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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이재용 5년?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 것 같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7. 9. 2.

이상수(반올림 상임활동가)

 



[<변혁정치> 51호에 실렸던 글(http://rp.jinbo.net/change/43458)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와 <변혁정치>에 감사드린다.]  


이재용에게 5년 실형이 선고됐다. 핵심 공범인 최지성과 장충기에게는 고작 4년이, 박상진과 황성수에게는 아예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재용에게는 형을 감해주는 작량감경이 없었다는 재판부의 설명까지 듣고 있으면, ‘작량감경을 통해 이재용이 풀려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이러려고 지난 겨울 1700만이 촛불을 들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 내려진 1심 판결이 징역 5년이다. 이재용과 한상균의 5. 우리가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지를 이보다 더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사법부가 스스로의 위신마저 내던지는 이런 판결을 할 정도로 삼성은 여전히 힘이 세다.

 

판결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형량을 줄이기 위해 대법원 판례를 무리하게 왜곡하여 뇌물액수를 줄였다고 법률가들은 비판한다. ‘의도적 은닉’, ‘범행수법 불량’, ‘범죄 교사’, ‘지배권 강화 목적’, ‘증거은폐 시도’, ‘횡령 범죄등 차고 넘치는 형량 가중 요인들은 쉽게 무시되었고, ‘수동적 뇌물같은 무리한 감경요소만 들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재산국외도피 범죄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절반의 금액을 무죄로 판단한 부분이다. 이게 아니었다면 이재용은 최소 10년 이상의 실형을 받아야 했다. 형량을 줄여주는 작량감경을 통해서도 실형을 면할 수 없기 때문에 이재용을 엄중 처벌하는데 가장 중요한 혐의였다. 이런 결과를 위해 재판부는 법을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운 궤변으로 만들어버렸다.

 

이재용과 삼성수뇌부가 재판을 받는 것은 직업병 문제 때문은 아니지만, 삼성직업병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억울한 판결이다. 이재용이 박근혜, 최순실에게 준 수백억 뇌물은 피해자들 치료하고 보상해주었어야 할 돈이고,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다. 이 돈으로 뇌물을 주고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받았던 것이다. 온 나라를 혼탁하게 해 온 삼성재벌총수에게 겨우 징역 5년이라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 - 황상기 님

 

황상기 아버님의 울분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재용이 엄중 처벌되기를 바란 것은 이재용과 삼성의 이런 몰염치함에 대한 분노 때문이기도 했다. 아버님의 말씀처럼 삼성의 국정농단 범죄는 직업병에 대한 삼성의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다. 국정농단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그 힘은 직업병 문제를 모른체 해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는 힘이기도 했다.

 

사실 이재용과 삼성의 더 큰 범죄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목숨을 가볍게 여기고 직업병이 드러난 후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거짓말과 무책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대신, 교섭단 내 피해가족들을 우선 보상을 미끼로 분열시키고 삼성의 광고에 길들여진 언론을 통해 거짓말을 퍼뜨려 왔다. 한 때 직업병 사건을 대리했던 변호사까지 관리해왔음이 장충기 문자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삼성의 뻔뻔한 침묵 속에 반올림의 농성은 70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삼성이 직업병 문제에 대해 진정성있게 사과하고 피해자들을 임의로 배제하지 말고 투명하게 보상해야 할 것이다. 다시 반올림과 성실하게 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태도에 변화가 없다. 아마도 노동자들을 정당하게 대우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삼성의 범죄가 보호받던 시절은 지났다. 지난 겨울 1700만이 촛불을 들어 우리 사회를 밝힌 후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부족하지만 이재용이 실형을 받은 것은 그런 변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은 국정농단 범죄로 처벌받지만, 다음에는 직업병을 방치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이재용 15, 최지성·장충기 10년은 받아야 마땅하다. 우리가 아는 것만 해도 삼성에서 일하다 병들고 죽어간 사람이 수 백명이다. 삼성은 살인기업이다. 지난 겨울 온 국민이 촛불을 들어 이재용을 구속까지 시켰는데,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 것 같다.” - 김시녀 님

 

이재용은 반드시 엄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 님의 어머니인 김시녀 님의 말씀처럼 법이 정의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다시 국민들이 나설 것이다. 이재용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서 정의를 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사 등록 201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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