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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번의 기회들을 무시하면, 결국 죽음을 막을 수 없다” [아래는 지난 10월 26일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열린 '신당역 스토킹 살해 피해 노동자 마지막 추모 문화제'에서 반올림 이상수 활동가가 한 발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반올림 카페와 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감사드린다.]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참 많이 죽습니다. 매년 2000명이 넘습니다. 병들고, 다치는 사람들은 더욱 많습니다. 매년 12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산재를 당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병들고 다친 사람 중에 산재를 신청하거나 인정받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마저도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곳 신당역에서 살해된 노동자는 젠더폭력으로 일터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젠더폭력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은 더욱 많습니다. 그리고 젠더불평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노.. 2022. 10. 31.
노동자를 죽이는 위험 앞에 침묵하라는 산업기술보호법 이상수(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 [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감사드린다.(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580)] 오랜 세월 반올림 투쟁은 반도체 직업병 인정 투쟁이라고 불렸습니다. 자신의 병이 직업병임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이 나라에서, 피해자들은 직업병임을 입증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모든 증거는 회사가 가지고 있었고, 피해자들은 자신이 일했던 일터의 위험에 대해 배운 적이 없습니다. 생산성과 품질에 대해서는 귀가 따갑게 듣고 매일같이 실적을 추궁당했지만, 무엇이 위험한지 알려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반도체 회로를 찍고 녹여내는 포토공정에서 자신을.. 2020. 1. 10.
독성 물질 마시고 죽도록 일해서 일본을 이기자고? 이상수(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 [에 실렸던 글(http://rp.jinbo.net/change/61643)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감사드린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생소한 반도체 소재 이름이 연일 언론에 거론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리는 게 ‘불화수소’다. 좀 더 익숙한 말로는 ‘불산’이라고 부른다. 여러 번의 누출사고로 노동자들을 죽게 했던 바로 그 화학물질이다. 2012년 구미에서 불산 누출로 노동자 5명이 죽었고, 18명이 부상당했다. 지역 환경까지 훼손해서, 농작물과 가축 피해는 물론이고 수백 명의 지역주민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도 2013년 1월 불산 누출사고로 4명이 다치고, 한.. 2019. 8. 2.
이재용 단죄의 중요성 - 죽어간 노동자들이 지켜본다 이상수(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의 변론 종결(결심)이 8월 7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재용을 처벌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밝히는 이 글은 , , , 에 공동 게재됐고, 필자의 허락을 받아 여기에도 싣는다.] “처음에 삼성은 아예 화학약품을 안 쓴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화학약품이 발견되니 해로운 화학물질은 안 쓴다고 했어요. 지금은 영업비밀이라서 화학물질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합니다. 삼성은 계속해서 거짓말만 해왔습니다.” 10년을 삼성과 싸워 온 황상기 아버님의 말씀이다. “미국 반도체칩 제조업체들에 독성 문제가 있었고, 이들은 이 문제를 외주화했다.” 한 달 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보도한 탐사 기획 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사는 삼성의 거짓말을 지적한 황상기 아버님의 말씀이 생각보다 더.. 2017. 8. 2.
고 황유미 10주기 - 10년의 외침, 500일의 기다림! [다가오는 3월 6일은 삼성 직업병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투쟁을 촉발한 故 황유미 씨의 10주기이다. 그 죽음을 기리고 의미를 되새기 위해서 10년 넘게 이 투쟁에 앞장서 온 이종란 노무사의 글을 싣는다. 앞서 에 기고한 글(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5333)을 다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이종란 노무사님께 감사드린다.] 올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만 24조를 전망한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수익이다. 그런데 정작 반도체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수익을 누리기는커녕 직업병으로 쓰러지고 있다. 지난 1월14일에는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의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김기철님(32)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79번째 죽음이다. 삼.. 2017. 3. 4.
화장실도 못 가게, 쇼핑도 못 하게 막는 삼성 미영 나는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반올림의 농성 투쟁을 지지하며, 간혹 농성에 동참해 왔다. 그때마다 농성 참가자는 삼성 본관 건물의 화장실도 이용할 수 없게 막는다는 말을 듣고 참 어이가 없었는데 최근에 직접 그것을 몸으로 겪게 됐다. 9월 18일에 나는 다른 2명의 동지들과 함께 강남역 반올림 농성장을 지키다가, 오후에 구입할 것들이 있어 지하 삼성쇼핑몰에 내려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쇼핑몰 방향 계단으로 한층 더 내려가려고 하자, 쇼핑몰 입구에 서 있던 경비원이 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바로 나를 가로막았다. 경비원1남성 : 저기 시위하러 오신 분이죠? 여기 올라가시면 안 되는데요.나 : 저는 저기 바로 위에 옷 매장을 구경하려고 왔고, 쇼핑 후엔 조용히 돌아갈 생각이니 올라.. 2016. 10. 14.
"반올림의 '지는 싸움'이 삼성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상수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삼성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며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한 지 200일을 넘어섰다. 반올림은 4월 22일 저녁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우리의 장기는 장기전, 삼성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9년, 노숙농성 200일' 문화제를 열었다. 삼성전기에서 엔지니어로 일했었던 ‘다른세상을향한연대’의 이상수 동지가 이 문화제에서 한 발언의 전문을 싣는다.] 안녕하세요. 저는 삼성전기에서 10년 조금 넘게 엔지니어로 일했던 이상수라고 합니다. 저는 삼성에서 PCB라는 전자부품을 개발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삼성 반도체에서의 산업재해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LCD나 PCB 같은 전자 제품을 만드는 공정은 반도체 산업과 매우 유사하.. 2016. 4. 24.
반올림 농성 참가기 - 그 많던 절망은 누가 다 먹었을까 허승영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삼성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며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한 지 200일을 넘어섰다. 농성에 참가한 허승영 동지가 보내 온 참가기이다.] 미세먼지가 심했던 봄의 어느 날 강남역에 있는 반올림 농성장을 지키고 왔다. 까마득히 솟은 삼성 사옥 앞에 나지막하게 자리한 농성장 앞에는 소원을 담은 나무 인형이 늘어선 사이로 화분에 담긴 꽃들이 작은 밭을 이루고 있었다. 천막 벽에는 목소리를 담은 각종 대자보들이 붙어 있었다. 농성장 안으로 들어가니 전 시간에 지키는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처음 만난 분들이었지만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를 묶어주는 어떤 끈을 함께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한 분이 .. 2016. 4. 24.
"돈 몇 푼으로 입막음하려는 삼성은 아베와 비슷하다" 삼성반도체에서 이어진 수많은 죽음과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반올림의 삼성 본관 앞 노숙 농성이 해를 넘겨서 세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11일에 변혁재장전 이상수 동지가 농성장에서 진행된 ‘이어말하기’에 참가해서 삼성을 폭로하고 비판했다. 그 발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사회자 : 오늘은 연합뉴스 오보 특집 이어말하기이다. 삼성전기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셨던 이상수님과 함께 여러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하겠다. 이상수 : 오늘 무슨 말을 할까 고민을 하면서 오는 중에 반올림과 삼성의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언론보도를 보게 되었다. 오보인 것은 알겠는데 다들 언론 대응하시느라 정신이 없으시길래 자세한 내용을 묻지 못했다. 이야기 시작 전에, 어떤 상황인지 질문을 먼저 드려야 할 것 같다. 사회자 : 1.. 2016.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