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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 - 홍콩 민중항쟁에 승리를/ 볼리비아의 반동 쿠테타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9. 11. 17.

전지윤 





홍콩 민중항쟁에 승리를 - 시진핑은 탄압을 중단하라!

 

중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도전하면서 뭔가 더 진보적이고 비시장적이고 패권적이지 않은 대안을 보여줄 것이라던, 일부 좌파나 진보적 학자들도 동조하던 기대나 주장들은 지금 피로 물든 홍콩 거리에서 산산조각나고 있다. 워싱턴뿐 아니라 베이징에도 희망은 없었던 것이다. 중국이 홍콩 민중에게 약속했던 일국양제라는 사기극의 가면도 벗겨졌다.

 

처음부터 '양제'는 없었다. 극단적 불평등과 불안정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초착취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중국 특색의 신자유주의, 홍콩의 금융자본주의도 다르지 않았다. ‘일국양제는 홍콩 민중이 공산당의 권위주의적 독재를 받아들이는 단계와 과정으로서만 존재했다.

 

홍콩 민중이 이 감옥에 순순히 들어가기를 거부하자 중국 공산당과 홍콩의 그 하수인들은 팔다리를 묶어서 강제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저 권위주의적 독재 체제가 얼마나 숨막히는 것인지 우리는 박정희 전두환 때 경험해본 바 있다.

 

사실, 지난 촛불혁명이 패배로 끝났다면 우리도 지금 홍콩의 상황이 됐을 것이다. 당시에 박근혜, 김관진, 한민구, 조현천 등이 구상했던 계엄령 문건대로 친위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엄청난 희생과 학살, 심지어 전쟁까지 벌어지고 삼청교육대가 부활했을지 모른다.

 

얼마 전 캐리람을 만나서 재신임하며 강경대응을 지시한 시진핑의 구상은 분명해 보인다. 계속 폭력충돌을 유도해서 시위대에 대한 강경무력 진압을 정당화하고, 지난 10여년간 홍콩 민중들의 저항 때문에 실패해왔던 국가보안법 제정과 애국교육 강제도입 등을 밀어붙이려 한다. 나아가 열흘 뒤로 다가온 지방선거도 연기하고 싶은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는 범민주파가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더불어 내년 입법회 선거에서도 범민주파가 승리한다면, 행정장관 선거인단의 과반수를 친중국파로 채운다는 시진핑의 계획은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2022년에 캐리람을 또다른 하수인으로 교체한다는 계획도 꼬이게 된다.

 

이미 민주파 후보들에 대한 린치와 테러, 출마봉쇄 등이 벌어지고 있었다. 폭력으로 당장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는 것은 틀어막았지만, 지방선거에서 친중국파 후보들을 응징할 홍콩 민중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금 홍콩 민중들의 분노도 목숨을 건 투사들의 용기와 투지도 꺾이지 않고 더 불타오르고 있다.

 

홍콩 노조활동가들에 따르면 2014년 우산혁명을 경험한 세대들은 지금 곳곳에서 민주노조 건설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탈중앙적이고 자발적인 방식의 물처럼 흐르는 투쟁들이 여전히 여기저기서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지금 투쟁의 약점도 존재한다. 시진핑과 공산당 지배집단만이 아니라 본토인 전체를 적대시하며 서방국가들의 지원에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는게 사실이다. 이것은 본토 민중과 홍콩 민중의 연대를 가로막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부추기고 싶어하는 중국-홍콩 지배계급에게 달가울 것이다. 홍콩 투쟁을 반중국, 반중국인 정서 조장과 반공주의 선전에 이용하려는 서방과 한국의 언론, 우파 정치인들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에 계급적 불평등에 대한 요구들이 잘 결합되지 않는 것도 아쉽다. 그러면 투쟁의 전선이 더 분명해지면서 민족을 넘어선 계급적 연대의 가능성도 더 높아질 수 있을 듯한데 말이다.

 

경찰폭력과 탄압에 대한 반작용으로 소수 강경파의 물리적 투쟁과 은행, 상점, 공공시설에 대한 공격이 강화되는 것도 안타깝다. 이것은 여성, 노약자 등의 투쟁 동참을 어렵게 만들고 시민들의 일상에 불편을 끼치며 여론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이 중에 어떤 것도 우리가 홍콩 민중투쟁을 지지하지 못할 이유가 될 순 없다. 또 이 모든 그 책임은 실탄 발사까지 하며 피를 부르고 있는 시진핑과 캐리람에게 있다. 국제적 연대의 부족과 고립이 홍콩의 투사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 본토에서 아직도 의미있는 메아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중국의 민중과 좌파들은 자신들이 다른 지역의 약소국가와 민중들을 억압하는 국가의 일원이라는 것을, ‘다른 민족을 억압하는 어떤 민족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시진핑의 이런 대외적 억압에 맞서지 못한다면, 국내적 억압에도 맞서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본토인이 우리를 깔보는데서 결국 시진핑과 한편이라는 오해를 행동으로 벗겨내야 한다. 1989년 중국 민중의 민주화 요구를 공산당이 피와 탱크로 짓밟았을 때 제일 먼저 그것에 항의해 목소리를 냈던 것이 바로 홍콩 민중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쿠데타로 모랄레스를 제거한 볼리비아 군부와 극우세력

 

볼리비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의 전격 사임은 너무나 우울하고 나쁜 소식이다. 사회주의운동당(MAS)의 리더였던 모랄레스는 2000년대 초반 볼리비아를 뒤흔들었던 거대한 민중 투쟁의 결과로 2006년 권좌에 오른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었다.

 

그후 3번에 걸쳐 연임하면서 14년 동안 집권해 왔고 바로 얼마 전에도 4번째 대선에서 승리해 새임기를 시작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미주기구(OAS)와 우익 반대파들이 대선 부정 의혹을 제기했고,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더니 결국 쫓겨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요즘 세계를 휩쓸고 있는 불평등과 반민주, 부패정치에 맞선 반란 물결의 일부인가?

 

아니다. 모랄레스의 사임은 미국의 트럼프와 브라질의 보우소나르 등 라틴아메리카 친미우파 정권들과 기득권 과두세력의 요구였다. 무엇보다 대중투쟁이 아니라 볼리비아 군과 경찰의 압박이 사임의 결정타 구실을 했다.

 

부정 선거는 아직 의혹일뿐이고 분명한 증거가 제시된 바 없다. 모랄레스는 OAS의 감사와 재검표를 수용하고 나아가 재선거까지도 받아들인 상황이었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개입의 발판 구실을 해온 OAS가 모랄레스를 편들 리는 없었다.

 

그런데도 군부는 사임을 요구했고, 그래서 지금 노엄 촘스키, 버니 샌더스, 제레미 코빈, 비자이 프라사드(3세계 전문 좌파 역사학자) 등은 모두 한 목소리로 이것을 군부쿠데타라고 규정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뿌리깊은 친미 과두정치 세력의 반동이라는 것이다. 얄궂게도 브라질에서 반동의 표적이 됐던 룰라가 겨우 석방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물론 모랄레스가 자초한 면도 있다. 모랄레스는 집권 이후 천연가스, 석유로 얻은 수익을 이용해 불평등을 줄이고 복지를 크게 확대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경제구조 자체는 크게 손대지 못했고 다국적 자본들과 타협해 왔다. 집권이 장기화하면서 집권당과 정부의 관료화와 부패도 나타났고 그것이 이번 부정선거 시비도 낳은 듯하다.

 

천연자원에 의존한 경제성장은 세계경제와 중국의 침체 속에 바닥을 드러내왔고 외환이 고갈되고 부채가 확대되면서 긴축정책으로의 조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랄레스에 대한 실망과 불만은 커졌고, 그 토대 위에 극우복음주의 세력(기독민주당과 한국계 2세인 정치현 후보)이 대선에서 급부상했다.

 

이들의 주도로 여성시장을 납치해 옷을 벗겨 구타하고 온몸에 페인트를 뿌리며 머리를 강제삭발하는 식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왔다. 이들의 시위에서는 백인우월주의와 원주민, 여성, 동성애 혐오 발언이 넘쳐난다고 한다. 페르난도 카마초라는 극우파시스트가 이것을 주도하며 반동 세력의 리더로 급부상했다고 한다.

 

이런 흐름을 막아내야 할 사회운동과 노조들은 지난 14년간 국가에 흡수돼 오면서 취약해져 있다. 그래서 모랄레스 정부는 급속하게 붕괴해 버린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볼리비아 원주민 공동체와 민중들이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고 한다. 모랄레스 정부를 탄생시키고 개혁을 강제해 온 기층민중들은 쉽게 후퇴하지 않을 것이고, 국제적 관심과 연대도 필요할 것이다.

 

볼리비아는 브라질에 이어서 비슷한 패턴을 보여준다. 민중의 투쟁과 기대 속에 집권한 정부가 기득권 세력과 타협하며 결함과 오류를 드러내고, 그것이 낳은 공백 속에 우익 반대파가 성장하고, 좌파는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우익의 반동을 저지하며 새로운 좌파적 대안을 건설할 과제에 직면한다. 이것은 2016년 촛불 이후에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도 비슷하다. 지금, 세계적 반란의 물결 속에서도 볼리비아 쿠데타, 홍콩에서 강화되는 폭력 탄압, 스페인 총선에서 극우익 세력의 급부상 등의 거센 반동적 역풍도 불어오고 있다



(기사 등록 20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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