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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260

[박노자] 국적 차이와 계급 차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제가 1995년에 국제결혼을 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러시아 국적이었고 결혼 상대자는 한국 국적이었습니다. 그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일이긴 했습니다. 1995년 한국 국내에서는 국제결혼의 건수는 약 6천 건, 그러니까 전체 결혼들의 3% 안팎이었습니다. 주변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격려도 많았지만, "양놈이 우리 나라 계집을 이렇게 훔쳐가면 되겠느냐"는 말도 종종 듣곤 했지요. 그러나 격려든 농.. 2020. 7. 24.
[박노자] 직장 성추행이 없는 사회/ 욕망, 초아, 죽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박노자는 이번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과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총 4편의 글을 연달아 발표했는데, 지면 관계상 그 중에서 두 편을 골라서 올린다. 나머지 두 편의 글은 맨 아래의 링크들을 따라가 블로그에서 직접 찾아 볼 수 있다.] ● 직장 성추행이 없는 사회를 위하여! 이 세상에서는 아직도 '직장 성희롱', '직장 성추행'이 없는 사회는 없었습니다. 자유주의자들이나 사회주의자들이 정치, 사회적 .. 2020. 7. 17.
활어를 좋아하는 나라의 물고기 복지 최태규 [네이버 포스트 ‘최태규의 동심보감’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어린 ‘활’꽃게. 살아있는 먹거리에 집착하는 나라 활어(活魚)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말한다. 그럼 활어회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죽이자마자 날로 먹는 것을 뜻한다. 살아있는 물고기를 채 죽이지도 않고 입이 뻐끔뻐끔하는 것을 보면서 발라놓은 물고기의 살을 집어먹기도 한다. 더할 나위 없이 신선하다는 징표다. 물 속에서만 살 수 있는 동물을 뭍으로 꺼내어 도심으로 수백킬로미터 옮겨와 살려둘 수 있다는 과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먹는 회는 살만 발라 접시에 올리지만, 입이 뻐끔거리는 장면을 연출하는 곳에는 으스댈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 같다. 한국만큼 활어를 선호하는 .. 2020. 7. 15.
[박노자] "미국 다음의 세계"를 상상해본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1970~80년대 같으면 '미국 패권의 종말'의 가능성은 주로 지식인들의 '이론적인' 논쟁거리에 불과했습니다. 폴 케네디의 1987년 명작 에서는 미국이 쇠약해지면 다음의 세계적 패권국 후보로 다름이 아닌 일본을 상상해보기도 했는데, 일본이 세계에서는 물론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중국에 밀려 '열강'이 아닌 '중견국'이 된 금일에 와서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예측'의 내재적 한계를 다시 실감해봅니.. 2020. 7. 8.
[박노자] '질시'의 사회, 신자유주의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나는 인간입니다. 고로 나는 질투합니다. 질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인간은 아마도 성인군자 급이 될 것인데, 참,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입니다. 왜냐하면, 질투란 인간의 가장 강력한 본능인 생존본능에 직결돼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죠. 누군가가 나보다 '잘난' 꼴을 보는 순간 "그가 생존에 성공하면 내가 실패하게 되는게 아닌가?"라는 무의식적인 공포감이 생깁니다. 그가 생존과 번식에 성공하고 내가 생.. 2020. 6. 30.
[박노자] 반일 감정이 유지되는 이유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저는 이런 질문을, 제 학생들에게 비교적 자주 받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일제의 식민지배 기간도 예컨대 영국의 인도 지배보다 약 7배나 짧고, 해방 시기도 세계사적으로 보면 비교적 이르고 (아프리카의 많은 식민지들은 1960년대에 접어들어 해방됐습니다), 해방의 방식도 원한을 크게 남기는 독립전쟁이 아닌 제3자들의 '개입'이었는데, 한국의 반일 감정들이 왜 인도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그 어느.. 2020. 6. 22.
제4의 권력 윤미래 정의연 관련기사의 끝없는 리스트. 조중동은 지난 10년간 정의연 관련기사의 거의 절반을 지난 3달간 만들어냈다. '제4의 권력(Die Vierte Gewalt)'라는 독일 스릴러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정치부 기자가 현직 장관의 비리를 입증할 문서를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전달받는 장면으로 시작하지요. 문서의 진위가 확실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자, 주인공은 신문사에 침입해 문건을 훔쳐내 자작극을 일으킴으로써 대형 스캔들을 만들어내고 결국 의혹의 주인공인 장관은 억울한 자살에 이르게 됩니다. 한 명의 기자가 행정부 각료의 명운을 들었다놓았다 농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이야기는, 국가를 구성하는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 옆에 나란히 놓을 만한 '제 사권(四權)'으로서 언론의 힘을 서늘하.. 2020. 6. 18.
동물원에서 경사가 났다고요? 최태규 네이버 포스트 ‘최태규의 동심보감’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미어캣과 그 새끼. 어린 새끼가 관람객에게 그대로 노출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어미가 새끼 네 마리중 세 마리를 잡아먹었다. 봄이다. 혹독했던 겨울이 지나고 땅속에 얼어 있던 에너지가 지상으로 뿜어져 나오는 계절이다. 추운 나날을 견딘 야생동물들은 새싹이 나기를 기다렸다가 계절번식을 시작한다. 사람 손에서 길러지지만 미처 야생에서의 생활사를 다 버리지 못한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동물원에서 꽃 피는 봄이 오면 보도자료를 내기 바쁘다. “ㅇㅇ동물원 경사 났네”,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태어나” 이왕 태어났으니 경사라고 치자. 그다음은 뭘까. 동물원의 역할과 의미가 매우 중층적이기.. 2020. 6. 12.
[박노자] 미국: 사회적 낙후성과 신자유주의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우리가 늘상 '구미권' 같은 용어를 쓰곤 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 용어는 다소 기만적입니다. 수정 자본주의의 경험을 풍부하게 가진 서구와 미국은 많은 의미에서 각각 서로 '별천지', 달라도 아주 다른 세상들입니다. 금번 사태에서 노출된 미국의 근본적 문제들은 - 구조화된 인종주의부터 살인적인 경찰 폭력까지 - 사실 어제 오늘부터 시작된 것도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 문제들을 비롯하여 이 번 사태가.. 2020. 6. 9.
[박노자] 정의연 마녀사냥의 함의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현금 '정의연 사태'의 본질적 함의를 보자면 '피해자'와 '지원자' 사이의 갈등 그 자체보다는 보수언론들이 정의연을 겨냥한 '집중 포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더 일차적일 듯합니다. '피해자'와 '지원자' 사이의 갈등 그 자체는 사실 생각보다 아주 흔한 일입니다. 굳이 역사적 '기원'을 따지자면, 19세기 초반 미국에서의 (백인 중산층 이상에 속하는) 흑인 해방론자 (abolitionists)와.. 2020. 6. 3.
작은 존재들에 대한 예의와 규칙 최태규 네이버 포스트 ‘최태규의 동심보감’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이미지 출처 - 곰 보금자리 : Project Moon Bear 유교에 대한 오해와 개발독재 시대의 권위주의를 경험한 탓에 한국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지켜야할 예의만 강조해왔다. 21세기가 된지 20년이 지났지만 높임말을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만 쓰고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는 초면에 반말을 던지는 사람이 많다. 특히 자신보다 늙은 인구보다 자신보다 어린 인구가 많아진 세대에 들어선 노인들은 심하다. 나는 이삼십대를 시골에서 보냈고 대뜸 반말을 하는 예의없는 자들이 지긋지긋하다. 여전히 나이는 지혜의 상징이기보다 권력의 징표에 가까운 사회다. 초면에 반말을 듣기.. 2020. 5. 28.
[박노자] 제3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보통 사학에서 1920년대말부터 1945년까지의 시기를 같이 묶어서 연구하는 것입니다. 1929년 대공황, 그리고 대공황에 따른 세계무역 파탄, '국가 경제'와 '블럭 경제'로의 전환, 초강경 권위주의 정권 출현 등 없이는 세계대전도 없었을 것이라고 대개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대공황이 본격화되는 대로 나에게 생긴 아주 큰 걱정 중의 하나는 바로 이 부분이죠. 이 번 대공황도 .. 2020.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