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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BTS 티셔츠 논란 - 원폭은 광복이 아닌 야만의 상징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8. 11. 16.

박철균



1.

한동안 방탄소년단의 원폭 티셔츠와 나치 모자 때문에 시끄러웠다. 다행히도 방탄소년단 기획사 측에서 1114일 나치 모자와 더불어 원폭 티셔츠(혹자는 그 티셔츠에 광복 문양도 있는데, 왜 원폭 티셔츠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는 제목에서처럼 광복과 원폭은 전혀 상징적 연관성이 될 수 없고 되서도 안 된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한다.)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사과함(https://goo.gl/UuwPQ6)으로서 이 사건은 뭔가 결말을 향해 가는 듯 하지만, 찜찜함은 여전히 남는다. 이 사건에서도 민족주의를 가장한 비이성적인 쇼비니즘이 그대로 드러난 탓이다.

 

2.

혹자는 방탄소년단의 원폭 티셔츠 때문에 일본의 유명 음악방송인 '뮤직스테이션'에 출연 취소되고, 일본 극우들이 공격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원폭 티셔츠는 광복을 의미하는 건데, 그것을 부정하는 일본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일본을 마구 비난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한국 언론도 이에 부화뇌동했는데, TV데일리는 부당처사가 전세계에 알려졌다고 보도했고(https://goo.gl/i4F9S3), 한겨레조차 해외언론이 일본이 취한 행동으로 일본의 전범행위가 전세계에 알려졌다는 터무니없는 기사(https://goo.gl/TYGDcU)를 보도하기도 했다.

 

외신 기사에선 해당 사건과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보도되었을지언정, 일본 방송국의 처사는 반인권적이거나 부당하거나 일본이 개념없다거나 등등, 정작 쇼비니즘에 심취해 있거나 그 쇼비니즘의 소비에 맞춰 기사를 쏟아냈던 언론이 원하는 방향대로 보도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방탄소년단의 원폭 티셔츠는 방탄소년단을 애국소년단을 만들었고, 일제시대 수탈과 억압, 학살의 해방을 상징하는 존재처럼 떠받들어지며 일본을 증오하는 매개체로 이용됐다. 아예 가수 김정훈은 일본엔 비정상적인 일이 일어난다고 폄하했다.

 

3.

그러나, 원폭 티셔츠에 대해 비판하는 일본인을 다 비정상적이고, 극우라고 싸잡아 비난할 수 있을까? 그 티셔츠에 대해 비난했던 한 축에는 그 원폭 때문에 지금도 상흔을 가지고 있는 피해자나 유족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김장훈처럼 비정상적이라고 모욕하는 순간, 위안부나 징용에 대해 사과하라고 얘기하는 한국인들에게 돈 받을려고 수작 부린다고 모욕을 줬던 일본 극우들과 똑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상대방의 상처를 바라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깎아 내리면서 나만 맞다고 우겨대고 민족이라는 테두리 내에 뭐든지 동일시하는 것은 일본의 극우나 한국의 쇼비니즘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4.

한국의 쇼비니즘적 기준으로는 이 전쟁에서 일본 국민 전체가 전쟁 광기에 사로잡힌 좀비처럼 묘사하지만, 현실은 전쟁에 동원되는 대중들 역시 전쟁 속에 고통받았다. 전쟁을 일으켰던 높으신 분들과는 다르게 일본의 대중들은 전쟁에 온갖 물자를 징발하고, 강제 징용되고 징병되고 동원되면서 그 속에서 자신의 생명까지 잃게 되는 상황에서 이미 이용되고 이용되면서도 군국주의에 희생만을 강요당했다. 예외를 두는 사람이 있다면 비국민이라고 배척당하고 차별당했다. 굳이 많이 얘기되는 애니메이션 '반딧불의 묘'가 아니더라도, 만화 '맨발의 겐'이나 영화 '간장선생' 등에서 그 당시 살아가던 일본 대중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5.

이미 19458월은 일본에게 패색이 짙었던 때였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 근처에서 세력을 뻗으려고 언제든지 동아시아에 상륙하려 했던 소련보다 더 군사적인 우월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인류 최초로 그 당시 핵무기였던 '원자폭탄'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했다. 히로시마에서 14만명이, 나가사키에서 4~7만명이 그 원자폭탄으로 수천도가 넘는 원자폭탄 속에서 증발하거나 엄청난 화상 속에 고통받아 죽거나 혹은 그 이후 발생한 화재나 방사능 오염으로 죽었다. 그 속에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일본으로 징용 등으로 오게 된 한국인이나 중국인도 있었고, 심지어는 미군 포로도 있었다.

 

혹자는 일본이 먼저 시작한 야만의 전쟁이고, 이 야만의 전쟁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한국을 포함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학살을 당했기 때문에 자업자득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의 논리라면 수시로 일본 본토에 대공습으로 무고한 대중들을 죽였고, 거기에 아주 결정적으로 순식간에 무고한 수십만의 시민들을 재로 만들었던 미국 역시 일본과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논리로 귀결된다.

 

물론 현재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평화박물관은 일본만 피해자다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우려가 되는 점이긴 하다. 하지만, 그 우려점으로 싸잡아 이 원폭투하는 정당하고 정의롭다고 말할 수 없다. 이웃집에 망나니 같은 가장이 있다고 그 가장의 폭력 속에서 고통받는 가족들에게 너희도 똑같은 망나니라고 하는 것이 말도 안 되는 것처럼, 전쟁을 일으킨 지배자들과 그 속에서 참혹하게 이용되고 희생된 그 시대를 살던 대중들은 엄격하게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

 

6.

흔히 민족의 자긍심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광복은 일제감정기 36년 속에서 온갖 폭정에 맞서 끊임없이 여러 방법으로 독립운동을 해 왔던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광복이 마침내 이뤄진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그렇게 얘기한다면 이번 방탄소년단이 입은 티셔츠를 옹호 하는 것이 아니라 왜 광복티셔츠에 원폭이 새겨져 있냐고 오히려 비판해야 한다. 이 원폭투하는 국내외에서 고생했던 독립운동가들의 노력과 의지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오로지 미국의 끔찍한 의지만 들어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 티셔츠에서 원폭 사진을 인정하는 순간, 그렇게 주창하던 독립운동가들은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미국에 의해 광복이 된 걸로 귀결된 티셔츠로 결론지어질 뿐이다.

 

7.

따라서 방탄소년단이 입은 그 티셔츠는 광복을 상징할 수 없는 그저 온갖 무고한 사람들이 전쟁 속에서 계속 자신의 패권과 잇속을 계산질하던 각 나라 높으신 분들에 의해 희생된 야만의 상징일 뿐인 원폭 티셔츠에 불과하다. 이렇게 인권적인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반인권적인 티셔츠를, 이로 인해 민족주의라는 명목으로 일본이라면 모두 극우만 있는 것인양 싸잡아 비정상이라고 비난하고 욕을 퍼붓는 경향에 대해 함께 동조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직썰(http://www.ziksir.com/ziksir/view/7369)이나 한겨레 칼럼(http://www.hani.co.kr/a/society/society_general/869876.html) 등을 통해 온갖 한국 쇼비니즘의 비이성적 욕설을 감내하고 이 원폭티셔츠와 그에 대한 야만적인 흐름을 비판하는 이야기들이 실리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높으신 분들에 의해 함부로 전쟁에 동원되고 온갖 무기와 폭력에 우리 주변의 대중들이 희생되지 않는 세상을 원한다면, 이런 핵무기 등의 전쟁무기의 끔찍한 참상에 무감각해지고 오히려 반인권적으로 돌변하지 않기 위해, 야만이 싫다고 똑같이 야만이 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계속해서 인권과 평화의 이야기를 꺼내고 토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8.

다시, 얼마전 한 달의 안식월 속에서 나가사키 원폭 기념박물관, 원폭공원에 갔던 사진들을 꺼낸다. 일본도 심지어는 원폭을 옹호하는 한국의 쇼비니즘도 외면한 조그마한 조선인 희생자 위령비도 볼 수 있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았을 뿐이고 높은 권력과 지위를 가지지 못했다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이렇게 엄청난 폭력 속에서 희생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리고 이런 야만이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희석되고 마치 정당화되고 자신 역시 야만을 혐오한다면서 똑같이 야만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더 인권을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의 평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했다. 다시 돌아 온 한국에서 그 고민들을 끄집어낸다


1945년 미국의 원폭 투하는 용납할 수 없는 야만이었다 

 

나가사키 원폭 기념공원의 조선인 희생자 위령비

 


(기사 등록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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