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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성과퇴출제 저지 투쟁의 강화를 위하여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6. 5. 18.

성지훈


 

[아래 글은 공무원노조의 한 의견그룹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제한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이 글은 비록 공무원노조의 상황과 과제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성과연봉제를 강행하는 상황과도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성과상여금은 성과연봉제퇴출제의 전단계

 

신자유주의 광풍이 불던 1998년 정부는 경쟁과 인센티브제 도입 등으로 공직사회의 생산성 제고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설정하고, 공직사회에 성과주의 보수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삼성경제연구소에 의뢰했다. 이에 삼성경제연구소는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가는 시행단계를 4단계로 나누어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1] 성과상여금 시행단계(삼성경제연구소)



위에서 보다시피 성과상여금은 정부가 성과중심의 보수체계를 확산시키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며, 이를 통해 정부는 성과연봉제와 퇴출제로 가고자 한다. 성과연봉제와 퇴출제는 동전의 양면으로 인건비를 축소하고, 노동의 유연화를 낳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선기관에서 공무원들은 성과상여금을 동료간 재분배하여 성과평가를 무력화시켜왔다. 성과평가 결과를 공무원들이 신뢰하여야 다음 단계로 전환이 원활할 텐데, 현재처럼 성과평가를 불신하고 성과상여금을 재분배한다면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최고 파면의 중징계를 주면서까지 성과상여금 재분배 행위를 막으려 한다. 계속 강도 높은 협박과 탄압행위가 이어진다면 노동조합이 없거나 노동조합의 힘이 미약한 곳에서는 성과상여금 재분배 행위가 중단될 것이다. 한번 재분배 행위가 무너지면 다시 복원해내기 어렵다.

 

한번 상대적으로 높은 액수의 성과상여금을 받은 사람들은 쉽사리 자신이 받은 성과상여금을 내주지 않으려한다. 노동조합이 건재한 경우조차, 성과급 부서내 재분배가 무너지면 다시 복원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현장 분위기가 확산되고 성과평가가 막을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늘어날수록 정부는 더 쉽게 하위직에 성과연봉제와 퇴출제를 도입할 수 있다.

 

공공부문 등 노조와의 연대

 

공공부문에서는 이미 하위직에까지 성과연봉제와 퇴출제가 도입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자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의 확대‘2진아웃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들이 단협, 직원 찬반투표 등을 통해 도입이 되면 기존에 성과연봉제를 적용받던 상급자(상위7%)는 더욱 성과중심 연봉체계로 재편되고 하위직 직원(상위70%)에 성과연봉제를 도입되게 되며, 저성과자로 2번 이상 평가받은 직원은 퇴출당하게 된다. 보수의 성과주의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공무원에게 하는 공격과 같고, 삼성경제연구소의 시행단계에 따르면 3-4단계에 해당된다.

 

아직 하위직 공무원에게는 성과연봉제와 퇴출제가 적용이 되지 않지만 고위공무원단 제도에 퇴출제가 들어가 있고, 성과연봉제는 5급까지 확산된 상태다. 작년 인사혁신처에서는 가장 낮은 성과급 지급등급인 C등급을 평가대상자의 10%에게 강제 할당하고 C등급은 4급 이상은 재교육 후 면직하고, 5급 이하는 6개월간 승급제한을 하려했다. 이것은 퇴출제를 확산하고 실질임금인상률을 성과에 따라 차등하게 하는 성과연봉제적 요소를 도입하려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전국공무원노조의 지침을 보면 퇴출제라는 단어는 많이 등장하지만, 성과연봉제에 대한 강조는 없다. 퇴출제에 대한 강조만큼이나 조합에서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경고가 필요하다. 성과연봉제가 공무원노조 가입대상이 아닌 5급 이상에까지만 확산되었지만, 정부의 목적은 공무원 전체에 성과연봉제를 확산하려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무원노조만의 투쟁으로는 성과급제 폐지 투쟁을 성공하기 힘든데, ‘성과연봉제를 공무원노조의 의제로 내걸게 되면 공공부문 등 성과연봉제 도입의 압력을 받는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을 건설할 수 있게 되어서 더 위력적인 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 만약 공공부문 노조가 정부의 공격으로 무너지면, 공무원은 고립되어 버티기 힘들 것이다.

 


□ 공무원노조 투쟁 로드맵의 개선 필요

 

2016년 연초부터 성과급제 폐지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부단위에서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지침대로 투쟁계획이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또한 서울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기관에서 5월까지 성과상여금 지급 개시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CMS이체동의서를 내지 않은 직원에게 계속 제출을 독려하고 전 직원이 동참하도록 12월까지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벌여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부단위에서 집중적인 성과상여금 반납 운동은 5월까지 어느 정도 일단락된다. 지부 간부에게도, 조합원들에게도 다음 행동과제가 필요하지만 아직 조합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지부에 내려주지 않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손실이 없기 때문에 다음 행동과제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조합원들의 의식 속에서 성과급 폐지 투쟁은 희미해져 갈 것이다. 반면 박근혜 정부와 보수언론은 끊임없이 공무원노조를 비롯한 전체 노동자를 공격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매월 들어오는 CMS 이체 실적만 바라보면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2] 공무원노조 지도부의 성과퇴출제 투쟁 로드맵


 

조합 중앙에서 작성한 투쟁지침([2] 참조)을 보면 20161차 총력투쟁과 20172차 총력투쟁을 활용하여 성과급 관련 투쟁은 대선요구안을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관철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듯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지부 간부를 포함한 조합원들이 신뢰하기 어려운 전술이다.

 

상당수의 조합원들은 정치인들이 공약을 지킬 거라고 신뢰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새누리당에 대항하는 유력한 야당이 더민주당인데, 예전에 이 정당이 집권했을 때 성과급제를 도입한 것을 떠올려보면 여야 모두에 기대는 것이 성과급제 폐지 투쟁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공무원노조에서는 정치인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구걸하는 방식이 아니라 성과연봉제 도입을 앞둔 노조들과 연계하여 성과연봉제와 퇴출제 확산에 공동대응하는 방식으로 노동조합 등 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전략과 전술을 짜야한다.

 

공기업 30개의 성과연봉제 확대도입 시한이 올 상반기로 못 박아져있고, 박근혜 주재로 6월 초순에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앞두고 있어 공공기관들은 불법을 저질러가면서까지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한 공공기관 노조들은 6월 파업결의대회에 이어 9월 공동 총파업 투쟁 등을 축으로 하는 투쟁 로드맵을 짜고 있다.

 

작년 424일 민주노총 총파업 때 정부의 협박에도 전교조 선생님들 수천 명이 두려움 없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수십 번의 강의로는 가능하지 않다. 파업이 노동자의 학교라고 하는데, 파업을 준비하는 공공기관과의 공동투쟁을 통해 공무원노조 역시 경험을 공유하고, 성과급 반납 투쟁에서부터 높은 수위의 투쟁으로 나간다면 공무원노조 간부들 역시 많은 것을 배우고 단단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삼성경제연구소조차 2008년에 낸 성과주의 인사에 관한 보고서에서 개인간 경쟁에 기초한 동기부여는 제로섬 게임이 되어 결국에는 협력과 시너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인정하며 개인에 대한 보상이 아닌 조직에 대한 보상을 할 것을 권고한다. 정부도 이러한 성과주의의 문제점을 모를 리 없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조직의 성과가 아니라 인건비 절감, 노동의 유연화, 노동조합의 무력화, 노동강도의 강화에 있고, 이를 위해 자본의 모범사업주로써 솔선수범을 해야 민간부문으로 성과주의 보수 및 인사 체계를 더 원활하게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오직 노동자와 자본가간 세력 관계에 따라 성과급제가 폐지될 수도, 더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에 맞선 투쟁을 벼르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비롯한 다른 부문 노동자조직들과 함께 공동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 '다른세상을향한연대’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http://rreload.tistory.com/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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