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불과 싸워야만 한다 – 2
조너선 닐(Jonathan Neale)
번역: 두 견
이 글의 필자인 조나선 닐(Jonathan Neale)은 미국과 영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 왔고, 제국주의, 기후정의, 젠더 억압과 젠더 정의 등에 대한 많은 글을 써왔다. 조나선 닐의 <미국의 베트남 전쟁>, <두 개의 미국>, <기후변화와 자본주의> 등은 국내에도 출판돼 있다. 4년 전에 닐은 <불과 싸워라: 그린 뉴딜과 전 세계 기후 일자리(Fight the Fire: Green New Deals and Global Climate Jobs)>을 출판했고, 여기에서는 그것이 처음 출판된 지 4년이 지난 지금의 정치적 전개를 살펴본다. 분량이 많아서 2번에 나누어 연재한다. 이 글은 두 번째이며 마지막 글이다.
출처: https://theecologist.org/2025/jul/15/we-must-still-fight-fire

분열: 탈성장(Degrowth)
그리고 기후 변화를 멈추기 위해 ‘탈성장(degrowth)’을 필수라고 보는 많은 환경주의자들과 좌파들의 운동이 있다. 이 논쟁은 대체로 양쪽으로 나뉜다. 한쪽은 기후 변화를 멈추는 과제가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우리는 성장을 지속할 자원과 에너지 역량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른 쪽은 탈성장이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서구 노동자들의 지지를 절대 얻지 못할 정책이고, 더구나 중국, 인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노동자들과 소농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적극적 지지 없이는 기후 변화를 멈출 운동을 만들 수 없다. 이 책에서 나는 성장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편에 동의한다. 그러나 점점 더 나는 양쪽 모두 요점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장을 둘러싼 논쟁과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한 논쟁은 서로 다른 것에 관한 논쟁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진실은 앞으로 20년 동안 우리는 모든 화석 연료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여 기후 변화를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평균 에너지 사용을 그렇게까지 크게 줄임으로써 배출을 95퍼센트 줄일 수는 없다.
분열: 적응
‘적응(Adaptation)’이라는 이름으로 배출을 멈추는 대신 다른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배출을 중단하는 것과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을 혼동한 데서 비롯한다. 이 둘의 차이를 구분하는 전문 용어는 ‘완화(mitigation)’와 ‘적응(adaptation)’이다. 완화는 배출을 줄이는 것이고, 적응은 그 결과에 대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도 마치 배출 자체를 줄이는 일인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커졌다. 이 혼동의 한 형태가 ‘기후행동(climate action)’이라는 말이다. 기후행동이란 예를 들어, 농민들에게 물 보존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 새로운 관개 수로 건설, 더 나은 홍수 방어, 혹은 가뭄으로 기아에 직면한 나라에 식량 원조를 하는 것일 수 있다.
저항
이 모든 프로그램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부유한 세계의 NGO들이 그것을 전달할 적임자인가 하는 문제는 별개다. (미리 말하자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은 꼭 수행되고 자금이 지원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기후변화 자체를 늦추지 않는다. 물이 아예 없는 농민들에게는 세계의 모든 물 절약 기술이 소용없다. 지난 몇 년간 UN 기후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쟁점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겪는 가난한 나라들을 돕기 위한 1천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기후 기금이었다.
1천억 달러는 우리에게는 엄청난 돈처럼 들리지만, 세계 GDP가 연간 90조 달러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것은 900분의 1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기금은 기후변화를 막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에 저항하는 운동과 CO2와 메탄 배출을 중단시켜 기후변화를 멈추려는 정치적 행동을 결합하는 정치 운동이다.
주제의 전환: 혁명
이제는 극좌파가 하는 방식이 있다. 이는 두 가지 그럴듯한 생각에서 출발한다. 첫째, 정치·경제·에너지 체제 전체의 위기는 자본주의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둘째, 정부가 지구를 구하도록 강제하려면 경제적·사회적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날이 갈수록 더욱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좌파는 체제를 바꾸려면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혁명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이 받아들이는 교훈은 ‘우리는 기후변화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좌파의 많은 이들은 배출 제거를 말하는 것을 중단한다. 운동의 목적은 혁명가를 만드는 것으로 바뀐다.
이 문제는 과거 사람들이 어떻게 혁명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오해를 반영한다. 사람들은 자유, 토지, 빵, 평화처럼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세상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그것을 얻으려면 혁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제는 극좌파가 혁명을 원한다는 점이 아니다. 마치 어떤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도록 돕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 문제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문제는 이 다른 것들이 탄소 배출을 멈추기 위한 재생에너지 투쟁의 대안으로 자리잡아 버렸다는 점이다.
분열: 무언가 다른 것
그리고 배출을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기후 문제 영역을 차지하는 ‘다른 무엇’ 운동들이 있다. 그 예는 수없이 많다. 예컨대 어떤 사람들은 붉은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화석연료로 인한 CO2 배출은 육식보다 약 12배 더 큰 영향을 준다.
또 어떤 사람들은 나무 심기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매년 화석연료 배출은 산림 파괴보다 약 7배 더 큰 영향을 준다. 재생에너지로 달리는 전기차조차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그 이유는 자동차 자체가 나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주의 억제, 플라스틱 중단, 강 정화 같은 더 많은 것들이 있다. 대부분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기후변화를 멈추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겪고 있는 거대한 변화는 자체적으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첫째,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알고 있고, 누구나 알 수 있게 되었다. 둘째, 해결책은 명백하다. 셋째, 기후변화의 영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으며, 머지않아 고통은 엄청난 수준에 이를 것이다. 그 끊임없는 압력은 인간으로 하여금 무언가를 절박하게 하도록 만들 것이다.
우리는 거대한 격변, 심각한 경제적 불안정, 전쟁과 집단학살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적 중도는 점점 더 유지될 수 없게 된다. 지금은 극우가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세계 곳곳에서 저항도 존재한다. 무한한 공포를 포함해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인류에 걸 수밖에 없다. 명확한 사고가 도움이 된다. 우리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한 가지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민중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
이 책의 독특한 점 중 하나는, 재생 가능한 세계를 향한 투쟁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핵심적 역할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2021년 당시, 특히 좌파와 NGO들 사이에서는 기후변화는 부유한 글로벌 노스(Global North) 국가들이 야기한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인 합의였다.
대부분의 CO2 배출은 부유한 나라들에서 나왔다. 따라서 북반구와 부유층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가난한 나라들은 그 결과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접근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접근이 현실에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19년 기준으로 세계 배출량의 62%가 글로벌 사우스에서 나왔다.
그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고, 곧 3분의 2를 넘을 것이었다. 우리가 세계의 탄소 배출을 거의 100% 줄여야 한다면, 글로벌 사우스의 배출도 거의 100% 줄여야 한다.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글로벌 사우스의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곧 성장 중단이라는 발상과 얽히곤 한다. 그것은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가능한 한 크게 외치는 기후 운동이다:
강렬함
“우리는 모든 집이 따뜻하고 시원하며 불이 밝혀질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를 원한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제대로 된 집을 갖기를 원한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저렴하고 빠른 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를 원한다. 우리는 모든 나라가 현대적 산업을 가질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를 원한다. 그리고 빈곤을 역사의 뒤안길로 만들기 위해 전 세계를 재생에너지로 덮기를 원한다.”
이 모든 것을 쟁취할 수 있는 운동을 건설하려면, 우리는 세 가지를 더 이해해야 한다. 첫째, 글로벌 사우스의 사람들은 인류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둘째, 기후 재앙의 영향은 더 가난하고 농업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기후변화의 강도가 심해질수록 글로벌 사우스의 수많은 사람들은 점점 더 절박해질 것이다.
연결된
셋째, 지난 세기 동안 외세 지배로부터의 해방, 평등, 사회주의, 노동조합, 생존을 위한 투쟁의 대다수는 글로벌 사우스에서 일어났다. 기후변화 시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세 가지 이유로 인해, 글로벌 사우스의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둘러싼 모든 성공적인 투쟁의 주요 주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사람들이 혼자 힘으로 이 싸움을 이길 수는 없다.
유럽, 한국, 일본, 북미는 여전히 전 세계 배출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는 북반구와 남반구 양쪽에서 모두 싸우고 이겨야 한다. 그렇다면 양쪽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나는 파키스탄의 홍수를 떠올린다. 그 홍수는 3천만 명을 집과 농지에서 내몰았다. 또 같은 일을 일으킨 나이지리아의 홍수를 떠올린다.
재앙
나는 인도의 자와할랄 네루 대학(Jawaharlal Nehru University)의 한 학생회 정치 활동가를 떠올린다. 그는 코로나 직전 수만 명의 농민들과 함께 델리로 향하는 행진에 참여했다. 그는 시위대의 요구사항 중 어느 것도 기후변화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그가 만난 모든 농민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또 나는 2017년 남아프리카에서 만난 젊은 농민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농작물과 가축을 황폐화시키는 3년째의 가뭄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3년 뒤 뉴올리언스에서 내가 인터뷰했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홀로 감당해야 했던 것에 분노했고, 이후 부유층과 부동산업자들이 들어와 교사들을 해고하고 흑인과 백인 노동자들을 가능한 한 많이 몰아냈다. 이 모든 상황과 거의 모든 거대한 기후 재앙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점은, 기후변화의 대가를 반드시 누군가가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재앙 이후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하다.
시위들
사람들은 새로운 집,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토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유층과 정부는 그 대가를 치르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는 더 불평등해지고, 세계적으로는 장벽이 높아진다. 그러나 언제나 대안은 있다. 매번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어디서든 공정성을 요구하는 대중운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현존하는 정부에 맞서고,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 사이의 불균형에 맞서는 투쟁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거리와 일터에서 벌어질 것이다.
가뭄과 기아에 직면했을 때, 어느 나라에서든 기후운동은 학생들을 마을로 보내 기후변화를 설명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피해를 입은 농민들과 도시민들을 수도로 초대해 대통령궁과 미국 대사관 앞으로 행진하게 하며, 도움을 요구할 수 있다. 동시에 워싱턴, 뉴욕, 파리, 도쿄, 상하이의 사람들에게 시위를 요청하여, 그들의 정부가 지원하도록, 그리고 전 세계의 정부들이 대규모 그린 뉴딜을 시작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단번에 승리하지도 못할 것이고, 매번 승리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눈을 목표에 고정할 때다.
(기사 등록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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