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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미국 중간선거/ 브라질 대선/ 카라반/ 플랫폼노동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8. 11. 8.

전지윤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보여 준 것

 

미국 중간선거에서 오카시오 코르테스를 비롯한 노동계급 출신의 소수인종 여성후보들이 크게 승리한 소식은 물론 고무적이다. 이민자 출신이거나 무슬림도 있다니, 더 그렇다. 이들은 무상의료, 등록금 폐지, 이민자 환영, 총기규제 등의 급진적 공약도 내걸었다. 함께 실시된 몇몇 주민투표들에서 트랜스젠더 권리 보호, 메디케이드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이 통과됐다는 소식도 반갑다.

 

하지만 이런 것들과 하원 결과만 갖고 이번에 트럼프가 패배하고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보긴 어렵다. 전통적으로 집권여당이 상하원 모두를 내주던 중간선거에서 트럼프는 상원과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 선방했고 하원에서도 예상되던 대패를 막았다.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는 이제 공화당을 완전 장악했고, 지난 대선처럼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은 블루웨이브를 예측하며 밑바닥 민심 읽기에 실패했다.

 

러스트벨트와 남부의 가난한 변두리에서 백인(남성)들을 결집시켜 얻어낸 결과일 것이다. 쇠락하고 황량한 그런 지역에서 가난과 소외에 찌든 사람들을 파고들고있는 게 복음주의교회들이고, 트럼프식 혐오선동이다. 똑똑하고 재수없는 민주당 엘리트들의 자유주의와 자유무역은 증오의 대상이 됐다. 트럼프에 반대한다면서 카라반을 환영하는 것도 아닌 민주당 주류의 물탄 죽같은 중도주의는 의제 설정과 투표 결과 모두에서 패배했다.

 

그렇다고 트럼프나 민주당이나 다를게 없다고 싸잡으며 그것봐 내가 뭐랬냐고 하는 게 좌파가 할 일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인종주의와 혐오정치가 파고드는 미국의 변두리에서 그런 좌파들은 민주당보다 더 존재감이 없고 취약한 게 사실이다. 트럼프는 소수인종들의 투표권을 차단하는 조치들을 취하며 재선 준비를 하고 있고, 트럼프 골수지지자들은 갈수록 폭력적 직접 행동으로 나가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는 건 언제나 좌파의 핵심 덕목이다. 이번에 주목받은 코르테스를 비롯한 여성후보들은 대부분 민주사회주의자들(DSA) 소속이고, 민주당 후보로 나왔다. 이들의 사회주의는 뉴딜식 복지국가 수준이다. 따라서 사회주의가 당장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처럼 과장하지도, 이들도 민주당이니 결국 다를바 없다고 깎아내리지도 말자.

 

버니 샌더스 돌풍과 반트럼프 여성투쟁, 미투운동이 근래의 파업 물결과 중간선거에서 사상 최다의 여성 당선(핑크웨이브)로 나타났을 것이다. DSA가 민주당의 성격을 바꿀 것인지, 민주당에서 비껴나와 새로운 대안을 만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거기에 개입하며 배우고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다가오는 트럼프의 재선이라는 악몽 앞에 좌파의 할 일로 보인다.

  

 

브라질 대선과 극우익 정부의 등장

 

얼마전 브라질에서 극우익 파시스트라고 의심받는 보우소나르가 권력을 잡았다. 이로써 2016년에 호세프 탄핵부터 시작된 사법쿠데타가 룰라 구속을 거쳐, 이제 비극으로 막내리며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보우소나르는 트럼프의 남미판 하드코어 버전처럼 보인다. 여성, 인종, 성소수자, 좌파에 대한 그의 혐오와 살기 넘치는 발언들은 읽어만 봐도 소름끼친다. 극단적 신자유주의가 그가 향하는 방향으로 보인다. 라틴아메리카 붉은 물결의 중심지였던 브라질은 이제 갈색 물결의 중심지가 될지도 모른다.

 

사법쿠데타의 주역은 브라질의 대자본가와 초국적 금융자본, 족벌언론, 군부 등이었지만 룰라와 노동자당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말이 많다. 기득권층에 대한 타협, 양보가 개혁의 전진도 가로막고, 반격의 기회만 제공했단 것이다.

 

2013년에 상파울로에서 공공요금 인상에 맞선 거대한 청년시위와 강경진압 때부터 비극은 시작됐는지 모른다. 당시 상파울로 시장이 바로 이번에 노동자당의 대선 후보인 아다지였다. 물론, 2008년 세계경제위기와 2014년부터 본격화한 신흥국 경제위기가 여러 면에서 사태 발전 방향을 규정했을 것이다.

 

노동자당의 뒤통수를 치며 사법쿠테타를 주도해 온 중도우파들은 막상 이번 선거에서 대부분 몰락했다. 중도우파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불러낸 보우소나르에게 잡아먹혔다. 이런 양극화 속에 노동자당이 예전과 달리 중도우파가 아니라 공산당과 러닝메이트한 것은 타당해 보인다. 이것이 중도층의 지지를 잃게 만들었다는 비판은 설득력이 없다.

 

문제는 단지 선거에서 집토끼를 잡냐, 산토끼를 잡냐가 아니었던 것 같다.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미조직 청년층 속에서 투쟁과 기반을 만들며, 그것을 사법쿠데타에 맞선 투쟁과 연결시켜야 했다. 하지만 노동자당은 주로 룰라를 대선후보로 세우는데 집중하며 시간을 까먹어왔다.

 

올해 브라질에서 가장 거대한 투쟁이었던 100만 트럭 파업도 전통적 노동자당의 기반 밖에서 벌어졌다. 룰라 출마가 좌절된 다음엔 이미 시간이 없었다. 이것이, 주로 조직노조에 기반해 이미 타협과 양보로 길들어진 노동자당의 한계에서, 어느 정도나 비롯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반면 보우소나르는 노동자당이 특히 약점을 보인 부패와 범죄문제를 이용해 백인 중산층만이 아니라 미조직 청년층과 하위계층 속에서도 상당한 기반을 넓혔다고 한다. 물론 아직 저들이 성공한 것은 사법쿠데타이니 곧바로 80년대 독재시절로 갈 수는 없다.

 

하지만 보우소나르는 군부와 연결돼 있고 현역군인들로 이뤄진 극우 민병대와도 긴밀하다. 올초에 벌어진 사회주의해방당 시의원 암살 사건에도 연루됐다고 한다. 보우소나르가 선거 승리를 계급투쟁에서 결정적 승리로 연결시킨다면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수 있다.

 

반혁명적 절망이 더 커지기 전에 시급히 대안이 건설돼야 한다. 노동자당이 여전히 그 중심이 될지, 아니면 노동자당 안팎의 좌파가 미조직 대중과 소수자들의 요구를 급진적 의제로 종합하면서 새로운 좌파를 만들어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트럼프 등장 이후 여성들의 투쟁과 노동자 파업이 분출하지만, 그것을 포괄하기 어려운 민주당의 한계 속에 다시 트럼프의 중간선거 승리 가능성이 커지는 미국을 볼 때, 후자의 가능성에 더 마음이 기운다. 지금 절망감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고있을 브라질의 여성, 소수인종, 성소수자, 좌파 동지들에게 위로와 연대의 손을 내밀고 싶다.



 


트럼프는 카라반에게 국경을 열어라

 

중앙아메리카의 온두라스에서 시작해 과테말라와 멕시코를 거치면서 1만여명 정도로 불어난 난민들이 무려 3천여 킬로를 걸어서 미국 국경에 도달해 가고 있다고 한다. 언론은 범죄, 폭력 가난을 피해 고향을 떠난 이들을 카라반’, ‘엑소더스라고 부르고 있다.

 

고향과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더구나 그들이 트럼프의 미국을 향해 갈 정도면 얼마나 참을 수 없었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미국이 수출, 강요해 온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여기에 큰 책임이 있다는 건 명백하다. 아래 사진을 보면 19세기말부터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에 군사침공을 한 게 56번이다.

 

남녀노소가 손을 잡고 걷고 또 걸어 미국 국경을 향해 가는 모습, 그들에게 옷, 음식, 트럭 뒷자리를 내주는 주민들의 모습에는 고귀한 용기와 따뜻한 마음이 서려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들에게 절대 안받는다. 군대를 투입해 막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오바마, CNN, 드니로 등에게 폭탄 소포를 보낸 범인이 트럼프 열성 지지자, 백인 남성 공화당원으로 밝혀진 것은 그래서 놀랍지도 않다. 어제는 피츠버그에서 백인 남성이 유대인이 난민을 돕고있다며 총기난사로 11명을 죽이는 혐오범죄까지 벌어졌다

 

살던 곳을 지옥으로 만들어놓고, 그곳을 탈출한 사람들 앞에 철문을 닫아걸면서 혐오를 선동하는 것처럼 반인도적인 범죄도 없다. 트럼프는 국경을 열고 그들 모두를 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openborders #nohumanisillegal

 


디지털 자본주의와 플랫폼 노동자

 

카카오카풀 논란은 카카오뱅크 논란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둘다 실재하는 사람들의 불편과 불만을 파고들고, 실질적 개선을 느끼게 해 지지를 얻는다. 지각 출근, 급한 볼일이나 늦은 밤에 택시 못잡아 마음 졸이고 고생해본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에 편리한 카풀이라면 혹하기 쉽다.

 

은행도 마찬가지인데, 왜 내돈 내가 찾는데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하는지, 왜 예금이자는 낮은데 대출이자는 높은지, 공인인증서에 온갖 보안프로그램을 까는 불편함 등이 카카오뱅크를 찾게 만든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은 더 저렴하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준다며 다가오고 있다. 뭔가 공공성있고 공정하게 느껴지는 공유경제라고도 한다. 하지만 당장 택시노동자들이 강력 반발하듯 노동자들에겐 심각한 위협이다.

 

기존 노동자들의 밥그릇과 일자리만이 문제가 아니다. ‘공유경제의 일자리 자체가 건당 수수료를 받는 용역, 위탁으로 기본급, 상여금, 퇴직금, 사회보장도 없는 불안정한 것들이다. 자동화된 독일 전기차 공장에서는 수만명이 하던 일을 수십명이 한다니 자동화, 디지털화, 아웃소싱 속에서 자본주의의 모순은 더욱 심각해진다.

 

참세상과 장흥배 연구원 등의 선구적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 자본주의에서는 생산과 소비, 고용과 자영, 여가와 노동의 경계가 무너지고 우리의 모든 시간들이 착취, 강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강화되는 자기착취와 감정노동 속에 노동의 소외도 더 심각해질 것이다. 반면 플랫폼을 장악하고 독점한 자본은 수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빨아들이며 계속 거대해진다. 우리의 취향, 선호, 의식까지 전부 데이터화되고 있다.

 

그 데이터를 분류하고 종합하는 알고리즘에도 성과 인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스며들어 있다. 디지털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자본주의적 이용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적 수탈에서 디지털 강탈로 나가는 자본주의의 변화 속에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며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들은 페이스북, 애플, 구글 아마존같은 플랫폼 자본이다.

 

이런 변화는 당연히 계급 의식과 투쟁 모두에 영향을 줄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변해도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이고, 노동계급은 노동계급일뿐이라는 태도는 한계가 있다. 변화된 현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따라 정치적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지난 50년간 아이작도이처 상을 받은 여성은 왜 3명뿐이냐는 최근의 지적을 보며 역시 폐쇄성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에서 가사노동을 자연화시켜 무급으로 강탈하던 것과 오늘날 여가시간에 무급으로 이뤄지거나 특수고용, 자영업화하는 디지털 노동을 비교하는 분석은 흥미롭다. 이런 혁신은 계급이론과 변혁전략의 혁신으로 나가야 하고 구체적 요구, 전술과도 연결돼야 한다.

 

스페인에서 포데모스는 수년 전부터 이런 디지털 의제를 정책과 공약으로 발전시켜 왔다고 한다. 카카오뱅크나 카카오카풀을 저지하는 것만이 대안인지, 기존 택시와 은행에 대한 대중적 불만은 어떻게 풀 것인지, 공공플랫폼이나 플랫폼협동조합이 대안적 요구일 수 있을지, 디지털 자본주의와 강탈적 축적에 맞선 반자본 변혁전략은 무엇인지.. 고민과 응답이 필요한 것 같다.

 


사우디 빈 살만의 범죄와 트럼프 


얼마전 드러난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정이 저지른 카쇼기 암살 사건은 끔찍하기 짝이 없다. 빈 살만 왕정이 보낸 15명의 국가요원들은 터키의 자국 공관으로 카쇼기를 불러낸 다음, 먼저 손가락을 자르고, 이어서 목을 자르고, 음악을 틀어놓고 시신을 토막내 처리했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사람이 갑자기 저지른 범죄가 아니고, 정부 비판적 언론인을 상대로 국가기구가 계획적 조직적으로 벌인 범죄라는 것이다.

 

사우디 왕정이 중동에서 가장 무지막지한 깡패 집단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해에만 200명을 참수형으로 죽이는 나라가 사우디이고, 근래에도 페미니스트들을 구금하고 인권운동가에게 사형을 구형해 지탄을 받았다. ‘아랍의 봄을 목졸라 죽인 핵심세력도 사우디 왕정이다.

 

사우디 왕정이 최근 저지른 가장 용서못할 범죄는 바로 예멘 전쟁이다. 사우디 연합군의 폭격과 침공 속에서 예멘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죽음, 기아, 난민, 재앙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의 이런 범죄들은 거의 비판이나 제재를 받지 않아왔다.

 

왜냐면 사우디는 대표적인 친미국가이고 대부분의 만행을 미국의 협력과 묵인 속에 저질러 왔기 때문이다. 미국-사우디-이스라엘이 협력을 강화하면서 이란 전쟁을 준비중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번에도 터키와 사우디, 미국과 터키의 갈등 속에 의도치 않게 이런 사실이 밝혀지고 궁지에 몰리게 된 것 같다.

 

지금까지, 무엇 하나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천안함, 김정남 암살 등)로 북한을 비난하고 제재해 온 미국은 지금 여전히 사우디와 빈 살만을 감싸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는 남북 경협도 자신의 허락을 받으라고 했다.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하면서도 대북제재는 그대로고, 북한을 핑계로 성주에 들여온 사드의 레이더는 이제 해상 MD, 미국본토 MD와도 연결되고 있다. 한미군사훈련은 중단됐을지 몰라도, 남중국해에서 일본과 함께하는 군사훈련의 규모와 강도는 더 강화됐다.

 

이 모든 것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 추구와 동맹전략이 세계를 위험하고 불안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MD의 핵심 무기체계인 SM-3의 도입을 추진하고, 500여명의 예멘인들 중에서 단 1명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한국 문정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알 수가 없다.  



(기사 등록 2018.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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