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과 주장

장애인 운동 - 경주 APEC 투쟁과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5. 11. 13. 12:06

박철균

경주 APEC 투쟁 이야기

1. 전장연이 동네북 취급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경찰이 경주 가기 한달 전부터 전화가 왔다. APEC에 전장연 가냐고... 결국 APEC 투쟁을 가기로 했고, 일주일 전부터 계속 전화가 왔다. 전장연 가냐고, 집회 신고는 했냐고, 길을 막냐고, 버스는 막냐고, 다이인이나 포체 하냐고...

사실 경찰이 매번 우리를 예의주시하고 연락하는 것은 익숙했지만, 주최측에도 계속 전화해서 전장연 몇 명 오냐, 전장연 어떻게 행진 배치되어 있냐, 전장연은 어떻게 퍼포먼스하냐... 전장연의 안위만 계속 얘기했다고 하니 좀 아연질색했다.

좋게 말하면 소악마, 나쁘게 말하면 테러리스트 취급 받는 것이 어제만큼 불편했던 것은 없다. 전장연의 투쟁은 분명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하고 그로 인한 불편함이 불가피하긴 하지만 그 투쟁 자체가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가 이 사회에서 함께 일상을 살아가게 만드는 투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건 매번 우리만 왔다하면 히스테리 부리듯이 병력을 더 불리고 심지어는 투쟁 끝나고 교장샘과 일행이 밥 먹는 식당 근처에서까지 경찰 병력 배치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다. 경찰이 지키고 싶은 세상은 무엇일까? 그 지키고 싶은 세상엔 장애인은 없는 것일까?

2. APEC 투쟁을 만들어 가면서도 나 스스로에게 장애인운동과 APEC 반대 운동이 어떻게 결합되고 함께 해야 하는지 계속 물어봤다. 어떻게 장애인운동을 함께 하는 동료들에게 경주에 가서 함께 투쟁하자고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던 찰나에 트럼프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관세협상으로 한국이 매년 약 30조를 미국에 '투자'한다는 말에서 확 화가 났다. 누군가에겐 선방한 거라고 그 정도면 미국의 관세 압박에 잘 방어했다고 그 정도 돈은 한국의 외환시장 흐름 속에서 방어 할 수 있는 돈이라고 말 할 수 있지만, 뒤집어 말하면 그 30조는 언제든지 그 이전에 공적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돈이었다. 30조의 0.5% 정도 밖에 안 되는 장애인 예산을 책정해 놓고 우리가 절규하면 돈이 없다, 예산이 없다 단호한 정부가 소수의 사람들과 대기업에게만 이익이 가는 돈은 기꺼이 퍼주는 것에 대해서 화가 났다.

그래서 APEC이 아니라 SADDUN CRPD라 얘기했다. SADD는 전장연의 영어 명칭 약자이지만, 여기서는 “SADD Self-determination, Accessibility, Decent work, Deinstitutionalization”, 즉 자기결정권, 이동권, 괜찮은 일자리, 탈시설의 네 가지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아예 UN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도 하지 않는 미국이나 비준국이면서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한국이나... APEC에서 만드는 세상에선 장애인이 없다는 것을 알리고 함께 하기 위해서 토요일 잘 투쟁했다.

3. 토요일 연휴, 제법 쌀쌀해진 날씨이지만 기꺼이 경주로 달려와서 함께 했던 전장연 동지들이 빛났던 투쟁이었다. 차별버스가 달려 오고 있기에 버스를 막는 비택을 벌였을 때 경찰이 멋대로 채증하고 멋대로 우르르 달려 올 때 함께 분노하고 함께 막아섰던 시민사회정당 운동 단체들의 동지들에게도 눈물나게 고마웠다. 행진 마지막 경주 폐역에서 우리 대형현수막을 펴고 동지들을 맞이할 때 함께 환호하고 투쟁외쳤던 동지들에게 정말 감사했다.

경주 투쟁 다녀오면서 개인적으로 코감기가 심해진 것이 흠이지만, 그럼에도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경주 투쟁이다. 계속 잘 함께 싸워 나가야지. 그렇게 함께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지.

6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서울역 농성장에서 1박을 하는 투쟁이었다. 사실상 1박 투쟁.

불편함, 속상함이 이 사회에 여전하구나를 느끼는 투쟁이었다. 전날 밤 1박 자는 장애인에게 안전이 걱정된다며 전기 공급도 제대로 하지 않는 모습에서 그렇고, 그 다음날 서교공이랑 코레일이 콜라보로 무정차를 하며 장애인을 역이랑 열차에서 고립시키고, 시민에게 고의적으로 이간질시키는 치졸한 짓거리를 실제로 벌이면서 오피셜로는 지하철시위로 지연되니 무정차한다면서 전장연에게 그 모든 비난을 돌리는 모습에서 속상했다. 덕분에 본의아니게 서울역에 있던 대열은 세군데로 강제로 찢어지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통합과 복지를 얘기하며 본회의 발언을 했지만, 그 시간에 그 발언에 제외된 장애인은 국회앞에서 막히고 아예 국회도 가지 못하게 노량진역도 무정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는 전장연이 마치 이재명 대통령 앞에 보이면 안 되는 해충인냥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 도착한 장애인도 아예 지하철 플랫폼에서 막아 버리기도 했다. 장애인은 여전히 시민이 아니구나, 특히나 목소리 외치면 더더욱 고립되고 배제되고 마는구나 하는 슬픔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또 한편으론 희망을 느끼기도 한다. 장애인권리예산을 위해 전국 곳곳에서 1박을 결의하며 온 동지들, 아침 일찍 서울역에 모였고 아무리 서교공,코레일이 못 되게 굴 지언정 일부 화가 난 시민들의 온갖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할 지언정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함께 살고 싶다고 목소리 외친 동지들 때문에 벅찼다.

8시 서울역에서 출근길 지하철탑니다를 하기 직전 지나가는 시민이 "전장연 투쟁 지지합니다! 힘내세요! 함께 할게요!" 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 말 하나로 어제 하루종일 투쟁을 버티게 해 줬다. 정말 고마웠다. 우리에게 응원하고 함께 하는 시민 여러분이 함께 있다는 것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 생각한다.

11, 12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라든가 또 장애인권리예산과 권리정책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투쟁이 진행될 것이다. 언제나 꽉꽉 채워서 활동하는 장애인운동. 다만 그렇기에 마침내 세상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로 될 것이다

(기사 등록 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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