다.

 

딸과 아들,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품었지만 밝힐 힘이 없었던 수많은 직업병 피해 가족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삼성에서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던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를 모았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유미씨가 원했던 봄을 찾지 못했다. 삼성에서만 320명의 직업병 피해제보가 있었고 118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황유미 님이 원했던 봄을 찾아오고자 이 자리에 섰다. 벌써 11년째다.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과 그리고 연대하는 우리들은 882일째 삼성본관 앞에서 농성 중이다.

 

삼성이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보상을 했다는 거짓말을 하는 동안 3번째 겨울을 거리에서 보냈다. 그러나 삼성의 사과는 책임을 인정하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었고, 삼성이 실시한 보상은 가해자인 삼성 마음대로 피해자를 나누고 배제한 기만적인 보상이었다.

 

11년 째 봄을 기다리며, 3번의 겨울을 삼성본관 앞에서 노숙농성 하는 동안 이건희 회장의 숨겨진 차명계좌가 추가로 밝혀지기도 했고,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되기도 했다. 이재용의 구속과 함께, 삼성 적폐 청산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은 이번에야 말로 삼성 적폐를 청산하고, 삼성 직업병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재용은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며, 삼성 적폐 청산은 아직 제 자리 걸음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다시 한 번 길을 걷고자 한다.

 

유미씨와 함께,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11년을 한 결 같이 이어온 마음으로! 변한 것이 없다 하여 좌절하지 않겠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변하겠는가! 봄을 기다리는 소박한 마음처럼 딸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사과 받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 변하겠는가!

 

물론 변한 것도 많다. 2017년 법원에서는 삼성 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했던 고 이윤정, 고 이은주, 이희진, 김미선, 이소정 님의 희귀난치성 질환을 직업병으로 인정했다. 협력업체 소장으로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손경주 님에 대해서도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더디지만 근로복지공단에서도 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림프종, 뇌종양을 산재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최근 고등법원의 판결을 수용하여 삼성전자의 유해화학물질 정보가 담긴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

 

삼성이 직업병을 은폐하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삼성에서 청춘을 바친 노동자들의 삶을 지우는 파렴치한 짓이다. 반성하지 않는 삼성, 여전히 직업병 문제 해결을 외면하는 삼성, 320명의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부정하려는 삼성! 3대 세습에 골몰하며 온갖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삼성!

 

오늘 우리가 황유미와 함께 봄 길을 걷는 이유는 분명하다. 삼성이 부정한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삶과 그들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병들고 죽어간 118명의 삼성 직업병 사망노동자의 죽음을 기억하고 다시는 아픔이 재발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걷는다.

 

오늘 우리는 황유미 님의 목소리를 대신하며, 처음 같은 11번째 봄을 부를 것이다. 우리는 삼성 직업병 사망노동자를 추모하는 행진을 시작하며 다음과 같이 삼성에 요구한다.

 

삼성은 반도체, LCD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

 

삼성은 반올림과 대화하고 직업병 문제 해결하라!

 

삼성은 합의한 재발방지대책 성실하게 이행하라!

 

삼성은 총수전횡과 비리 경영 중단하고 노동인권 보장하라!

 

삼성은 더 이상 죽이지 마라!

 

201836

 

황유미 추모 11주기 및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기사 등록 20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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