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 조란 맘다니/이스라엘 집단학살/아펙/여순항쟁
전지윤

● 미국 뉴욕시장 선거 조란 맘다니의 승리와 의미
1.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보며 우리는 '저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다니'하면서 거듭 충격을 느껴왔다. 그러나 이제 '말도 안되는 일'이 거꾸로 벌어졌다. 올해 초에 '젋은 급진좌파 무슬림' 조란 맘다니가 뉴욕시장 도전을 선언했을 때 지지율은 1%에 불과했고 그 누구도 당선을 예상하지 못했다.
2. 그런데 맘다니는 반년만에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로 당선하는 첫번째 기적을 일으켰다. 그후 맘다니의 당선을 막기위한 극우-보수-민주-중도 연합이 만들어졌다. 트럼프, 공화당, 민주당 주류 지도부, 머스크와 억만장자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까지 모두 크고 작게 힘을 모았다.
3. 그리고 '맘다니는 불법체류 이민자이고 반유대주의적 무슬림 지하디스트이며 공산주의적 테러리스트'라는 마녀사냥이 곳곳에서 이어졌고 갈수록 심해졌다. 뉴욕은 9.11 테러의 상처가 깊은 곳이고 전세계에서 가장 유대인이 많은 도시 중 하나라는 점에서 결코 만만한 공격이 아니었다.
4. 민주당 주요 지도자들은 마지못해 뒤늦게야 소극적으로 맘다니를 지지했고,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는 끝까지 맘다니를 지지하지 않았다. 막판에 트럼프는 심지어 '공화당 후보 찍으면 맘다니가 된다. 민주당 출신 쿠오모를 찍으라'며 역사표 논리까지 펴며 결사적 저지에 나섰다.
5. 그런데도 맘다니는 다시 1년만에 뉴욕시장으로 당선하는 두번째 기적을 만들었다. 그것도 민주당 출신 쿠오모 후보와 공화당 슬리와 후보의 득표 합계를 뛰어넘는 대승리였다. 당파를 뛰어넘은 반대 세력의 연합된 힘, 억만장자들의 자금력, 주류언론의 집요한 마녀사냥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6. 승리의 비결은 첫째, 트럼프의 극우 인종주의와 반이민 정책에 맞선 선명한 다인종 민주주의의 비전과 대안이었다. 이것은 인종과 젠더에 대한 자유주의적 정체성 정치를 강조하지만 이민 정책에서 거듭 타협하고 후퇴해 온 민주당의 기존 주류들과 차별화된 모습이었다.
7. 둘째, 맘다니는 이처럼 자유주의적 정체성 정치를 넘어서면서 좌파적 포퓰리즘 정책을 제시했다. 임대료 동결과 공공주택, 무상교통과 보육, 부유세 도입과 법인세 인상 같은 진보적 정책들은 민주당의 고수해 온 자유시장 정책과 거리가 멀었고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8. 셋째, 맘다니는 이슬람포비아적 공격에 굴복하지 않았을뿐 아니라,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 연대를 선언했다. 이것은 시온주의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 지지와 명백히 달랐고, '집단학살' 용어를 피하던 버니 샌더스보다도 더 나아간 태도였다.
9. 맘다니는 자신이 '민주적 사회주의자'라는 것을 결코 숨기지 않았고, 9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뉴욕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방문해서 그의 정책과 주장을 알리고, 인스타와 틱톡 등에서 온갖 기발하고 재미있는 영상과 게시물로 가장 효과적으로 그것을 퍼트렸다.
10. 이것은 최근 미국에서 나타났던 세가지 여론조사(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트럼프 지지율,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에 더 공감한다는 여론,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 여론의 성장)가 보여주는 흐름과 일치했다. 반면 기존의 민주당 주류는 이 흐름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었다.
11. 트럼프의 위기 속에서도 지금 민주당 지지율이 공화당보다 더 낮은 것은 이 때문이다. 10월 26일 맘다니 유세장에서 지지 연설을 하러 올라온 캐시 호철 뉴욕주지사가 1만3천 청중의 야유와 구호("부자에게 세금을!") 속에 파묻혀 쫓겨나던 장면은 그것을 상징했다.
12. 올해 초에 트럼프 당선을 보면서 '미국 사회가 우경화하고 있다'고 했던 일면적인 목소리들은 틀렸던 것이다. 미국의 더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통과 불만을 해결해줄 더 나은 대안을 찾고 있었던 셈이다. '트럼피즘'이 아니라 '맘다니즘'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13. 이번에 뉴저지와 버지니아 지방선거에서도 반트럼프 열기 속에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맘다니의 승리는 내년 미국 중간선거와 3년후 대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민주당은 근본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고, 이걸 눈치챈 오바마도 맘다니 지지에 올라탔다.
14. 트럼프의 전략가인 스티브 배넌조차 “전통적 민주당은 죽었다. 맘다니가 부숴버렸다”, "맘다니는 사람들을 거리로 끌어낼 수 있다"라며 경고하고 있다. 물론 맘다니가 이제부터 직면할 도전들은 결코 쉽지 않다. 이미 트럼프는 뉴욕에 연방 자금 지원을 끊겠다고 선포했다.
15. 나아가 트럼프는 분명히, 이민자들의 도시인 뉴욕에 이민세관단속국(ICE)을 투입해 폭력과 충돌을 유도할 것이다. 억만장자들은 뉴욕에서 자본과 투자를 철수할 것이고, 민주당의 뉴욕 주지사와 연방상원 의원들도 맘다니의 정책 실현을 돕기보다 방해하고 가로막을 것이다.
16. 주류언론들은 진작부터 '맘다니는 대학교수 아빠와 영화감독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금수저 출신의 위선적 좌파'라는 프레임으로 온갖 공격을 해 왔다. 그것만이 아니다. 임대료를 동결하면 부채가 많은 주택소유주들이 파산하고, 그것이 다시 경제에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17. 이 모든 공격, 방해, 어려움을 딛고 맘다니가 약속을 지켜내고 뉴욕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나가려면 지혜롭고 효과적인 정책 추진뿐 아니라 더 거대하고 강력한 기반과 투쟁, 연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뉴욕의 노동조합과 좌파단체들은 조직율과 투쟁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
18. 맘다니의 승리는 우리에게 큰 희망을 줬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그러나 1년 동안 2번의 기적을 만들어낸 맘다니와 동료들은 이번에도 잘 해낼 거라고 믿고 응원한다. 무엇보다 전세계에서 극우적 반동과 혐오정치의 위험에 맞서는 모든 이들은 맘다니의 승리와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은 끝나지 않았다
어제는,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 2년 전국집중 규탄 집회는 한국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중에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던 것 같다. 어제 서울에서는 거대한 반트럼프 시위도 있었고, 동시에 미국 전역 50개주 2600개 도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반트럼프 시위와 행진도 있었다.
제국주의와 시온주의의 폭력과 억압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불의, 기만, 허위, 위선과 이중잣대의 극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마일 알-타와브타 박사는 이스라엘이 '눈가리개를 하고, 묶인 채, 탱크에 깔려 짓눌린 상태로 각막, 간, 사지가 제거된 120구의 훼손된 시신'을 반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고문, 신체 훼손, 장기 절도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전세계가 19명의 이스라엘 포로 시신을 수습하는 방법에 몰두하고 있는 반면, 가자지구에서는 1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집 잔해 아래 실종된 채로 남아 있습니다. 온 가족이 사라진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도 그들의 운명에 대해 묻지 않습니다."
“불의와 이중 잣대의 극치는 이스라엘 점령군 병사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중장비가 제공되는 반면, 팔레스타인 희생자 1만 명의 시신은 2년째 잔해 아래 방치된 채 여전히 적십자의 개입과 수습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가자 민방위 대변인)
이 모든 것은 서방과 한국의 주류언론에는 결코 나오지 않는 가자의 진실이다.
● 집단학살 재개의 나팔소리를 울리는 주류언론
1. 지난 2년 동안 네타냐후의 7만여명 집단학살과 야만적인 폭력을 침묵, 외면하던 많은 주류 언론과 정치인들이 '폭력'에 대한 선택적 분노를 드러내며 또다시 하마스를 악마화하고 있다. 이들은 가자의 무고한 아이, 여성들이 수없이 가장 끔찍하게 죽어갈 때는 별 관심이 없었다.
2. 하지만 이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전쟁범죄에 부역했다고 지목된 가자의 IS계열 갱단원들의 생명과 안전에는 엄청난 관심과 공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돌아온 하마스가 공개처형과 숙청을 하는데 미국과 이스라엘은 다시 돌아가야 하지 않냐'는 말을 하고싶어 한다.
3. 새로울 것은 없다. '하마스 악마화'는 언제나 이스라엘의 침략과 학살을 정당화하는 핵심적 명분이고 신호탄이었다. 물론 이것은 '지금 가자에서 공개처형같은 일은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지난 2년이 낳은 고통과 분노 속에서 이스라엘 부역자를 찾아내고 처형하는 일이 실제 일부 벌어졌다.
4. 지켜봤듯이 지난 2년간 가자는 생지옥이 됐고, 지옥에서는 온갖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그럼 그 생지옥을 누가 만들었는가? 바로 미국과 이스라엘이다. 즉, 지금 일부 언론은 '지옥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그 지옥을 만든 악마가 다시 일을 해야한다'고 말하는 셈이다.
5. 미국이 '후세인 독재'를 핑계로 이라크를 침공하고, 이라크에서 수십만이 죽고 고통받는 생지옥이 벌어지고, 거기서 IS같은 야만적 조직이 등장하고, 다시 미국이 'IS를 척결하고 이라크 주민을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서'라면서 이라크를 침공하고 폭격하던 장면과 똑같다.
6. 역사적으로 보면, 식민지배나 학살에 고통받고 가족을 잃은 이들이, 점령군이 물러나면 부역자를 찾아내서 분노의 보복을 하는 일은 자주 있었다. 대표적으로 나치 독재자 무솔리니는 분노한 군중에 맞아 죽었다. 2차대전 이후 나치가 물러난 유럽 곳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7. 바르샤바 게토에서도 나치군대가 물러난 후 부역자들에 대한 색출 처형이 있었다. 이것이 꼭 좋거나 바람직하다는 뜻은 아니다. 수사와 재판도 없는 과정은 문제를 낳을수 있고 억울한 피해자도 나올 수 있다. 이스라엘도 가자의 이런 상황을 조장, 이용해 재침공의 명분을 찾을 것이다.
8.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가자 주민들의 지지를 받는 정부가 세워지고, 치안이 회복되고, 민주적 사법절차 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가장 방해하고 파괴하는게 바로 미국과 이스라엘이다. 하마스도 가자 주민들이 민주적 선거로 선출한 정부였지만 지금 어떻게 됐는가?
9. 지금 서방언론과 이 나라의 주류언론이 정신없이 쏟아내는 '트럼프가 가져온 평화 속에 돌아온 하마스와 가자에서 시작된 숙청과 내전' 보도는 바로 이런 미국과 이스라엘에게 다시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를 시작하라는 소름끼치는 죽음의 나팔소리로 들린다....
● 아펙이 보여준 제국주의 세력 관계의 변화
이번 아펙은 미국의 쇠락을 보여준 또 하나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시진핑은 거만했지만, 트럼프는 중국 앞에서 매번 꼬리를 내린다는 게 다시 입증됐고,
북한은 (아마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해) 그토록 매달리는 트럼프를 그냥 생까버렸고,
미국의 전통적 호구였던 한국도 과거처럼 쉽게, 빨리, 전부 내주지를 않았다.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트럼프와 미국이 처한 국내외적 어려움이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고, 현재 트럼프가 네타냐후의 휴전 전면 파기 시도를 쉽게 허락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을 것이다.
원래 북한 정권은 이런 국제적 역관계를 가장 잘 이용해서 밀당과 줄타기해온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제는 한국 정권도 그러기 시작했다.
반제국주의 국제연대 운동은 이 기회와 모순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것이 중국, 북한 정권 등을 뭔가 진보적이고 반제국주의적이라고 봐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가장 우스운 꼴이 된 것은 한국의 윤어게인 혐중반북 극우. 이들은 트럼프가 부정선거를 언급하며 윤석열을 면회해줄 것을 기대했는데, 트럼프는 부정선거를 부정하고, 시진핑을 칭송하고, 어떻게든 김정은을 면회하려고 애쓰다가 떠나 버렸다.
● 반중도 문제고 반미도 문제라는 물타기
1. 그동안 혐중 정서가 퍼져나가도록 부추기며 인종주의적 극우세력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던 수구언론과 우파 정치인들이 근래에 주로 사용하는 물타기 수법은 '반중도 문제이지만, 반미나 반일도 문제다', '반미와 반일을 해오던 이들은 반중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논리다.
2. 이것은 언뜻 들으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반미, 반일, 반중 모두 외국 국가나 사람들을 배척하는 민족주의(인종주의)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민족주의는 반역이다'라면서 구분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반대해 온 지식인들은 더 쉽게 흔들리고 있다.
3.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구체적 접근이다. 한국사회에는 반미나 반일을 중심으로 저항이 등장할 역사적 경험과 피해가 존재한다. 일제 식민지배 36년, 전시 성노예와 강제징용 피해, 미국이 개입한 분단과 전쟁, 미국의 독재정권 지원과 불평등한 한미관계...
4. 이처럼 물질적 토대가 존재하고, 단지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문제다. 반성과 사과없는 일본의 역사 왜곡과 재무장, 트럼프의 날강도같은 관세 협박과 주둔비 10배 인상 요구, 조지아 공장 폭력단속... 따라서 미국과 일본, 친미나 친일 세력에 대한 반감과 비판은 공감할 부분이 많다.
5. 이것은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과 전쟁범죄 책임을 토대로 한 베트남인들의 반한 감정과 주장을 우리가 단순히 '민족주의'라고 외면하거나 비하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구나 한국의 반미, 반일 운동과 비판은 주로 미국과 일본의 평범한 시민들이 아니라 정권과 지배층을 겨냥해 왔다.
6. 그래서 한국에서 미국인(백인)이나 일본인은 차별받는 소수자나 혐오의 대상이기보다 돈많고 힘있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로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오히려 반미, 반일 운동의 활동가들이 '종북반미 좌파'라고 낙인찍혀서 탄압과 혐오를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7. 그리고 반미, 반일 운동은 미국/일본의 진보적 민중운동 단체들과 국제적 연대에도 노력해 왔다. 일본의 양심적 학자나 시민단체들과 연대가 핵심이었던 위안부 피해자 운동이 대표적이다. 물론 반미, 반일 운동의 일부에서 민족주의적 과도함이나 몇몇 오류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8. 그러나 지금의 인종주의적 혐중 시위와 싸잡아 비판할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 중국은 한국을 식민지배한 적도 없고, 군대를 주둔한 적도 없고, 집단학살을 지원하고 있지도 않다. 중국은 오히려 일본과 서방의 식민지였고, 후발 자본주의 국가로서 그럴만한 능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9. 그런데 급속한 자본주의 발전 속에 중국이 강대국이 되면서 홍콩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미얀마 쿠데타를 지원하는 등의 문제가 생겼고, 이에 대한 비판과 저항도 나타났다. 한국의 진보운동과 단체들은 홍콩과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며 중국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과 1인시위를 해 왔다.
10.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혐중 시위와 운동은 그것과 전혀 다른 것이다. 중국 정권과 정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게 아니라, 중국인 전체가 범죄자이거나 열등한 인간 이하의 혐오스러운 존재인 것처럼 낙인찍으며 '짱개, 빨갱이는 꺼져라'고 모욕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11. 따라서 극우의 이러한 혐중 시위를 '반중'이라고 포장해주고서, '반미/반일'과 뭉뜽거린 다음에 이 모두가 허용되어야할 집회, 시위, 표현의 자유인 것처럼 말하거나, 모두가 사회적으로 규제하고 차단해야할 것처럼 말하고 접근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물타기일 뿐이다.
● 여순 민중항쟁의 진실과 정의를 위하여
1. 지난 10월 19일은 여순항쟁 77주년이었다. 요즘 이에 관한 논란을 보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날 '제주 4.3 진압 명령을 거부한 군인들'을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용기있게 진실을 말한 것이다. 하지만 곧바로 국힘, 족벌언론, 극우들의 비난과 반발이 쏟아졌다.
2. 이들은 '여순반란은 남로당의 지령받은 반란군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1200명을 죽인 좌익 무장 폭동, 반란, 테러였다'며 이재명의 발언은 '좌익의 역사 왜곡에 동조한 국가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맹비난하며 철회, 사과, 심지어 사퇴까지 촉구했다.
3. 그러나 여순항쟁이 남로당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은 아무 근거가 없고 역사적 사실은 그 반대를 가리킨다. 당시 4.3 진압 명령을 거부한 군인들의 저항 속에 초기에 희생된 장교의 상당수가 남로당 당원이었고, 여수지역 남로당 책임자도 상황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4. 심지어 한국의 우파가 그토록 숭배하는 간도특설대 출신의 친일 장군 백선엽도 여순 사건이 "결코 남로당 중앙의 지령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책에 쓴바 있다. 무엇보다 당시 여순항쟁 과정에서 희생된 장교, 경찰, 이승만 세력이 1200명이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로 확인된 적이 없다.
5. 많은 관련 기록과 증언은 그 규모를 200에서 450 정도로 추산하고 있고, 반면 이승만 정권이 여순항쟁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학살한 사람들은 1만~1만2천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많은 무고한 시민, 여성, 아이, 노인들이 '빨갱이'로 낙인찍혀서 잔인한 즉결 처형으로 죽었다.
6. 그것은 한국 사회와 역사에서 '빨갱이'라는 낙인과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프레임이 등장한 출발점이었다. 바로 직후에 국가보안법도 만들어졌다. 이어서 이승만 정권은 군대 내에서 광복군이나 반이승만 세력의 씨를 말리고 철저히 백선엽같은 친일반공 장교들로 채워나갔다.
7. 여순항쟁에 대한 역사의 진실을 쫓아가면, 오늘날 2가지가 떠오른다. 첫 번째는 여순항쟁 당시에 내려진 계엄령이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계엄령이라는 사실이다. 윤석열 계엄의 뿌리에는 이승만의 계엄이 있었고, 이미 77년전에 부당한 동족 학살 명령을 거부한 군인들이 있었다.
8. 둘째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이다. 네타냐후가 '하마스의 공격'을 빌미삼아 집단학살을 했듯이, 이승만도 '남로당의 폭동'을 빌미삼아 집단학살을 했다. 이승만도 네타냐후처럼 '아동까지라도 불순분자는 다 제거'하라고 했고, 전투기와 군함까지 동원해 야만적 집단학살을 했다.
9. 그리고 당시에도 이승만의 학살을 지원하고 무기를 제공했던 미국은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네타냐후의 집단학살을 돕고 있다. 이런 점들을 돌아보면 왜 국힘, 족벌언론, 극우들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며 결사적으로 여순항쟁의 진실을 왜곡하고 덮으려는지 짐작할 수 있다.
10. 학살과 독재, 그것에 맞선 민중 저항의 역사와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군인들의 기억을 지우고 싶기 때문이다. '빨갱이' 낙인과 마녀사냥의 메커니즘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야 '김현지는 경기동부이고 이재명도 종북좌파'라는 식의 몰이를 계속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11. 이들은 '극우 반공주의의 역사적 토대를 지키기위해 절대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광주사태'를 '광주항쟁'으로, '4.3 반란'을 '4.3항쟁'으로 바로잡으며 역사의 진실을 밝혀왔다. 여순항쟁의 진실이 밝혀지고 그 고통과 슬픔도 반드시 치유돼야 한다.
(기사 등록 202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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