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백 명의 적과 백 번의 싸움을 준비할 것이다

윤미래

 


 

내가 몇 년간을 목청껏 외쳐왔던 것이 커다란 착각이었다는, 굉장히 창피한 자기 반성.

 

노동자에게는 조국이 없고, 성별도 없고, 인종도 없다는 거짓말에 아주 오랫동안 홀려 있었다.

기만당한 피해자라고 스스로 규정할 생각은 없다. 나는 내 의지로, 전력을 다해, 적극적으로 그 신념을 선택했다. 남성들과, 백인들과, 강대국의 사람들과, 사이좋게 한편이 되고 싶었으니까. 그러면 든든할 것 같았으니까. 그게 길이고, 그래야 이긴다고 믿었다. 계급 투쟁에 걸린 이익은 국적이며 성별, 인종 따위의 알량한 기득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크니까, 그것을 똑바로 지적하고 설득하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본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남이 점유한 자원을 빌어쓰는 데는 당연하게 대가가 있다는 쉬운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게 옳다는 이유로 자기 걸 나눠주는 강자는 세상에 없다는 걸 인정하기 때문에 사회주의자가 됐으면서도 권력의 생리를 그렇게 몰랐다.

 

계급적 이익이 성별, 민족, 인종적 기득권보다 더 중하다는 부등식이 성립하려면 양자택일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건 자동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자기 기득권이 단결에 방해가 되면, 자기 것을 내려놓기보다는 일단 약한 쪽을 윽박지르고 세뇌해서 동맹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먼저 하는 게 강한 자의 당연한 반응인데, 나는 그걸 몇 번이나 목전에서 보면서도 저건 허위의식이고 근시안이라고, 꾸짖어 계몽시켜야 할 일이라고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었다. 강한 자의 입장에서는 그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 했다. 내가 먼저 깨달아 진실을 아는 자라는 지식인적인 교만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기득권도 잃지 않으면서 계급 투쟁도 이기고 싶은 합리적 강자로 하여금 전자를 포기하도록 강제하려면, 빼앗기면 화를 내고 맞으면 반격해서 우리가 살아 있는 인간이고 그렇게 자기 좋을 대로만 하게 놔두지 않을 만큼의 힘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고작 최악의 억압자를 차악으로 대체하기 위해서 투쟁에 몸을 던질 생각이 없다. 우리의 해방이 약속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혁명을 하지 않겠다. 너희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우리는 이 동맹을 깨버릴 것이다. 다시는 잊어버리지 못하게 될 때까지, 그들이 잊어버리고 또 개 같은 수작을 시도하면 시도할 때마다 몇 번이든 몇 번이든 반복해서. 미국에서, 스페인에서, 브라질에서, 여성과 흑인들은 이미 자신을 그렇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 번의 축제로 모든 이가 자유를 찾고 사해 동포가 하나되는 경이로운 희망에 더는 속지 않으리라. 단단하고 성실하게, 매번 땀과 피를 흘려야만 미치도록 감질나게 조금씩 손에 들어오는 것들만을 믿고 바랄 것이다. 세상이 백 번을 뒤집어지고 백 명의 적과 차례로 싸워야 우리가 해방될 수 있는 거라면 백 번의 싸움을 준비할 것이다. 싸우기 위해 편을 짜는 데서부터 또다른 싸움이 필요하다면, 건너뛰려 하지 않을 것이다.  



3.8 국제여성의 날에 칠레 거리로 나온 여성들 


(기사 등록 2019.3.15)                          


 * '다른세상을향한연대’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하고 행동합시다

   newactorg@gmail.com / 010 - 8230 - 3097 http://www.anotherworld.kr/608


 '다른세상을향한연대의 글이 흥미롭고 유익했다면, 격려와 지지 차원에서 후원해 주십시오. 저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여러분의 지지와 후원밖에 없습니다.

- 후원 계좌:  우리은행  전지윤  1002 - 452 - 402383      



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 2019.03.18 1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전에도 잠깐 지나가다 보니까, 난민 반대하는 워마드들한테 가벼운 잽 한두 방 맞고도 기진맥진 앓아누우시는 것 같던데...싸움도 잘 못하시는 분이 도대체 무슨 일로 이리도 화가 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책임질 부분에 한해 걱정되어 몇 말씀드리면, 워마드 비판 했다고 이러시는 건지 한,남충론 건드렸다고 이러시는지...
    여성주의 진영과 미래 님이야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비판하시는 그 바닥에 계신 분들 중 과연 그 누가 자기 "기득권"과 "이익"을 위해 이 짓거리 하고 있다는 말씀이신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저만 해도 결코 남성들, 백인들, 강대국 사람들이 조금도 든든해 보이지도, (그래서) 그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도 전혀 아닙니다.

    외려 이 글이야말로 제가 정치활동하면서 보아온 모든 글들 중 가장 지독한 윽박이고 협박이 아니었나 싶네요.

    어차피 사상, 이론과 방법의 차이 문제이고 주장하시는 특권론, 배당론이야 오래 전 반증된 거 이 바닥에선 아실 만한 분들은 다 아는 사실인데...
    이런 식으로 밑도 끝도 없이 싸잡아 비난하며 감정만 쏟아내시면 너무 마음 아프고 서글픕니다.

    말씀하시는 계급과 성별, 인종, 민족은 각자의 정체성에 따라 선택할 문제가 아니고, 더구나 계급 대 {성별, 인종, 민족} 집합 전체 간의 양자택일 문제는 더더욱 아닙니다. 융합된 하나의 폭압적 지배-착취수탈 체제가 계급, 젠더, (인)종(민)족 이라는 3(차)원 공간 변수들로 시기 및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모하며 사영되어 출몰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당장 눈 앞의 조삼모사 "더 큰 '이익'"에 따라 그때그때 사분오열 이합집산하는 부문별 조합주의를 극복하고 총체적 공동전선을 형성해야만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다만, 이 단위에서 기대하시는 바와 달리 구조위기기에 피지배계층은 정치적으로 활성화되고 고양될 뿐 그 결과가 자연발생적으로 반드시 좌파적 진보로 귀결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워마드의 경우는 우파 정보조직 등에서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여남분열과 극우화 공작을 펼치고 있는 정황이 여럿 포착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비판적 개입을 시도해온 것 뿐입니다.



    어쨌든 마음 가라앉히시고, 서운한 점 있으셨다면 자세한 논의는 앞으로 차분히 나누어 갔으면 합니다. 열심히 배우고 반영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