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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세상을향한연대1251

리뷰 - 조커/ 도미니언/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체르노빌 전지윤 ● 조커 - 혐오의 시대에 어울리는 서늘한 영화 연예인이라고 일거수일투족이 가십거리로 뜯기고 씹히다가 죽어서도 악플에 시달리는 시대, 공직 후보자라서 그 가족까지 끌려나와 난도질 당하고 ‘부엉이 바위로 가라’는 댓글이 달리는 시대, 만신창이 끝에 뇌종양이 생기자 ‘진단서도 조작했냐’는 악플이 달리는 이 시대에 ‘조커’는 어딘가 잘 어울리는 가슴 서늘한 영화였다. 물론 모든 예술과 영화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수밖에 없고 조커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해석을 자극하고 상당한 영감을 주는 영화였고, 막바지에 계단에서 춤추는 조커의 모습은 억누르기 힘든 전율을 느끼게도 했다. 시대적 배경이 80년대 초반 미국 대도시라는 것도 상징적이었다. 그 때는 레이건 정부 아래서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던 시기다. 영화는.. 2019. 10. 23.
[박노자] "가짜 민주주의"?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약 40일 전에 노르웨이에서 지자체 의회 선거가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어려운 일은 있었지만, 일단 투표를 작정해서 했습니다. 제 소속 정당 (적색당)이 제가 사는 지역에서 어차피 2%의 득표율도 보이지 못하니까 제 한 표라도 그래도 꼭 던져주고 싶었습니다. 노르웨이는 저 같은 영주권 보유자들에게 지자체 의회 선거 때 투표권을 부여하는데, 그것도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2019. 10. 21.
사회변혁의 전략 논쟁2 - 사회주의로 가는 어떤 길인가? [근래 미국 좌파진영에서는 사회변혁의 전략에 대한 매우 흥미롭고도 중요한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차별, 인종차별, 환경파괴 등에 맞서는 다양한 운동들의 성장, 노동자 파업 물결의 부활, 버니 샌더스와 민주적사회주의자들(DSA)의 급부상 등이 이런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치열한 논쟁 속에서 러시아 혁명에 대한 재평가, ‘레닌주의’적 사회변혁 전략의 타당성 등도 중요한 논점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관련된 글들을 계속 번역, 소개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에는 올해 미국에서 열린 ‘역사유물론’(Historical Materialism) 컨퍼런스에 벌어진 논의를 지면으로 옮긴 글을 번역해 소개한다. 발표자 중에 한 명인 에릭 블랑(Eric Blanc)은 DSA 소속의 사회주의 이론가이자 활동가이고, 찰리.. 2019. 10. 18.
사회주의 여성해방론 논쟁에 부쳐: 갈등 없는 조화에 진보는 없다 페미니스트 프리즘 사회주의 여성해방론 논쟁에 부쳐: 갈등 없는 조화에 진보는 없다 윤미래 [‘사회주의자’ 동지들이 제기한 논쟁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던 차에, 최근에 변혁당에서 낸 반론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사회주의자이면서, 페미니스트이면서, 페미니즘 중에서도 상호교차성과 반식민주의를 가장 중요한 준거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 ‘사회주의 여성해방론’과도 ‘사회주의 페미니즘’과도 다른 견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져 짧게 글을 써 보았다. ‘사회주의자’나 변혁당과 달리, 이 글은 다른 세상을 향한 연대 내에 존재하는 여러 시각 중의 하나이며 상호교차성 페미니즘도 반식민주의 페미니즘도 대표할 수 없음을 미리 고한다. 우리는 대체로 그렇게 작업한다.] 논쟁 관련 기사들 링크 http://s.. 2019. 10. 16.
세상읽기 - 서초동과 광화문/ 조국 대전과 촛불/ 김용희 투쟁 전지윤 ● 서초동 촛불이나, 광화문 집회나 모두 공감할 게 없는가? 지금 마치 모든 사람이 당연히 서초동가서 촛불 들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면 잘못이다. 아무리 많이 모이고, 정당한 요구가 있더라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사람에게 뭔가를 강요할 순 없다. 여기가 다수인데 왜 안 오냐는 식으로 압박한다면 폭력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 2016년에도 ‘여혐 발언과 성희롱이 존재하는 촛불집회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건 존중받아야 할 입장이지 비난하거나 강요할 순 없었다. 억눌린 노동자들과 차별받는 소수자들이 더 많이 함께하길 원한다면,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투쟁이라 느끼며 찾아오고 싶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한다. 또 어느 쪽이나 극단적 일부는 있을 수밖에 없고, 그들이 그 운동.. 2019. 10. 14.
[박노자] 자기 계발서들이 만드는 세계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제 세부적 전공은 한국 근현대 사상사입니다. 그걸 공부하면서 느낀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개개인 사상의 놀라운 가변성 같은 것입니다. 한국적 근대의 시간이 압축적이고 너무나 빨랐던 만큼, 한 개인도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서로 상당히 다른 여러 사상을 순차적으로 표방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월북해서 북조선에서의 다산 연구의 기반을 다진 최익한 (1897-?)이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 2019. 10. 11.
어린이 및 청소년의 정치참여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 박철균 1.어린이 및 청소년이 동요를 개사해서 부르게 하는 운동 방식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촛불시위란 말이 나온 기원인 ‘효순이, 미선이 시위’ 때도 촛불 소년인가 해서 초등학교 1학년인가 하는 분이 윤민석이 만든 "부시를 쓰러뜨린 과자"라는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가사가 재미는 있는데 저 소년이 부르기엔 적당하지 않은 느낌, 저걸 부를 때 관련된 사람들이 저 소년과 제대로 소통은 했는지 찜찜한 느낌을 그 당시에도 가졌던 기억이 난다. 2.아마 그런 느낌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고, 특히나 이런 식의 운동방식을 많이 취하는 "특정 스텐스"에 대한 거부가 더해져서 심한 반발이 나오는 거라 생각한다. 물론, 나 역시 그 "특정 스텐스"가 하는 이야기들 중엔 동의가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2019. 10. 9.
사회주의 페미니즘과 사회적 재생산 이론 [이론과 행동, 사회주의와 페미니즘의 교차성에 대해 수잔 퍼거슨(Susan Ferguson)을 인터뷰한 기사이다. 수잔 퍼거슨은 사회적 재생산 이론의 전문가로서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체계화시키는 경험을 수십 년간 해 왔다.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사회주의자로서 사회적 재생산과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대해 연구하고 기여해 왔으며 노동력과 노동계급의 사회적 재생산이 작업장을 넘어서서 인종과 젠더의 교차 속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번역: 두견)] 출처: https://dsabuild.org/socfem-and-social-reproduction?fbclid=IwAR0Sf092yK5G6Eg26E7JEPdRPqvXNlbnNtqBoWanGFrkMlpMSYjYq22Lu-0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당신의 개인적 역.. 2019. 10. 7.
‘조국 대전’과 좌파의 전술 논쟁 [‘조국 대전’이 두달 넘게 이어지고 촛불집회까지 등장하면서 다양한 입장과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감정적으로 적대하지 않으면서도, 가시 돋친 말이나 거친 언사로 상대를 아프게 하지 않으면서, 얼마든지 우호적으로 치열하면서 생산적인 열린 토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취지에서 ‘조국 대전’에 대한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내부적 토론 과정에서 제출된 견해들을 묶어서 올린다. 앞으로도 논쟁과 반론글들을 계속 소개할 계획이다.] ● 계급적 분노와 검찰의 반동에 대한 분노 사이에서 김지수 조국 일가의 행동(입시, 사모펀드)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그리 크지 않을 거 같지만 계급적으로는 심각히 부적절한 행동 같습니다. 다만 그 행동들은 조국보다는 조국의 부인이 주도했던 거.. 2019. 10. 4.
사회변혁의 전략 논쟁과 러시아 혁명의 재평가 [근래 미국에서는 좌파진영을 중심으로 사회변혁의 전략에 대한 매우 흥미롭고도 중요한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차별, 인종차별, 환경파괴 등에 맞서는 다양한 운동들의 성장, 노동자 파업 물결의 부활, 버니 샌더스와 민주적사회주의자들(DSA)의 급부상 등이 이런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 치열한 논쟁 속에서 러시아 혁명에 대한 재평가, ‘레닌주의’적 사회변혁 전략과 카우츠키의 위상 등도 중요한 논점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관련된 글들을 계속 번역, 소개해 나갈 예정이다. 먼저 처음으로 DSA 소속의 사회주의 이론가이자 활동가인 에릭 블랑이 카우츠키가 제시한 전략을 옹호하며 ‘레닌주의’를 비판하는 글과 그것을 반박하면서 러시아 혁명과 레닌주의 전략 자체가 그동안 어떻게 곡해돼 왔는지 설명하는 라스 리.. 2019. 10. 2.
페미니즘과 반성폭력 운동을 옹호하며 전지윤 ● 페미니즘과 반성폭력 운동에 대한 왜곡과 공격 최근에 노동자연대 분들이 박가분 씨, 오세라비 씨 등의 책들을 추천하고 격찬한 것이 논란이 된 것을 봤다. 이 책들이 담고 있는 페미니즘과 반성폭력 운동에 대한 공격을 “돌직구”라거나 “예리한 통찰력”이라고 높이 평가한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새삼스럽진 않다. 노연 분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태도가 저 필자들이나 책들과 가까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노연 분들은 기본적으로 페미니즘이 계급투쟁을 분열, 약화시킨다고 보며, 남성 여성의 단결을 추구하는 게 진정한 마르크스주의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젠더 모순을 부차화시키며 기계적 단결을 추구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고 토론해 봐야 한다고 본다. 진짜 문제는 노연의 이러한 행보 속.. 2019. 9. 30.
[박노자] "능력"이라는 이름의 세습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요즘 "조국 사태"는, 후보자의 딸에게 입시 부정이 있었느냐 내지 "능력"대로 '명문대' 갔냐 라는 지점 위주로 흘러가는 듯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아주 근본적으로 따져 보면 '계급 재생산'이라는 차원에서는 '부정'의 문제는 다소 2차적입니다. 굳이 '부정'이 없어도, 사회가 인정하는 '능력'대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계급/계층의 출신은 그 부모의 광의의 계급적 위치를 충분히, 얼마든.. 2019.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