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위기의 이론가 - 사이먼 클라크
그레고리스 이오아누Gregoris Ioannou
번역: 두견
사이먼 클라크Simon Clarke(1946년 3월 26일 ~ 2022년 12월 27일)는 영국 사회학자이자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로 자본주의 체제가 어떻게, 왜 위기에 빠지는지에 대한 가장 정교한 분석가 중 한 명이었다. 특히 한국에도 출간된 <마르크스의 공황 이론>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는 마르크스가 단일한 위기 이론을 제시하지 않고 자본주의 경제 분석의 근본적으로 다른 기반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클라크의 자본주의 모순에 대한 연구가 새로운 글로벌 경제 혼란의 시대를 맞이하는 데 귀중한 지침을 제공한다고 평가하며 소개하는 이 글의 저자 그레고리스 이오아누는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서 연구하며 <고용, 노동조합주의, 계급: 위기 이후 남유럽의 노동시장> 등의 책을 썼다.
출처: https://jacobin.com/2025/04/simon-clarke-capitalism-crisis-economy
사이먼 클라크는 2022년 사망하기 전까지 마르크스주의 사상과 노동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영국 사회학자였다. 그의 이론적·경험적 연구는 자본주의의 발전을 다양한 수준에서 동시에 분석하고 이를 역사적 맥락에 위치시키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클라크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저서인 <케인스주의, 통화주의, 그리고 국가의 위기>(1988)와 <마르크스의 위기 이론>(1994)은 자본주의의 역학에 대한 핵심 통찰을 담고 있다. 그의 독특한 정치경제학 비판 관점은 현재의 경제 혼란과 이념적 격변의 시대를 이해하려는 데 많은 기여를 한다.
자본주의의 모순
자본주의를 이해하려면 그 내재된 모순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모순은 자본주의를 전체적이고 역동적인 체제로 형성하면서도 동시에 취약하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거시 사회적 수준에서 클라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 모순은 “자본주의가 생산력을 무제한으로 발전시키려는 경향과, 그 발전을 수익성의 한계 내에 가두어야 할 필요성 사이의 모순”이었다.
이 “시장의 한계”는 개별 자본가들을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노동에서 더 많은 가치를 짜내고, 자본주의 생산을 시간과 공간에 걸쳐 확장하며, 생산력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은 이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단지 더 높은 수준에서 이를 재생산할 뿐이다. 자본주의의 과잉생산 경향은 반복되는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과잉생산은 원인이자 결과이며, 자본주의 경쟁의 본질적 형태이다.
자본주의 발전은 주류 경제학자들이 호황과 불황의 주기라 부르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 사상을 통해 이 과정의 메커니즘뿐 아니라 그 원인과 동력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칼 마르크스(Karl Marx)의 학문적 유산을 계승한 다양한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들은 자본주의가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위기에서 위기로 발전해 온 방식에 대해 여러 설명을 제시하였다. 이들은 이윤율 저하, 과소소비, 불비례성을 자본주의를 구조화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약화시켜 붕괴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과정으로 식별하였다.
이윤율 저하는 이윤의 절대량이 증가하여 자본 축적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율이 동시에 감소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즉, 잉여가치의 추출이 자본량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과소소비는 인구의 구매력이 생산된 것을 전부 흡수하지 못하여 불일치와 경제적 혼란을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불비례성은 독점화와 금융자본의 부상으로 인해 지역 및 부문 간 불균형한 발전이 발생하고, 고정자본의 집중이 증가하여 생산 부문 간의 자본 이동을 저해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사이먼 클라크는 이러한 논쟁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이 설명들이 서로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내재된 불안정성과 균형의 부재를 부분적으로 설명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것도 위기의 주요 원인은 아니었다. 클라크는 위기가 자본주의에서 일종의 정상 상태로 간주되는 근본적 이유는 마르크스가 <자본> 제1권에서 밝힌 상품 교환의 기본 법칙에 내재되어 있다고 보았다.
상품 생산에서 구매와 판매의 분리, 그리고 가치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화폐의 분리는 위기의 가능성을 “상품 형태에 내재된” 것으로 만든다. 클라크에 따르면, “사물의 생산과 가치의 생산 간의 모순, 그리고 전자가 후자에 종속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모순이다. 이는 자본주의의 모든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더 중요한 점은, 클라크가 주장했듯이, 마르크스의 위기 이론은 자본주의가 주기적인 과잉생산 위기로 인한 파괴 이후에 확장되는 과정이 자본주의가 직면한 장애물을 일시적으로만 해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는 더 크고, 더 길며, 더 파괴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위기가 자본주의의 규범이라는 이러한 이해의 중요한 함의는, 위기 그 자체가 자본주의 전복을 위한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본주의의 “한계”는 점점 더 강렬해지는 반복적인 축적 위기를 낳는다. 그러나 역사적 변화는 역사적 행위자를 필요로 한다. 이는 자본주의의 폐지가 단지 그 시스템의 비효율성과 기능 부전 때문에 일어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의 폐지는 계급 전쟁과 노동계급의 개입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론에서 역사로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보여주었듯이, 자본주의는 단순한 경제 시스템이 아니라 인류 발전의 역사적 단계이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생산력뿐만 아니라 생산관계, 그리고 결과적으로 사회가 조직되는 방식을 형성한다. 또한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생산 안팎에서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는 방식과 그들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기대되는 방식을 형성한다.
현대 국민국가, 그리고 그에 따른 국제 체제는 자본주의 발전을 촉진하는 힘으로서, 단순한 무력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를 통해서도 작동한다. 국가의 이데올로기는 그 자체의 모순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국가를 역동적이면서도 동시에 논쟁의 대상이 되도록 만드는 요소이다.
클라크는 국가 이데올로기의 주요 모순이 국가 권력의 본질(특정 계급의 권력)과 그 형식(사회의 일반적 이익의 표현) 사이에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주의 정치 이론과 정치경제학은 자본의 지배가 이론적으로 사회의 일반적 이익과 동일시되었던 주요 이데올로기적 형태였다.
이 자유주의 질서는 19세기 전반기 자본주의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 지배적이었다. 비록 그 질서가 노동계급의 적대감의 고조와 1873년 경제 위기로 인해 도전을 받았지만, 19세기 말에 이르러 안정화되었으며, 이는 당시 유럽 제국주의와 식민지 확장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또 다른 주요한 모순이 드러나게 되었는데, 그것은 자본주의 경제의 국제화 경향과 개별 유럽 자본주의 국가들의 민족주의적 성격 사이의 충돌이었다. 이는 안정화 시기가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을 의미했으며, 결국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파괴적인 유혈사태로 붕괴되었다.
유럽의 노동계급은 계속해서 세력을 키워나갔고, 20세기 초에는 자본에 직접 도전하며 자본주의 발전을 위협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러시아 혁명의 성공과 레닌주의 정치가 여러 국가의 노동운동에 미친 영향력 증가는 자유주의 재건을 더욱 불안정한 문제로 만들었다.
1929년의 금융 위기와 그 이후의 파시즘 대두, 그리고 유럽이 전쟁으로 내몰린 사건들은 자유주의 시대의 종말을 가져왔으며, 전후 재건 시기에 케인즈주의가 등장해 그 입지를 굳힐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경제 정책과 경제 관리 이론으로서 케인즈주의의 결과로는 사회민주주적 개혁주의의 많은 제안을 수용한 일반 복지 국가 이데올로기가 자리 잡았다.
클라크는 케인즈주의를 계급 협력의 프로젝트로 이해했으나, 이는 계급투쟁과 노동계급 권력의 강화 덕분에 가능해진 것이라고 보았다. 전후 경제 호황은 광범위한 국가 개입에 기반을 두었으며, 자본주의 생산구조를 재편했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포디즘 방식의 확산을 통해, 사회적으로는 공중 보건과 교육의 확대를 통해, 정치적으로는 복지 시스템을 통해, 재정적으로는 마셜 플랜과 브레튼우즈 체제를 통해 이루어졌다.
한편으로는, 자본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노동 과정의 강화는 노동계급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이는 새로운 기술과 생산 방식에 대한 적응력 향상, 노동 이동성 증가, 심지어 공동체 붕괴 등의 결과를 낳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은 향상된 생활 수준, 복지의 확대 및 합리화, 공공 주택, 그리고 노동계급 재생산의 사회화를 완성하는 포괄적인 사회보장 체계로 보상받았다.
소비의 사회화
이러한 “소비의 사회화”는 생산의 비사회화를 대체하는 일종의 방편이었지만, 노동계급을 자본주의 질서에 통합하는 목표를 달성했다. 안정적인 산업관계 체계 내에서 임금 상승은 광범위한 사회적 안정화 달성을 넘어, 클라크가 주장하듯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회복을 방해하고 붕괴를 초래했던 제한된 대중 시장이라는 축적의 장벽을 극복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케인즈주의는 단지 전후 호황을 가능하게 한 정책 틀만이 아니었다. 임금과 공공 지출의 확장 정책을 통해 자본 축적에 내재된 모순을 해결하려는 이데올로기이기도 했다. 이는 위기, 불황, 전쟁을 초래했던 과잉생산 문제를 근절하고, 건강하고 교육받은, 만족스러운 노동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970년대에 이르러 케인스주의는 한계에 도달했다. 신용 확장에 의해 촉진된 세계 경제의 성장은 통제되지 않은 자본의 과잉 축적을 초래하여 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케인스주의는, 더욱 대담해지고 강화되었지만 좌절한 노동계급 사이에서 정당성을 잃기 시작했다. 이는 투쟁적 노동운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노동계급의 기존 정치 지도부는 이러한 자율적인 평조합원 동원에 위협을 느꼈다. 자본주의 지배에 도전하기 위해 이를 활용하기보다는, 그 지도부는 케인스주의 협의체계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강화하려 했다. 그 결과 노동계급은 패배했고, 신우파(New Right)가 부상했으며, 통화주의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허용하고 촉진하며 확고히 하는 계급 세력 균형의 전반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영국에서는 제임스 캘러헌(James Callaghan) 총리 시절 노동당이 집권 중일 때 케인스주의 재정 확장주의의 종말과 “시장”으로의 전환, 그리고 국제수지 악화를 막기 위한 통화 공급 제한이 시작되었다. 1979년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를 지도자로 한 보수당이 집권하면서 이러한 변화는 극적으로 심화되었다.
대처 치하에서 공공 지출 삭감은 새로운 규범이 되었으며, 공공 서비스에 대한 엄격한 재정적·관료적 통제, 공공 지출을 억제하기 위한 통화의 제한, 그리고 점점 더 차별적인 복지 혜택 제공이 포함되었다. 통화주의는 새로운 지적·분석적 강점을 가지지 않았다. 시장의 “배분적 효율성”에 대한 그 핵심 전제는 오래되고 순진한 것이었다.
그러나 클라크(Clarke)는 통화주의가 이데올로기적 힘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본주의 국가의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형태에 대한 점증하는 대중적 반대를 어설픈 형태로, 그러나 여전히 영향력 있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또한 통화주의는 케인스주의와 투쟁적 노동조합주의의 실패에 대한 이론을 제공했다.
대처와 같은 정치인들과 연관된 이데올로기는 본질적으로 필연을 미덕으로 삼아 위기 조치들을 긍정적으로 포장하고 이를 새로운 국가 규제의 이데올로기로 전환했다. 대처의 승리한 구호가 말했듯이,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는 것이었다.
우리 시대의 위기
케인스주의의 정치적 형태는 살아남았지만, 그 본질은 1980년대와 90년대에 신자유주의가 공고해지면서 사라졌다. 자본과 국가는 노동계급 내부의 분열을 이용하고 악화시켜 점차 “돈의 지배”를 재강요했다. 그러나 1929년 위기에 버금가는 규모의 2008년 자본주의 위기와 2020년 팬데믹 위기가 이어졌으며, 이 두 위기는 모두 경제에 대한 대규모 국가 개입을 통해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의 경우, 개입의 목표는 금융 부문을 구제하는 것이었고, 2020년에는 생산 붕괴를 막는 것이었다. 2008년과 2020년의 경험은 시장의 “분배적 효율성”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국가 이데올로기로서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 국가들이 2020년대 초반에 신자유주의 경제 거버넌스 규칙을 쉽게 완화한 것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를 철칙으로 여겼던 것과 비교해 이데올로기의 신비를 벗기는 순간이었다.
2020년대 중반의 세계는 1980년대와 90년대의 모습과 크게 다르다. 기술 및 통신의 발전, 그리고 지역별 산업화와 탈산업화 과정은 주요 경제적·지정학적 변화를 낳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모순적이고 위기로 점철된 사회경제 시스템으로서 자본주의의 본질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최근 강화된 글로벌 무역 규제는 이제 전면적인 관세 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패권을 둘러싼 근본적인 갈등의 표현이다.
사이먼 클라크는 오늘날 아마도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며, 따라서 새로운 일시적인 권력 균형이나 자본주의에 새로운 국면적 정당성을 주입할 대안적 국가 이데올로기가 등장할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동시에 그는 자본주의 위기의 근본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본질을 지적하며,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의 유명한 격언을 상기시켰을 것이다: 인류의 미래는 사회주의 아니면 야만이다.
(기사 등록 202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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