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동물권 운동과 안락사

최태규(수의사)



[뉴스타파의 케어대한 보도를 보면] 해당 동물권단체의 부도덕은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늘 그렇게 생존해왔던 그룹이다. 그렇게나마 목소리를 내어온 것이 사람들의 인식개선에 어쩌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왔다. 그들의 위선은 차치하고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있는 얘기를 해보겠다.

 

첫째로 안타까운 것은 동물보호단체들이 어느 순간부터 동물권이라는 개념을 내세우기 시작했던 일이다. 2010년대 들어 동물보호단체들이 체계를 갖추면서 각자의 윤리와 논리가 필요해졌다. 더 급진적으로 보이는 주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해야 즉각적인 모금과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물학대 등의 사건을 인간을 학대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여길 필요가 생겼다.

 

여전히 동물을 음식으로 기르고 놀잇감으로 혹은 반려자로 기르고 있는 사회에서 인간을 제외한 동물의 도덕적 지위가 인간과 같을 수는 없다. 몇몇 종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일조차 인간의 판단이고 인간사회의 합의이다. 어떤 개도 고양이도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싶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동물권리론에 입각해 판단하자면 안락사는 어떤 경우에도 해서는 안될 일이 된다. 동물들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어도 인간의 잣대로 그들을 죽여서는 안된다. 그들의 권리는 살아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부여되는 것이기에 무게에 차등을 두거나 결정할 수 없다. 그래서 동물권이라는 개념에서는 동물의 고통보다 인간의 관념이 우선한다. 그래서 동물에게 위험하다. 그런데 이번에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개들을 죽였다. 예정된 모순이다.

 

둘째로 두려움이 드는 건, 이 사건의 보도와 사람들의 반응이다. 사건을 가장 상세히 다룬 뉴스타파에서도 안락사를 자행했다고 표현한다. 셜록에서는 도살이라는 표현을 썼다. 보도에 의하면 죽이긴 했으나 목을 매달거나 한 게 아니라 동물병원에서 약물로 절차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어떻게 동물보호단체가 동물을 죽였냐고 분개한다.

 

안락사는 죽음보다 더 힘들 고통에서 동물을 해방시키기 위한 인간의 행위다. 동물복지에서 윤리적 판단은 동물을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고통 속에서라도 살려두는 것보다 낫다는 입장이 중론이다. 그래서 잘 죽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죽고 나면 고통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개농장에서 사는 개들의 삶은 차라리 죽느니만 못하다. 하나하나를 철창에서 꺼내어 따뜻한 식탁 아래에서 음식 냄새를 음미하며 주인에게 구걸하는 삶을 선물할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한국에서 사육되는 식용견은 수백만마리이고 애완견공장에서 생산되어 유통되는 개들이 몇마리인지는 파악도 안된다. 유기견은 매년 십만마리씩 버려진다. 구조해도 보낼 곳이 없다. 더 생산하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죽이지 않으면 계속 고통받을 수 밖에 없는 한국의 환경에서 개들을 안락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하다. 그들의 복지와 존엄을 위해서.

 

동물을 대하는 문화가 발달할 수록 안락사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동물의 복지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런데 이번 보도들은 한 동물단체의 부도덕을 고발하기 위해 안락사라는 중요한 도구를 사람들의 마음에서 더 멀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14년 간 나와 붙어다녔던 까만 개를, 나는 한 손으로 팔베개를 해주고 한 손으로 안락사약을 주사했다. 아직도 슬프지만 가장 아끼는 개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안락사를 옹호하기 위해 어려운 기억을 떠올리며 쓴다.   



아직 웃을 수 있었지만 살아있는 매 시간이 힘들었다. 더 통증이 커지기 전에 안락사했다.



(기사 등록 201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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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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