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진흥원은 반려동물만 다루는 곳이 아니어야 한다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

[<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가칭 ‘동물복지진흥원’ 설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그의 21대 대선 공약과 21대 국회의 동물보호법 전부 개정 내용에도 포함되었다가 무산된 동물복지진흥원 설립 논의는 다시 물살을 탄 것 같다. 동물과 관련한 그의 공약 대부분이 ‘반려동물’ 정책이라 걱정이 앞섰지만, 국가가 동물복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동물복지진흥원 공약은 기대할 만했다. 동물복지라는 말이 동물을 좋아한다는 정도의 의미로 왜곡되어 사용되는 나라에서 동물의 입장을 고려하는 일이 사회규범으로 들어갈 거라는 기대다.
동물복지 개념은 단지 집에서 기르는 개와 고양이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아니다. 동물단체에서조차 “이 아이는 너무 착하다”며 연민과 동정을 호소하지만, 동물이 착하고 아니고는 동물이 지켜야 할 규범도 아니고 동물에게 인간에 대한 착함을 요구할 수도 없다. 동물복지는 살아있는 동물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동물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이 동물을 정당하게 대우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잣대를 만드는 일이다.
모든 동물은 느끼고 경험한다. 동물이 집 안에 있든, 농장에서 잡아 먹힐 운명으로 길러지든, 실험을 위해 서랍장에 들어있든 그들의 경험은 살아있는 한 내내 실재한다. 몸이 아프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경험은 부정적일 것이고, 아프지 않은 몸으로 원하는 환경과 만나는 순간은 긍정적일 것이다. 동물과 얽혀 사는 세상에서 인간이 동물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인간이 지켜야 할 규범에 들어간다면, 동물복지는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근거가 된다. 다시 강조하자면 집에서 가족처럼 기르는 개나 고양이를 사랑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은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재밌자고 하는 얘기”라며 “반려동물 복지원을 떼가지고…성평등가족부로 가야된다…어떠세요?”라고 원민경 장관에게 물었다. 업무보고 영상에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다 같이 웃었다. 동물복지 정책은 여전히 그렇게 가벼운 이야기로 다뤄진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중하게 다루는 사람들에게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동물이 가족이 되어가는 현상을 희한하게 여길 수도 있다. 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것이 동물에게 이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1991년부터 계속 동물보호업무를 맡아왔다. 당시 제정법은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느라 만들었기 때문에 내용 실질은 없었다. 사회가 변하면서 동물을 어떻게 보호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냈고, 지금 동물보호법은 동물보호와 무관하지만 개나 고양이와 관련해서 발생하는 물림 사고 등을 통제하기 위한 내용까지 계속 집어넣어 거대한 잡동사니가 되었다. 동물의 안위보다 동물의 생산성을 중요하게 여겨온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 중 동물복지 관련 예산의 비중은 0.5%를 넘은 적이 없다. 동물복지를 대하는 정부와 법의 태도는 이 정도다.
그렇다고 업무를 다른 부처로 옮기면 동물복지에 진지해질까? 지금 기후에너지환경부나 해양수산부 등도 동물을 조금씩 다루고 있는데, 이들이 만드는 정책, 예컨대 ‘백색목록’ 같은 것을 보면 동물복지에 대한 이해가 아예 없다. 그러니까, 동물을 산업적으로 다뤄온 부처들은 있지만 동물 자체의 안녕을 걱정해본 부처는 한국에 없는 것이다. 오히려 생산성을 위한 동물의 생물학적 이해조차 농림축산식품부보다 못하고, 동물을 들여다보려는 성의도 없다.
국가가 동물복지진흥원을 만들고 동물의 삶을 챙기자는 취지에는 완전히 공감한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에 동물복지학을 전공한 사람도 몇 명 없고, 동물복지를 이해하는 집단도 너무 적다는 것이다. 동물복지진흥원을 만들려면 반려동물을 애호하는 대중의 요구가 아니라 한국 땅에서 살고 있는 동물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살아야 하는지 이해하는 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동물복지는 동물을 죽여서 잡아먹고 이용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책임이 무엇인지, 동물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일이다.
(기사 등록 2026.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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