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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16

동물원에서의 죽음 최태규 [민음사에서 연간 3회 발간하는 인문잡지 4호 ‘동물’책에 한 꼭지로 실린 글을 옮겨 싣는다.(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0585647) 동물의 삶과 죽음, 동물의 죽음 앞에서 인간의 책임 문제를 사려깊고 먹먹하게 살펴보는 이 글을 옮겨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민음사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2018년 초가을 ‘동물원’이라는 낱말을 언론에 오르내리게 한 퓨마가 있었다. 대전오월드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당한 뽀롱이였다. 뽀롱이는 열려 있는 문으로 걸어 나왔다. 아메리카대륙에 조상을 둔 퓨마 뽀롱이는 사육사가 깜빡 잠그지 않은 문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가 총을 맞고 죽었다. 현생 인류가 동물과 맺은 관계는 대부분의 기간 동안 먹고.. 2021. 6. 3.
사육곰들에게 죽음이 낫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 최태규 [네이버 포스트 ‘최태규의 동심보감’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출처: 곰보금자리 프로젝트https://www.facebook.com/projectmoonbear 한국 정부는 1982년, 반달가슴곰을 천연기념물 제329호로 지정했다. 직전인 1981년에는 곰을 수입해서 기르고 재수출하자는 장려 정책을 시작했다. 왜 80년대 초에 갑자기 곰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보호하자는 정책도 함께 나왔을까? 밀렵꾼(밀렵이라는 개념도 없던 때다)들의 구전에 따르면 이 시기는 남한 땅 대부분에서 곰이 사라지는 시기다. 몇 팀의 밀렵꾼들은 전국의 산야에서 곰을 잡아댔고 지리산은 마지막으로 남은 곰 몇 마리가 불 뿜는 막대와 올무를 피해 몸을 숨긴 곳이었다. 전국의.. 2020. 12. 17.
동물산업은 동물복지와 반댓말 최태규 [네이버 포스트 ‘최태규의 동심보감’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도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조 8900억원이었다고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반려동물 시장을 왜 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하는지 모르겠지만)에서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연평균 14.1%씩 성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애완동물사료 시장만 해도 2011년 2천억원 규모에서 2020년 1조5천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안에 일곱 배다. 엊그제, 정운천 전 농수산식품부 장관이자 농해수위 소속 국회의원은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세계의 반려동물 연관 산업 시장규모가 성장 중인데 수입산 사료의 시장 점유율이 너무 크고 그에 대.. 2020. 11. 18.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이 동물원을 온전하게 만들까? 개정되는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원을 온전하게 만들 수 있을까? 최태규 [네이버 포스트 ‘최태규의 동심보감’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온라인상의 무분별한 야생동물 판매 - 출처: 곰보금자리 프로젝트https://www.facebook.com/projectmoonbear 동물원에서 기르던 동물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동물원을 즐겨 찾는 사람들은 동물원에 살고 있는 동물들과 사적으로 아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동물들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고 동물이 살던 곳에서 없어진다. 섭섭하고 불안한 경험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속하지 않는 동물이라면 사라진 동물을 찾아볼 길은 없다.. 2020. 10. 15.
한반도에 호랑이가 다시 산다면? - 종복원과 동물복지 최태규 [네이버 포스트 ‘최태규의 동심보감’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https://www.facebook.com/projectmoonbear 2020년 4월에도 어느 일간지에는 표범의 발자국이 아닐까 하는 사진이 실렸다. 경북 봉화나 강원도 태백 등의 첩첩산중에서 표범이나 호랑이의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는 잊을만할 때마다 언론에 보도된다. 정말 범이 있나보다 싶게 찍힌 사진들이 꽤 있지만 실제로 그 동물들의 모습이 찍힌 사진은 제시된 적이 없다. 그 중 다수는 민망할 정도로 명확한 큰 개나 멧돼지의 발자국이었다. 이목을 끌고 싶어하는 심리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아직 한반도 산야에 범이 살고 있으면 좋겠.. 2020. 9. 15.
동물복지와 동물을 먹는 일 최태규 [네이버 포스트 ‘최태규의 동심보감’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동물복지를 이야기하면 꼭 나오는 질문이다. “그럼 풀만 먹고 살라는 건가요?” 대답부터 하자면 “아니, 그 얘기가 아닌데요”다. 지난 번 글(어차피 먹을거라 괜찮아? 물고기 죽을 때까지 실컷 괴롭히는 나라)에서 물고기 복지 이야기를 썼더니 사람들이 화가 많이 났다. 개나 고양이, 소나 돼지, 아니면 동물원의 호랑이나 원숭이, 그런 동물들의 복지를 이야기를 할 때랑은 전혀 다르다. 혹시나 물고기를 못먹게 될까봐 걱정이 돼서 화가 난 걸까? 물고기라는 낱말과 복지라는 낱말이 붙은 걸 처음 봐서 놀란 걸까? 괜찮다. 어차피 시대가 가면 새로운 개념도 생기고 말도 생겨난다. 모른다고 화.. 2020. 8. 25.
활어를 좋아하는 나라의 물고기 복지 최태규 [네이버 포스트 ‘최태규의 동심보감’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어린 ‘활’꽃게. 살아있는 먹거리에 집착하는 나라 활어(活魚)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말한다. 그럼 활어회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죽이자마자 날로 먹는 것을 뜻한다. 살아있는 물고기를 채 죽이지도 않고 입이 뻐끔뻐끔하는 것을 보면서 발라놓은 물고기의 살을 집어먹기도 한다. 더할 나위 없이 신선하다는 징표다. 물 속에서만 살 수 있는 동물을 뭍으로 꺼내어 도심으로 수백킬로미터 옮겨와 살려둘 수 있다는 과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먹는 회는 살만 발라 접시에 올리지만, 입이 뻐끔거리는 장면을 연출하는 곳에는 으스댈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 같다. 한국만큼 활어를 선호하는 .. 2020. 7. 15.
동물원은 한물 갔고 잔인하다 동물원은 한물 갔고 잔인하다 – 이제는 동물원을 과거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미안 아스피날(Damian Aspinall)번역: 최태규 [동물원은 야생동물 보전에 의미있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교육의 역할도 과장되었고 연구는 제한적이다. 이제 동물원을 폐지할 때라고 말하는 선구적 보전학자 다미안 아스피날의 글을 번역해 소개한다.] 출처: https://www.independent.co.uk/news/long_reads/zoos-cruel-wildlife-conservation-species-a9056701.html?utm_medium=Social&utm_source=Facebook&fbclid=IwAR1R_dNDjqkceKiuoX0ky7w5TDSIGTRbo0NkDhz89U4oMz1OVzsLROaspxE#.. 2019. 8. 27.
세계의 동물복지 논의 따라잡기 최태규(수의사) [수의사 신문 ‘데일리벳’(http://www.dailyvet.co.kr/)에 실린 좋은 글을 다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준 필자와 데일리벳에 감사드린다.] 올해 53번째 응용동물행동학회(ISAE, International Society of Applied Ethology)는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열렸다. ‘살 만한 동물의 삶’(Animals Lives Worth Living)을 테마로 내건 이번 대회에는 37개국에서 411명이 참가해 108개의 구두발표와 182개의 포스터 발표가 이어졌다. 참가자 다수는 동물행동학 연구자와 학생들이고 그 외에 동물보호단체 활동가, 공무원 등도 참여했다. 이들은 유럽연합을 비롯해 각 지역의 동물복지 기준을 만드는 데에 근거를 제시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 2019. 8. 17.
세상읽기 - 혐오없는 선거/ 장애인 문화향유권/ 비건 페스타 전지윤 ● 혐오없는 선거,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지난달 차제연, 민변, 언개련이 공동주최한 ‘혐오없는 선거,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에 갔었다. 발제와 토론 모두가 아주 유익하고 도움되는 알찬 내용들이 많았다. 모든 분들이 내년 총선에서 혐오 표현과 발언들이 매우 심각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나누었다. 또다시 ‘동성애를 반대하냐 찬성하냐’는 식의 거짓 프레임으로 혐오를 부추기고 세력을 결집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선동이 혐오로 뭉친 위험한 정치인과 정당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트럼프 등의 사례가 보여줘 왔다. 더구나 지금 미국의 이민정책 개악이 보여주듯이 이런 혐오와 차별 선동은 실질적인 사회적 제도적 차별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차별금.. 2019. 8. 10.
동물원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최태규(수의사) [수의사 신문 ‘데일리벳’(http://www.dailyvet.co.kr/)에 실린 좋은 글을 다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준 필자와 데일리벳에 감사드린다.] 출처: 데일리벳 정상적인 동물원에 가면 항상 볼 수 있는 팻말 문구 중 하나가 “먹이를 주지 마세요!(DO NOT FEED THE ANIMALS!)”다. 어떤 곳에서는 거의 모든 종류의 동물 우리 앞에 이 팻말이 붙어있다. 왜냐하면, 관람객들이 기어코 먹이를 주기 때문이다.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있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동물원 사육사들이 관람 시간에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실내동물원이나 상업적 동물원에서는 ‘먹이주기’를 장려하기도 한다. 전시된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재밌어하기도 하.. 2019. 4. 17.
동물권 운동과 안락사 최태규(수의사) [뉴스타파의 ‘케어’ 대한 보도를 보면] 해당 동물권단체의 부도덕은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늘 그렇게 생존해왔던 그룹이다. 그렇게나마 목소리를 내어온 것이 사람들의 인식개선에 어쩌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왔다. 그들의 위선은 차치하고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있는 얘기를 해보겠다. 첫째로 안타까운 것은 동물보호단체들이 어느 순간부터 “동물권”이라는 개념을 내세우기 시작했던 일이다. 2010년대 들어 동물보호단체들이 체계를 갖추면서 각자의 윤리와 논리가 필요해졌다. 더 급진적으로 보이는 주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해야 즉각적인 모금과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물학대 등의 사건을 인간을 학대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여길 필요가 생겼다. 여전히 동물을 음식으로 기르고 놀잇감으로 혹은 반.. 2019.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