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세상읽기 – 가자/ 윤미향/ 조국/ 관세/ 윤석열/ 주가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5. 8. 19. 13:45

전지윤

가자를 절대 잊지말고 더욱 용기를 내야 한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은 의료인,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표적 살해이기도 하다. 특히 언론인들 표적 살해는 전무후무하게 악명높다. 2차 대전 이후에 모든 전쟁에서 사망한 언론인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언론인들이 죽었다. 그리고 최근 알자지라의 기자인 아나스 알-샤리프 기자도 결국 표적 살해 당했다.

표적 살해 당하기 몇 시간 전에 샤리프 기자는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가자는 폐허로 변할 것이며, 그 주민들의 목소리는 침묵당하고, 그들의 얼굴은 지워질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당신들을 이 학살을 막지 않은 침묵의 증인으로 기억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얼마후 이스라엘은 그를 살해했다.

한 생전의 영상에서 알-샤리프 기자는 딸에게 묻는다

'트럼프가 우리보고 가자를 떠나라는데 이집트나 요르단이나 카타르로 갈까?'

딸: 절대 안 갈 거야.

샤리프: 왜?

딸: 우리는 가자를 사랑하니까

그 영상을 보면 그가 딸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이토록 사랑하는 딸과도 떨어져 그는 왜 가자에서 끝까지 취재와 보도를 중단하지 않았을까? 그는 가자의 친구와 동료, 이웃과 주민들을 너무 사랑했던 것이다. 지금 가자에서 내가 얼굴이나 이름을 알던 기자는 거의 다 죽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샤리프를 추모하고 있다.

"아나스 알-샤리프는 단순히 기자였을 뿐 아니라, 가자의 고통을 세계에 전달한 양심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는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전달하는 임무를 완수했으며, 진실의 순교자이자 지워질 수 없는 목소리로 남았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위대한 분이여"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가장 용감한 언론인 영웅 아나스 알-샤리프를 살해했습니다. 그는 거의 2년 동안 자신의 민족에 대한 학살을 용기와 원칙으로 기록해 왔습니다. 이스라엘은 그의 목소리를 멈추려고 그를 암살 명단에 올렸습니다. 이 세상과 침묵한 모든 이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한편, 주한 이스라엘 대사 라파엘 하르파즈가 지난번 마라탕에서 항의하는 시민들(나도 그 중 하나였다)에게 망신당한 이후에 차석대사라는 바락 샤인이 여기저기서 집단학살을 옹호하고 다니고 있다. 가자에서 동료 기자들이 줄줄이 표적 살해 당하는 동안 이 자와 인터뷰하고 그것을 크게 실어준 <문화일보><이데일리>... 그 피묻은 이름. 기억하겠다.

가자의 모든 언론인들은 미리 유언을 남겨놓고 취재 활동을 하는데, -샤리프 기자는 미리 남겨 놓은 유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단 한 번도 진실을 왜곡하거나 거짓으로 전하지 않고 망설임없이 있는 그대로 전했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사슬에 얽매여 침묵하거나 국경에 갇혀 제약받지 않기를 간청합니다... 가자를 잊지 마세요."

#CeasefireNOW #BDSNow #EndIsraelsGenocide #FreePalenstine

광복과 탈식민 한반도와 가자

"김복동 할머니도 계시지 않고, 길원옥 할머니도 계시지 않는 지금 분단된 한반도는 나에게 '종북주의자' '빨갱이' '간첩 마누라'라는 꼬리표에 이어 '앵벌이' '사기꾼' '횡령범'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여주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윤미향)

과연 우리는 식민지 잔재에서 벗어났는가 탈식민의 과제는 사라졌는가? 친일 언론, 친일 검사, 친일 경찰, 친일 판사들이 지배하고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굴종하던 사회는 과연 과거인가? 지금은 그들이 친일에서 친미로, 다시 극우로 탈바꿈해서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여전히 윤미향을 물어뜯는 이들이 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더 나아가 우리는 탈식민의 과제가 여전히 핵심적 문제로 남아있는 팔레스타인으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 최근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 북토크가 있었는데, 거기서 나는 몇가지 질문과 토론을 하면서도 다음 3가지를 먼저 분명히 확인했다.

* 종북몰이 때 '김일성 개새끼 해봐라'던 것을 거부했듯이 지금 '너는 하마스를 지지하냐'는 사상 검증과 마녀사냥을 거부한다.

* '어쨌든 하마스의 10.7 작전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는 논리를 거부한다. 집단학살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에 있다.

* 지금 가자의 생지옥 속에 있다면 나는 물론이고 그 누구든 하마스와 함께 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이스라엘의 초강경 극우 시온주의자 안보장관 벤 그비르가 감옥에서 쇠사슬에 묶인 팔레스타인의 대표적 민족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 앞에 경비원들을 데리고 서서 너희는 우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라고 협박하는 장면을 봤다. 8.15 아침에 이걸 보니 더욱 기가 막혔다. 일제 감옥에서 고문받고 협박받던 독립투사들과 똑같기 때문이다.

친일 언론에서 시작된 족벌언론 조선일보는 오늘 '우리가 파병까지 해서 막으려한 베트남 빨갱이 호치민의 동상이 왜 서울에 있냐'고 흥분하는 칼럼을 실었다. 우리가 일제에서 해방됐듯이, 팔레스타인도 반드시 해방될 것이고, 언젠가는 팔레스타인 민족해방 투사의 동상이 서울에 세워질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윤미향의 사면 복권 소식을 듣고

1. 윤미향 전 의원의 사면 소식을 듣고 이제는 우리 곁에 없는 두 사람이 떠올랐다. 먼저 고 손영미 정의연 마포쉼터 소장님이다. 고인은 20206, 모든 언론이 '정의연이 피해자를 팔아먹었다'는 제목으로 도배된 다음날 세상을 등졌다. 그녀가 떠난 방에는 모아놓은 영수증과 검사 연락처가 놓여 있었다.

2. 또 한 사람은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선생님이다. 고인은 '당신은 치매에 걸린 상태에서 윤미향에게 이용당했다'는 거짓 프레임을 강요당하다가 윤미향과 다시 만나서 오해를 풀지도 못하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그럼 이제 윤미향이나 조국 등은 끈질긴 혐오의 프레임과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3. 특히 정의연 활동은 '사기와 횡령'이 아니라 역사적, 국제적 의미를 가진 반전평화와 여성인권 운동으로 다시 평가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내가 마녀사냥에 관심 커진 것은 2013 통합진보당 종북몰이 때다. 당시 진보당을 방어하던 나까지 주변의 좌파 동료들에게 '이석기의 변호인'으로 낙인 찍혔다.

4. 그 후로 나는 2019 조국몰이 때도 쉽게 앞에 나서기 어려워서 작은 목소리나 냈다. 하지만 2020년 윤미향 마녀사냥을 보며 더는 침묵하기 어려웠다. 윤미향과 아무런 개인적 인연도 없었지만... 조금씩 목소리를 내는 나를 보면서 진보좌파들 속에서도 불편해 하는 따가운 눈초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5. 마틴 루터 킹은 "우리는 적들의 말보다 친구의 침묵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했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마녀사냥 피해자들에게는 '친구로 알았던 이들의 말'이 더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이번에도 많은 '진보' 언론, 지식인, 단체들은 극우나 국힘과 함께 윤미향, 조국의 사면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주요 목소리 중 하나였다.

6. 마녀사냥은 어느 사회에서든 쉽게 사라질 수 없다. 권력자들이 대중의 불만을 그럴듯한 형태로 왜곡하고, 저항을 차단하고, 위기를 탈출하며,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마녀사냥은 더이상 마녀를 고발하고 거리 두며 손절하는 사람들이 없어지면서 중단됐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조국 사면 반대 좌우 합동 목소리의 모순

쿠데타에 실패한 윤석열이 감옥에서 진상을 부리는 상황에서 '윤석열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정의로운 수사를 했다'고 믿는 사람은 이제 없을 거라고 봤지만, 틀렸던 것 같다. 지금 조국 사면에 반대하는 일부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 프레임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못에 던진 돌이 가라앉고 나서도 동그란 잔물결은 계속되는 법이다.

2019년의 그 현상이 작게 반복되고 있다. 오른쪽의 극우, 국힘, 족벌언론과 법조기자부터 왼쪽의 일부 지식인들까지 조국을 반대하고 비판하며 한 목소리를 내는 현상이다. 물론 과거처럼 '검찰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논리는 좀 바뀌었다. '조국 사면은 극우를 다시 자극해 결집 기회를 줄 수 있다', '사면 거부가 조국 개인의 정치인으로서 미래에 좋다'.. 등등

온가족이 7년 동안 생지옥의 고통을 겪는 것을 봤으면서도, 이런 정치공학적 계산을 하며 걱정하는 척하며 '계속 고통받아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논리적으로도 안맞다. 윤석열이 저지른 일들을 바로잡으면 극우를 자극하고 득세시킨다? 이런 식이면 어떤 과거 청산과 사회 개혁도 하기 어렵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해할 측면도 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여전히 '조국은 파렴치한 위선자이고 범죄자'라는 2019년 당시 검찰-언론 카르텔의 프레임을 반복하며 '조국 사면 불가'를 말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지식인이 바로 박권일 씨다. 박권일 씨가 지난번처럼 또 감정적 막말로 나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걱정은 있지만 지적하고 싶다.

박권일 씨는 심지어 "전두환 정권 치하에서 처벌된 강간범, 사기범"과 조국을 비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잡범"을 사면하라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박래군 인권운동가에게 '사죄'와 심지어 '은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박래군 선생님은 그저 조국이 '윤석열 검찰 권력의 남용과 표적 수사'의 희생양이었다고 지적했을 뿐인데 말이다.

조국은 '검찰 권력 남용과 표적 수사'를 보여주고 있는가? 아니면 '아무리 전두환 독재정권이라도 강간범에게는 정의로운 처벌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가? 2019년만해도 많은 이들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권력자에 대한 정의로운 수사'라고 답했을 것이다. 검찰과 모든 언론이 합창하고 누구도 그것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였으니까.

하지만 지난 7년간 많은 것이 밝혀졌다. 사모펀드, 권력형 비리, 정경유착은 전혀 근거가 없었고 기소도 못했다. 별건 수사로 틀어서 입시비리로 온가족을 생지옥에 빠트렸지만, 이 수사와 판결들은 증거 조작과 증인 압박 등의 수많은 문제제기를 받아왔다. 그래서 유죄를 뒷받침해 온 검찰측의 핵심 증거와 증인들은 모두 그 신뢰성과 타당성이 사라진 상태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검찰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래서 지금은 '윤석열과 검찰이 검찰 개혁을 막기 위해서 조국 일가를 희생양 삼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정도이고 표적수사, 별건수사, 먼지털이 수사 등에 대해서는 한마디씩 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박권일 씨는 이런 사실과 기록들은 전혀 모르는 것처럼 그저 7년전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모든 지식인의 기본적 책무인 '사실과 기록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검토'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발언한다는 말이다. 그의 근거는 법원 판결뿐이다. 물론 이해는 간다. 많은 이들이 언론에 나오면 사실이라 믿고, 검찰이 기소하면 이유가 있다고 믿고, 법원이 판결하면 죄가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윤석열과 '검찰-언론-사법 통치체제'의 작동 기반이기도 했다.

하지만 비판적 지식인이라면 달라야 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끝없이 돌아보고 파헤쳐야 한다. 박권일 씨는 과거에 '종북몰이' 때도 이 문제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통합진보당이 '내란음모'를 꾀했다며 마녀사냥당할 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상이나 이념이 아니라 총기 제조 및 시설물 파괴등을 계획한 구체적 행위"라면서 국정원과 검찰의 논리를 반복했다.

여기에는 자신과 노선과 입장이 다른 사람들은 국가기구의 탄압을 당해도 외면하는 잘못된 풍토도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국가기구가 만든 프레임까지 받아들이는 태도로 나타난다. 그러면 프레임과 어긋나는 진실이 밝혀져도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기 보다 탄압과 고통이 지속되길 원하게 되는 것이다.

"윤석열 지지자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를 물으며 극우 세력에게도 "훨씬 더 관대해져야 한다"고 우리에게 충고했던 박권일 씨가 왜 조국 일가에게는 이토록 모진 태도를 보일까? 그 의문은 여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한인섭 교수의 최근 방송 인터뷰는 매우 대조적이고 인상적이었다.

한인섭 교수는 2019년 검찰-언론의 조국 사냥 때 좀 더 적극적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서보학 교수와 함께 한인섭 교수를 법조카르텔의 문제점이나 사법 개혁의 과제에 대해 가장 신뢰할 만한 전문가로 생각하던 나는 일부 아쉬운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울먹이며 한 인터뷰를 보면 얼마나 그 고통을 함께 느끼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정상적 수사가 아니라, 한 사람을 표적으로 삼아 인간사냥, 인격살해, 온가족 멸문사화를 저질렀다.... 압수수색이 몇백회이고, 검사 몇백명이 달라붙었다. 언론도 총동원하고... 검-언합동 표적공격이었다.... 역사상 이렇게 온가족에 대해, 10년치의 온갖 사실을 다 털어서 수사한 적이 없다. 조국 가족은 생지옥에 던져졌다.“

"8개월의 고통이 아니라 7년의 고통이다... 그 화살을 뽑아줘야 한다. 그 고통을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줘야 고통이 전이되고 해소된다. 그것은 한 개인의 아픔이 아니라 지켜주지 못한 사람들의 고통이다... 당신들의 그 고통을 외면해서, 못 막아줘서 미안하다는 공감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게 된다."

한미 관세협상 결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

1. 한미 관세협상은 자본주의가 노동 착취만이 아니라 강탈에 의해 작동한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다. 이미 약소국에 대한 침략, 학살, 강탈로 최강대국 패권을 얻었던 미국은 중국의 추격과 패권 상실의 위기를 다시 날강도같은 강탈을 통해 벗어나려 한다. 제국주의의 민낯이다.

2. 장하준 교수는 이를 "동네 깡패들이 가게를 뒤집어 엎고 '그동안 내던 돈을 5배로 내라, 10배로 내라면서 야구 방망이로 집기를 부수고 있는 상황"으로 비유한 바 있다. 그리고 한국의 국힘과 족벌언론은 '큰형님 기분 상하지 않게 돈이든, 쌀이든, 쇠고기든 빨리 다 내주자'고 난리였다.

3. 브라질이나 일본에서는 우익까지 반미로 돌아선 것과 대조적이었다. 그런데도 한국정부가 예상보다는 덜 뺐기고 쌀과 쇠고기까지 지킨 것은 좀 놀랍긴 하다. 더구나 트럼프가 난데없이 '대통령 당선 축하한다'며 부정선거론에 찬물까지 끼얹어 윤어게인 극우들의 멘붕이 온 것도 좀 우습다.

4. 솔직히 뭔가 큰 것을 내준 이면합의가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게 아니면 엡스타인 리스트 등이 낳고 있는 트럼프의 정치적 위기와 마가 세력의 분열 덕이 아닌가 싶다. 한국 협상팀이 그런 상황을 잘 활용했다면 나름 평가할만 하다. 2008'광우병 시위'를 활용한 것도 그렇다.

5. 그것은 출범 한달만인 이명박 정부를 퇴진 위기로 내몰며 한미관계를 뒤흔든 역사적 투쟁이었고, 오늘날 '빛의 혁명'의 뿌리였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노 킹' 시위에 시달리던 트럼프는 한국에서 그런 거대한 투쟁이 다시 벌어지고 미국까지 불길이 번지는 것은 겁났을 법하다.

6. 하지만 아직 평가는 이르다. 주한미군 분담금과 동맹 확대 등 트럼프의 '안보' 청구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트럼프는 비용을 떠넘기며 중국 포위 똘마니 역할을 강요한다. 더구나 이번에 중국와 경쟁할 미해군 군함과 연관있는 조선업 투자 합의는 이미 거기에 끌려간 측면이 있다.

7.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신화'마저 팽개친 더욱 노골적인 강탈적 제국주의 날강도들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트럼프가 바라는 미국 제조업 부흥, 쌍둥이 적자 해결, 중국 추격 봉쇄가 아니라 미국 패권의 더 급속한 쇠락만 낳을 수 있다.

8.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이 주도하던 국제질서는 내부적, 도덕적으로 파산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멕시코, 브라질 등의 남미 좌파 정부들이 보여주듯이, 남반구의 국가와 민중들이 힘을 모아서 제국주의 패권 국가들이 주도하는 강탈, 전쟁, 가자 집단학살 등에 함께 맞서는 것이 필요하다.

윤석열 부부 악마화를 넘어서야

"‘인간 김건희’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한때 ‘쥴리’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던 술집 종업원 출신이라는 의심이다. 김건희가 쥴리라고 폭로하는 인터뷰와 기사를 면밀히 보면, 오히려 그가 술집 종업원 출신이 아니라고 확신하게 된다... 김건희는 접대부가 아니라 가족 비즈니스의 로비스트이자 법조 브로커였다.... 하지만 ‘쥴리 의혹’에 성형수술 논란이 얹히면서 ‘여성혐오’ 프레임에 갇혀버렸고, 말초적인 이슈로 소비되면서 공적 의제가 되지 못했다... 최은순의 사법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세명의 사건에 등장하는 검사와 판사만 수십명이다. 가히 조직범죄 수준이다... 수십년을 갈고닦은 법 기술로 무장한 부패 법조권력의 결정체"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212471.html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겨레에서 믿고 보는 기자 중에 하나인 이재성 기자의 역시나 명확한 글이다. '쥴리, 접대부, 성형...' 이런 식의 접근은 그만 봤으면 좋겠다. 솔직히 윤석열과 김건희를 악마나 괴물로 묘사하고 바라보는 관점도 불편하다. 핵심은 언제나 불완전한 인간에 불과한 특정 개인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구조와 제도이다.

개인을 악마, 괴물로 만드는 것은 사실 마녀사냥의 특징이다. 물론 윤석열 부부는 마녀사냥의 희생자는커녕 주도자였다. 그리고 그것에 휩쓸린 많은 이들이 지금도 조국, 윤미향 등에 대한 마녀사냥에 동참했던 과거를 돌아보기는커녕 아직도 혐오감과 증오심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당시 마녀사냥이 일으킨 낙인과 혐오의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증거다. 그런데 윤석열, 김건희를 악마화하고 괴물화하면 그들이 물타기하고 빠져나갈 핑계를 찾게될 뿐이다.

조국 마녀사냥에 동참했던 이들이 막상 입시 불공정과 계급 재생산의 구조 개선에는 큰 관심이 없고 오히려 그 구조를 공고히 하는 자들을 도와 온 것과 마찬가지다. 핵심은 윤석열 부부가 마녀사냥을 하고, 권력의 정점에 오르고, 온갖 권력형 비리를 저지를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준 검찰-언론-사법의 카르텔이고 그것을 개혁할 길을 찾는 것이다.

주가 하락과 주식 과세 논쟁

주가 하락하니 주식 10억 이상 투자자에 대한 과세 강화를 주장한 진성준 의원에 대한 공격이 사방에서 봇물처럼 쏟아진다. '주식 10억이상 투자자들에게 좋은게 모두에게 좋은 것', '시장에 함부로 맞서면 안된다'... 부동산 투기 옹호하던 전형적 신자유주의 논리를 그대로 주식으로 가져오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은 다르다'? 물론 똑같을 리 없다. 하지만 돈이 돈을 버는 투기로 향하면 불로소득은 다를 게 없다. 그래서 부동산 투기 비판하던 이들이 이 문제에서 180도 태도를 바꾸는 것은 놀라운 점이 있다. '주가 5000' 공약이 이 정부의 약한 고리와 기득권의 공격 포인트로 변하는 장면으로 보인다.

이제 저들은 조금만 자신들의 특권을 위협하는 진보적 정책이 나타나면 '주가 떨어진다'고 공격할 것이고, 실제로 이 엄청난 큰손들은 얼마든지 주식시장의 단기적 하락을 유도할 능력도 있다. 그러면 언론, 유튜버, 지지자들이 난리치고 정책은 중단과 후퇴로 가는 패턴이 만들어지는가...

'주식도 안해본 진성준이 주식 시장을 망치고 있다'는 논리는 얼마나 황당한가? 그러면 부동산 거래나 투기 좀 해본 사람들만 부동산 투기 비판해야하나? 나같은 사람들은 부동산이나 주식 투기 비판할 자격도 없나? 현 국면과 이 문제에서 무조건 진성준의 부자 증세 입장을 지지한다.

이단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제크에 여러 비판도 해왔지만 이 부분에서는 완전 공감이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진실을 외치고 있다는 사실에만 자족하는 신생 소수 정당이나, 선거 때마다 의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떨어야 하는 정당으로는 안 된다....실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이단이 필요하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212507.html

물론 지제크가 뭔가 우파적 프레임에 대한 타협을 암시하는 듯하는 점은 걸린다. 그것은 독일 좌파당에 대한 우파적 분리가 낳은 실패처럼 답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정통'에 맞선 '이단'적 접근을 촉구한 것은 옳다. 항상 중요한 것은 '정통', '정답'에 대한 암송을 벗어나는 것이다.

언제나 가장 '좌파적', '혁명적' 입장만 취하면 된다는 '좌파'는 틀렸다. 레닌 신격화는 정말 싫지만 레닌도 이 점은 거부했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혁명적 구호 만들기란 사건의 주어진 국면, 당시의 주어진 상황에서 객관적 상황과 관계없이 혁명적 구호를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좌익 볼셰비키들은 가장 혁명적인 문구를 암송하며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신이여, 그들로부터 우리를 구하소서) ... 우리는 혁명적 문구에 맞서 싸워야하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사람들이 '혁명적 문구가 혁명을 망쳤다'는 쓰라린 진실을 말하지 않게 해야한다."

구체적 상황을 분석하고 대중과 호흡하며 함께 투쟁할 수 있는 적절한 전술과 구호를 제출하는게 아니라 무조건 가장 '좌파적, 혁명적' 구호만 내놓으면 자동으로 세상이 바뀔줄 아는 이들이야말로, 그것을 망치고 있다. 한국에서 진보좌파의 주변화를 멈추기 위해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기사 등록 202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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