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 미국 대선과 트럼프 당선 평가
1. 해리스의 패배 가능성이 더 높다고는 봤지만 이렇게 참패할 줄은 몰랐다. 네타냐후와 머스크의 환호, 이민자와 소수자들의 절망를 보자니 기분 더럽다. 더구나 이것은 국제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극우반동 정치의 득세와 그 대안이기 어려운 중도 자유주의 정치의 몰락 과정이기도 하다.
2. 민주당 주류는 8년전 트럼프보다 버니 샌더스 돌풍의 차단에 주력했다. 4년전엔 트럼프 집권 경험이 낳은 반감 속에 샌더스의 의제를 일부 흡수한 바이든이 이겼다. 그런데 바이든 4년이 지난 지금 미국 대중 대다수는 ‘더 살기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이것이 트럼프 부활 배경이 됐다.
3. 민주당은 이를 해결하는게 아니라 트럼프의 사법적 제거에 매달렸고, 그것은 실패뿐 아니라 역풍을 낳았다. 더구나 누가봐도 끝난 바이든은 끝까지 버티다가 뒤늦게 사퇴했다. 이제 바이든과 확실한 선긋기가 필요했는데 해리스는 누가봐도 충실한 바이든 부통령에 머물렀다.
4. 그나마 4년전 바이든은 ‘최저임금 15달러, 그린뉴딜, 학자금 탕감’같은 공약이라도 있었다. 해리스는? 기억나는게 없다. 4년전보다 나빠진 삶을 개선할 획기적 공약은 없었다. 해리스 유세의 단골손님은 공화당 하원 리즈 체니였다. 이라크 전쟁 책임자 네오콘 딕 체니의 딸.
5. 공화당에서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 빼오기가 민주당 전략의 핵심이었다. 진보층 다지기와 확대는 과제가 아니었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철저히 무시했다. 그것은 민주당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적극적인 활동가들이 선거운동에서 발을 빼게 만들었다. 지지층의 외연 확대는 더 어려워졌다.
6. ‘트럼프보다 해리스를 상대로 무기 금수를 요구하며 싸우기가 더 낫다’는 것도 통할 수 없었다. 가장 다급한 선거 시기에도 외면하는 데 당선하고나서 귀를 연다? 믿을 수가 없었다. 반면 트럼프 극우 포퓰리즘은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단순한 답처럼 보였고, 대중의 원초적 감정에 호소했다.
7. ‘나는 먹고 살기 힘든데 내 것을 빼앗은 무임승차자들이 더 잘나간다고?’ 원한과 복수심을 부추겼고, 트럼프의 기반은 오히려 확대됐다. 지난 트럼프 선출 전당대회 때 주요 연설자로 여성, 흑인, 라티노도 있었다. 트럼프의 주적은 이민자, 무슬림, 트랜스젠더이기에 이것은 모순이 아니다.
8. 결국 미국 대선은 ‘노골적 최악’과 ‘위선적 최악’의 대결처럼 됐다. 이제 미국에서 트럼프주의적 극우를 이기려면 민주당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더 분명해졌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이다. 다만 그 대안이 민주당의 탈바꿈일지, 민주당이 깨지며 밖에서 만들어질지는 봐야 한다.
9. 트럼프 2기에는 더 큰 공격과 탄압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방어적 투쟁이 주될 것이다. 트럼프 1기는 충격과 공포의 시기만이 아니었다. 최근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투쟁들 – 여성대행진, 미투 운동, 흑인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은 모두 그때 폭발했다. 이 모든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10. 이럴 때 항상 기억나고 희망을 주는 말. “정말로 중요한 것은 누가 백악관에 앉아 있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누가 거리에, 카페에, 정부청사 홀에, 공장에 ‘앉아 있느냐’다. 누가 투쟁하고, 누가 사무실을 점거하고, 누가 시위에 나서느냐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결정할 것이다”(하워드 진)
11. 공허한 희망을 말하기는 힘들지만, 불행은 계속되고 행복은 잠시겠지만, 이기려면 싸워야 하고, 싸우려면 살아야 하고, 사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니까... 우리는 아직 할일이 너무 많이 남았다. 지금 가자의 주민들이 느끼는 절망과 공포는 이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 반윤석열 투쟁의 최근 정세에 대한 분석
1. 명태균과 윤석열의 거래는 끝났다고 보인다. 극우 유튜브 단골 출연자이며 윤석열의 열혈 지지자인 김소연을 변호사로 채용한 게 그 증거다. 검찰은 명태균과 윤석열의 거래와 말맞춤, 증거 인멸이 끝날 때까지 거의 2달 가까이 충분히 기다렸다가 명태균을 소환했다.
2. 물론 중간에 보여주기식 압수수색 시늉은 있었다. 핵심 증거들은 찾아지지 않게 미리 설계된 압수수색이었다. 그리고 명태균은 검찰에 출석하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그동안의 윤석열을 향한 ‘나를 건들지 말아달라’는 언론 플레이를 중단했다.
3. 그리고 태도가 돌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죄송하다고 하더니 이튿날은 ‘언론이 십상시’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마지막날은 기자와 시민들에게 ‘정신 차려라’고 고함을 치고 윽박지르며 고발을 협박하는 태도로 말이다.
4. 즉, 윤석열과 검찰은 명태균을 적당한 선에서 봐줄 것을 약속했고, 명태균은 그것을 믿고 입을 닫고 있다. 사실 이 사태의 출발은 처음부터 명태균의 양심고백이 아니었다. 이준석이 술자리에서 자랑하다가 실수로 흘린 정보를 뉴스토마토가 낚아채면서 시작된 것이다.
5. 그 전에 윤석열-김건희-김영선 등의 여론조작, 선거 부정, 공천거래, 국정농단의 주역들은 그 말단 실무자였던 강혜경 씨를 재물로 바치며 문제를 덮으려는 과정을 진행 중이었다. 따라서 뉴스토마토의 보도를 계기로 억울한 처지의 강혜경 씨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6. 그러면서 ‘명태균 게이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김건희, 이준석, 김영선 등이 엮인 온갖 추악하고 충격적인 진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윤석열이 다른 공범들을 달래고 거래하면서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려고 매달리며 두 달이 지나간 셈이다.
7. 이 과정에서 명태균도, 이준석도, 홍준표도, 모두 자기만 살려고 남에겐 불리하고 자기에겐 유리한 정보만 흘리며 사기치고 거래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감옥갈 각오하고 진실을 말하는 공익제보자는 강혜경 씨다. 강혜경 씨는 ‘지난 대선에서 조작이 있었다’고 분명히 말했다.
8. 또 대선 조작과 공천 거래의 핵심을 파고드는 <뉴스토마토>도 칭찬받을만 하다. 뉴스토마토는 "이준석과 너무나도 가까웠던 모 인사는 ‘이준석이 주범’이라고까지 단언했습니다... 보수의 희망으로 불렸던 젊은 정치인 '이준석'은 '괴물'이 되어 버렸습니다”라며 이준석을 직격했다.
9. 사실 뉴스토마토도 이준석에 우호적이던 언론 중의 하나였지만 적어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 지금 드러나듯이 혐오정치의 선봉장이던 이준석은 선거사기 범죄자이기도 했다. 이준석은 대선 여론조작에 깊이 관여했고 그것을 덮기 위해 필사적이다.
10. 지금 정치적 상황은 중대한 고비로 향하고 있다. 뉴스토마토에서 명태균-이준석-윤석열이 대선 국힘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조작한 결정적 특종을 보도한 그 다음날 윤석열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막장 기자회견은 사람들을 더 분노하게 했지만, 적어도 시선 돌리기에는 성공하며 우파를 결집하고 있다.
11. 기자회견 이후에 한동훈은 야당 공격으로 돌아섰고, 명태균은 검찰 출석하면서 태도가 돌변하했고, 이준석은 입을 닫고 해외출장을 떠났고, 주말에 반윤석열 촛불집회에서 경찰은 폭력적 대응을 하며 민주노총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공멸의 위기의식 속에 우파가 결집하며 희생양을 찾고 있다.
12. 지난 주말 윤석열 경찰의 전략은 분명했다. 광화문 태극기집회는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허용하며,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를 비교, 대립, 충돌하도록 유도했다. 태극기집회는 10만명이 참여 가능한 공간에 5만 명이 여유있게 들어가도록 충분히 보장해 줬다.
13. 숭례문 촛불집회는 철저히 차단하며 거꾸로 5만명이 참가 가능한 공간에 20만명을 우겨 넣었다. 끝없이 지하철역에서 밀려나오던 사람들은 갈 곳을 찾지못하고 돌아가거나 흩어졌다. 올해 경찰의 집회 대응예산과 진압장비, 기동대 병력을 대폭 확대한 이유는 바로 여기 있었다.
14. 경찰은 방패와 몽둥이를 들고 민주노총 대열로 돌진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100여명이 부상하고, 10여명이 연행됐지만, 정부와 언론은 모든 책임을 민주노총에 뒤집어씌우고 있다. '민주노총은 폭력집단이고, 민주노총과 집회하는 민주당도 종북 폭력이다.' 민주노총 지도부 사법처리가 예고되고 있다.
15. 이미 윤석열 정부는 ‘정권 퇴진 국민투표’ 참가를 독려한 전교조, 공무원노조 지도부에 대한 소환조사를 선포한 상황이었다. 2016년 촛불항쟁 전에 박근혜 정부가 ‘민중총궐기 폭력집회’를 핑계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체포하려던 때와 판박이다. 당시 한상균 의원장은 조계사로 대피했다.
16. 당시에 경찰 폭력과 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이 사망했었지만, 정부와 언론은 적반하장으로 ‘민주노총 폭력집단’만 되풀이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경찰의 집회 차단과 봉쇄를 뚫을 대안은 필요하다. 다만 일부에서처럼 물리적 충돌로 경찰을 이겨내자는 주장은 너무 단순하다.
17. 2008년 촛불때도, 2016년 촛불 때도 초반에 일부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회피하는 지도부 때문에 망하고 있다'는 식의 단순한 주장들은 항상 있었다. 하지만 훨씬 복잡하고 치밀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했다. 2016년에 결국 경찰을 밀어낸 것은 거리로 쏟아진 어마어마한 시민들이었다.
18. 경찰은 대응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 정도로 발전할 수 있을지 말지를 판가름할 고비다. 그래서 정부와 경찰도 사활적이다. 그때와 다른 2가지 변수는 있다. 하나는 태극기부대다. 국가기구의 폭력에 의존하던 극우가 아스팔트 부대로 발전한 태극기부대는 노무현 중반기에 등장했다.
19. 지금처럼 매주 집회를 하면서 광화문을 장악한 것은 2017 박근혜 탄핵 인용 직후부터다. 그들은 문재인 5년 내내 매주 집회를 하며 발전했다. 특히 ‘조국사태’가 변곡점이었다. 이들이 촛불집회에 대항 집회를 하며 광화문을 장악한 상황은 ‘두 번 당할 수 없다’며 우파가 준비한 무기다.
20. 또 하나의 변수는 소위 ‘이재명 사법리스크’다. 당장 이번주에 이재명 대표가 받는 4개 재판 중에 하나의 판결이 있다. 족벌언론들은 ‘유죄가 분명하다’며 사법부 압박에 총력 집중하고 있다. 유죄가 나오면 ‘윤석열이 싫다고 범죄자, 사기꾼들과 함께하냐’며 갈라치기를 할 것이 뻔하다.
21. 한동훈은 반윤석열 촛불집회를 ‘이재명 방탄집회’로 매도하며 “범죄 세력에 나라가 넘어가는 것을 막자”며 우파 결집을 촉구하고 있다. 바로 이런 목적을 위해 검찰정권이 언론과 손잡고 끝없는 표적 수사와 기소로 쌓아온 프레임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22. 이 모든 변수와 걸림돌들을 넘어서 우리는 2016년 촛불바다를 다시 더 거대하게 만들어서 윤석열 정부와 기득권 우파들을 삼켜버리며 더 결정적 국면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촛불의 꿈을 기억하는 이들의 결심과 행동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 윤미향 마녀사냥에 확인 도장을 찍어준 대법원
‘위안부’ 피해자들이 다 죽을 때까지 끈질기게 버티며 기다린 한미일 지배자들에게 윤미향같은 이들의 존재는 중요한 걸림돌이었고, 반드시 치워져야 했다. 피해자들이 다 죽고 사라지고 나서도 끝없이 증언하고 투쟁할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2016 촛불항쟁의 반혁명을 추구하던 검찰-언론 카르텔에게도 ‘마녀’가 필요했다. 마녀사냥은 언제나 지배자들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니까. '마녀'는 사회정의 운동을 대표하면서 촛불 이후에 구성된 국회로 진출한 사람들 중에서 찾아야 했다. 여성이라면 더욱 좋았다. 윤미향은 표적이 됐고 4년간 끝없이 고통받다가 오늘 또 짓밟혔다.
저들은 30년 동안 모든 걸 바쳐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 발, 입이 된 연대자들에게 ‘운동을 이용해 사익을 챙긴 사기, 횡령범’이라는 가장 야비하고 잔인한 낙인을 찍었다. 이것은 예수에게 유다라는 누명을 씌워서 십자가에 매다는 것과 비슷하다. 저들은 이런 낙인과 누명이 억울한 피해자를 가장 못 견디게 고통을 준다는 것을 잘 알았다.
이런 마녀사냥이 전개되는 동안 침묵 방조하거나 심지어 거들던 자유주의 언론, '진보 좌파'라던 지식인과 단체들(대표적으로 '노동자연대'), 수많은 부나방들도 ‘위안부’ 피해자들의 진실과 꿈을 파묻는데 협조한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끝이 아니다. 윤미향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또 새로운 수많은 윤미향들이 나타날 것이다.
● 금투세 폐지가 보여주는 민주당의 한계
1. 진보적 야당과 개혁언론과 경제학자들이 모두 지지하고 오로지 국힘, 조선일보 등이 강력 반대하는 1% 초부자들을 위한 대표적 세제(금투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오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발표했다. 이것은 민주당의 결정적 패착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부자 감세를 중단시키고 서민 복지를 늘리기 위해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말은 무의미해졌다.
2. 이 과정과 논리를 복기하는 게 중요하다. 먼저 거대 금융자산가들, 그들을 대변하는 언론과 정치세력이 선동을 시작 -> 개미투자자들까지 동요하기 시작 -> 민주당 내부에서 동조하는 세력과 목소리들 늘어남 -> 이재명과 민주당 지도부도 동조하고 결국 굴복 -> 윤석열, 한동훈, 국힘의 정치적 승리와 조선일보의 환호
3. 지금이 윤석열 지지율 최저치의 심각한 정치 위기라는 게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도 굴복한다면 우파 지지율이 높을 때는 최소한의 개혁도 불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주식시장이 어렵고, 국힘이 이것을 정쟁 수단화해서 타협이 불가피하다’? 이 논리면 어떤 진보적 개혁도 할 수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러지 않을 때가 거의 없으니까.
4. 지금은 민주당 자체의 계급적 성격과 근본적 한계가 다시 드러난 자기 고백의 순간이다. 아래서 민주당 왼쪽의 더 진보적 제3의 정치대안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홍매화신당 따위가 아니라) 물론 이것이 민주당과 국힘이 똑같다거나 민주당에 대한 윤석열과 검찰의 집요한 정치보복도 문제없다는 뜻은 될 수 없다. 이번 결정은 그런 보복에 대한 굴복이기도 하다.
● 이태원 참사 2주기와 윤석열의 용서받을 수 없는 책임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얼마전은 이태원 참사 2주기였고, 한강 작가의 저 문장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은 이태원 참사를 떠올렸을 것이다. 2년이 지난 지금, 이 참사의 핵심책임자인 행안부 장관 이상민은 사퇴하기는커녕 지금 윤석열 정부의 최장수 장관으로서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것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끝없는 모욕이다.
이미 지난 2년간 진행된 이태원 참사에 관한 재판 중에서도 이 참사의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는 분명해져 왔다.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의 변호인은 이태원 참사 재판 과정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수십년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사가 있었는데 유독 2022년 5월 기존과 다른 변화가 있었다.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이전됐다는 것이다."
또 이태원 참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최을천 전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은 판사와 문답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을천: "집회 동원이라든가, 때로는 경호나 동원 수요 뭐 이런 것들이 더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판사 : "그 이유가, 대통령실 용산 이전 때문인가."
최을천: "그… 무관하지 않다고… 제 생각입니다."
이 모든 것은 윤석열이 바로 그날 이태원 골목에서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책임자이고 범인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런데 윤석열은 2년전 국회의장 김진표와 만나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전 국회의장 김진표의 회고록에 적힌 이태원 참사 관련 윤석열과 대화)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 그럴 경우 이상민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다”
유가족과 우리가 통곡하고 있을 때 살인정권 우두머리는 극우유튜브를 보며 이런 책임회피와 망상을 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상민 사퇴가 아니라 윤석열 퇴진만이 희생자들에게 우리가 보여줄 최선의 반성과 사과일 것이다.
● 기독교 극우 혐오세력에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기독교 단체들이 주도한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는 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구호와 요구가 핵심이었다. 비록 200만은 터무니없는 과장이었지만 시청, 광화문, 남대문까지 찼으니 꽤 온 것이 사실이다.
이 집회에 오세훈이 영상 축사를 하고 원희룡도 참석했고 윤석열을 지지하는 세력이 주도한 집회라는 것은 분명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교회 행사라고 해서 뭘 모르고 참석했다’고 정신 승리하고 싶지는 않다. 세상을 바꾸려는 모든 운동의 출발점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이 기독교-우익 카르텔을 해체하는 것이 한국사회 반차별 운동의 핵심 과제이다. 이 나라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정받고 권리를 확대하고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결혼 합법화를 쟁취하기 위한 필수적 선결 과제는 보수우익 정치세력의 퇴출과 주변화라는 것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사회적 합의는 다 됐는데 민주당이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만으로는 부족하고 부정확하다. 70% 이상이 차별금지법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는 ‘차별은 나쁘다’는 상식을 보여주지만, 구체적 사안으로 접근해서 물어보면 달리 나오는 게 사실이다.
주변에서 비겁하게 눈치보는 부차적 세력보다 진짜 우리의 주된 적, 반동의 중앙에 자리잡은 더 강한 적을 타격하고 약화시켜야 한다. 더 강하고 주된 적이 아니라 더 약하고 부차적인 세력을 타격하는데 주력하는 것은, 그 눈치보는 주변세력 내부에서 우리 편을 늘리고 그것을 이용해 압박하는 데도 효과적이지 않은 면이 있다.
예컨대 박주민 의원은 검찰개혁에도 차별금지법과 소수차 차별 문제도 열심이다. 당근 보수기독교의 집중 표적이었고, 반면 진보진영은 민주당 의원으로서 부족함과 한계를 주로 비판해왔다. 비판은 필요하지만 우리편과 목소리를 키우는 효과적 방법은 아니었다. 이런 의원이 민주당 주류가 되는 게 더 낫다.
물론 박주민같은 의원들이 존재감이 커지고 민주당 주류가 될수록 독자적 진보정당의 필요성이 흐려지는 문제가 있고, 진보 정치인들의 존재가 가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경쟁적 관계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정치적 힘을 키워야 한다는 대의보다 앞설 수는 없다.
어제 보수기독교 집회에 대한 구약전문가 김근주 교수의 주옥같은 일갈에 깊이 공감한다.
“'동성애자들을 마음껏 비난하지 못할까 봐' ... 주일예배까지 빼먹으면서 200만 명을 모은다? 정말 끔찍하다 싶어요. 미친 짓, 미친 짓의 한자어인 '광란', 거기에 접두사를 하나 더 붙여서 '대광란' 말고는 도대체 이걸 무슨 말로 수식할 수 있나 싶어요.”
(기사 등록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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