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 10월 – 가자 집단학살도, 이태원 참사도 기억해야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 3년을 기억하고 규탄하는 며칠전 집회에서 모든 순간이 의미있었지만, 특히 이태원참사 유가족 애진아빠 신정섭 님의 발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0월은 윤석열 정권이 저지른 이태원 참사 4년이 되는 때이기도 하다. 기억하고 함께 해야 한다.
"이태원참사가 이제 4년이 되어갑니다. 참사의 주범 윤석열은 추모를 막았고 희생자들의 이름조차 지웠습니다. 이태원을 찾아간 수만의 젊은이들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웠습니다. 정부는 지켜주지 않으니 각자도생, 야만의 시대를 살라고 한 겁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진실은 요원합니다. 그래도 저는 꿈을 꿉니다. 안전 사회, 생명이 존중 받는 세상에서 애진이와 다시 만나는 꿈을 꿉니다.
"3년 전 이 곳에서 “Free Palestine”을 처음 외치며, 저는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하여, 여기서 외치는 우리들의 목소리가 가자 지구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도 숨구멍을 열어줄 것임을 믿습니다. 우리를 절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건 나 혼자라는 고립감입니다.
“We are all Palestinian”을 외치며 행진하면서, 저는 연대의 힘을 깨우칩니다. 떠나간 애진이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웁니다. 저는 이제 유가족의 사명을 느낍니다. 그건 바로 내가 받은 고통을 절대로 대물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홀로코스트의 후손들이 인종학살을 자행하는 오늘의 모순을, 유가족의 이름으로 배격합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닙니다. 눈을 질끈 감는다고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고통 받는 이들이 있는 세상에서 나 혼자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는 나부터 해방시킬 겁니다. 해방된 우리는 기필코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마주할 것입니다. 그러니 함께 외칩시다. Stop Genoside!! Free Palestine!!"
● 브라질 대선 1차 투표 결과가 보여준 것
곧 있을 미국 중간선거 다음으로 국제적으로 중요했던 브라질 대선 1차투표는 결국 극우의 승리로 나타났다. 만약 한달후 결선 투표에서 극우의 승리가 확정되면 트럼프는 강력한 동맹을 얻고, 라틴아메리카는 더 우경화할 것이다. 반환경적 아마존 파괴도 극심해질 것이고, 무엇보다 브라질은 이제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돌아설 것이다. ㅠㅠ
투표 앞두고 룰라와 노동자당을 지지하는 50만명이 모여서 대규모 시위와 행진을 하길래 기대했지만... 더욱 걱정되는 것은 룰라 정부를 비판하며 더 강력한 개혁을 주장한 급진좌파 후보들은 다 합쳐도 0.2% 득표에 불과한 성적을 얻었다는 점이다. 그나마 극우에 맞서서 룰라를 비판적으로 지지한 '사회주의해방당'이 상하원 선거에서 다소 의미있는 득표를 했다.
즉 '룰라의 온건 노선이 패배 낳았다'는 단순하고 도식적인 평가로는 지금 브라질 정치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이번 브라질 대선에서 섬뜩한 것은 한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점에 있다. 원래 한국과 브라질의 역사와 정치는 공통점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갈수록 그것은 더 비슷해지고 있다. 친위쿠데타를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구속된 극우익 대통령, '사법리스크'로 공격받다가 대통령이 된 노동자 출신 야당 지도자, 정권교체 얼마 후에 지지율이 추락한 개혁 정부, 개혁의 속도와 방식을 둘러싸고 분열하고 갈등하는 진보좌파, 상대방을 '부패'로 공격하다가 이제는 '사법개혁으로 범죄천국을 만들었다'고 공격하는 우익.
거리에서 국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트럼프의 개입을 촉구하는 우익 지지자들, 그러다가 결국 내란수괴의 후계자가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해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이 모든 것이 무시무시하도록 비슷하고 예언적이며, 그래서 더욱 걱정된다. 브라질과 한국 모두에서 더욱 깊은 고민과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마녀사냥 중단하라
지난 추석 때 개봉한 <암살자(들)>은 지금 국힘과 우익들의 야만적인 마녀사냥에 맞서기 위해서뿐 아니라 너무 잘만든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이기 때문에라도 꼭 볼 가치가 있다. 지금 수만 명이 조직적 별점테러를 가하고,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지독한 악플들이 달리고 있다.
그 배우가 출연한 광고와 제품까지 찾아내 공격하고, 법적 조치를 통해 감독과 제작자들을 괴롭히고, 집요한 공격으로 영화를 좋게 평가한 평론가들이 영상과 글을 내리게 만들고 있다, 이 영화가 '음모론', '역사에 대한 반역',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영화'라면서 맹비방한다.
그런데 일부 비겁한 지식인이나 역사학자마저 이 영화를 '386세대의 뒤틀린 정서에 기반한 공상이며 판타지'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육영수 피살 사건에 대한 박정희 정권의 수사 결과가 5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풀어주지 못하는 상식적 의문을 담았을 뿐이다.
문세광은 어떻게 총을 가지고도 검문과 경호를 뚫고서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가? 당시 행사장에서 대통령 경호실은 왜 경호원들을 행사장에서 나오게 한 것인가? 비표가 없어서 행사장에서 나오게된 문세광을 다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 이유는 무엇인가?
문세광은 자기 허벅지를 쏘는 오발 사고를 내고도 어떻게 암살 시도를 계속할 수 있었는가? 당시 문세광은 4발을 쐈는데 7발의 총성이 울린 이유는 무엇인가? 박정희는 부인과 여고생까지 총에 맞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나머지 연설을 마치고 손을 흔들며 나올 수 있었나?
육영수 여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총알은 왜 수사기관으로 넘어가지 않았는가? 피격 사건이 발생한 것과 거의 동시에 문세광이 묵고있던 호텔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문세광이 자백을 하기도 전에 조선일보는 어떻게 사건에 대한 자세한 보도를 할 수 있었나?
당시 수사에 함께했던 서울시 경찰국 감식계장 이건우가 1989년에 "육영수는 문세광의 총에 죽은 것이 아니다"라고 내부고발한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문세광이 몇 달만에 사형당해 영원히 입을 닫은 상황에서, 이 모든 의혹은 명백한 증거를 통해 과학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혹은 풀리기가 어렵다. 이번 영화뿐 아니라 오래 전부터 공중파 공영 방송들에서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에서 거듭해서 분명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이런 의혹들을 제기해 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가장 앞장서서 영화 <암살자(들)>을 공격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결정적 반박 근거처럼 내세우는 것은 '2002년에 박근혜가 방북했을 때 이미 김정일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당시의 언론 보도뿐 아니라 심지어 박근혜 자신이 부인한 가짜뉴스다.
무엇보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주체가 도무지 신뢰성이 없다는 것이 핵심 문제이다. 1974년 당시에 이 사건을 수사하고 결과를 발표한 것은 당시 중앙정보부 법률보좌관이던 김기춘이다. 김기춘은 박정희 쿠데타의 토대가 된 유신헌법의 초안을 작성한 장본인이고
평생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수많은 고문과 조작 사건들에 관여한 대표적 인물이다. 더구나 박정희 정권 시절은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정치적 기획을 하고 공작을 벌이던 어두운 시절이었다. 육영수 피격 사건은 박정희 정권에게 엄청난 정치적 이득을 가져왔다.
영화에서 경찰관 철구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충성"을 거듭 다짐하는 '애국자'였다. 그런데, 자신이 사는 시대의 어두운 진실을 깨달으며, 이제 '애국가'를 들어도 그냥 걸어간다. 그런 철구와 태극기를 향해 모두 멈춰선 정보원들의 대비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 장면이다.
지금, '빨갱이가 만든 저질 음모론 영화'라면서 이 영화에 대한 보이콧을 선동하고 있는 국힘과 보수우파들의 걱정과 공포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태극기를 흔들며 자신들을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영화를 보고 의문을 품게 되는 일만을 절대 막고싶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우리는 '권력이 하는 말'과 '내가 경험한 현실'이 다를 때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러려면 그 모순을 파헤치고 알려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언론은 바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영화에서 재환은 그 일을 한다. 따라서, 이것은 무엇보다 언론의 중요성을 말하는 영화다.
영화 속에는 '권력이 숨기는 진실을 찾아달라'는 언론과 기자를 향한 감독의 절절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런데 박정희 군부독재도 아닌 오늘날, 조선일보를 비롯한 많은 보수적 주류언론들은 거꾸로 스스로 권력 카르텔의 일부와 그 하수인이 되어서 진실을 숨기는데 공모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윤석열 정권이었고, 만약 윤석열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암살자(들)>에서 보이는 장면들은 바로 오늘날 현실이 됐을 것이다. '육영수를 죽인 것은 북한이다'라는 정부 공식 발표를 믿지 않고 다른 주장을 하면 국가보안법으로 잡혀가던 그런 과거 말이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경찰과 폭력배들에 맞서 바리케이드를 쌓고 처절히 저항하던 모습은, 2024년 '내란의 밤'에 국회에서 우리가 목격한 장면과 너무 비슷하다. 결국, 이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최고작일뿐 아니라 '빛의 혁명' 덕분에 우리가 볼 수 있게 된 최고의 정치영화다.
이 영화에 대한 국힘과 보수우파의 마녀사냥은 '빛의 혁명'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반혁명적 공격이라는 뜻이다.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에서 우리를 먹먹하게 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에 버금가는 동성일보 기자 재환의 명대사가 남았다. “애국보다 중요한 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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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이 판타지이고 공상이라고? 일부 학자와 지식인들까지 그러고 있다. 그러는 사람들은 74년 당시에 이 사건을 수사하고 결과를 발표한 김기춘의 회고문이나 인터뷰를 봐야 한다. 거기서 김기춘은 자신이 문세광에게 '소설 <자칼의 날>을 봤냐'고 묻자 갑자기 문세광이 모든 것을 다 술술 불었다고 말하고 있다.
입을 닫고 있던 암살범이 자기랑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나자 너무 반가워 하루만에 순순히 모든 걸 밝히고 그림까지 그려서 알려준 것이 이 사건의 진실이라고? 웬만한 소설보다 더 재밌고 웃기는 이야기다. 검사, 검찰총장, 국회의원, 법무장관까지 한 김기춘의 말을 못믿냐고?
1974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당시 중정 수사관)/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당시 중정 대공수사국장)/ 1970년대 납북 귀환어부 간첩 사건들/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당시 법무장관) 등을 고문하고 조작한게 바로 김기춘이니 정말 너무나 '믿음'이 가는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김기춘의 수사 결과나 인터뷰를 근거로 영화 '암살자(들)'이 제기하는 의혹들을 깔아뭉개는데 열심인 조선일보 기자들을 보자면, '암살자(들)' 영화 속에서 탄압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찾으려는 동성일보 사회부장같은 기자들이 판타지나 공상 속의 인물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중앙정보부가 대통령 부인을 죽인다는 의혹이 말이 되냐고? 대통령 박정희를 죽인게 중앙정보부장이었다. '반인륜적 영화'라고? 민간인 수십만 죽인 이승만 찬양 영화 <건국전쟁>이 진짜 반인륜 영화다. 음모론이라고? '허진호 감독이 중국자본으로 북한영화 리메이크했다'는 비난이 음모론이다.
●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송환에 대해
북한의 이 젊은 청년들은 북한 정권의 이익과 필요에 따라서 남의 나라 침략전쟁에 끌려가 끔찍한 경험을 해야 했다. 바로 옆의 동료가 머리가 날라가고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폭포처럼 피를 쏟아내며 죽은 모습을 목격한 기억은 평생 사라질 리가 없다.
그 덕분에 북한 정권은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서 중국, 러시아라는 세계 최강대국들과 자리를 나란히 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 편에서 죽어간 자식의 영정 사진 앞에 통곡하는 북한 어머니들의 고통은 누구도 보상해 줄 수가 없다.
이런 참극과 고통은 바로 한국이 이란에 파병한다면 똑같이 겪어야할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란에 파병하자고 주장한 것이 바로 조선일보와 국힘같은 친미 냉전우파들이다. 그들은 한국의 청년들을 자신들의 이익과 필요를 위해 쓰고버릴 수단으로 여길 뿐이다.
그리고 북한군 포로 청년들에게도 이제 한국의 냉전우파 세력은, 그들이 가장 걱정했던 일, '나로 인해서 부모와 가족에게 안좋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인간과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이들의 일관된 태도는 변한 적이 없다.
강대국에 의해서 침략을 당하고, 식민지배를 당하고, 강제로 분단까지 당했던 이 땅의 청년들이 다시 남북 모두에서 권력의 필요에 따라서 강대국들의 침략전쟁에 동원되고, 침략당한 나라의 청년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대야 하는 이 비극은 정말 처참하기만 하다.
● DMZ 지뢰 참사 – 비극의 원인을 제거해야
1명은 발목까지 절단됐다니 가슴 아프고 끔찍하다. 우리지뢰, 유실지뢰, 북한지뢰 모든 가능성 있다. 절대 우파정권 때처럼 이 비극적 사태를 긴장 고조와 군사적 충돌로 발전시키면 안된다. 특히 박근혜 정권은 북한지뢰인지 확인도 안된 상황에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40년만의 남북한 포격전으로 사태를 재앙으로 몰아갔었다.
지뢰 때문에 그동안 수천 명이 팔다리와 목숨을 잃었다. 이 끝없는 피해와 비극을 막기 위해서 남-북-미가 '대인지뢰금지협약'부터 가입하고, 세계최고 수준의 '중무장 지대'를 진짜 '비무장 평화지대'로 바꿔야 한다.
이번에 폭발 사고난 곳은 위험천만한 지뢰밭이다. 한 병사가 들어갔다 폭발이 일어났고, 다른 병사가 구하러 들어갔다가 또 폭발이 일어났다. 이런 곳에 아무 대비책없이 조사한다고 병사들 몰아넣으면 또 죽고 발목이 잘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한동훈과 국힘과 족벌언론들은 '증거 인멸', '북한 눈치보기'라고 당장 들어가서 조사하라고 난리다. 남이야 죽든 말든, 발목이 잘리든 말든 상관없다는 너희들이 직접 지뢰밭에 들어가라.
국힘과 우파 떨거지들이 지금 '빨리 유엔사가 조사를 시작해라'고 난리치는게 사실 더 웃기는 일이다. 지금 조사 주도하는 유엔사는 지뢰 참사 진실을 밝혀낼 객관적 중립적 기구가 전혀 아니다. 유엔사는 이름과 달리 그냥 미군과 다를게 없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과 전쟁하고 북한 지역을 폭격했던게 바로 유엔사다.
이번에 굳이 새로운 수색로 개척을 하라고 압박해서 이 비극에 책임있는 것도 바로 유엔사다. 유엔사 사령관은 주한미군 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이다. 사령관으로 오고 나서 끝없이 북한과 중국을 자극하며 긴장을 고조시켜온 장본인말이다. 북한은 유엔사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 유엔사도 한국전쟁 이후에 비무장 지대에 지뢰를 매설한 당사자이니까. 따라서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계속 긴장만 고조되고 충돌은 격화될 것이다. 시급히 필요한 것은 남북 공동조사나 중립적 제3국의 조사다.
이번 합참 발표는 좀 이상하다. 철제파편이 없고 살상반경이 상대적으로 좁으니 북한 지뢰라고? 물론 한국 M16 지뢰는 철제 파편이 넓게 퍼지며 더 많은 사람을 죽고 다치게 한다. 그런데 '철제파편이 없고 살상반경이 상대적으로 좁은' 것은 국방부도 스스로 설명해온 한국 M14 지뢰의 전형적 특징이다. 이번 참사에서 국방부는 답해야 한다.
왜 수십년간 가본적 없는 곳에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려 했는가? 100만개의 지뢰가 묻힌 DMZ 지뢰밭에서? 그 과정에서 병사들의 안전을 충분히 대비했는가? 긴장을 고조시켜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는 없는가? 새정부의 남북대화 시도를 막고싶었던 이들은 지금 만세를 부르고 있다. 한국군 내부에서 윤석열과 손잡고 쿠데타를 시도했던 자들도.
민주당에서 '몇년전 북한이 지뢰 매설할 때 윤석열은 뭐했냐'고 마치 '진작 강경대응 했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해 군부 강경파들 목소리가 커지는가 걱정했다. 북한의 지뢰 매설은 윤석열의 강경책이 낳은 결과였는데 그것에 강경대응을 하면 또다른 강경대응을 낳고 결국은 끔찍한 파국적 결과만 낳았을 것이다. 다행히 이번 '국군의날' 이재명 메시지는 나쁘지 않았다. '대화'가 맞다. 남북이 공동으로 지뢰 제거하던 9.19합의를 되살려야 한다.
● 용혜인 논란과 언더조직
이번에 용혜인 후보자 집단린치에서 '언더조직'이 주요 이슈였다. 좌우를 넘어서 모두가 '언더조직'을 비난하는 장면은 솔직히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특히 보수우파와 족벌언론들이 '충격적'이라면서 호들갑스럽게 언더조직을 비난하는 행태는 여러모로 기가 막혔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보통 크게 2개의 언더조직(비공개 정치집단)이 있다. 하나는 국가, 관료, 기업, 군부와 연결돼서 사회 상층부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엘리트들의 네트워크이고, 하나는 그러한 권력 카르텔과 맞서 싸우며 기존 체제를 변혁하겠다는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이다.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지난해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도 그것을 다루었다. 거기에는 권력 집단인 '크리스마스모험가클럽'와 저항 집단인 '프렌치 75'라는 2개의 비밀 지하조직이 나온다. 둘 다 비밀스럽고 음모적이다. 영화는 '프렌치 75'를 일면적으로 미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두 조직을 대칭적 악으로 그리거나 둘 다 문제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두 조직은 정반대의 사회 정치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럽'은 겉보기에 품위있는 신사들처럼 보이지만 모두가 중장년의 남성 권력자들이다. '75'는 젠더와 인종이 다양하고
거칠면서 제멋대로인 사람들의 무리로 나온다. '클럽'은 권력이 있어서 그것을 지키려고 숨어서 음모를 꾸민다. '75'는 권력이 없어서 탄압을 피하기 위해 숨어서 음모를 꾸민다. 따라서 '둘 다 언더'라고 싸잡는 것도, 심지어 권력의 언더에는 침묵하고 저항의 '언더'만 욕하는 것도 틀렸다.
이 나라의 80~90년대는 저항적 '언더조직'의 전성기였다. 수많은 청년들의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지하서클에 가입했다. 지금 민주당의 지도부에도 그랬던 사람들이 다수있다. 그런 이들이 이번에 국힘과 언론의 '언더조직'에 대한 일방적 공격에 입을 닫고 침묵했다.
나도 언더조직에 있었다. 자본주의 변혁을 꿈꾸며 언더를 택했고, 가명을 쓰고 미행을 피하고, 새벽 알바를 하며 잘 먹지도 못하며 활동하다 감옥도 갔다. 물론 나는 그 시절의 어두운 그림자도 경험했다. 민주주의는 부족했고, 위로부터 억압에 맞선다며 내부로부터 억압을 외면했다.
사회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사회가 만든 편견과 질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우리가 옳고 정의롭다'는 신념이 지나쳐 잘못을 인정하기 어렵게 만들고, 또다른 폭력으로 발전했다. 그래서 나는 '노동자연대'가 성폭력 피해자 괴롭힘을 반성하고 사과하길 포기하지 않고 요구하고 있다.
용혜인이 속해있었던 언더조직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 학생연대-전학협-사회당으로 어어졌던 뿌리를 떠올려보면 짐작되는 바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괴물들'처럼 묘사하는 국힘, 주류언론, 지식인들의 비판에 조금도 공감하지 못하겠다.
그것은 마치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서 록조가 퍼피디아를 비난하며 '나는 역강간을 당했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는 것처럼 메스꺼움 속에 헛웃음만 나오게 만든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운동과 조직은 그런 오류와 문제를 통해 배우고 바로잡아가며 세대를 이어서 '또다른 이후의 전투'로 나가는 법이다.
● 다시 돌아보는 마녀사냥의 메커니즘
이번에 용혜인에 대한 언론의 집단린치에 반대하자 '용혜인과 기본소득당의 여러 문제와 잘못을 모르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이들은 순수하고 결함없는 사람만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마녀사냥을 평생 볼 수 없다. 결함과 잘못이 없는 사람은 없기에.
마녀사냥은 실제 존재하는 결함과 잘못을 핑계로 이용한다. 어릴 때 왕따당하던 아이들도 찾아보면 결함이 있었다. 실제로 성격과 태도에 문제가 있거나,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켜 미움받는 아이가 있었다. 그렇다면 그 왕따는 정당했던 것이고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었나? 전혀 아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장애와 자폐를 극복하고 최연소 흑인 교수가 된 제이슨 아데이도 실제로 자신의 경력과 봉사 경력을 부풀리는 등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표적공격과 신상털이 끝에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언론의 잘못이 사라질 수는 없다.
미국의 뉴미디어 언론인 하산 파이커도 자유분방한 트위치 방송 중에 선을 넘는 듯한 발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사생활에서도 여러 문제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과 언론의 그에 대한 거대하고 집중적인 공격은 명백히 트럼프와 극우세력이 주도한 마녀사냥이었다.
용예인과 기본소득당도 당연히 순수하고 결함없는 이들이 아니다. 그들의 장점과 기여뿐 아니라 단점과 잘못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무엇을 누구의 편에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제기하느냐는 항상 문제가 된다. 모든 주장과 실천은 구체적 맥락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거듭 반복될 문제다.
(기사 등록 202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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