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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지방선거/ 김세의/ 삼성전자/ 공소취소/ 영국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6. 5. 31.

전지윤

12.3 쿠데타의 잔재 청산과 지방선거

이번 선거는 쿠데타를 통해서 선거를 없애고 영구집권을 하고 정적을 모두 '수거, 제거'하려던 정치세력과 그것을 막지 못했다면 사라지거나 주요 인물들이 죽을뻔했던 다양한 정치세력들의 대결이지만, 대부분의 언론도 지식인도 이것을 지적하지 않고 그저 보통의 선거처럼 다루며 스포츠 중계하듯이 각각의 장단점과 입장을 비교하고 다루고 논평하고 있다.

국민의힘을 강제해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그것이 여러 조건과 효과 때문에 당장 어렵다면, 적어도 이번 선거를 통해서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적 바탕을 부정하는 세력과는 공존할 수 없고, 그것은 '공존'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다.

국민의힘을 확실히 심판하면서 동시에 너무 약화되고 분열해 있는 진보정당들이 그마나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를 기대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선거에서 윤어게인 극우 행동대들이 특히 진보당 후보들을 상대로 카메라를 들이밀며 '대한민국의 주적이 누구냐'라고 묻고 위협하며 대답을 강요하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당은 상당히 많은 기초 단체장이나 기초의원 후보를 냈고 대부분이 청년 여성이다. 저 극우 행동대원들의 '주적 챌린지'가 진보당의 후보들을 주로 겨냥하고 있는 이유는 뻔하다. 그리고 저 후보들이 저런 상황에서 느낄 공포, 당혹감,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오세훈 선본에서 '정원오가 주사파'라는 악선동을 하는 것도 이것과 연결돼 있다. 진보당의 청년 여성 후보들이나 일부 민주당 후보들을 둘러싸고 '주적 챌린지'를 한 행동대원들은 이처럼 혐오정치 극우의 수뇌부인 국민의힘의 방향과 지휘에 따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역사에서 혐오감정이 대량학살과 정당해산으로 연결된 핵심 사안은 바로 '종북' 혐오였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과 지식인, 시민사회까지 스타벅스 사태같은 것에는 너도나도 분노하고 발언하지만, 이런 경우는 흔희 외면한다.

'진보적' 인사들도 흔히 '진보당은 종북의 문제가 있다'라는 식의 포스팅을 툭하면 올리고 그게 꽤 호응을 얻기도 한다. 너무 오래됐고 사람들에게 내면화 돼 있는 '종북' 혐오는 그만큼 한국판 파시즘의 등장에서 핵심이 될 가장 강력하고 뿌리깊고 무시무시한 혐오라는 말이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평택을 김용남을 보면 다시 패턴이 확인된다. 민주당이 중도보수로 확장하고 보수우파에서 이탈자가 생긴다. 그러면 보수우파와 언론은 그동안 끼리끼리 덮어주던 '배신자'의 치부를 공개한다. 온갖 부정한 관행과 반칙에 함께 묻어지내도, 보수우파 쪽이면 안전했기 때문이다. 검찰도 언론도 사법부도 쉽게 눈감아주는 구조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가 보수우파를 이탈하면 이제 취재, 보도, 수사, 기소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오히려 캐비넷이 열리며 더 집중적으로 공격받기 시작한다. 그것은 민주당 내부에서 그 이탈자를 편드는 사람과 탓하는 사람들의 갈등을 낳고, 민주당 내부의 정치적 위기로 발전한다. 이것은 보수우파와 그들 네트워크의 힘은 여전하고, 민주당은 자신의 한계와 딜레마에 빠져있고, 진보정당은 존재감이 별로 없는 사회의 희극이자 비극이다.

김세의 구속 뒤에서 유체이탈하는 황색언론들

김세의 구속은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반가운 소식이다. 김세의와 가세연은 '사이버렉카=극우유튜버' 중에서도 거의 최고봉이었다. 이선균, 쯔양, 한예슬, 김새론, 조국 가족... 당장 생각나는 피해자들도 너무 많고, 이 중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꽤 있다,

특히 역겨운 것은 이들이 언제나 자신들을 스스로 '정의구현 유튜버'라고 포장한다는 것이다. 단편적 정보와 짜 맞추어진 프레임 속에서 누군가를 용납할 수 없는 인간쓰레기, 위선자, 악녀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댓글과 악플들로 조리돌림에 동참하게 된다.

이번에도 구속 위기에 처한 김세의는 '내가 베트남과 필리핀에 가서 민주당 정치인 누구 누구의 성비위를 취재하고 있는데 구속하려 한다'며 자신이 위선적 정치인의 비리를 캐고 있다가 부당한 탄압을 당하는 언론인인 것처럼 포장하는 프레임과 수법을 썼다.

이런 식으로 표적이 된 사람은 만신창이가 돼서 낭떠러지로 몰리고, 일부는 거기서 몸을 던져버린다. 김새론의 경우가 특히 악질적이었던 이유는 그렇게 죽음으로 내몬 다음에, 다시 그 죽음을 이용해 새로운 표적을 만들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며 '김새론을 위해서'라고 포장했다는 점이다.

희생자는 죽어서도 그 시체까지 저들의 클릭장사와 코인장사에 끌려다닌 셈이다. 그런데 잊지말아야할 것은 이 사이버렉카들과 조선일보같은 족벌황색언론들의 공모관계다. 먹이감을 던지며 물어뜯게 만들고, 더 큰 스피커로 파괴력을 증폭시키던 이들의 책임이 결코 사라져선 안된다. 이들이 '문제가 많았던 김세의가 구속됐다'며 유체이탈하는 보도는 정말 꼴불견이다.

삼성전자 파업 직전 타결을 돌아보며

역시나 그 버릇이 어디가나. 삼성은 어제 노조가 수용한 중노위 중재안을 거부하고 노조 위원장을 몰래 화장실까지 따라가 '따로 만나자'고 제안했다. 밀실거래와 이간질, 노조 파괴가 삼성의 오랜 주특기이니까. 이재명 정부는 노조를 압박하면서도 노조 요구안을 꽤 반영한 중재안을 던졌다.

이재용은 처음부터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언론도, 여론도, 사법부도 모두 내 편인데 왜 양보해야지?'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계속 '파업하면 100조 손실나고 경제망한다'고 뻥카만 날렸고 언론은 받아썼다.(100조 손해를 알면서도 노조에 30조를 양보 안한다? 누굴 바보로 아나?)

결국 파업으로 가도 크게 손해볼 것 없고, 이재명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정부는 욕먹으며 노동계와 더욱 갈라지고, 노조 내부를 이간질하며 파괴할 기회도 얻고, 그러다 파업이 실패로 끝나면, 잔업과 특근으로 밀린 생산량 다시 채우며 모든 걸 독차지할 생각에 즐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노조가 정부의 중재안을 받으면서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파업에 들어가면 긴급조정권 발동을 요구할 명분도 없고, '이제 정부 중재안을 받으라고 이재용을 압박하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비웃음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노조에 뒷거래를 제안했다.

아마 그런 밀실 거래를 하고, 나중에 그걸 또 흘려서 지도부에 대한 노조원들의 불신과 실망을 부추기면서, 노조의 자중지란과 와해를 노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기적 집단'이라는 엄청난 비난 속에서 내부 사정도 복잡해져 있는 노조는 그 제안을 받을 수가 없었고, 옳게도 거부했다.

결국 이재용과 재벌들에게는 불만스러운 합의가 이뤄졌다. 지금 조선일보는 '나쁜 선례가 만들어졌고 이제 하청노조들도 성과급 배분을 요구할 것'이라며 큰 실망과 걱정에 빠졌다. 노동운동은 이번에 확인된 강력한 힘을 사회적 연대 속에서 모두의 정의를 위해 사용할 길을 찾아야 한다

영국 지방선거 결과가 보여주는 것

이번 영국 지방선거 결과는 좀 우울하다. 극우인종주의 정당인 개혁당이 1450여석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1위를 했다. 이어서 노동당 1000, 보수당과 중도적인 자유민주당인 각각 800여석, 그리고 녹색당이 550여석을 차지했다. 득표율로 대략 계산해 봐도 개혁당이 압도적 1위였다.

이어서 대체로 보수당, 노동당, 자민당, 녹색당 순서였다. 이번 선거의 핵심은 집권 노동당의 참패다. 국내적으로는 신자유주의적 긴축정책을 추진하고, 대외적으로는 가자 집단학살을 도와온 노동당 정부는 지지자들의 대거 이탈을 낳았다. 총리 스타머가 추구한 노선의 완전한 실패다.

스타머는 기존 지도부였던 코빈의 좌파적 노선 지우기를 하면서 다시 블레어의 제3의길로 복귀하는 노선을 추진했다. 이것이 거대한 자충수가 되면서 놀라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은 보수당이나 자민당이 아니라 개혁당이었다. 요즘 좀 분칠을 하긴 했지만 개혁당은 인종주의적 극우이다.

이민자 대량추방과 격리수용, 무슬림과 트랜스젠더 혐오, 기후위기 부정, 유럽인권조약 탈퇴, 친이스라엘 정책이 그들의 대표적 정책과 공약이다. , 영국은 아직도 10년전 브렉시트가 낳은 인종주의의 덫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이것을 기존의 주류정당들은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개혁당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고, 기존의 주류양당은 거듭 실패와 몰락 중이며, 그것은 다시 다당제로 이어지고 있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지역주의(민족주의)적 분화로 나타난다. 그나마 희망을 보여주는 것은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새롭게 혁신하고 있는 녹색당이다.

녹색당은 득표율과 의석수는 4~5위에 그치지만 급속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도부를 교체하고 '생태-포퓰리즘' 노선을 채택하면서 1년만에 당원이 6만에서 24만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노동당을 넘어서는 규모인데, 노동당에 실망한 지지자들이 대거 녹색당으로 이동한 셈이다.

특히 녹색당은 개혁당과 가장 앞장서 맞서 싸우는 정당으로 스스로 위치를 분명히 하면서, 노동당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노동당은 개혁당과 제대로 싸우기보다는 오히려 녹색당을 '반유대주의'로 공격하면서, 개혁당과 극우세력의 마녀사냥에 동조했고 그것이 더 큰 패배를 자초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씁쓸한 것은 전통적 급진좌파들의 몰락이다. 노동당에서 분리해 나온 코빈과 노동당 밖의 급진좌파들이 힘을 모아서 '당신의당'을 만들때만 해도 커다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내부 분열과 분파적 주도권 다툼 속에서 1년만에 그 시도는 참담한 실패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 '당신의당'은 지방선거에 겨우 20여명의 후보를 내는 것에 그쳤고 지지율은 거의 잡히지 않는 수준이다. 녹색당이 거의 모든 곳에 후보를 낸 것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조직력이 형편없고 서로 다투느라 힘도 모으지 못하는 상황에서 급진적 구호만 내세운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녹색당의 성장만 강조하면서 '좌파가 희망을 보여줬다'고 하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는 정신 승리로 보이는 점이 있다. 2029년 총선에서 개혁당이 승리해서 영국판 트럼프 정권을 탄생시키기 전까지 녹색당-노동당 안팎의 좌파가 힘을 모으며 새로운 희망을 만들었으면 한다.

이재명 조작 기소에 대한 공소 취소는 잘못인가?

윤석열 정권 때 검찰이 이재명을 조작 기소한 것에 대해서 공소 취소를 할 것이냐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문제의 답은 간단하다. 조작해서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웠다는게 밝혀지면 조작의 주체는 사과하고 처벌도 받고 공소는 취소돼야 한다. 이재명 자리에 다른 경우를 넣어도 마찬가지다.

'종북간첩'으로 조작된 활동가들은 모두 사과와 보상을 받고, 조작의 책임자들은 처벌받아야 한다. '건폭'으로 조작되어 기소된 건설노동자들은 모두 사과와 보상을 받고, 조작의 책임자들은 처벌받아야 한다. 엄청난 마녀사냥을 겪은 윤미향, 조국같은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였어야 한다.

일단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했으면 조작이어도 무조건 개고생하며 재판과 처벌을 받아야 한다? ? 누구 좋으라고? 누구든 멋대로 좌표찍어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검찰의 막강한 독점적 권력을 지키는데만 좋은 일이다. 또 사법부의 신과 같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럼 이재명에 대한 조작 수사와 기소는 이미 드러났나? 조금만 살펴봐도 검찰이 조작해서 사건을 만들어냈다는게 거의 확실해진 상황이다. 이것을 입증하는 증거, 증언, 증인, 녹취까지 차고 넘친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이것을 잘 다루지 않고 '공소 취소가 적절하냐'로 계속 시비건다.

왜냐면, 검찰의 조작 과정에 가장 적극적으로 함께한 공모자가 바로 언론이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검찰이 사과하고 공소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그러면 자기들도 사과하고 처벌받아야 한다는 뜻이 되니까. 이것은 아주 오랜 문제다. 과거에 고문조작한 간첩사건들을 봐도 마찬가지다.

그런 사건들에서 고문한 경찰관까지는 그나마 나중에 처벌받고 요즘 훈포상이 철회되기도 하지만, 그것을 기소한 검사와 판결한 판사와 간첩몰이에 앞장선 언론인들이 사과하고 처벌받은 적은 찾기가 어렵다. 그런 과정과 절차는 마치 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신성한 영역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지금도 경검찰과 사법부는 해고자 고진수는 구속 기소하고 전한길, 전광훈, 방시혁은 적당히 풀어주는 식으로 계속 자신들의 막강한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우리와는 별 상관이 없는 이재명과 민주당에만 해당하는 문제'라는 식으로 무관심하고 외면하는 게 잘못인 이유다.

기득권 세력이 찍으면 그것이 누구이든 표적이 될 수 있다. 종북몰이 마녀사냥과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이 대표적이지만, 윤석열 때도 김재연 진보당 대표와 건설노조가 그렇게 엮일뻔 했다. 경검찰과 언론이 '불법과 비리'로 몰아가던 이 사건은 최근에야 슬그머니 불기소로 사라졌다.

물론, 지금 이재명은 법조카르텔의 사법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최고권력자라는 모순적 위치에 있다. 이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권력의 힘으로 스스로 공소 취소를 얻어내는 착시 효과가 나타난다. '나중에 제2의 윤석열이 이런 식으로 자기 범죄를 덮어버리면 어쩌냐'라는 걱정도 제기된다.

이런 걱정이 공허한 이유는 이미 그러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정치인, 재벌 총수, 판검사, 언론사주 등은 공소 취소까지 갈 것도 없다. 불법과 비리가 있어도 대부분 수사와 기소를 피해가고, 재판에서도 무죄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왔다. 윤석열 정권 때 김건희 불기소는 그 절정이었다.

따라서 단지 1회성 특검과 공소 취소를 넘어서 법조카르텔을 해체하고 조작 수사와 기소, 보도와 판결을 차단하고, 그것에 고통받은 피해자들이 잃어버린 세월을 보상받을 수 있고, 조작의 책임자들을 찾아내서 처벌할 수 있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방안까지 함께 마련해야 한다.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책을 읽고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 트럼프와 1조 달러 전쟁기계의 야망>은 트럼프가 이란 침략전쟁의 패배와 수렁 속에서 허우적대는 상황에서 여러모로 흥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이 책은 2001년 이후에만 해외 군사개입으로 40만의 사망자와 100만의 사상자를 낳은 '전쟁기계'를 해부한다.

이 전쟁기계는 전세계 80개국에 750곳의 군사기지와 17만명의 상시 주둔군으로 구성돼 있다. 오늘날 전세계 분쟁에서 한쪽이나 양쪽이 미국이 만든 무기를 보유하고 사용해 파괴와 살육을 벌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군산복합체의 실체를 가장 통렬하게 고발한 것은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였다.

5성 장군 출신의 공화당 보수파였던 그는 군비 확대에 반대했고 이미 1953년에 만들어지는 모든 총, 진수되는 모든 군함, 발사되는 모든 로켓은 궁극적으로 굶주리지만 먹지 못하는 자, 추위에 떨지만 입지 못하는 자로부터 도둑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라는 중요한 연설을 남겼다.

하지만 그후에도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계속 성장해 왔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공화-민주 양당, 로비스트들, 싱크탱크, 대학과 학계, 미디어와 헐리우드(오늘날은 게임산업)의 긴밀한 연결과 역할을 구체적 역사 속에서 세부적이면서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고발하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장점이다.

그것을 따라가보면 이스라엘 등의 대리세력에게 무기와 돈을 지원하며 폭격과 학살을 외주화하는 것은 베트남전 패배 이후부터 '닉스 독트린'에 따라서 미국이 이미 실행해온 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03년 이라크 침공은 미국이 이러한 '베트남 후유증'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여기에 동원된 것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거짓말이었다. 당시 합참의장 콜린 파월이 이런 사기를 칠 때 미국의 진보 언론조차 "그의 목소리는 힘차고 흔들림이 없었다"고 신뢰하던 장면을 볼 수 있다. 당시 국방장관 럼스펠드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불렸다.

하지만 이라크전은 지정학적 대재앙으로 끝났고 훨씬 더 심각한 '이라크 후유증'을 낳았다. 그것을 비판하며 집권한 오바마는 중동에서 지상군을 철수시키면서, 대신 드론을 통한 암살과 폭격에 매달렸다. 오바마 집권 동안에도 군비는 증가했고 드론 공격은 부시 정권 때보다 10배나 급증했다.

이처럼 첨단기술 분야의 군비 투자와 개발을 늘린 결과가 오늘날 미국에서 일론 머스크나 팔란티어와 같은 신세대 기술낙관주의적 군국주의자들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이들 테크노 파시스트들과 트럼프의 네오파시스트들과 신네오콘들이 결합하여 일으킨 것이 이번 이란 침략전쟁이다.

이들은 대리세력(이스라엘)을 앞세우고 AI와 최첨단무기들을 활용하면 단기간에 손쉬운 승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개꿈을 꾸었다. 하지만 결과는 보다시피 철저한 폭망이다. 이제 트럼프와 미국은 베트남, 이라크를 뛰어넘는 '이란 후유증'에 아주 오래 동안 시달릴 것이고, 회복도어렵다.

하지만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당장 트럼프는 내년 군비예산을 1.5조 달러로 50% 증액하려고 한다. 사실 트럼프는 과거에 군비축소를 약속하며 "그들은 늘 전쟁을 하고 싶어합니다. 미사일 한 기는 200만 달러이기 때문입니다"라며 군산복합체를 비판했었다.

전쟁이 벌어질수록 더 많은 무기를 팔아서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트럼프가 태도를 바꾼 이유다. 상식적으로 보면 살육과 파괴 외에는 아무런 사용가치가 없는 고가의 무기를 만들고 폭격으로 한방에 날려버리는 것은 엄청난 낭비처럼 보인다.

하지만 투자와 이윤의 논리로 보면 다르다. 먼저 군수산업은 많은 일자리와 수요를 만들어낸다. 또한 군수기업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무기와 탄약을 팔아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군수산업에서 신무기 개발 과정에서 일어난 새로운 기술적 혁신은 민간 산업으로 이전되기도 한다.

더구나 전쟁을 통한 파괴는 새로운 투자의 기회가 된다. 재건 사업에서 치열한 입찰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다. 이 모든 것은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성장시킨다. 경제학에서 이것을 '창조적 파괴'라 부른다. 무엇보다 전쟁에서 이긴 나라는 약소국의 자원을 무상으로 강탈할 커다란 기회를 얻는다.

좌파적 분석에서는 이것을 '군사적 케인즈주의''영구무기경제' 효과로 설명해 왔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확인돼 온 사실이다. 자본주의가 1930년대 대공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2차대전이 필요했고, 한국전쟁은 일본 경제 성장의, 베트남전은 한국 경제 성장의 기회와 바탕이 됐다.

냉전 군비경쟁은 미국 경제의 장기적 호황의 동력이었다. 이 책에서 인용하듯이 폴 크루그먼같은 '진보적 경제학자'"국방부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이런 경험과 효과가 있다. 군장성 출신의 우파이며 공화당 대통령이던 아이젠하워의 군축 노선이 거부된 이유다.

아이젠하워는 평화를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재래식 군사력을 축소하고 더 파괴적인 전략무기나 핵무기 등에 의존해 군비를 절약하고 그 돈을 경제 발전에 쓰자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군비투자 자체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미국 지배자들의 태도는 분명해졌다.

결국, 이것은 군비 확대의 뿌리에는 단순히 특정한 기업이나 산업, 정파가 아니라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논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책은 이러한 군사적 케인즈주의나 영구무기경제에 대한 지적과 분석으로 나아가지는 않지만, 그것을 위한 기초적 토대를 제공해 주는 점이 있다.

이것은 '반전평화 운동에 함께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이해하고 반대해야 한다'는 단순하고 기계적 결론으로 연결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이론적이고 장기적인 분석을 실천적이고 단기적인 대응과 구분하지 않는 성마른 어리석음일 것이다. 그 점에서도 이 책은 장점이 있다.

이 책은 전통적 반전평화 운동에서 갈수록 참가자들이 줄어들고 고령화되는 문제를 직시한다.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과 미국의 이란 침략전쟁이 벌어지며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평화를 지키기 위해 더 거대하고 강력한 반전평화 운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반전평화 운동은 새로운 세대와 평화를 바라는 그 누구든 쉽고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는 폭넓은 운동을 건설해야만 한다. 그 점에서 '이민자 연대, 인종과 경제 정의, 기후정의, 팔레스타인 연대 등의 모든 운동을 연결해 힘을 증폭시키는 협력을 하자'는 이 책의 제안은 더 가슴에 와닿는다.

(기사 등록 2026.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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