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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세상을향한연대1252

한 사람을 생각한다 윤미래 이천 년 전쯤에... 어쩌면 그보다 오래 전에, 어쩌면 그보다는 좀 나중에 살다 갔던 ㅡ 아무튼 지금은 2000년 전에 살다 갔다고 전해지는 어떤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는 아마도 사생아였을 것이다. 로마 군인과 유대 여자 사이의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그의 어머니는 겁탈을 당했을 수도 있다. 율법보다 인간을 아낄 줄 알았던 그의 아버지가 그것을 알고도 그의 어머니를 기꺼이, 사랑과 존중으로 아내로 맞았을 수도 있다. 그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인간 위에 군림하는 법과 권력이 그 스스로를 부정할 아이를 단죄하고 배제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더럽고 역겨운 진창에서, 가축들이 어슬렁대는 가운데 태어나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몇 사람의 축복을 받았을 것.. 2017. 12. 27.
세상읽기 - 민주노총/ 양심수/ 정규직화/ 장애 차별 전지윤 ● 민주노총 지도부 결선 투표와 노동운동의 과제 노동시간 단축 등에서 문정부가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직선제 결선 투표가 진행중이고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이번 선택은 전임 지도부에 대한 평가와 연동되는데, 한상균 지도부는 분투했고 의미있는 성과도 낳았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을 막았고, 정권 퇴진까지 이뤄졌다. 공약한 총파업이 성공하면서 민주노총 힘으로만 만들어낸 성과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한상균 지도부는 끊임없이 투쟁과 연대를 위해 노력했고, 그 치열한 노력 끝에 정권의 극심한 탄압도 받았다. 이것이 지난 겨울 ‘촛불’의 밑거름이기도 했다. 따라서 한상균 지도부를 계승하겠다는 선본에게 더 마음이 가게 된다. 물론 결선에 오른 두 선본 모두 협상만이 아닌 투쟁을 .. 2017. 12. 24.
열린 토론) 임신중지와 낙태죄 - 생명권과 선택권의 대립인가 임신중지와 낙태죄 - 생명권과 선택권의 대립인가 일시: 12월 30일(토) 저녁 6시 장소: 시간공방 종로점(종각역 4번 출구, 대왕빌딩 7층)https://timespace9333.modoo.at/?link=4mvt34a5 낙태죄 폐지에 대한 청원에 청와대가 입장을 발표한 이후에도 낙태죄와 임신중지권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낙태죄를 유지하는 게 옳은지, 여성들에게 전가돼온 고통과 부담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 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함께 살펴보며 적절한 관점과 대안을 모색해 보려 합니다. 열린 자세로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며 답을 찾아가는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문의: 010 - 8230 - 3097) (기사 등록 2017.12.22) * '.. 2017. 12. 22.
단결에 관한 짧은 고민들/ 도덕과 헤게모니 단결에 관한 짧은 고민들 윤미래 1. ‘본질적으로 같으니까 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도, ‘다르기 때문에 본질적 이해일치는 없다’는 입장도 동일성을 연대의 조건으로 전제한다는 점에서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우리는 다르지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도 지금의 상황에서 아주 중핵적이고 구조적인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연대하는 것이다. 차이는 잘 다루었을 때는 오히려 연대의 힘이 될 수 있으며, 차이가 분열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운동이 그러한 차이를 다루는 데에 실패했을 때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연대와 단결이 반드시 동일성을 필요로 한다는 관념이야말로 이런 실패를 낳는 가장 큰 요인들 중 하나다. 정치는 모순도 갈등도 없는 목가적 공동체를 만든 후 그것을 무한 확장해서 세계를 정복하는 기획이 아.. 2017. 12. 21.
비정규직 공무원에게 전국공무원노조가 손을 내밀자 성지훈(공무원노조 조합원) 비정규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공무원 사이에서도 비정규직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용을 늘리기 위해 한 사람 분의 인건비로 두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는 지난 박근혜 정부가 낳은 대표적인 적폐 중의 하나이다. 시간선택제 채용 공무원은 정부 지침상 차별을 금지하였으나, 근무시간대 선택 등 전일제 공무원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 공무원이지만 공무원연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하루에 절반밖에 일하지 못해 기본급 및 각종 수당을 전일제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며, 한명의 공무원으로도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 공무원인 임기제 공무원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며,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기간 5년을 넘길 때.. 2017. 12. 20.
트럼프의 도발과 팔레스타인 민중의 3차 인티파다 전지윤 트럼프가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식 선언하면서 거대한 후폭풍과 충돌,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 분노과 저항의 목소리가 팔레스타인과 중동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이스라엘이 이것을 폭력 진압하면서 사상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선언은 트럼프와 ‘대안우파’의 극단적 세계관으로 보자면 자연스러운 귀결이지만, 단지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의 꼼수로만 볼 수는 없다. 미국은 이미 1995년에 ‘이스라엘의 수도는 예루살렘이며 미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다’는 법안을 상·하원에서 압도적 다수결로 통과시켰었다. 다만 기존 정권들은 이것의 시행을 계속 보류하며 중동의 불안정과 아랍 민중의 저항을 관리해 왔는데 트럼프는 그 선을 넘은 것이다. 중동 지역의 불안정, 이란과 러시아 등의 영향력이 커.. 2017. 12. 16.
희망을 향한 행진은 2018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남수경 [이 글의 필자인 남수경은 미국 뉴욕에서 도시빈민, 이주민, 여성, 성소수자 등을 대변하는 공익인권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법률서비스노동조합(Legal Services Staff Association UAW/NOLSW)의 조합원이다. 대구경북지역 독립 대안 언론인 에 실렸던 글(http://www.newsmin.co.kr/news/26046/)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와에 감사드린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불신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절망의 겨울이었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소설 의 시작이다.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쓰인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시공을 뛰.. 2017. 12. 14.
장애인도 인간답게 노동하고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 이 나라에서 장애인은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빼앗겨 왔다.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에서 특히 명백하다. 장애인 중에 무려 61.5%가 ‘비경제활동인구’이며, 고용률도 전체 인구 고용률의 절반에 불과하다. 월 100만원 미만 근로자 비율도 29.1%나 된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 2016년 장애인 취업자 88만 명중에서 중증장애인은 17.3%에 불과했다. 여성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제활동참가율은 22.4%에 불과하고 절반 이상이 ‘월 100만원 미만’이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노동권을 파괴해 온 장본인은 바로 이윤만 우선하는 자본이다. 2015년에 장애인 의무고용율 2.7%조차 지키지 않은 사업장이 78.3%나 달했고,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도 저임금으로 착취하기 일쑤다. 문제는 정.. 2017. 12. 12.
“보편적” 접근법이 오히려 투쟁을 좁힐 때 데이비드 캠필드(DAVID CAMFIELD) 번역: 전진한 ‘정체성 정치’를 비판하면서 보편적인 계급정치와 단결을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연대를 어렵게 하는 측면에 대해 비판하며 차별과 억압에 맞선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이다. 이 글의 필자인 데이비드 캠필드는 캐나다의 사회주의 운동가이자 ‘우리는 더 잘 해낼 수 있다: 사회변혁을 위한 사상’(We Can Do Better: Ideas for Changing Society)의 저자다. 출처: http://newsocialist.org/when-a-universal-approach-narrows-the-fight/ 미국의 많은 좌파들이 사회 계급의 정치를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 많은 계급 정치 지지자들이 마치 성차별주의, .. 2017. 12. 11.
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은림 고등학교 때 우리 학교 근처에는 이디야밖에 없었다. 학교 친구들은 석식을 먹고 나서 이디야에 갔다. 나는 카페모카에 세 번까지 샷을 추가해서 먹었다. 그러면 4000원정도 나왔던 것 같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과 비슷하지만 학교 근처에 스타벅스가 없었고, 어떤 커피가 맛이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냥 이디야에 갔다. 학부모들은 애들이 벌써 자기가 어른인 줄 알아서 밥 먹고 나면 커피도 한 잔씩 마신다, 고 했다. 아무도 우리 앞에서 김치녀 된장녀 운운하지 않았다. 아마 우리 학교가 여고였고, 자율고였고, 잘 사는 집 딸들이 많이 오는 학교여서 그랬을 것이다.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스타벅스 가면 된장녀라고 하는 얘기를 안 들은 것은 아닌데, 우리 학교 학생들은 대체로 그런 프레임에 신경 쓰지 않을 .. 2017. 12. 4.
세상읽기 - 한반도/ 시리아/ 에이즈/ 도덕/ 정신질환 전지윤 ● 75일만에 다시 미사일을 쏘게 된 이유 역시 계속해서 욕먹고 두들겨 맞고 괴롭힘을 당하면서 그냥 참고 넘어갈 사람은 없었다. 지난 75일 동안 계속 조마조마했다. 트럼프가 위험한 도발을 반복할 때마다,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두달을 넘어가면서는 ‘혹시나’하는 기대도 생겼다. 하지만 75일은 삭히는 시간이 아니라 쌓이는 시간이었다는 게 최대고도의 미사일 발사로 드러났다. 75일 동안 사상최강의 유엔 제재, 미 핵폭격기의 최북단 위협 비행, 역대 최대의 무력시위, 9년만에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이 줄줄이 이어져 왔다. 12월초에는 한국군의 ‘김정은 참수부대’ 창설, 전투기 230대가 참가하는 사상최대의 한미연합 공군훈련이 예정돼 있었다. 이렇게 보면 북한이 지금까지 대응하지.. 2017. 12. 3.
이 세계는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윤미래 샬러츠빌에서 충돌하던 나치와 반나치 시위대 이 세계가 지금처럼 문제없이 돌아갈 날이 과연 얼마나 더 남아 있을까? 트럼프가 당선되고 독일을 위한 대안이 의회에 입성하면서부터 나는 매일 혼자 물어본다. 더는 자본주의의 견고함과 요지부동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취약함을 두려워한다. 경제가, 먹고 사는 일이, 전처럼 계속될 수 없게 되면 사람들은 누가 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절로 술렁이게 될 것이다. 극우에게도 좌파에게도,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 외쳐야 하는 답답함과 절망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급진적으로 내달리는 대중의 흐름에 얼마나 잘 결합할 수 있는가가 문제가 될 것이다. 깃발에 사회주의라고 쓰든 공산주의라고 쓰든, 운동이 상상하는 대안이 지금처럼 체제를 수정하는 것이나 아니면 기껏해야 .. 2017.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