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위(위라클)과 장애혐오, 그리고 권리
박철균

1. 박위, 그러니까 위라클과 관련해서 기억나는 일은 작년 12월 29일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역사 1동선 앨리베이터 100%가 되었다고 거짓부렁이 행사를 까치산역에서 할 때였다. 당연히 서울장차연은 코레일 역사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거짓 100% 선언, 이미 2023년엔 100%가 되어야 함에도 한참을 지난 100% 선언, 무엇보다 수십년간 일어난 장애당사자의 생명까지 앗아간 리프트 참사 사과를 촉구하며 행사장에 달려 가서 항의행동을 했다.
그 현장에 박위가 있었다. 소위 서울시 홍보대사로서 오세훈이 말하는 기만적인 "약자와의 동행"의 상징처럼 현장에서 오세훈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다수 비장애에게 순종"하는 '약자와의동행'을 빛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참 얄궂었다. 누구는 오세훈 옆에서 오세훈의 기만적인 사회적소수자 정책에 비위 맞추며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누구는 오세훈을 비판했다고 현장에서 사지가 들려서 밖으로 쫓겨나고... 개인적으로 장애인이 비장애 중심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비장애인의 동정과 시혜에 맞춰줘야 하는 착한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건가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2. 그런 박위가 며칠동안 집중공격을 당하고 있다. 열차에서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다 공익요원의 발에 걸려 휠체어에 넘어졌는데 당시 CCTV까지 보여 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는 이유다. 동정과 시혜의 이미지를 이용해 장애인 인플루언서로 이름을 알렸던 그가 도리어 그 미디어 하나로 공공의 적이 되었다.
사람들이 욕을 하는 이유는 사실 전장연이 투쟁을 하며 욕을 먹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비장애인이 베풀어 줘야 하고 동정해 주고 시혜해 줘야 하는 장애인이란 존재가 감히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도와주려고 하는 공익요원을 CCTV 공개하며 저격하지?"
"네가 안전에 부주의 한 거면서 도와주려는 공익요원에게 은혜도 모르고?"
"공익요원도 심신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인데, 네가 그렇게 항의해서 부담감을 주니?"
등등, 어떻게 선의를 가지고 리프트로 장애인인 당신을 오르내리는데 도와주는 공익요원의 수고를 몰라주고 감히 CCTV까지 공개하며 은혜도 모르면서 목소리를 내냐는 것이 지금 혐오 여론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박위가 무슨 흉악범죄를 저지른 것 마냥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박위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신상까지 털리는 선 넘는 상황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참 얄궂다. 박위 본인을 키우게 했던 "동정과 시혜"가 지금 나락으로 보내고 있으니까.

3. 하지만 사람들 모두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장애인이 리프트를 이용해서 기차를 타는 것은 선의로 도와주거나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다. 즉, 이동권은 비장애인의 "봉사정신"이 아니라 그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알고나 있을까? 그 KTX 등 열차를 탈 때 이용하는 리프트가 얼마나 불안불안한 기계인지... 이미 박위가 아니더라도 장애인 당사자가 리프트 동작 미숙으로 리프트에서 떨어져서 부상을 입은 사례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나 있을까? 심지어는 리프트 동작이 미숙하여 멀쩡한 열차를 떠나 보낸 사례까지 있다. 그래서 박경석 대표님이나 당사자 동료랑 함께 열차를 동석할 때마다 그 리프트에 걱정이 앞선다. 이런 맘들은 대단하신 비장애인들은 알기나 할까? 그 모든 건 장애인이기에 다 감당해야 하는 것인가?
기차 관련해서는 그 권리가 침해된 사례들이 리프트 말고도 매우 많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15분 전에 미리 와서 대기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문전박대를 당한다. 그래서 박경석 대표는 그 부당함에 항의하며 KTX 열차에 걸처 앉는 항의행동을 했다. 이와 관련해서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나 면담도 진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15분 전에 맞춰서 오면 더 일찍 와야 한다는 공익근무요원 혹은 직원의 신경질도 감당해야 한다. 심지어는 엘베 수리한다고 아예 장애인 예매를 못 하게 설정해 놓은 충주역 같은 사례도 있다. 비장애인은 절대 겪어 보지 않을 이 이동에 대한 차별은 왜 장애인이라고 감당해야 하지? 장애인은 그저 비장애인이 베푸는 대로 닥치고 "봉사"를 받아야 하는 건가? 그 처우가 부당하고 차별적이라도 비장애인이 어련히 "봉사"하는 거니 달게 받고 참아야 하는 건가?
4. 박위 덕분에 장애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는 댓글을 봤다. 틀렸다. 박위때문이 아니라 원래 당신이 장애인을 혐오했던 것이다. 전장연도 그렇고 박위도 그렇고 불쌍하고 베풀어 줘야 하는 장애인이 이것저것 요구하며 권리를 주장하고 잘못을 개선하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동정과 시혜로 보살펴야 할 장애인이 감히 건방지게 비장애인 다수에게 한소리 내는 것이 혐오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세어 나오는 차별과 혐오의 마음을 숨긴 채 장애인, 성소수자, 노동자, 홈리스, 이주노동자 등 목소리 외칠 때마다 "이러니까 ㅇㅇㅇ 이 싫다."라고 하는 건방진 비장애 중심의 사회가 너무 싫다.
5. 박위에게 필요했던 것은 비장애 중심의 혐오, 차별에 굴복해서 사과 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비장애인에게 보기 좋은 그림의 떡 같은 영상을 만든다고 해서, 결코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지 않을 장애인의 비위를 맞춰 준다고 해서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달라져 보인다면 그건 그냥 기만이고 눈속임일 뿐이다.
그 기만의 세상에서도 수십년을 싸워 온 장애인이 있다. 수십년동안 욕을 먹었고, 2020년대 들어선 정치인까지 가세하여 신상털기에 온갖 비난,혐오 게시물을 받았다. 심지어는 현장까지 찾아와서 혐오공격을 한 사람도 있었다. 지하철 타기를 했다는 이유로 서울교통공사와 9억 소송이 지금까지 진행되는 등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싸우니까 바뀌더라. 비장애인 비위나 맞추는 "착한 장애인"이 아니라 비장애 중심 사회에 맞서 싸우는 "나쁜 장애인"이 결국 세상을 바꾸더라. 저상버스가 생기고 지하철에 엘베가 생기고 활동지원이 생기고 탈시설 자립지원이 만들어지고, 공공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결국 비장애 중심 사회를 거스르는 "나쁜 장애인"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수십년의 역사가 보여준다.
2026년 8월 24일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과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이 마침내 서울시의회에 상정되면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멈추게 되었지만, 항상 그렇듯이 이후로도 장애인은 싸우면서 세상을 바꾸겠지. 위라클 선생이 이번일로 진정 장애인이 차별 없이 이 세상에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다.
(기사 등록 2026.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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