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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291

[박노자] "피해자 민족주의"와 그 한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대체로 민족주의자들의 "과거 기억"은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 결속을 가장 잘 다지는 집단 기억은 바로 과거의 집단 피해입니다. 그래서 "민족 수난"은 거의 모든 민족주의들이 공유하는 주요 테마죠. 그런데 "수난"만을 강조하다 보면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이 잘못하면 너무 "약체"로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난" 테마와 함께 꼭 나타나는 대목은 "우리들의 과거의 위대성"입니다. 역사 속에서 백마를 탄 개선의 장군들.. 2021. 12. 6.
[박노자] "절차적 공정"의 허구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노르웨이를 부자로 만든 것은 바다 속 유전들입니다. 거기에서의 일은 힘들고 때로는 위험하지만, 임금만큼은 좀 높습니다. 평균보다 40-50%를 더 주는 것이죠. 몇 년 전에 제가 소속돼 있는 공무원 노련 (NTL)의 노조보에서는, 이 유전에서의 노동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유전 노동자 중에서는 외국인의 비율이 꽤나 높은데, 상당수는 폴란드 사람들입니다. 그 중의 다수는 직접 고용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인력 업체를 통해 들어오는.. 2021. 11. 26.
세상읽기 – 차별금지법/이대남/바이든/총격살해 무죄? 전지윤 ● 차별금지법 국회 앞 농성에 참가하고서 얼마전 아침부터 저녁까지 국회 앞 차별금지법 제정 농성장 지킴이를 했다. 농성장에서 자면서 24시간을 지키는 분들도 있으니 미안한 마음이고, 앞으로도 기회될 때마다 동참해야겠다. 촛불 이후에 내가 새정부와 국회에 가장 크게 기대한 것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차별금지법의 제정과 국가보안법의 폐지(관련해 덧붙여 이석기 의원의 석방)였다. 이중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매우 부족한 상태로 제정됐고, 나머지 두 개는 아직도다.(이석기 의원은 8년 넘게 감옥에 있고) 차별금지법(평등법)은 국민의힘 대표, 원내대표, 대선후보 모두 공개적 반대 발언을 했고, 현재 ‘당론으로 반대’다. 대선 경선 토론에서도 이 당의 후보들은 온갖 차별과 혐오, 낙인의 발언을 쏟아냈다. 최종.. 2021. 11. 23.
[박노자] "토왜"라는 언설이 불편한 이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아마도 체질이겠죠? 제게는 민족주의란 대단히 불편합니다. 어떤 민족주의이든지 말씀입니다. 좌파 민족주의 같은 경우에는, 왜 민족주의로 기울였는지를 대개는 이해하고도 남지만, 그래도 그 언설들을 접하면 굉장히 불편한 뒷맛이 남습니다. "민족주의" 속에서 좌파성이 희석화되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한 것이죠. 리버럴들의 민족주의는 더더욱더 그렇습니다. 예컨대 일각의 한국 리버럴들은 "토착왜구", "토왜" 같은 언사를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2021. 11. 15.
세상읽기 - COP26 이후/ 윤석열 선출/ 우파의 재결집 전지윤 ● COP26 이후 기후정의 운동의 방향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예상대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기대를 모았던 미국 바이든 정부는 크게 후퇴한 계획을 제시했고, 중국 정부는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다. 어떤 이들은 애초에 정치인과 기업인들에게 기대를 하고 그들이 모이는 회의에 호소한 것부터 문제였고 무의미했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역사적인 투쟁은 항상 통치자에게 호소하고 청원하는 방식으로 등장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봉건 영주들에게 소작료 인하를, 공장 사장에게 더 나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호소했다. 그리고 이제 국제 정치 엘리트들은 지구 온난화를 멈추는데 구실을 해야 한다는 호소를 듣고 있다. 그래서 생태사회주의자인 조나선 닐Jonathan.. 2021. 11. 12.
[박노자] "노태우 시절"을 회상한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며칠 전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아마도 머나먼 서울에서 그 "국가장"이 진행되고 있을 것입니다. 불법 정변, 독재, 학살, 그리고 천문학적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람을 "국가장"으로 보내는 게 도대체 어떤 논리인지 "촛불 정권"을 한 때에 믿었던 사람들이 의아하기만 합니다. 결국 "한 통치자는 다른 통치자를 예우한다"는, 통치자 서로 사이의 "카르텔" 논리 같은 것이겠죠? 좌우간, 노 전 대통령 사망 소식.. 2021. 11. 6.
세상읽기 – 노태우/ 소시오패스 낙인/2차가해/수단.. 전지윤 ● 노태우 추모, 조문, 국가장이 용납될 수 없는 이유 노태우에 대한 애도, 조문, 국가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물론,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도 반성, 사과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아들여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한다면 화해,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내가 지금도 성폭력 피해자를 괴롭힌 운동단체 지도부에 끝없이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사람들은, 노태우의 역사적 죄악을 잘 알면서도, 희귀병으로 10년 동안 정신은 멀쩡하지만 몸은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인간 상태로 서서히 죽어간 그에게 인간적 연민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아들이 대신해서 매년 광주를 찾아 유가족들에게 거듭 사과한 것이나 2천6백억 원의 추징금을 완납한 것은 전두환과 다르지 않냐는 이야기도 있다.. 2021. 10. 31.
[박노자] 한국 젊은이들, 불행의 기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한국 청년들은, 대체로 ‘불행감’ 속에서 삽니다. 한국의 전반적인 행복 지수도 세계 54위지만, 특히 20대들 같은 경우에는 ‘불행감’과 ‘불만족’은 지배적입니다. 한국인들에게 여론조사해서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냐”고 물어볼 때에는 20대들의 66%는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50대의 48%나 역시 그렇게 말해 역시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20대나 30대 초반 한국인들의 한국적 삶에 대한 “피로”는 가장 현저해 보입니다. 20대 사망자들을 보면.. 2021. 10. 25.
세상읽기 - 민주노총/대장동/보안법/그린뉴딜/반성폭력 전지윤 ● 대장동 게이트의 본질과 ‘불평등 OUT’을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 대장동 게이트에 대해서 온갖 이야기들이 어지럽게 쏟아지고 있지만 돈의 흐름을 따라가면 본질과 핵심은 단순하다. 10여년 전에 누가 하나은행과 SK를 움직여서 돈줄을 대도록 했고, 누가 수원지검을 움직여서 ‘토건 하이에나’들의 뒤를 봐주었고, 누가 여기서 나온 엄청난 수익을 가져갔는지만 밝혀내면 된다. 더구나 이미 ‘50억 명단’에서 그들이 누구인지도 대강 드러났다. 곽상도, 전 대법관 권순일, 전 특검 박영수, 전검찰총장 김수남, 전 청와대 민정수석 최재경, 언론사주 홍모. 전관 판검사, 우파 정치인, 언론인이 모두 들어가 있는 이 명단을 보면 ‘법조기자까지 포함해서 법조4륜’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이해가 간다. 이 명단 중에서.. 2021. 10. 19.
[박노자] <오징어게임>의 함의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넷플릭스의 은 에 뒤이어 세계에다 "한국형 신자유주의"를 그 근거 자료로 삼는 또 하나의 화두를 던졌습니다. 물론 이 작품의 설정은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한국적"입니다. 사채놀이는 일찍부터 은행 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광범위한 한국 서민층의 무서운 현실이었고 동시에 한국 부유층의 주요 자본 축적 수단이었습니다. 지금도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불법 금융 이용자/피해자 층을 약 50만 명 정도로, 그 시장 규모를 약 6조 정도로 각각 보고 있는데,.. 2021. 10. 12.
세상읽기 – 끝없는 윤미향 괴롭힘/ 대장동 / 국가보안법 전지윤 ● 끝없이 악랄하게 윤미향을 괴롭히는 근래 연달아 터져나온 ‘고발사주 게이트’와 ‘대장동 게이트’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한국사회의 기득권 카르텔의 구조와 문제를 상징적이면서도 축소판처럼 담고있는 사건들이었다. 두 사건 모두에서 우리는 ‘정치검사-족벌언론-부패우파’가 긴밀한 협력과 부패한 담합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발사주 게이트’에서는 정치검사들이 정치공작을 설계하고, 그것을 국민의힘이 외주받아 고발하고, 족벌언론은 가짜뉴스들로 바람을 잡는 메카니즘을 짐작할 수 있다. ‘대장동 게이트’에서는 법조기자들이 부동산 대박을 설계하고, 전관 판검사들을 둘러세우고, 국민의힘 곽상도 등이 돈먹고 뒤를 봐준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추석 밥상에서 ‘대장동 게이트’.. 2021. 10. 9.
[박노자] 혐오의 뿌리: 한국적 근대와 "혐중"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요즘 한국의 "혐중" 파도를 보면 저는 어떤 면에서는 그다지 놀라지도 않습니다. 올 게 왔다는 느낌이 좀 있습니다. 중국이 다시 지정학적 행위자가 되고, 중-미 갈등이 첨예화되면 대체로 이런 반응은 사실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만큼은 "혐중"은 한국의 근현대 대외인식사에 내재돼 있는 것이고, 그 만큼 1880년대의 개화파의 대중국 인식부터 시작해서 이미 그런 요소들이 많이 과시돼 왔습니다. "혐중의 뿌리"는 단행본 하나 쓸 만큼 아주 거.. 2021.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