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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260

누구도 견딜 수 없게 아프고 괴롭고 망가지지 않을 수 있다면 윤미래 아파서 더 타인을 해하는 사람이 있고 아파서 더 타인을 위하는 사람이 있다. 아프다는 건 변명이 안 된다. 병은 당신의 모든 선택을 조건짓지만 당신의 선택은 똑같이 병적이면서도 여전히 하늘과 땅만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을 칼로 수십 차례 찌르고 싶은 충동에 가득찬 정신질환자가 그것도 여차하면 공범이 될 준비 만만한 사람과 같이 아무 감독·관리 없이 돌아다니게 만든 사회 시스템의 무능이 개인의 자유선택과 책임성 논쟁으로 가려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강제 입원을 시켰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가령 이런 것이다. 신체·정신을 막론하고 모든 중증 장애인에게 전담 사회복지사가 붙어서 상태를 계속 주시하면서 위험해 보이면 입원치료를 설득하고, 지역공동체와 협력해서 스트레스 요인들을 케어하고, .. 2018. 10. 21.
종북몰이의 최대 희생자, 이석기 의원을 당장 석방하라! 김지수 지난 금요일 밤, 토요일(9월 29일) 새벽에 박근혜 국정원에 의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조작사건 피해자 양심수 김홍열 동지의 석방 환영대회에 다녀왔다. 광주교도소 앞에 도착하니 새벽 4시. 광주교도소 앞은 긴 옥고를 치루고 나오는 동지를 환영하기 위한 사람들이 불금밤을 새서 몰고 온 차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버스가 대여섯대 가득 차 온 것을 포함해 적어도 600여명의 사람들이 와 있었다. 4시 30분부터 광주교도소 정문에서부터 대회 무대까지 참가자들이 길을 만들고 김홍열 동지를 기다렸다. 김홍열 동지가 나오자 교도소가 떠나갈 정도로, 교도소 뒷산이 떠나갈 정도로 모두들 환호의 함성과 구호를 질렀다. 환영 행사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 무대 뒤편으로 동이 터 왔고 마침 몸짓패가 우리나라의 가자 통일로.. 2018. 10. 6.
우리의 생명과 안전이 삼성의 이익과 비밀보다 소중하다 이상수(반올림 상임활동가) [국가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거부하는 삼성의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삼성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비판하는 이 글은 반올림과 필자가 여러 진보언론에 동시에 기고했다.] 지난 9월 4일 삼성 공장에서 또 사람이 죽었다. 이산화탄소 가스가 유출돼 협력업체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부상자 중 한 분도 사고 후 일주일 쯤 지나 결국 돌아가셨다. 삼성에서의 사고는 감출 수 없을 때에야 드러나곤 했다. 이번에도 은폐의혹이 심각하다. 삼성은 사고 발생 후 2시간 가까이 신고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법을 지켰으니 문제없다는 게 삼성의 입장이었는데, 소방법은 안 지켜도 되냐는 반박이 제기됐다. 구조와 구급이 필요한 상황이 .. 2018. 10. 5.
[박노자] 디지털 전체주의 시대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요즘 느끼는 부분이지만, 저는 가면 갈수록 "페북형 인간"이 되어갑니다. 거의 매일 1회 정도 포스팅하고, 거의 1~2시간에 한번씩 페북 확인하는 것은 인제 습관되어 거의 체화된 것이죠. 물론 여기에서 언어문화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조선말로 글 쓸 수 있는 것은, 등에서 아주 가끔 시사적 글을 쓰는 것 이외에는 거의 페북 밖에 없으니까요. 요즘 국내에서도 영어논문을 쓰는 게 좋다고 하.. 2018. 9. 23.
나쁜 동물원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 최태규(수의사) 2010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퓨마 뽀롱이가 열린 철문으로 걸어 나왔다가 사살당했다. 대형 육식동물이라 사살 결정도 빨랐고 언론의 관심도 많이 받았다. 동물원에서 동물이 우리를 탈출하는 일은 당연히 없어야 하지만, 당연하게도 잦은 일이다. 두 달 전 미국 뉴올리언스 동물원에서도 재규어가 탈출해 알파카와 여우를 물어 죽이고 다시 우리로 잡혀 들어갔다. 가축을 기르는 농장에서도 닭이나 돼지는 늘 탈출하고, 동물병원을 할 때 진료하러 갔던 소가 탈출해서 야산으로 소를 잡으러 다닌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물며 날래기로 유명해서 운동복 상표로 쓰이는 퓨마다. 쉽게 흥분하는 이 대형 고양이가 통제를 벗어나고 당황하면 사람을 공격해서 죽일 수 있다. 난생 처음 창살 밖으로 나왔다. 거창하게 자유.. 2018. 9. 20.
죽지 않고 병들지 않고 일하는 세상을 위해 이상수(반올림 상임활동가) [에 실렸던 글(http://safedu.org/column/117999)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태풍 ‘솔릭’이 다가오면서 실감했다. 농성이 끝났다는 것을. 농성 기간 내내 온전히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농성 당번을 채우는 건 늘 버거운 일이었다. 농성을 해보면 계절과 날씨 변화를 온 몸으로 겪게 된다. 페트병 속 물이 꽝꽝 어는 겨울밤 농성장 추위를 핫팩과 침낭만으로 버티는 일도 녹록치 않았지만, 잠깐 잠들기도 어려운 습하고 더운 한여름밤은 견디는 게 고역이였다. 비라도 와서 비닐을 쳐야하는 날은 덥고 습한 기운에 몇 시간만에 녹초가 되곤 했다. 최악은 역시 비바람이다. 말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두두둑 빗소리.. 2018. 9. 6.
[박노자] 성추행을 방지하는 방법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말이 안되는 안희정 무죄 판결을 보고 제 머리에 든 생각을 일단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아무래도 '성추행'이라는, 이 사회의 "비정상적 일상"의 일부분은 오랫동안 사회적 토론의 중심에 위치해 있을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한 번 총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1. "자유 의사"라는 것은 하나의 이상 내지 이상적 모델이지 현실은 아닙니다. 우리가 식욕, 성욕, 수욕으로.. 2018. 8. 26.
[박노자] 북조선은 정말 그렇게 이질적인가?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수많은 책을 썼다. 본인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 )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저는 요즘 여유 날 때마다 서울에서 이번에 구입해놓은 탈북 외교관 태영호의 를 읽고 있습니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북조선을 잘 모르면서 그 관련 수업을 해야 하니까 공부할 겸 재미를 볼 겸 이렇게 독서를 하지요. 물론 그가 쓴 걸 그대로 취신하려 하지 않습니다. 일단 그 누구의 회고록이든 저자의 (숨겨진) 의제 등을 염두에 두고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건 사학의 기초니까요. 더군다나 태영호의 경.. 2018. 8. 9.
정신건강의 정치 - 자본주의와 정신의학 헤이즐 크로프트(Hazel Croft) 번역: 두견 낙인을 줄이는 것은 좋은 시작이지만 정신건강에 대한 보다 급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영국의 사회주의자 헤이즐 크로프트(Hazel Croft)가 주장한다. 출처: https://www.rs21.org.uk/2017/07/29/the-politics-of-mental-health/ 테레사 메이[영국 총리]가 선거 기간 동안에 정신건강에 대한 질문을 피할 수 없었고, 해리 왕자와 일단의 유명인사들이 정신건강의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따라붙는 낙인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정신건강의 문제는 최근 몇 달간 미디어에서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는 긍정적인 한걸음이지만 낙인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들.. 2018. 7. 31.
[박노자] 독립이 아닌 독립: 리가(Riga) 시찰기(視察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수많은 책을 썼다. 본인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 )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저는 지금 발트해 해안에 있는 라트비아 공화국의 수도 리가 (Riga)에서 가족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이 도시를, 제가 딱 30년만에 찾아왔습니다. 30년 전, 그 당시에 고교생인 저는 제 학교와 리가의 한 고교가 '교환 견학'을 협정함에 따라 리가를 며칠간 견학한 일은 있었습니다. 30년만에 바로 눈에 띄는 차이는? 상당히 많습니다. 제가 어릴때부터 어학을 집중적으로 공.. 2018. 7. 23.
최악의 독약, 권력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수많은 책을 썼다. 본인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현재 한국 불교계의 전반적인 탁류 (濁流) 속에서 제가 애당초에 아주 존경했던 스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한국 전쟁 때 인간 살육의 잔인함을 보고 출가의 뜻을 굳힌 분이셨는데, 일제때부터 정진해온, 사회의식도 매우 강력했던 효봉스님의 고제 (高弟)이었습니다. 암울했던 독재 시절에 성철 선사와 같은 귀족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지니지 않고 반대로 불교 명서의 국역과 각종의 수필로 일반인들에게 친근하게.. 2018. 7. 11.
파시즘에 관한 소고 윤미래 유럽에서 파시즘의 위험을 보여주는 르펜과 국민전선 1. 혐오는 ‘원래’ 공포에서 나온다. 실제로는 약자인 사람들에게 온갖 공포를 투사해서 그들을 ‘강자’ ‘가해자’라고 상상하고 자신의 약함, 피해자성을 호소하는 게 모든 혐오의 공통 문법이다. ‘김치녀’ 담론도 남성보다 돈이 많고 모종의 권력(?)으로 남성을 착취하는 상상 속의 잘 나가는 여자를 겨냥하지 가난하고 못생긴 비정규직 여성을 대놓고 겨누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 공포에 실체가 있는지, 누구의 경험에 기반해서 그런 담론이 나올 수 있으며 여기서 주변화되거나 지워지는 사람은 누구인지이고, 난민들에 대한 이른바 ‘여성들의 공포’가 이 면에서 어떤지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2. 파시즘이 무서운 것은 인륜을 무시하기 때문이거나 (이.. 2018.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