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 이재명 망언들/ 브라질 대선/ 프랑스 저항/ 흉악범죄
전지윤

● 이재명 발언이 이주민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게 되는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이틀 연속으로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적 주장들을 국무회의에서 하고 SNS에 올려 논란되고 있다. 먼저 확인할 것은 이것이 국무회의 생중계나 SNS 활동에서 비롯한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투명한 공개나 더 많은 소통은 좋은 것이다.
권력자나 권한을 가진 이들이 어떤 논의를 하고 결정을 내리는지 더 많이 공개돼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진보적 단체들마저 그것이 부족하다. 또, 바로 최근에 브라질 룰라와 노동자당의 SNS 활용을 성공적 사례로 제시하던 이들이 이재명에게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문제는 발언이나 주장의 내용이다. 예컨대 과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비판했을 때 많은 진보적 시민들이 환영했다. 만약에 이재명이 최근 '암살자(들)'이나 '닥터X'를 문제삼는 극우들을 비판하는 트윗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왜 이재명은 진보적 시민들이 환영할 발언보다 반발할 발언들을 하는 것일까? 이것은 이재명과 민주당이 원래부터 중도개혁적 정치인과 정치세력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주고 있다. 국힘이 워낙 극우적이라서 가려져 있지만, 이재명도 스스로를 '중도보수'라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는 '해외송금하는 이주민보다 내국인을 고용해야 일자리도 늘고 경제발전에도 좋다'거나, '차별은 문제지만 역차별도 안된다'는 주장이 그냥 '상식'이다. 선도 악도 아닌 그냥 팩트라고 여긴다. 전형적인 '선량한 차별주의자' 현상이다. 이런 프레임은 너무나 강력하다.
그래서 대다수가 받아들이고 있는게 현실이다. 실제로 이재명의 관련 트윗들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공감과 공유를 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박하는 이들도 '무엇이 경제발전에 더 도움되는지' 따지며 그 프레임 안에 머물게 된다. 이것은 이재명이 추구하는 '구조적 다수'와 연결된다.
이런 '상식'적 주장을 하면서 진보개혁의 지지자들을 넘어서 중도나 보수층에게 다가가며 '구조적 다수'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플랜이다. 이것은 새로운 것도 아니다. 이미 이재명은 몇 년 전에도 펨코의 글을 공유한 적이 있고, 여가부에 '남성 역차별도 조사해 보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
이번에는 '내국인 역차별'로 쟁점만 바뀐 셈이다. '여성과 이주민을 차별하면 안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성과 내국인의 역차별도 살펴야 한다'는 논리다. '청년남성은 (극우)보수화가 아니라 반민주당화한 것'이라던 많은 지식인, 정치인들의 분석은 이런 접근을 더욱 부추겼다.
'펨코에 모인 청년남성들의 목소리도 경청하고 일부 수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어리석고 헛된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이런다고 '남성과 내국인 역차별'을 걱정하는 보수나 중도의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로 대거 이동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 '문제'를 가장 확실하고 강력하게 해결하겠다고 약속하는 극우나 보수 정치세력에게 흡수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미 이재명 발언 이후에 오세훈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문화 가족 지원과 특혜를 축소하겠다'고 치고 나오고 있다. 물론 일부는 이재명과 민주당 지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평등과 반차별에 진지한 사람들은 민주당의 지지기반에서 더욱 멀어질 것이고, 안그래도 내부분열과 사기저하가 심각한 지지층은 더욱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것이다. 즉, 이재명이 기대한 '1+1=2'라는 단순한 산수는 이뤄지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런 접근은 이 문제들의 뿌리를 전혀 건들지 못한다. 왜 '저임금 이주민들은 경제 발전에 도움 안된다', '다문화 가족이 산후조리원 입실 우선순위인 것은 특혜다'는 목소리가 커질까? 괜찮은 일자리나 공공복지가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고, 그 불만은 당장 눈에 띄는 만만한 사람들에게 향하기 마련이다. 이재명도 '저성장으로 기회의 총량이 부족하니까 서로 갈라지고 싸우게 된다'며 이것을 지적한 바가 있다. 따라서 이것은 이재명이 제시한 '성장 우선' 해결책의 완전한 실패를 보여준다.
반도체 초호황 속에서 지난 2년 동안 한국의 경제성장과 수출실적은 국제적,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화려한 성과 뒤에서 일자리와 복지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사람들의 불만은 해결되지 않았고, 희생양을 찾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이재명도 거기에 올라타서 '이주노동자'과 '다문화 가족'을 탓하고 있다. 즉, '저성장을 극복하면 기회총량도 늘어날 것'이라던 기대는 실패하고 말았다. 더 중요한 것은 대다수에게 여전한 삶의 고통, 역대급 초호황과 고성장의 성과가 소수에게 독점되는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것을 해내지 못하면, '이주노동자는 경제발전에 도움되지만 크게 도움은 안 된다, 다문화 가족에게 지원을 넘어 특혜가 있는지 검토하자'는 목소리조차 사라질 수 있다. 그 자리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족의 특혜를 빼앗고 쫓아내자'는 목소리가 차지할 것이다.
이것이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에서 중도개혁 세력의 어정쩡한 태도와 개혁의 실패가 극우보수 세력에게 집권의 길을 열어준 과정이었다. 최근에 브라질이 그런 길로 넘어갈 뻔했고, 프랑스에서는 그런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 비극을 막으려면, 이재명과 민주당이 잘못을 인정하며
오류에서 배워 다시 길을 찾거나, 아니면 더 진보적 대안세력이 등장해 힘을 모아 극우를 막아내고 중도개혁 세력을 대체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엄청난 초과이윤과 초과세수를 재분배하자는 목소리나 공동 투쟁조차 너무 희미하거나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니 걱정만 커지고 있다.
● 브라질 대선 결과가 보여주는 것
브라질 대선에서 결국 룰라가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이것은 브라질뿐 아니라 전세계 노동자, 민중, 진보좌파, 반인종주의, 반파시즘, 반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연대 세력의 승리다. 보우소나르의 승리를 기대하고 응원하던 트럼프와 신극우, 머스크 등 테크노파시스트들은 패배했다.
기적적 역전승의 비결은 1) 매일같이 수백만이 거리에 쏟아져 룰라를 지지하고 극우에 반대한 사람들 2) 왓츠앱에서 1천만 팔로워를 달성한 '룰라의 군대'가 상징하는 소셜미디어 선거전으로 성공적 전환 3) 40시간 노동제와 주말무상교통이 보여준 정책과 공약의 선명한 좌향좌였다.
이 삼각파도 속에서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르 승리를 가져온 '강력한 치안'과 '부패한 노동자당'이라는 카드는 효과가 사라졌다. 강력한 처벌과 더 많은 교도소가 범죄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진짜 부패한 것은 억만장자 보우소나르와 극우 카르텔이라는 것을 숨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선 투표에서는 1차보다 투표율도 오르고, 무효표도 줄어들었는데, 그렇게 증가한 표의 대부분이 룰라에게 이동했다. 심지어 제3의 후보에게 투표했던 사람들도 결선에서는 보우소나르보다 룰라에게 더 많이 몰렸다. 1차와 비교해 보우소나르는 370여만표를 더 얻는데 그쳤지만
룰라는 1천만표 이상을 더 얻어서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 왓츠앱에서 룰라 게시물을 감추고 보우소나르 게시물을 더 많이 노출시켰고, 상파울로 등에서 극우 주지사가 투표소로 가는 무료버스를 중단시켜 룰라 투표를 방해했지만 결과는 바꿀 수 없었다.
물론, 아직 안심할 수 없다. 표차가 크지 않고 브라질의 극우 또한 '부정선거'의 맹신자들이다. 군부, 대자본, 거대언론, 국가기구, 복음주의 기독교, 트럼프와 연결된 그들의 카르텔은 쉽게 포기할 리 없다. 이미 보우소나르의 아버지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쿠데타를 시도한 전력도 있다.
장기적으로도 여전히 룰라 정부는 힘든 처지에 있다. 지난 1차투표와 함께 진행된 상하원과 주지사 선거에서 보우소나르의 자유당과 동맹세력은 과반에 가까운 의석을 얻었다. 노동자당과 동맹세력은 소수파다. 따라서 룰라는 여전히 어떤 정책과 공약도 뜻대로 추진할 수 없는 처지다.
극우와 동맹세력은 끊임없이 의회, 사법쿠데타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룰라 자신도 이미 중도우파와 거듭 타협, 후퇴해온 바가 있다. 이번에도 룰라의 부통령은 대표적 신자유주의 친기업 정치인 알크민이었다. 노동유연화와 긴축정책을 주장하는 그는 차기 재무장관에 유력하다.
이러한 타협과 거래 과정에서 룰라와 노동자당에게 '부패한 기득권 엘리트'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기에, 극우가 '반체제'를 내걸고 세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일부 사람들처럼 룰라와 노동자당에 대해서 일면적으로 평가하며 과장하는 주장들은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 이들은 외국의 진보개혁 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 측면만을 주목하고, 한국의 진보개혁 세력에 대해서는 부정적 측면만 주목하는 특징과 습관이 있다. 하지만 사실 룰라와 노동자당은 초기와 달리 오랫동안 주류화하며 한국의 민주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중도개혁적 세력이 됐다.
더구나, 실패한 쿠데타로 분열과 몰락으로 가는 듯하던 극우가 4년만에 부활해서 의회를 장악하고 대선 승리 직전에 멈췄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룰라를 '배신자'라며 비판하기만 하던 극좌파들은 이번 대선과 총선에서 거의 존재감이 사라져버렸다는 사실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나마 유일하게 4년전보다 더 나은 성과를 얻은 것이 룰라를 비판하면서 지지하고 함께 선거운동한 '사회주의해방당'이지만, 그 성과도 과장하기 어렵다. 지금 사회주의해방당의 의회에서 비중은 3% 정도이다. 이 정도 힘으로 노동자당을 왼쪽으로 압박, 견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룰라 정부는 여전한 악조건들 속에서 그동안의 문제점들을 극복하며, 개혁의 성과를 이루어내고, 룰라 이후의 정치적 대안도 건설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놓여있다. 이번에 결선 투표를 앞두고 폭발한 거리의 활력을 지속적인 사회운동의 동력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것은 브라질과 수많은 공통점을 가져온 한국정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문제이다. 다만, 브라질의 이번 기적적 역전승이 다가오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의 참패와 라틴아메리카와 전세계 곳곳에서 극우에 맞선 대대적 반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 이스라엘 총선 결과에 대해
지금 이스라엘 시민 거의 대부분이 집단학살을 지지하니 이번 선거 결과는 당연한 것 같다. 누가 집단학살과 인종청소를 더 잘하냐 경쟁하는 선거였으니 네타냐후가 이길 수밖에. 그나마 아랍계 정당들 2배 성장이 의미있고 특히 더 좌파적 연합 쪽이 더 크게 성장했다.
이스라엘 인구 20% 아랍계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스라엘 사회에서 극소수인 반시온주의 유대인들도 여기에 표를 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이스라엘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팔레스타인 민중의 단결과 저항, 아랍 민중과 국제적 연대의 더 강력한 결합만이 희망이라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 아랍계 정당의 의석수가 2배로 늘어난 선거 결과에 네타냐후가 꺼내든 것은 전세계 극우파시스트들의 돌림노래 '부정선거'
"네타냐후와 리쿠드당은 아랍 정당들이 선거를 '훔쳤다'고 주장하며, 이들에게 뇌물 제공, 협박, 선거 부정, 유권자 동원용 금지 소프트웨어 사용 등의 혐의를 제기"
● 프랑스 – 폭동이 아니라 민중저항이다
지금 프랑스 저항을 폭동이라고 비난하는 족벌 보수언론들은 마크롱의 폭력진압 속에 여학생이 눈을 잃고, 청소년이 손목 잘리고, 시위참가자가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는 침묵했다. 그리고 이제 '폭동'을 비난한다. 하지만 모든 '폭동'은 불평등에 맞선 분노의 폭발이며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던 사람들의 목소리"(마틴 루터 킹)일 뿐이다. 말콤 X는 ‘국가 폭력에 맞선 자기방어는 폭력이 아니라 지성’이라고 했다.
저들은 또 '약탈'을 비난한다. 하지만 '폭력 시위' 이전에 경찰의 폭력 진압이 있었듯 명품매장에 대한 '약탈' 이전에 프랑스 기득권세력의 가난한 서민들에 대한 '약탈'이 먼저있었다. 마크롱이 부자 감세로 가난한 사람에서 부자들에게 '부의 재분배'를 먼저 했기에 그 반작용이 등장한 것이다.
지금 주류언론은 '프랑스의 막대한 공공부채와 재정적자 때문에 긴축과 공공지출 삭감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절대로 부자 감세 철회나 군비증강 중단을 말하지 않는다. 지금의 생활고와 에너지 가격 폭등을 낳은 트럼프의 이란 침략 전쟁을 어떻게 중단시킬 것인지도 말하지 않는다.
반정부 시위가 등장하면 폭력적 충돌을 유발하고 '순수한 평화 시위'와 '불순한 폭력 시위'로 갈라쳐서 운동을 파괴하는 것은 프랑스 역사에서 오래도록 반복돼온 지배계급의 고유하고 특징적인 핵심 전략이었다. 이번에는 내년 대선의 유력후보로 떠오른 급진좌파 '불굴의 프랑스'를 '폭력의 배후'로 몰아 강제해산하려는 속셈도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폭력/비폭력이 아니다. 폭력 투쟁이든, 비폭력 투쟁이든 언제나 정답일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운동의 성장과 승리를 위해서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고 정당성있는 전략과 전술이냐는 매우 중요하다. 저들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거나 이간질에 말려들지 말고, 더 폭넓은 지지와 연대를 건설할 수 있는 투쟁의 길을 찾아낼 것이라 믿는다.
● 처벌과 감시 강화가 흉악범죄를 해결해줄까
최근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은 공포스럽고 끔찍하다. 범인은 2차례의 살인미수 전력으로 몇 번이나 투옥됐고 전자발찌까지 차고 있는 상태의 노년 남성이었다. 언론과 여론은 '저런 흉악범죄자가 왜 제대로 처벌과 감시를 받고 있지 않았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우리 사회에는 범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감시해서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관점과 여론이 강력하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어린 청소년이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면 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이고, 그래서 <참교육> 드라마도 큰 인기였다.
하지만, 솔직히 그것이 과연 진정한 해법인지 의문스럽다. 지금 나타나는 것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비슷하거나 더 큰 범죄를 저지르고 다시 감옥으로 가는 ‘회전문 징역’ 현상이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범죄자, 수감자의 다수는 사회경제적으로 주변부나 하층에서 나오는게 현실이다.
그런 사람들은 쉽게 범죄에 빠질뿐 아니라 감옥에서 교정교화되어 사회로 복귀하는게 아니라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갈 곳도 일할 곳도, 반겨주는 사람도 없이 스스로 살아가고 타인과 관계맺는 능력을 잃어간다. 자신을 외면하는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삐뚫어진 불만과 분노만 키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변해간다. 나이가 들수록 최소한의 의식주나 기본적 의료를 지원해주던 감옥 안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더욱 자포자기적인 위험한 상태가 된다. 우리 사회도 이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전자발찌를 채우고 감시한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또다시 주변사람이나 타인을 해치게 되고, 누군가는 큰 고통과 피해를 겪게된다. 이것은 개인의 실패를 넘어서 사회의 실패가 아닐까? 더 강한 감시와 처벌에 매달리며 범죄자의 교정교화, 사회 복귀, 사회구조 개선은 외면해 온 우리가 마주한 진실 아닐까.
"사법 시스템은 법망에 걸려든 한 줌의 개별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이미 가해자가 된 사람들을 재활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가해 위험을 악화시키는 사회적 문화적 요인을 쇄신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주디스 루이스 허먼, <진실과 회복>)
● 영화 <암살자(들)> 마녀사냥에 함께 맞서야
싱가포르 영화제에서 <암살자(들)> 초청을 유지한다고 기뻐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정작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초청, 레드카펫, 개막식, 무대인사, 상영 모두 철회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영화축제에서 영화 하나가 '암살'되고 '삭제'되고 있다.
이것은 한국영화계에 엄청난 위축 효과, 상처,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이제 누가 이런 영화를 만들려고 할까? 자금을 지원할까? 출연하려고 할까?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창작 의욕을 말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모두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 특히 영향력있는 감독, 배우, 평론가들도 앞장서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한다. 이선균 배우가 언론과 권력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며 죽어갈 때 침묵하고 나중에 후회하던 일을 반복할 것인가.
(기사 등록 202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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