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 – 이스라엘의 승리도 팔레스타인의 패배도 아니다
전지윤
1. 가자 휴전은 윤석열 체포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다. 85만톤의 폭탄을 퍼부으며 가자에서 지옥의 피바다를 만들던 짓이 일단 중단됐기 때문이다. 휴전안을 보면 이미 반년전에 하마스가 제안한 내용과 거의 똑같아서 기가 막힌다. 즉 2만여 명은 더 죽지 않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2. 무엇보다 이번 휴전은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압박, 제재로부터 일단 벗어나 무기와 군수품을 재보급하면서 힘을 회복한 다음에 나중에 트럼프와 손잡고 가자, 이란, 레바논 등에 대한 대대적 공세에 나서기 위한 속임수'라는 강력한 의심이 존재한다.
3. 하지만 네타냐후의 속셈이 무엇이든, 이스라엘이 15개월의 학살 전쟁을 통해 거의 아무 것도 얻은게 없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표면적 목적인 '인질 구출과 하마스 제거'를 이루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 목적인 '가자 주민 저항의지 분쇄와 추방'에도 실패했다.
4. 가자 주민 200만명은 여전히 가자에서 버티고 있고, 반이스라엘 적대와 저항의지는 더 커졌다. 즉 이스라엘은 이 학살전쟁에서 결코 승리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부적 분열/국제적 고립/경제 위기의 격화 등 많은 것을 잃었다. 사우디 등과 수교하려던 계획도 파토나고 있다.
5. 사우디는 오히려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손잡으며 심지어 합동군사훈련까지 했다. 이스라엘의 군사력의 신화도 무너졌다. 이스라엘 방공망은 이란과 헤즈볼라에 번번히 뚫렸다. 그럴수록 이스라엘은 만만한 가자지구를 마구 짓밟으며 체면을 세우려 했다.
6. 나아가 암살과 삐삐 테러에 의존해 복수했다. 갈수록 이스라엘은 피에 굶주린채 아무나 물어뜯는 좀비국가가 됐다. 공포와 증오, 냉소와 허무가 나라 전체를 덮었다. 이스라엘은 군사화된 권위주의적 극우 경찰국가가 됐다. 이스라엘을 떠나서 이민가는 사람들은 늘어났다.
7. 시온주의는 몰락하고 있고, 이스라엘과 손잡은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이 말해 온 '가치 기반 국제질서'도 같이 붕괴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결코 학살의 무력한 방관자가 아니었고, 이번 학살 전쟁의 비용과 무기의 80%를 제공하며 목표와 이익을 공유한 한 몸이었다.
8. '서방은 유대인 집단학살을 외면한 원죄가 있으니 이스라엘과 함께 아랍 테러리스트들에 맞서야 한다'는게 이들의 핵심 이데올로기였다. 서방 시민들의 죄책감을 부추겨 온 이 논리는 이번에 산산조각났다. 이스라엘은 집단 학살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됐기 때문이다.
9. 이제 서방국가 시민들 대다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인종청소와 집단학살을 외면하는데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압박이 이번 휴전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오해다. 이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나라는 별로 없고, 곳곳에서 반이스라엘 행동이 벌어지고 있다.
10. 이러한 국제적 연대와 끝없는 고통을 견디고 견딘 가자 주민, 저항세력의 투쟁이 '휴전'을 만들었다. 물론 막대한 죽음과 고통을 마주한 가자 주민들에게 '당신들이 승리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들이 인간성과 존엄을 포기하거나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하다.
11. 이들은 이번에 먼저 간 이들을 떠올리며 지옥같은 시간을 견디면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적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고 빈틈은 어디에 있는지, 우리 편은 어떤 상황이고 무엇이 부족한지, 어떻게 우리 편을 단결시킬 수 있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 무기로 싸우는게 최선인지.
12. 마침내 이들은 해방을 위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길을 찾아낼 것이다. 이들의 경험, 저항, 좌절, 회복, 고민은 우리 모두에게도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윤석열, 트럼프, 푸틴 등 네타냐후와 별로 다를게 없는 자들이 또다른 지옥을 만들려는 세상에 같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BDSNow #EndIsraelsGenocide
(기사 등록 202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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