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 위기와 대만의 자결권에 관한 테제
미국의 세계적 패권이 흔들리고 추락하는 배경에는 미중 간의 격화하는 경쟁과 갈등도 있다. 그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바로 대만 문제이고 한반도의 우리에게도 뜨거운 문제이다. 논쟁적이면서도 대만 문제의 복합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 글을 발표한 '노동자 민주주의 네트워크'(Worker Democracy Network, 普羅民主網)는 홍콩을 기반으로 한 좌파 단체로 트로츠키주의 전통의 좌파 단체로서 제4인터내셔널의 홍콩 지부나 연계 단체로 활동해 왔다.(번역: 두 견)

대만 민중의 역사적 권리
1895년부터 시작된 대만의 식민지 역사와, 1945년부터 1996년까지 지속된 국민당(KMT)의 일당 지배는 중국 본토의 중국인들과는 구별되는 대만 고유의 정체성과 경험을 공고히 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은 일본과 중국 본토 정권에 의해 한 세기 이상 억압받아 온 대만 인민에게, 중국 본토와의 관계를 포함하여 자신들의 운명을 민주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부여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신화
오늘날까지도 대만의 공식 국호는 여전히 ‘중화민국’(ROC)이다. 사실상 오늘날에는 두 개의 ‘중국’ 정부가 존재하지만, 베이징의 정부인 중화인민공화국(PRC)은 이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 식민지 이전에 대만으로 이주한 조상을 둔 본성인(benshengren) 다수를 포함한 많은 대만인들은 중화민국이라는 국호에 동의하지 않으며, 대신 대만의 독립을 요구한다. 따라서 대만 민중은 자신들의 국가 명칭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 또한 가져야 한다고 본다.
대만의 주권 문제에 관한 미중 간 세 차례의 공동성명을 살펴보면, 어느 쪽도 대만 민중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하다. 양측 모두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위반했다. 중국은 양측이 ‘대만의 주권은 중화인민공화국에 속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성명 문구와 이후 미국의 해명을 보면, 미국은 단지 ‘대만해협 양안이 모두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한다’고 했을 뿐, ‘대만이 중화인민공화국에 속한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이 두 입장은 서로 다르다.
또한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을 대표한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대만의 주권이 누구에게 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은 대만의 주권 문제를 두고 여전히 견해가 다르다. 그러나 양국이 수교함에 따라 미국은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했고, 이는 다른 국가들에도 중화민국과의 단교 및 베이징과의 수교를 유도하는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급속한 국제적 부상 속에서 대만의 국제 관계는 계속 축소되어 왔다. 오늘날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는 유엔 회원국 가운데 단 11개의 소국에 불과하다.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의 역사적 전개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대만’ 또는 ‘중화민국’의 지위를 중국, 미국, 또는 다른 정부의 관점이 아니라 대만 인민의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민주적 원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며, 동시에 대만해협 양안의 정치적 발전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1949년에 수립되었고, 부패하고 권위적인 행태로 잘 알려진 국민당은 대만으로 퇴각했다. 당시 세계적인 반식민·진보 운동은 중화인민공화국을 혁명적 진보의 상징으로 보았다.
그 결과 타이베이 정권은 대체로 외면되었고, 중화인민공화국의 대만 통일에 동조하거나 이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중화인민공화국의 인민에 대한 통치는 1979년 이후 특히 더욱 반동적으로 변해 왔으며, 그 이전부터 그러한 경향은 존재했다. 반면 대만에서는 일당 독재가 종식되었고, 오늘날 대만 민중은 기본적인 민주적 권리를 누리고 있으며, 특히 정부의 부정의에 항의할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 이는 중국 본토에서는 전혀 허용되지 않는 권리다.
이로 인해 오늘날의 양안 정치 상황은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국민당은 당 외부의 대중 운동 압력 속에서 2000년에 마침내 정권을 상실했다. 따라서 중화인민공화국에 의한 대만의 군사적 통일은, 한계를 지니고는 있으나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갖춘 사회를 반동적 독재가 정복하는 것에 불과하며, 대만 민중의 기본적인 정치적 권리, 특히 사회적 항의의 권리를 말살하는 결과만을 낳게 된다.
역사적으로 마오 시대의 중국은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노선을 따라 발전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이는 서구에 크게 의존하는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체제로 진화한 대만의 국민당 통치와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반자본주의가 항상 사회주의적 변혁의 지속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이미 특권적 관료 집단이 자신들만을 위해 통치하는 체제로 타락했으며, 그 과정에서 수천만 명의 죽음과 고통을 초래했다.
덩샤오핑 집권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이 자본주의를 완전히 복원했을 무렵, 대만해협 양안의 체제는 계급적 성격 면에서 모두 자본주의로 동질화되었다. 더 이상 중국의 계급적 성격이 대만보다 진보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여기에 중화인민공화국이 더욱 전체주의적으로 변모했다는 사실까지 더하면, 군사 침공을 통해 대만을 정복하고 통치하는 과정에서 그 어떤 미미한 진보조차 기대할 수 없다. 이는 중화인민공화국이 대만 민중의 의사를 무시하며, 대국이 소국을 억압하는 중대한 죄악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국제 사회에는 대만해협 위기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대리전으로만 보는 또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만은 지정학적 맥락에서만 의미를 가지며, 식사의 전채가 본요리에 종속되듯 대만 자체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게 취급된다. 이는 제국주의적 관점이며, 이러한 시각을 받아들인다면 2천3백만 대만 민중의 정당한 권리를 완전히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중화민족 인식
중화인민공화국의 대만에 대한 쇼비니즘적 태도는 ‘중화민족’ 이론에서 직접적으로 기인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오족일가(5개의 종족은 하나)’라는 국민당의 주장을 그대로 계승했으며, 소수민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중화민족에 편입된 이후 억압을 받는 경우에도, 민족이 분리·독립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오만한 태도는 한족이 아니며 역사적으로 중화민족 개념에 포함된 적도 없는 대만 원주민을 공식 문서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는 1930년대까지 존재했던 중국공산당의 창당 원칙, 즉 ‘중국 소수민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한다’는 원칙을 배신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만공산당은 국민당에 의해 파괴되기 이전에 대만 독립을 주장했다. 오늘날 중화인민공화국은 이 역사적 사실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이러한 중화민족 개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하나’라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논리만큼이나 반동적이다. 이 두 입장은 모두 반대되어야 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 인민이 ‘분리주의’ 정서를 품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중화인민공화국은 단 한 번도 대만을 통치한 적이 없으며, 대만의 중국으로부터의 분리는 오래전에 이미 발생한 역사적 사실이다. 또한 중화민국은 중화인민공화국보다 38년 먼저 성립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대만과 중국의 분리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진정으로 대만 인민을 ‘동포’로 여긴다면, ‘대만은 예로부터 중국의 일부였다’는 신화를 강요하기에 앞서, 이러한 역사와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대만 정부와의 대화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
두 가지 유형의 평화 운동
따라서 우리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무력 통일에 반대하며, 양안 정부 간의 대화를 촉구한다. 대만 인민은 민주진보당(DPP) 정부를 선출했다. 그러므로 중화인민공화국이 여론을 조금이라도 존중한다면, 오만함을 버리고 외교적 협상을 우선시하며 무력 통일의 구상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대만해협 양안의 민중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자발적으로 물러설 것이라 기대할 수 없으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 본토의 민중은 시민사회 차원의 평화 운동을 조직하여 양안 대화를 요구하고 무력 통일에 반대해야 한다. 전체주의적 통치로 인해 본토에서 집단 행동의 공간은 제한적이지만, 해외에는 수많은 중국인 및 중국어권 학생과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디아스포라는 이러한 평화 운동을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상이 이들 공동체에 뿌리내린다면 중화인민공화국의 언론 봉쇄를 돌파하고 본토 내부에도 문제의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
또 다른 유형의 평화 운동은 대만 민중에게 중화인민공화국을 자극하지 말고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거부하며, 언젠가 평화가 오기를 바라며 가만히 기다리라고 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중화인민공화국의 보복적 민족주의가 본질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점에는 거의 주목하지 않는다. ‘중화민족 전체’라는 개념 자체가 민족은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소수민족은 자기결정권을 가진다는 기본 원칙을 침해하기 때문에 더욱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틀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의 전제 정치와 팽창주의에 대한 무원칙한 타협에 불과하다.
대만이 자기방어권을 가질 권리가 있는 이유
중화인민공화국이 무력을 통해 대만을 통일하는 것은 부당한 전쟁, 즉 침략이다. 따라서 현재 대만에서 평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지지해야 하지만, 동시에 대만이 더 큰 이웃 국가로부터 무력 위협을 받는 약소국이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그러므로 대만 민중이 전쟁에 대비하기로 선택하고, 실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이에 맞서 싸우기로 결정한다면, 그들은 그러한 선택을 할 온전한 권리를 가진다. 억압받는 민족에게 있어 평화를 요구하는 것과 저항을 준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모순되지 않는다. 대만은 자기방어를 위해 미국과 같은 경쟁적 제국주의 국가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로부터 무기를 구매할 권리를 가진다.
대만 외부에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대만 민중이 전쟁을 대비할지 여부, 그리고 저항할지를 결정하는 민주적 선택을 존중한다. 이는 대만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태도의 자연스러운 연장이다. 이는 외부에 있는 우리가 대만에게 전쟁 대비나 저항을 직접적으로 부추겨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칙적으로 그러한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는 것은, 동시에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자유, 즉 전쟁을 대비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중화인민공화국의 조건을 수용할 자유 또한 대만 민중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만이 전쟁을 대비하고, 저항하며, 무기를 구매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그러한 권리를 항상 행사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동의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대만의 결정이 신중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는 그 결정을 비판할 수 있으면서도 그러한 결정을 내릴 권한이 대만 민중에게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민주적 원칙은 집권 정당이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다. 선거 이후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그 선거가 진정으로 공정했고 집권 이후의 행위가 대만 민중의 주권과 의지를 침해하지 않는 한, 그 집권 세력은 어느 정도 여론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전쟁 대비와 자기결정의 권리를 행사할 정당성을 가진다.
이는 집권 세력의 결정이 항상 옳다고 인정하는 것과는 다르다. ‘선거를 통한 독재’는 충분히 가능하다. 토머스 페인이 말했듯이, 정부란 기껏해야 ‘필요악’이다. 강제와 폭력을 전문적으로 행사하는 국가라는 제도는 쉽게 민중의 의지를 짓밟는 폭정의 힘으로 변질될 수 있다. 여기에 국가 권력이 다국적 재벌 집단과 결합할 경우,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정부의 모든 권력 남용에 대해 경계해야 하며, 외국의 침략에 대비한 집권 세력의 전쟁 대비를 지지하는 것이 그 정당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두 문제는 분리되어 다루어져야 한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하여, 미국의 군사주의에 반대한다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 첫째, 현 단계에서 대만은 평화와 무조건적인 대화를 강조하되, 저항 준비는 눈에 띄지 않게 진행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둘째, 국방과 관련하여 정부는 과도한 조치를 피하고 민중의 시민적 권리를 존중하는 절제를 보여야 한다. 또한 배타적 민족주의를 선동하거나 중국인을 악마화해서는 안 되며, 이는 중화인민공화국이 대만의 저항을 더욱 악마화할 구실만 제공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대만을 방어하는 전략은 군사적 방어뿐 아니라 정치적 측면 역시 동등하게 고려해야 한다. 전쟁을 대비하면서도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민생을 보호할수록, 대만의 국제적 소프트파워는 더욱 커진다. 중국 내부에는 시민사회뿐 아니라 당국가 체제 내부, 심지어 군 내부에도 대만에 공감할 잠재적 세력이 존재한다. 이러한 세력을 설득하고, 시진핑의 개인 독재로 인해 당 내부에 발생한 균열을 활용하는 것은 국내외에서 대만의 동맹 세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국제 관계와 관련해서는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미국 군대의 대만 상륙이나 대만 내 지휘 본부 설치, 그리고 대만의 전쟁 대비를 구실로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 이는 장제스가 한때 시도했던 바와 같다. 핵전쟁 준비는 어떤 자기방어 전쟁이든 미중 간의 대규모 전쟁으로 비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규모의 전쟁에서 대만 섬이 입게 될 피해는 파괴적일 것이다.
따라서 대만의 전쟁 대비에는 분명한 한계가 필요하다. 자기방어 전쟁이 더 파국적인 규모로 확대되는 조짐이 있는지에 대해 항상 경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영향은 대만해협을 넘어 동아시아 전체 민중에게 미치게 되며, 이들 또한 자신의 안전을 고려할 권리를 가진다. 예컨대 일본 오키나와의 주민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경험에 더해, 미군 기지로 인해 80년에 가까운 고통을 겪어 왔다.
이들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행동해 왔으며, 대만해협 위기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할 온전한 권리를 가진다. 또한 우리는 미국의 대중국 적대가 오랜 반중 정서를 토대로 강화되어 왔으며, 이것이 중국인과 다른 아시아계 공동체를 공격의 표적으로 만든다는 점을 인식한다. 그렇기에 대만의 자기결정 투쟁 과정에서 중국인에 대한 배타적 감정을 단호히 반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미중 경쟁과 대만의 자기방어권
일부 ‘평화주의자’들은 대만이 전쟁을 대비하고 외국으로부터 무기를 구매할 권리에 반대한다. 그 이유는 대체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어 제국주의 간 경쟁, 나아가 전쟁으로까지 비화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둘째는 미국의 패권과 군사 경쟁에 대한 절대적인 반대에서 비롯된다. 셋째는 미국만이 제국주의 국가이고 중국은 그렇지 않다고 보아, 미국에는 반대하면서 중국은 지지하는 주장이다.
이들 각각의 관점은 서로 다른 초점과 회피 지점을 가지지만,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강대국과 약소국을 구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이를 혼동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왜곡이다. 패권국으로서 중국은 약소국인 대만을 상대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의 무력 통일 위협은 본질적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이며, 반드시 반대되어야 한다.
미국의 개입 가능성 때문에 대만의 자기방어권을 박탈할 수는 없다. 둘째로, 일부는 미중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더 큰 위협이기 때문에 베이징을 지지하려면 대만의 정치적 실체로서의 존재를 지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이며, 세계 최대의 무역국이자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그리고 군사비 지출에서도 세계 2위 국가다.
누가 앞으로도 중국의 위협이 세계 민중에게 항상 미미할 것이라고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는가.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보다 열세일 수는 있지만, 특히 대만에게 있어 그 위협이 더 작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치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가 권위주의적이고 호전적이라 하더라도, 미국에는 아래로부터의 사회운동이 그의 권력을 견제하고 제도적·비제도적 견제 장치를 방어할 일정한 공간이 여전히 존재한다.
반면 중국은 이미 권위주의적 통치를 확립했으며, 이견의 여지는 거의 없고 조직적 저항은 더더욱 어렵다. 시진핑이 전쟁을 개시한다면 그를 견제할 세력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에서 반전 운동이 등장하고 지속되기는 미국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위의 세 가지 관점은 모두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이유로 대만의 자기방어권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반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접근은 지정학의 복잡한 뉘앙스, 특히 세계 최강 제국주의 국가와 약 200개에 달하는 다른 국가들 간의 관계를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거칠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우리는 어떤 패권국이든 군사 경쟁에 나서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나 국제 관계는 극도로 복잡하다. 특정한 시기와 장소에서는 약소국의 자기방어 필요가 서로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의 전략과 겹치고 교차할 수 있으며, 이는 드문 일이 아니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약소국이 다른 제국주의 국가로부터 무기를 구매하는 것은 후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러나 경쟁 제국주의로부터 전쟁 위협을 받는 약소국의 생존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러한 피해를 상쇄하는 이익이 된다. 물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는 미국이 중국보다 더 강력한 제국주의 국가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는 중국이 대만보다 훨씬 강하며,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에 대해서도 미국과 다르지 않은 오만한 태도를 보인다. 앞서 언급한 관점들은 미중 경쟁의 위험성만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무력 통일이 세계에 가져올 재앙적 결과를 외면한다. 베이징이 무력을 통해 대만을 통일하는 데 성공한다면, 다른 소국들을 더욱 대담하게 괴롭히게 될 것이다.
이는 중국의 제국주의적 성향을 더욱 공고히 하여 미국과의 국제적 경쟁을 심화시키고, 세계대전의 위험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킬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두 문제를 동시에 다루어야 한다. 미중 경쟁과 관련해서는 양국 간 군사 경쟁에 반대해야 하며, 동시에 중국의 대만 지배에 대해서는 대만의 자기방어권을 계속 지지해야 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레닌은 차르 체제의 러시아가 세계 무대에서는 영국과 프랑스 제국주의에 종속되어 있으면서도, 폴란드와 같은 주변 민족들에게는 지배적 위협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평화 운동은 유럽의 패권에 도전하는 동시에, 러시아 주변부에서 나타나는 대러시아 쇼비니즘에도 맞섰다. 미중 경쟁과 대만의 자기방어권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 접근 역시 같은 목적을 가진다.
이는 또한 미국 제국주의자들이 대만을 구실로 군사 경쟁을 강화하는 데 반대하는 모든 지역 평화 운동을 지지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오키나와, 한국, 필리핀, 중국 본토의 풀뿌리 반전·평화 운동을 지지한다. 또한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할 경우, 동아시아의 이러한 반전·평화 운동들이 대국이 소국을 괴롭히는 모든 행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한다.
사실상의 독립인가, 법적 독립인가
대만은 규모가 너무 작아(우크라이나의 16분의 1에 불과하다) 대규모 군사 전쟁은 물론 장기전이나 핵전쟁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그러나 무력 충돌 가능성을 확실히 증폭시킬 정치적 조치는 존재한다. 그것은 대만이 중화민국이라는 국호를 포기하고 대만공화국으로 공식 독립하는 것, 즉 법적 독립이다. 우리는 독립을 포함한 대만 인민의 자기결정권을 지지하지만, 대만해협 양안의 압도적인 힘의 격차를 고려할 때 법적 독립을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긴장 고조를 초래할 수 있는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다.
민주진보당이 ‘중화민국’이라는 국호를 유지한다면, 중화인민공화국이 무력 통일을 추진할 명분은 약화되고, 대만은 국제적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민주진보당의 당 강령인 「대만의 미래에 관한 결의」(1999)는 중화민국이 ‘사실상 주권적이고 독립적인 민주 국가가 되었다’고 선언했지만, 이 주권은 중국 본토를 포함하지 않으며, 펑후·진먼·마쭈의 세 도서만을 포함한다.
이 입장은 민주진보당이 대만의 법적 독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의 독립'을 유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 또한 국호는 중화민국이지만, 대만의 영토 범위는 이미 중국 본토를 배제하고 있으므로, 이 ‘중국’은 더 이상 베이징 정부와 영토 분쟁을 갖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제국주의 간 경쟁에 반대하면서 대만의 자기결정권을 지지한다
미국은 겉으로는 대만을 방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만 민중의 자기결정권을 진정으로 존중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중화인민공화국과 함께 대만의 독립을 억압해 왔다. 미국이 대만을 보호하는 이유는 대만 민중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으며, 이는 양안 전쟁이 발생할 경우 실제로 대만을 도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기만적 태도는 미국의 선택지를 최대한 넓히는 동시에, 양측 모두의 성급한 행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에서는 대만해협의 운명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하고 위험해졌다. 미중 경쟁은 점점 지정학의 중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으며, 양안 관계는 그 핵심적인 분쟁 지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대만에게 특히 불리하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대만, 미국을 제외한 모든 동아시아 국가들과 다양한 평화 운동은 대만을 위해 목소리를 낼 더 큰 책임을 지며, 그 출발점은 대만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데 있어야 한다.
대만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으며, 최선의 선택을 하더라도 두 핵보유국이 서로 전쟁을 벌이지 않도록 보장하기는 어렵다. 대만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제국주의 간 경쟁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핵전쟁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든 증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의 평화 운동가들은 제국주의 간 경쟁에 대한 반대를 더욱 강화하고, 세계적 경쟁의 근원인 미국, 중국, 유럽부터 핵군축과 전면적 군비 축소를 요구해야 한다.
(기사 등록 2026.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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