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도기간은 끝났다, 진짜 '계도'가 필요한 건 기후부다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

[<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2026년 1월 1일, 야생생물법 시행으로 곰 사육은 금지되었다. [준비되지 않은 정책, 곰은 갈 곳이 없다]에서 행정부의 무능을 연말 입법부가 예산으로 만회해주기를 바랐으나 허사였다. 법 시행 반년이 지나도록 200마리 넘는 곰들이 여전히 사육곰 농장에 남아있다. 사육곰 업무를 담당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는 아직도 농가에 곰을 그대로 남겨두었고 처벌도 하지 않았다.
2026년이 되자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기후부는 6개월의 “계도 기간”을 두겠다고 했다. 바뀐 법에 따르지 않는 농가를 계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계도기간마저 끝났다. 계도는 보상을 요구하는 농가가 아니라 법을 제대로 집행할 역량도 의지도 없는 기후부에게 필요해 보인다.
놀랍게도 사육곰 농가는 50년 동안 합법적으로 곰을 기르며 웅담채취를 했다. 역대 한국 정부는 그 동안 이 사실을 흐린 눈으로 보고만 있었다. 동물에 대한 법 집행이 거의 없었던 70~80년대에는 사육곰을 ‘재수출용’으로 분류해 한국에서는 잡아먹지 않는 셈 쳤다. 90년대 들어서는 곰 사육과 웅담 채취를 본격적으로 합법화했다. 국내외의 비판이 몰아쳐도 버티다가 2023년이 되어서야 이를 불법화한 것이다.
문제는 농장에 남은 곰을 어찌할지 계획하지 않고 법만 바꾸었다는 점이다. 갑자기 범법자 처지가 된 농가는 보상금을 주고 곰을 데려가라고 기후부에 요구했지만 기후부는 지금껏 보상금 예산을 한 푼도 만들지 않았다. 대신 시민단체가 돈을 모아 곰을 매입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단체들은 곰 몇 마리라도 살리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육곰 농가와 개별 접촉하며 곰 가격을 협상하고 곰을 사서 얼마 안 되는 보호시설을 채웠다.
문제는 시민단체가 곰을 더 사더라도 수용할 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농장에 남은 곰 220마리 중 100마리 넘는 곰이 갈 곳이 없다. 100마리를 수용할 보호시설을 짓는 데에는 대략 60억원 정도가 드는데, 정부건 기업이건 아무도 돈을 내지 않겠다고 걸어 잠근 상태다. 2026년 기후부 예산에는 시민단체와 함께 국회를 쫓아다니며 기껏 만든 사육곰 보호시설비 예산 14억 원이 있다.
기후부는 이 예산마저도 곰 한 마리당 1400만 원의 시설비만 지원하겠다는 황당한 조건을 내걸었다. 사실상 14억 원으로 100마리 규모의 대형 생츄어리를 완공하라는 말인데,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그대로 불용시키겠다는 면피용 조건이다.
그 조건으로 곰 30마리를 받겠다는 민간 체험동물원이 있어서 기후부는 영리 동물원 업체에 곰과 돈을 주겠다는 기상천외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사랑앵무 먹이주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물원이다. 웅담채취용 사육곰 농장을 법정 ‘사육곰 보호시설’로 전환하겠다거나, 지리산에 복원 중인 곰이 들어가야 하는 시설에 사육곰을 욱여넣겠다는 계획도 문제다.
수십억 원을 들여 해외로 곰들을 보내버리겠다는 계획도 접지 않고 있다. 기후부의 이 모든 계획들은 곰이 어떤 경험을 하든 최대한 빨리 농장에서 곰만 꺼내면 된다는 행정 편의주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 관료들은 이 사안에서 곰을 이해당사자로 보기보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처리해야 할 '쓰레기'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 220마리의 '쓰레기'에게도 매일의 삶이 있고 감정이 있다.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줄기차게 곰 보호시설을 짓기 위해 오늘도 돈을 구한다. 시설을 지을 부지도 계약했다.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일인데 그게 참 어렵다.
오늘 기후부 장관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민간 부지에 짓는 시설을 나랏돈으로 하면 특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국가가 뭉개는 책임을 민간이 지겠다고 나섰는데 별안간 땅투기 세력이 되어버렸다. 동물을 위해 가진 것을 내놓겠다는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참 어려운 그들의 세상이다. 너무 한심한 일이지만, 내년에도 사육곰 종식 대책이 없다는 글을 계속 쓰게 될 것 같다.
(기사 등록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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