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세월호 인양 –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이 하나될 때

이주은





바닷물은 초봄에 가장 차갑다. 물의 전도율이 공기보다 낮기에 바닷속 계절은 육지보다 조금씩 늦게 간다고 뱃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정확히 3년 전, 오늘처럼 바다가 차가웠을 그 날에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국적자 304명이 동시에 사망하는 초대형 재앙이 벌어졌다. 


전국민이 생중계로 수몰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봐야 했던 끔찍한 기억, 그리고 그 이후 정부의 대처방식은 '그날의 기억' 이상으로 우리 모두에게 충격으로 남아있다. 사고 후 희생자 수습작업이 시작되어 총 295명의 시신을 거두었지만 2014년 10월 황지현 양을 마지막으로 수색작업은 중단되었다. 


배 안에 남은 9명 미수습자의 가족들은 작업중단에 동의하는 기자회견을 열며 하염없이 울었다. 그리고 정부와 국민들에게 하나 남은 소망인 '세월호 인양'을 간곡히 호소했다. 


세월호의 수습 과정에서부터 육지에서는 전쟁이 벌어졌다. 유가족과 특조위가 여당과 힘겹게 싸우고 온라인에서 천태만상의 막말 대잔치가 벌어졌던 3년 동안 세월호는 영영 잊혀질 듯 심해에 잠들어 있었다.

 

미수습자 수습이 절실한 이유 


팽목항은 참 조용했다. 미수습자 조은화, 허다윤, 고창석 씨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미수습자 가족들조차 자리를 계속 지키기 어려웠다. 여름에도 칼바람이 부는 팽목항, 가족들이 컨테이너에서 쪽잠을 자며 지키고 있었지만 유명 정치인이 오는 날이나 소위 '뉴스거리'가 생기는 날을 빼고는 팽목에는 적막이 흘렀고, 그래서인지 바람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일본의 정신병리학자 노다 마사아키의 저서 <떠나 보내는 길 위에서>에는 전쟁, 재해와 같은 충격적인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례가 소개된다. 유가족을 상대로 광범위한 정신병리학적 분석을 시도한 저자는 큰 사고를 겪은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떠나 보내는 수순으로서 '쇼크 - 부정 - 분노 – 우울 - 재사회화'라는 법칙적 발전 경로를 소개한다.


일반적 죽음이 아니라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죽음'을 맞이한 유가족은 현실을 현실로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만약 시신마저 수습할 수 없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현실 부정의 단계에서 정체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수습자 수습은 슬픔을 느끼고 다음 극복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우리사회는 사회 시스템과 정부의 부작위로 인한 참사의 피해자에게 '그만하라', '지겹다', '세금도둑' 등의 잔인한 말로 시신 수습을 포기하라고 쉽게 말했다. 그러나 온갖 폭언과 유언비어에도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을 떠날 수 없었다. 


은화 엄마는 '내 자식이 차가운 바다 밑에, 더러운 뻘 속에 있는데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은화를 다시 수습하는 것이 그에게 생명을 준 엄마로서의 마지막 임무라고 말해 왔다. 마지막을 지켜준다는 것은 가족들에게 장례 등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식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소수자 중의 소수자였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어렵사리 얻은 발언 기회로 <탄핵 6차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 100만명 앞에 섰다. 그때 은화 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로 극한의 극한을 겪은 사람으로서의 슬픔을 전했다. 잊혀진다는 고통, 자식을 바다에서 꺼낼 수 없을 거라는 절망은 생계와 다른 가족들까지 팽개치고라도 세번의 추석과 두번의 설 명절을 팽목에서 보내야 했던 부모들의 유일한 동력이었다.

 

'우리는 해수부의 인질이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해수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를 이용해서 해수부는 동거차도에 들어가 있는 '유가족'과 팽목을 지키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반목을 조장한 것으로 보여진다. 기본적으로 세월호 피해자들은 모두 한 인간으로서 겪기 힘든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다. 시신을 수습했다 할지라도 유가족들은 극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인데, 이들이 미수습자 가족들을 세심하게 배려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유가족들은 세월호의 진실을 덮으려는 정치세력의 공세로 벼랑 끝에 몰린 상태였고, 이런 상황에서 오해가 덧대어진다면 서로간의 상처는 극대화되기 십상이다. 해수부는 이런 간극을 잘 파고들었다. 


애초에 1000억이라는 낮은 금액을 상한으로 정해서 상하이샐비지를 선택한 정부는 인양 과정에서 철저하게 미수습자와 유가족들의 입장이 다름을 강조했다.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 규명'은 배타적인 목적이 되었다. 


그 누구보다도 간절히 시신 수습을 바래왔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해수부를 신뢰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인양의 주체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해수부였기 때문이다.


이 잔인한 현실 앞에서 심지어 미수습자 가족도 '우리는 해수부의 인질이다. 알고 있다. 그러나 배를 건져줄 것은 해수부뿐이다'라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의 슬픈 줄다리기는 이렇게 계속돼 왔다. 


장기화되는 싸움에서 상처받은 당사자 간의 단결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 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대립되는 것처럼 구도를 만들면서 프레임을 설정한 배후에는 분명히 해수부의 의도가 있었다.  

 

박근혜가 내려온 날 세월호가 올라왔다 - 해수부의 속셈?

 

몇 번의 실패 끝에 상하이샐비지는 처음에 제안했던 부력재를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입찰에서 떨어진 스미트 사 등이 제안했던 '바지선'을 이용한 방식으로 인양방법을 변경했다. 그 과정에서 배가 손상되면서 진상규명에서는 더욱 멀어지게 됐지만, 결국 세월호는 우리 눈 앞에 올라올 수 있었다.


이 절묘한 타이밍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심을 자아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감된 날로 절묘하게 인양 날짜를 맞췄다는 추측은 무리일 것이다. 해수부가 탄핵과 관계 없이 작년부터 계속 작업을 추진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해수부가 인양 시점을 대선 전인 지금으로 설정한 이유는 여러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해수부 입장에서는 인양과 관련해 여러가지 악재가 있을 수 있다. (1) 미수습자 시신 수습에 실패할 경우 (2) 신분을 알 수 없는 추가 시신이 나올 경우 (3) 인양 업체선정/작업 과정 중 해수부의 과오가 밝혀질 경우. 이 세가지 중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해수부와 정권에는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만약 박근혜 정권이 건재했다면 앞선 두 가지 이유로도 충분히 인양을 대선 뒤로 미룰 유인이 된다. 그러나 여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다면 세 번째 건은 해수부에게 큰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 권력의 공백기이며, 차기에 민주당 정권의 등장이 유력한 지금 해수부는 꼬리자르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양이 지연된 이유, 초기 TF팀에서 가장 위험이 큰 방법이라고 언급한 '부력재 인양 방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원인 분석과 특조위와 유가족을 겨냥한 음해를 사주했다는 혐의를 받는 해수부 공무원에 대한 책임 추궁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해수부는 그 누구보다 빨리 세월호를 처리해야 했다. 

 

향후 우리사회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미수습자를 온전히 수습하는 것이다. 시신 인도를 통해 미수습자 가족들을 치유 단계로 넘어가게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바닥을 친 우리사회의 인도주의를 조금이나 되찾아야 한다.


또한 투명한 선체조사를 통해 세월호 비극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 철저한 진상규명은 국민들의 감시 속에서 성공할 수 있다. 박근혜 정권 하의 해수부는 인양 후 선체를 절단하는 객실 직립방식을 고수해왔다. 


유가족의 반발속에서도 미수습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며 미동도 안하던 해수부가 최근 정세가 변하면서 '방식이 변경될 수 있다'고 입장을 선회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단지 과학적 관심사를 전문가에게만 맡기지 않고 국민의 관심에 기반한 이성적 판단으로 풀어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세월호를 통해서 만들어진 동력들을 잘 모아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가운데 상처받은 '사람'들을 더 세심히 챙기지 못했던 것에 대한 고민과 개선이 필요하다. 분명 세월호 투쟁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이 불신의 사회에서, 사람들간의 연대를 통하여 장기간 진실을 끌어올려 온 기적의 싸움이었다. 


팽목과 동거차도의 깊디 깊은 고요 속에서도 수많은 시민들이 보내준 반찬과 연대의 방문, 지하철 누군가의 가방 뒤에 달려있는 작은 리본 하나가 보여주었던 힘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아무리 거대한 운동 속에서도 '사람'을 잃지 않아야 우리는 다른 세상을 향해 나갈 수 있다.   



(기사 등록 2017.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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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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