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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메르스 사태는 이윤중심 의료체계가 낳은 재앙입니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5. 6. 12.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인터뷰

메르스 사태는 이윤중심 의료체계가 가져 온 재앙입니다

 

인터뷰· 정리  허승영


[메르스 공포가 온 사회를 뒤덮고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서 전염될지 모른다. 치사율도 꽤 높기 때문에 이 공포는 죽음의 공포에 맞닿아 있다.

중동 이외의 모든 국가에서 감염자가 10명 이하였던 이 질병이 유독 한국에서 이렇게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단순한 우연도 우리가 운이 없었기 때문도 아니다. 이 사태는 한국 의료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금 우리가 이 사태를 통해서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 끔찍한 재앙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이 사태의 근본적 문제와 대안에 대해서 정형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형준 선생님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이며 그동안 한국 공공의료의 문제점에 대해서 오랫동안 연구하고 활동해 왔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공기확산과 비말감염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공기확산이라는 말은 바이러스가 공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비말감염은 바이러스 크기인 5 마이크로 밀리미터 상태로는 이동하지 못하고 침이나 분비물로 이동해서 전염되는 것을 말합니다.


메르스가 비말감염이긴 하지만, 알려진 것에 비하면 전염성이 강합니다. 원래 정부가 2M 이내 2시간 같이 있으면 전염된다고 했지만, 그 사실은 이미 깨졌습니다.


전염성 자체도 접촉 시간에 비해서 강합니다. 비말감염도 1~2 미터가 아니라 밀폐된 공간에서는 입자들이 밀도가 높아져서 공기 감염에 준하는 수준으로 전염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5분 정도 문진한 환자도 감염되었고, 2M 이상 떨어져서 다른 환자에게 문병 왔던 사람도 감염됐습니다. 응급실에 있었던 사람도, 옆 병실 심지어는 옆옆 병실의 사람도 감염됐습니다.


사실 WHO(세계보건기구) 기준을 보면 병원처럼 입자의 밀도가 상승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는 곳은 비말감염도 공기전염에 준하는 수준으로 예방과 치료를 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대처하지 않았습니다. 비말감염이라는 것에 너무 안심한 것입니다.

 

앞으로 확산된 가능성이 있을까요?

 

확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27~28 동안 서울 삼성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흩어졌는데, 그 사람들이 4차 감염을 일으키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인 2주가 지난 612일까지 특별한 추가적인 감염이 없다면 감염자 수는 줄어들겠지만, 그 사람들이 흩어진 병원에서 관리가 잘 안 돼서 새로운 감염군을 만들어낸다면 걷잡을 수 없이 많은 감염자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태를 키운 데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많은데요.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정부는 방역, 분석, 역학조사 모든 부분에서 실패했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습니다.


첫 번째 발병한 사람이 520일에 확진이 됐는데, 그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이 됐습니다. 그 전에 한 군데를 들린 곳이 평택 성모병원이었습니다. 평택 성모병원에서 역학조사를 했는데 2M, 2시간에 집착한 나머지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질병관리 본부에서는 그 병실에 있던 사람만 했어요. 그것도 한 사람은 하지도 않았고요.


사전예방원칙은 여러 가지 상황을 대비해서 약간의 틈이나 아주 적은 가능성이라도 대비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 병원의 환경을 구체적으로 고려해서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병이 옮을 수도 있고, 쓰레기 등으로 옮겨질 수도 있고, 의료 기기에서도 전염될 수 있습니다. 그 병원의 정확한 환경은 모르겠지만, 그 병동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고지를 하고 역학조사를 해야 했습니다.


사실 메르스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사우디를 제외하고는 환자가 거의 없었거든요. 한국처럼 인구 밀도가 높고, 한국과 같은 의료시스템이 갖춰진 곳에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다른 나라들은 방역을 잘해서 이렇게 전염이 확산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2, 독일에서 3, 영국에서 4명이었으니까요.


자가격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자가격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게 가서 자가격리 하라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처럼 의료 영리화가 진행된 나라도 어떤 사람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게 되면 유급휴가를 줍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급휴가는커녕 그냥 자가격리하라고 말을 하니까 그 분이 중국 출장을 간 거 아닙니까? 자가격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정부가 책임져 줘야 하는데 그런 것을 하지 못하다 보니까 걷잡을 수 없이 상황이 악화된 것입니다. 이제는 정부가 격리 대상자들에게 생계 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더 빨리 그런 조치를 했어야 했습니다.


정부에서 민간 병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던 것도 아닙니다. 일부 병동을 폐쇄하는 등을 민간병원에 요구했을 때 생기는 비용을 정부가 지기 싫어서 시간을 끌다 사태가 악화된 것입니다. 평택 성모병원 같은 경우에도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28일까지 시간이 끌렸고, 평택 성모병원이 폐원한 이후에는 그곳을 빠져나간 환자들을 전수 조사해야 하는데 그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5월 말까지 사실상 거의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잠잠해지리라는 기대만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놓친 한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으로 가서 응급실 전체를 오염시킨 겁니다. 그래서 2번째 창궐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전염병은 1~2명만 제대로 관리 못해도 일파만파로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초기대응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다 틀린 것입니다.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한국의료의 어떤 구조적인 문제들이 이런 사태를 발생시켰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의료 영리화가 진행된 미국이라도 질병관리본부의 권한도 막강하고, 전염병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인력이 매우 많습니다하지만 한국은 역학조사관도 몇 명 되지도 않고, 보건복지부의 질병관리과도 한직 중에 한직입니다. 인력도 많지 않고요. 그러다보니까 민간병원들을 지도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민간의료기관이 너무 많은 한국 현실에서 정부가 민간의료병원을 통제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평택 성모병원 같은 경우에도 환자, 간병인, 문병 온 사람들을 파악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수익성이 걸려 있는 문제라서 민간의료기관이 협조적일 리가 없거든요. 노란색 띠를 두르고 X표 쳐져 있는 병원을 어떤 환자가 이용하겠습니까? 그런 점 때문에 민간병원에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질환 내적으로는 한국에서 감염질환을 치료·관리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감염질환 같은 경우에도 5인실을 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병원 내 감염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인 것이죠. 간병문화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외국에서는 간병을 모두 간호사나 의료 인력이 책임을 집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가족이나 간병인이 그 역할을 맡다보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거죠.


한국의 병원은 처음부터 국가가 보건의료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발전시켰기 때문에 수익성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간병, 감염관리, 화재 등에 대한 공조 등 병원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취약합니다. 반면 수술이나 약물치료 같은 수익이 나는 부분에서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보니 전염질환이 들어왔을 때는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메르스가 거의 대부분 병원에서 감염됐다는 사실은 한국의료의 감염 대응 시스템이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한국 의료의 감염질환 관리의 취약성과 관련해서 격리병상 문제가 많이 지적되는데요. 거기에 대해서 한 말씀해주세요.

 

한국은 신종플루가 발생하고 105개의 음압 격리병상을 만들었지만 문제가 많습니다. 격리병상이라면 당연히 1인실로 모든 환자를 격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병상 수만 늘이려고 하다보니까 다인 격리병상이 많습니다. 국립의료원 같은 경우에도 18개의 음압 격리병상이 있다고 하지만, 5인실이 3개이기 때문에 사실 5~6명밖에 수용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병원들은 음압 격리병상을 일정 수 이상 갖추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야 합니다근본적으로는 공공병원을 늘려야 합니다. 격리병상은 비용이 많이 들어서 수익성이 안 좋습니다. 음압 격리병상은 모터를 계속 돌려야 하기 때문에 전기료가 엄청 듭니다. 일상적 시기에는 환자를 받을 수도 없고, 환자가 있다고 해도 수익이 별로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반 지역 거점 병원에 음압 격리병상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거의 없습니다. 이 큰 서울에서 음압 격리병상이 있는 곳은 국립의료원, 서울대병원, 서울의료원 3군데 뿐입니다. 서울에 105개 중에 40개가 있으니 서울이 아닌 지역에는 합쳐서 65개밖에 안 되는 것이죠.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105개조차도 105명을 수용할 수가 없고요.

 

이런 문제를 잘 대응하기 위해서도 공공의료가 잘 갖춰져야 하는 거군요.

 

공공의료가 제대로 갖춰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 때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메르스 문제가 터지고 애먼 환자들이 피해보고 있습니다. 격리자를 수용하기 위해서 그곳에 있던 환자들은 병원을 옮겨야 하는데 돈이 없는 환자들은 병원을 옮길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국립의료원은 메르스 사태 때문에 전 병원을 소개했는데, 그 환자들은 어디로 갑니까? 그런 공공병원 환자들은 다른 병원에서도 싫어합니다. 돈이 안 되는 환자들이니까요.


공공병원들이 너무 적으니까 전염병 사태가 터지면 거기 대응하기 위해서 다른 기능이 거의 마비됩니다. 미국 같은 나라도 공공병원이 30%나 되고, 유럽은 80%나 됩니다. 그래서 전염병 사태가 터져도 그 문제를 처리하면서 일상적인 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공공병원이 워낙 없다보니 이런 일이 생기면 병원 자체를 소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이번 메르스 사태는 한국 의료의 민낯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윤 중심 의료 체계가 가져올 수 있는 재앙을 모두 보여줍니다. 주치의 제도(모든 국민에게 자신을 돌보는 주치의를 배정하는 제도)만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환자의 이력을 아는 의사가 첫 번째 메르스 환자를 진료했다면 다른 병원을 전전하면서 수많은 감염자를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환자 이력을 모르는 의사가 처음 진료를 하니까 제대로 된 진단을 할 수 없는 것이죠. 개인이 자기 건강을 알아서 챙겨야 하는 구조다 보니까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옵니다.


지금 메르스가 감염력이 훨씬 더 크고 비밀감염이 아니라 공기감염이었으면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도 개선을 못 한다면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많이 생길 것입니다


※ 정형준 정책국장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도 참고해 볼 수 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17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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