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세상읽기 – 집단학살 2년과 팔레스타인 연대/ 노벨평화상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5. 10. 15. 19:28

전지윤

불안정하고 일시적인 '휴전'을 넘어서

"그들은 아기 40명이 참수당했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그들은 아기들이 오븐에 넣어졌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그들은 조직적 집단강간이 있었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그들은 집단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이 모든 거짓말을 했다."

네타냐후와 집단학살의 전쟁범죄 공범들은 툭하면 '2023107일을 잊지 말자'고 말한다. 그러나 그날은 80여년간의 식민지배와 점령이 낳은 비극이면서, 동시에 이스라엘 탱크와 헬리콥터와 드론과 군인들과 총알에 의해서 이스라엘인들이 잔혹하게 학살당한 날이기도 하다그날 희생자의 상당수를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당황한 이스라엘군이 무자비하게 반격하는 과정에서 죽였다는 것은 이미 이스라엘 일부 언론조차 확인하고 인정한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거나, 말하지 않고 있다.

물론, 그날의 희생자들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죽었는지는 더 분명히 밝혀져야 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하마스는 이것을 위한 국제적 차원의 정확하고 공정한 진상조사와 책임을 말하고 있는 반면, 이스라엘은 한사코 그것을 거부해 왔다그러면서 '1200명의 희생자와 50여명의 인질'을 말하며 집단학살을 정당화한다. 반면에 지난 2년간 죽어간 7만여 명의 희생자와 이스라엘에 잡혀가 있는 15천명의 인질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불안정하고 일시적인 '휴전'이 합의된 지금이야말로 이 모든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절대 잊지도 용서할 수도 없다는 것을 생각할 순간이다.

- 6만7천명 집단학살

- 190만명의 피난민

- 270명의 언론인 암살

- 92%의 집이 파괴

- 5500만톤의 잔해

- 400억 달러의 미국 무기 지원

이 끔찍한 숫자는 그 자체로 모든 것을 말하며 이스라엘이 자행한 집단학살의 규모를 보여준다. "가자지구에서 아이들이 축하하는 모습을 보면 기쁨을 감출 수 없지만, 그 웃음소리를 영원히 듣지 못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이 대량학살은 우리 정부를 포함한 전 세계 정부의 정치적, 군사적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전 영국 노동당 대표 제레미 코빈)

가자의 진실을 전하던 가자의 한 언론인이 휴전 직후 전하는 소식은 이것이었다. "이스라엘 점령군이 방금 내 셋째 아들 이브라힘을 죽였습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편히 잠들기를." 이번 '휴전'은 과연 지난 1월의 '트럼프 취임 축하 사기극'에 이어서 '노벨평화상 주간 사기극'을 넘어설 수 있을까? 절대 안심하지 말고, 팔레스타인이 강에서 바다까지 해방될 때까지,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계속 지켜보고 연대해야 한다.

트럼프의 20개 평화 구상 - 항복 강요의 신탁통치안

1. 트럼프의 20개 항목 가자 휴전안을 보면 볼수록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2년 동안의 집단학살 끝에 나온 이 '휴전안'에는 가장 핵심이어야할 집단학살 가해자에 대한 처벌, 피해자에 대한 보상, 전쟁범죄 재발 방지 대책, 팔레스타인 자결권에 대한 보장이 없다.

2. 오히려 팔레스타인의 운명과 미래를 이스라엘과 미국이 결정하겠다는 내용만 있다. 가자를 서방 강대국들이 신탁통치하고 서방기업들의 돈벌이 시장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마스를 무장해제하고 가자 통치에서 배제한다는 '항복 강요의 최후통첩'이 주요 내용이다.

3. 반면, 극단적 시온주의자들을 '가자 통치에서 배제하고 무장해제'하겠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 질베르 아슈카르는 "이 제안은 제1차대전 이후의 식민지 위임통치를 연상시키며 ... 이스라엘 군대는 약 1km 깊이로 가자지구에 조성된 '보안 경계'를 계속 통제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4. 물론, 이것을 받아들이면 집단학살과 폭격을 중단하고 일부 팔레스타인 인질들(15천명 중에 고작 1700)을 석방시켜주겠다는 약속이 있다. 문제는 이것을 약속하고 보증하는 것이 바로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믿을 수 없고 거짓말을 많이 한 두 정부와 정치인 미국의 트럼프와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 이라는 것에 있다.

5. 하마스와 저항세력은 왜 예상과 달리 이런 기만적 제안을 수용한 것일까? '솔로몬의 우화'와 똑같다.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던 두 엄마에게 솔로몬이 아이를 반으로 잘라서 가지라고 하자 진짜 엄마는 아이를 포기한다. 가자 주민들의 고통과 죽음을 견딜 수 없는 쪽이 물러서고 있다.

6. 수많은 오해와는 다르게 이것은 처음도 아니다. 이미 하마스와 저항세력은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요구대로 '이스라엘 인질을 다 풀어주고, 가자 통치에서 손을 떼겠다'고 거듭 말해왔다. 하지만 휴전은 계속 결렬됐다. 저들은 집단학살을 끝낼 생각이 없었고 '인질'에는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다.

7. 지난번에는 그런 식의 '휴전' 합의가 이뤄질까봐 아예 카타르를 폭격해 협상단을 다 제거하려 했다. 이번에도 트럼프-네타냐후는 얼마든지 또다시 '무장해제에 대한 약속이 없다'면서 협상을 결렬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고 특히 트럼프의 태도가 바뀌었다.

8. 왜냐하면 지금 트럼프는 관세전쟁 실패, 물가 인상, 지지율 추락 등 동시다발적 정치 위기에 직면에 있기 때문이다. 노벨평화상에 대한 병리적인 집착과 욕심만이 아니라 위기 탈출을 위해서도 뭔가 보여줘야 하는 순간이다. 네타냐후와 이스라엘은 국제적 고립의 위기에 빠지고 있다.

9. '글로벌 수무드 선단'이 보여줬듯이 팔레스타인 국제 연대 여론과 운동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 운동은 스포츠와 문화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고, 서방 정부들도 조금씩 마지못해 각종 재제와 무기금수, 경제 교류 중단 등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10. 이 상황에서 '모든 인질을 석방할테니 나머지 협상을 해보자'는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의 역제안은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지 않아서 휴전이 어렵다'고 떠들던 트럼프의 모순을 파고들었다. 이것을 거부하면 '인질의 생명은 핑계에 불과했고 관심도 없었다'는 자백과 실토가 된다.

11. 그래서 트럼프는 일단 하마스의 제안을 환영하며 네타냐후에게 폭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카타르 폭격 이후에 틈이 벌어진 걸프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갈등도 봉합하길 원한다. 네타냐후는 이런 미국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할 수가 없다.

12. 최근 네타냐후는 '우리는 자급자족을 각오하고 슈퍼 스파르타가 돼야 한다'고 연설했지만, 미국의 도움없이는 단 하루도 집단학살을 지속할 수 없는게 제국주의 경비견의 처지다. 물론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지금도 집단학살을 중단하지 않고 있고 언제든지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다.

13. 따라서 중요한 것은 그나마 트럼프와 네타냐후를 조금이라도 주춤하게 만든 힘을 더욱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에 있다. 집단학살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국제적 여론과 운동을 더욱 거대하게 만들어 각국 정부를 뒤흔들고 트럼프-네타냐후의 위기과 고립을 가속화시켜야만 한다.

트럼프는 위기로 가고 있다

1. "트럼프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사진을 보라. 헤그세스와 트럼프가 전 세계에서 소집해 훈계받게 한 800명의 장군들... 아무도 박수 치지 않았다... 권위주의적 우익지도자라 해도 고위 장성들을 한꺼번에 모욕하지는 않는다... 무솔리니나 히틀러도 그러지 않았다."(생태사회주의자 조너선 닐)

2. 타당한 지적이다. 집권 반년만에 트럼프의 위기는 분명해지고 있다. 여러 지표가 있다. 관세 전쟁이 물가인상과 지지층 이탈, 지지율 추락이라는 역풍을 낳고있다. 엡스타인 파일 문제로 마가 진영은 분열했다. 연방정부는 셧다운됐다. 강제 폐지했던 지미 키멀쇼는 1주일만에 부활했다.

3. 개망신이다. 트럼프의 국제적 극우 동맹자들도 추락하고 있다. 아르헨트나의 '울트라 트럼프'라던 말레이 정권은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말레이가 줄줄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은 의회에서 재통과했다. 말레이 여동생의 뇌물 스캔들은 엄청난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4. 트럼프도 말레이도 윤석열과 너무 비슷하다. 윤석열이 북한을 자극해 국지전을 일으키고 계엄의 명분을 삼으려 했듯이 트럼프도 '먀약과의 전쟁'을 핑계로 베네수엘라의 선박을 폭침시키며 군대 투입의 명분을 만들려 한다. 이미 민주당 도시들로 군대 투입을 계속하고 있다.

5. 이번에 군장성 800명을 모아놓고도 노골적으로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그곳들은 내부에서 벌어진 전쟁터다... 이런 도시들을 우리 군대, 주방위군의 훈련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트럼프는 제국의 과잉확장을 일시 중단하고 국내 계급전쟁에 집중하려 한다.

6. 모든 것은 연결돼 있고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이므로, 이것은 지금 '3500억 달러 선불'의 날강도 협박을 받고 있는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트럼프에게 굴복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계속 버티고 맞서야 한다. 트럼프의 핵심 극우 동맹이며 학살 동맹인 네타냐후도 고립되고 있다.

7. 트럼프-네타냐후가 '20개항의 가자 평화구상'을 발표한 것은 이것을 벗어나기 위한 술수이기도 하다. 이것을 계기로 서방 정부와 걸프 국가들의 불만과 이탈은 다시 잦아들었고, 공은 다시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집단학살에 반대하는 국제 연대는 계속 커지고 있다.

8.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집단학살은 지금 국제적 극우 네트워크의 중심이면서 약한 고리다. 이것을 막아내고 실패하게 해야, 국제적 극우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고, 그것은 한국의 윤어게인 극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트럼프의 날강도 깡패짓도 막을 수 있다.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문제다.

가자와 한국을 연결한 해초의 항해 

자칭 '세계에서 가장 용감'한 이스라엘군은 2년 동안 비무장한 아이와 여성들을 실컷 죽이다가, 이제 아기 분유와 음식으로 '무장'한 민간선박을 공해에서 납치했다. 만약 북한, 이란, 예멘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미국과 서방은 당장 '항행의 자유' 어쩌고 하면서 전쟁을 선포하고 폭격했을 것이 분명하다.

집단학살을 하고 포로들을 고문하고 강간하고도 아무 처벌받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던 이스라엘은 이제 국제 해역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납치할 '권리'까지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배와 활동가들을 납치하며 차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무드 선단의 배(미케노호) 한 척은 이스라엘의 봉쇄를 뚫고 사상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해역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비폭력적인 시민불복종 운동이 팔레스타인 국제 연대 운동에 남긴 역사적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더구나 이스라엘의 만행이 방아쇠가 되면서 유럽 곳곳에서 거대한 항의 시위와 총파업이 벌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각국 정부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콜롬비아는 외교관을 추방하고 FTA를 종료했고, 튀르키예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스페인은 이스라엘 외교관을 소환했고, 말레이시아는 법적 조치를 다짐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대응은 인상적이다.

"터키, 이집트 대통령, 카타르 총리와 대화를 하고 말레이시아 자원 활동가들의 즉각 석방에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다시 강조하건대, 이스라엘의 만행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수 세대에 걸쳐 괴롭혀 온 불의와 강탈의 종식을 요구하는 데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이재명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총리에게 배워서 여전히 가자를 향하는 구호선단에 함께하고 있는 한국 시민인 해초님을 지켜야 마땅하다.

글보벌 수무드 선단의 성과

이스라엘군이 결국 글로벌 수무드 선단 중에 7척을 묻대포를 쏘면서 폭력적으로 나포했고 그레타 툰베리 등을 체포했다. 그러자 곧바로 전세계 곳곳에서 거대한 항의 시위와 파업이 분출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40여척의 선박들은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한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글로벌 수무드 선단에는 46개 국가에서 온 497명의 시민들이 타고 있으니 이제 이 문제는 이스라엘과 이 모든 나라의 정부나 시민들의 문제가 됐다. 정부들이 침묵하더라도 시민들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특히 이탈리아 정부는 가자 지원 함대를 포기했지만,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그러지 않고 있다. 극우 멜로니 정부는 역시나 어제 수무드 함대에 '그만 포기해라'고 방송한 후에 군함을 철수시키며 가자 주민들을 배신했지만,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탈리아 노동조합과 시위대는 글로벌 수무드 함대의 동지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모든 것을 봉쇄하겠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탈리아 나폴리가 가장 먼저 기차역을 봉쇄했으며, 현재 로마에서도 시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정치평론가 오리 골드버그는 이렇게 지적한다. '함대가 가자에 가져다줄 소량의 구호품은 핵심이 아니다. 함대는 이스라엘의 본질을 드러냈다. 막대한 힘을 오로지 민간인들에게만 휘두르고 학살을 지속하는, 비겁하고 증오에 찬 살인적인 국가. 함대에 탄 용감한 사람들은 인류의 위협에 맞선 최전선이다. 그들 모두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

지금 '글로벌 수무드 선단'과 함께하고 있는 '천개의 메들린호'에는 한국 시민(해초)도 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K, 문화, 산업의 성과를 자랑하기보다 당장 이스라엘군의 위협과 폭력에 직면한 자국민의 생명부터 보호해야 한다이번에 콜롬비아 페트로 대통령은 콜롬비아인 2명이 탄 구호선단을 이스라엘군이 나포한 것에 대응하여 이스라엘 외교관들을 전부 추방하고 이스라엘과 FTA 취소를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는 집단학살에 침묵하는 것을 넘어서 미국 조지아 공장에 이어서 트럼프나 네타냐후의 눈치나 보며 자국민의 안전과 생명도 방치하고 외면하는 정부가 될 것인가...

자체 파산을 선언한 노벨평화상

1. 누가봐도 올해 노벨평화상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맞서온 가자 민중, 언론인, 의사나 알바네제 유엔보고관, 툰베리 등이 받아야 마땅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도 '가자 주민들이 받을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고,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도 4.3학살과 가자 학살을 연결지었다.

2. 하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일찍부터 불길하긴 했다. 극우 신나치이며 집단학살 공범인 트럼프가 스스로 후보를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특히 트럼프의 이란 폭격 직후에 네타냐후가 미국에 찾아가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장면은 경악할만한 초현실적 막장극이었다.

3. 그 밖에도 전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극우 정치인과 전쟁광들이 앞다퉈 '트럼프가 받아야 한다'고 추천했다. 한국의 극우 전한길도 '윤석열과 트럼프가 공동으로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노벨평화상이 빈껍대기지만 이런 황당무계한 헛짓거리를 진지하게 보는 이들은 없었다.

4. 그런데 올해 노벨평화상은 비록 트럼프는 아니지만, 트럼프의 충실한 협력자인 베네수엘라 친미적 강경우파 마차도에게 돌아갔다. 미국의 압박과 눈치에 시달리던 노벨위원회의 기막힌 꼼수다. 결국 노벨상은 '평화'와 가장 거리가 먼 사람 대신에, 두 번째로 거리가 먼 사람에게 갔다.

5. 제일 먼저 트럼프에 감사 인사를 한 마차도는 심지어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이민자 탄압도 지지해 왔다. 라틴아메리카 극우네트워크의 일원이면서 국제적 신나치들과도 교류해 왔고, 네타냐후와도 친밀한 시온주의 지지자이며, 석유산업 민영화를 주장하는 극단적 신자유주의자이기도 하다.

6. 물론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이 차베스의 유산을 뒤집고, 민주주의를 짓밟고 반대파를 탄압하며 공정한 선거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마차도는 선거 출마 금지와 체포 위협을 받았었다. 하지만 마차도가 이에 맞서 '평화적 전환을 위해 노력했다'는 노벨위원회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7. 그보다 마차도가 노력한 것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경제제재와 압박에 대한 요청이었다. 직접 군사적 개입을 요청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미국이 몇차례나 베네수엘라에서 쿠데타를 획책해 왔고 군사적 개입 의도도 드러낸 상황에서 이것은 미국의 침공도 반대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8. 무엇보다 오랫동안 베네수엘라 민중을 고통스럽게 만든 핵심 원인인 미국의 경제적 제제와 봉쇄를 지지해온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더구나 최근 트럼프는 '마약과 전쟁'을 핑계로 베네수엘라 민간선박을 몇 번이나 폭침시키며 군사적 개입 의도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9. 그래서 마두로 정권를 비판하며 가장 탄압받아 온 베네수엘라의 급진좌파와 민중운동 진영은 이런 미국의 경제제제와 군사적 개입 시도를 앞장서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차도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 명분을 제공하며 발판을 마련해주는 측면 지원과 같다.

10. 이런 최악의 선택을 통해 노벨위원회는 '이거라도 먹어라'며 트럼프를 달래고, 가자 집단학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멀어지게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툭하면 '좌파가 집권하면 우리도 베네수엘라처럼 된다'고 떠들던 한국의 극우들도 더욱 힘을 얻어 신나게 떠들 것이 분명하다.

11. 아마도 노벨의원회는 가자 집단학살 2년과 공모를 통해 너덜너덜하게 무너져버린 '인권과 민주주의에 기반한 서방 자유주의 질서를 되살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서방 자유주의 질서'의 위선을 폭로하고 그것을 돌이킬 수 없게 무너뜨린 또 하나의 사례로 남을 것이다.

12. 다이나마이트 전쟁무기를 팔아서 번 돈으로 만들어져 키신저같은 전쟁범죄자에게 주어지며 강대국 정치에 이용되던 노벨평화상은 그만 빨리 없어져야 한다. 윤미향 대표가 주장해 온 '김복동 평화상'처럼 집단학살, 전쟁범죄, 식민지배의 피해자들과 그에 맞서 싸운 투사들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평화상이 진작 만들어졌어야 한다.

양자택일의 단순한 이분법은 피해야

베네수엘라에서 신자유주의적 친미우파 마차도와 노벨평화상 수상을 비판한다는 게 마두로를 옹호하는 것으로 오해되서는 안 된다. 마두로는 소수 지배층만을 위한 정책을 펴며 모든 야당과 노조와 파업을 탄압하고, 심지어 반정부 시위대에 발포해 수십명을 죽였고 수천명을 잡아갔다.

지난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가장 억눌린 것은 마차도와 친미우파가 아니라 좌파적 반대자들이었다. 마두로는 미국의 눈치를 보며 친미우파의 통합 후보인 곤살레스의 출마는 막지 않았지만, 마두로와 우파 모두에 반대하는 의미있는 제3의 좌파 후보는 출마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노벨위원회는 이런 좌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런 상황이기에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 좌파 지식인 에드가르도 랜더는 '마두로는 좌파나 진보가 아니며, 베네수엘라의 진정한 대립은 반제국주의 수사를 가진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정부와 대다수 민중 사이에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콜롬비아, 스페인, 멕시코의 좌파 정부들도 대부분 마두로 정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와 군사적 위협을 반대하고 마두로 정부와 외교적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권위주의 통치, 민주주의 위협, 인권 침해, 선거의 불공정성 등을 지적, 비판하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반제국주의를 '미국과 대립하면 무조건 우리 편'이라는 양자택일의 이분법으로 단순화시켜서 러시아 푸틴과 중국 시진핑의 민주주의 파괴와 소수민족 탄압을 정당화하거나, 라틴아메리카에서 '반미'를 억압의 명분으로 이용하는 독재자들을 미화하는 것은 빠지지 말아야할 함정이다.

(기사 등록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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