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반제국주의, 반식민주의 운동의 구호에 대한 논쟁

[최근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 일본의 군국주의 재무장, 한국 내부의 친미친일 지배자들의 반역사적 행태 등이 강화되는 상황이다. 이 속에서 반제국주의, 반식민주의 운동은 어떤 구호나 방향을 찾아갈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소개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감정적 적대로 나가며 벽을 세우는 게 아니라, 서로 이견을 존중하면서 생산적 토론을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혐오표현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반제국주의 좌파다

 

김지수

 


저는 몇 년전 퀴퍼(퀴어퍼레이드) 때 미국 대사관 부스 앞에서 양키고홈피켓을 들고 항의한 바가 있습니다. 전 그 당시 주한 아메리카합중국대사 마크 리퍼트라는 자가 소위 핑크워싱(제국주의 국가나 악질 기업이 성소수자 친화적 행동을 하며 이미지 세탁을 하는 짓)을 위하여 퀴퍼에 오는 상황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크 리퍼트가 오바마의 낙하산으로 2014년에 부임하여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물밑에서 압박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자라는 건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내용입니다. 일제의 전쟁 범죄를 덮고 그 과정에서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의 인격을 난도질한 자가 성소수자 해방의 상징처럼 행동하는 걸 보고 전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그 당시는 한일위안부합의에 이어 아메리카 합중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전쟁무기 사드의 배치가 임박한 상황이었습니다. 미 해군 특수전부대 정보장교로 있던 그가 사드 배치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 뻔히 보이는 상황이었죠. 위안부합의와 사드배치의 사이에서 한참 오바마 정부의 제국주의 정책을 일선에서 시행하던 마크 리퍼트의 핑크워싱을 전 도저히 참아줄 수 없었습니다.그래서 피켓을 들고 퀴어퍼레이드 아메리카 합중국 대사관 부스 앞에서 1인시위를 하였습니다.

 

저는 양키고홈이라는 구호가 다소 부적절한 면이 있고 대중적 설득에 문제가 있다는 사람들의 지적을 일정 부분 수용하고 있습니다. 퀴어퍼레이드 당일에도 평범한 백인 참가자들도 많았다는 점에서 이 구호가 오해의 여지가 있다는 비판을 수용합니다. 하지만 그것에 혐오표현 딱지를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 혐오 표현을 사회적 차별에 기반한, 혹은 사회적 차별을 야기하는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증오표현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소위 양키라고 불리는 존재(아메리카 합중국 군인이나 정부의 관료들)들이 사회적 차별을 받고 인종차별을 받는 존재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퀴어퍼레이드 내 미국대사관 부스 앞에서 피켓팅을 한 지 5분 만에 쫓겨났습니다. 맨 처음에 피켓을 들고 5분 쯤 있었을 때 이름을 알 수 없는 퀴퍼 자원봉사자 명찰을 목에 걸고 있는 사람 몇이 절 혐오표현을 게시한 자라고 하며 퇴거를 요구하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헤이트 스피치에 해당한다는 대답이 왔습니다. 그래서 왜 양키고홈이 헤이트 스피치인지 설명해달라고 하니 헤이트 스피치라는 말 대신 집회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다며 나가달라고 하였고 나가지 않을 경우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였습니다.

 

전 당시에 2015년 민중총궐기로 재판을 받는 중이었고 검찰로부터 징역 1년을 구형받고 선고를 기다리는 상황이어서 공권력을 부르겠다는 그들의 말에 움츠러들어서 퇴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다시 경찰조사 검찰조사 받고 재판 가는 건 회사에서 사무직 노동자로 일하는 저에겐 매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요.

 

혐오표현을 정의하는데 있어서 사회적 차별이 갖는 의미를 놓고 본다면 전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제일 심각한 혐오표현은 종북 경기동부 NL 마녀사냥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혐오와 배제, 사회적 차별 안에서 국정원의 내란음모 조작이 대중에게 통했고 통합진보당이 해산당했고 이석기의원은 7년째 감옥 생활 중입니다. 전 제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이석기 의원 석방 운동을 지지하고 연대해주시길 호소합니다.

 

 

불편함과 상처를 준다면 그 구호는 바람직하지 않다

 

전지윤

 


토착왜구등의 구호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우선 그런 구호나 용어를 쓰는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이해할 부분이 꽤 많다고 본다. 억압의 역사적 경험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지배 36, 미국에 의한 분단, 전쟁, 종속의 반세기가 그 물질적 토대다. 전시 성노예와 강제징용의 피해자들은 지금도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단지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문제다. 일본의 재무장과 개헌, 지소미아와 사드 배치 등을 통해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 평화를 해치고 있다. 따라서 그런 구호를 통해 미국과 일본의 지배계급, 그들과 긴밀히 연결된 국내 기득권세력(황교안과 자한당 등)을 비판하려는 의도나 심정은 공감할 부분이 많다.

 

반제국주의, 반식민주의 의제를 과소평가하며 그런 의도나 정서를 단순히 민족주의라고 쳐내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민족은 계급, 인종, 젠더 등과 함께 여전히 고려돼야할 범주중 하나다. 따라서 '토착왜구', '양키고홈' 등의 구호를 사용하는 이들을 단순하게, 악의를 가지고 잘못된 표현을 고집하는 사람처럼 모는 것에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더구나 이런 구호들이 소수자를 사회적으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혐오표현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돈많고 힘있는 나라가 대접받는 세상에서 미국인(백인)과 일본인들이 [특히 한국에서] 차별받는 소수자라기엔 난점이 있다. 역사적 맥락을 봐도, 예컨대 베트남에서 전쟁 책임을 묻는 시위대가 한국인 비하 구호를 외친다면 혐오표현이라고 탓하긴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현재 토착왜구 등의 구호를 주로 쓰는 분들이야말로 종북’, ‘빨갱이등의 혐오표현을 통해 사회적으로 차별, 배제돼온 소수자인 게 사실이다. ‘기레기’, ‘개독교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모든 기자, 모든 기독교도를 싸잡는 의도가 아니듯, 토착왜구, 양키고홈 구호를 쓰는 사람들이 주로 겨냥하는 것도 상층 지배자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런 구호들은 안 쓰는 게 맞다는 고민과 생각이다. ‘혐오표현 리스트가 있고 거기에 등록 안 된 구호는 맘대로 써도 되는 그런 단순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 혐오와 멸시로 다가올지는 구체적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봐야하고 또 달라진다.

 

문제는 억압의 구체성과 교차성이고, 이 때문에 어떤 집단 전체를 묶어서 비난하는 용어는 의도와 달리 그 집단 안에서 취약한 소수자에게 피해를 준다. 토착왜구, 양키고홈 등의 구호가 트럼프, 아베, 주미대사, 황교안 등에겐 별 심적 타격을 못주면서 결혼이주 일본인 여성과 그 자녀, 우리와 함께 어깨걸고 싶은 백인 성소수자 등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이다.

 

당신들은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소수자가 아니고 이건 혐오표현이 아니다라고 그들을 설득할 순 없지 않을까. 우리가 배려하고 함께해야할 사람들에게 불편함과 상처를 준다면 그 구호는 부적절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구호라는 고민인 것이다.

 

반제국주의, 반식민주의를 위해서도 억압국가의 기층민중과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고 있다. 그래서 반일반아베로 바뀌게 된 것 아닌가. 토착왜구는 아베 하수인으로, 양키고홈은 주한미군 철수사드 철거등으로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다는 조심스러운 제안을 하고 싶다.

 

덧붙여 지배계급과 제국주의를 향한 저항의 수단이라면 어떤 거친 표현도 괜찮다는 생각도, 거칠고 강한 표현을 쓸수록 더 전투성과 좌파성을 나타낸다는 생각도 우리 함께 피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고통은 특정 개인과 인격 때문에 비롯된 것이 아니며, 우리의 분노도 개인에게 복수하고 인격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구조와 체제를 향해야 한다.

 

 

구호뿐 아니라 논쟁하는 태도의 문제도 중요하다 

 

김지수

 


1. 난 양키고홈을 놓고 글을 썼는데 지윤 동지는 토착왜구라는 표현과 양키고홈 표현을 묶어서 글을 쓴 걸로 보인다. 토착왜구랑 양키고홈이 하나로 묶이는 상황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토착왜구 표현을 쓰는 사람들은 그리 큰 공격을 받지 않는데 반해 양키고홈 구호를 쓰는 사람들은 많이 공격을 당한다.

 

양키고홈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한편(운동 외부의 우파들)에서는 종북 낙인을 당하면서 한편(운동 내부의 일부)에서는 인종주의라는 인신공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때 둘을 묶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이다.

 

2. 현재 페이스북 코리아에서는 온갖 여성혐오 표현들, 온갖 인신공격들, 종북 낙인 표현들은 가만 놔둔 채 '쪽바리' 라는 표현을 쓰는 계정들을 집요하게 찾아서 제제를 가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은 '한남충'이라는 표현도 집요하게 찾아서 삭제하고 그 표현을 사용하는 계정에 제제를 가하면서 '김치녀'라는 표현은 놔두고 있다. 현실에서의 제제는 권력자들에게만 유리하게, 편향되게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적절한 표현 바람직한 구호에 대해 토론하고 이야기할 기분이 나질 않는다.

 

3. 최근에 여러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이런 경우 구호 자체보다는 특정 구호를 쓰거나 쓰지 말라며 덧붙이는 말들이 더 문제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착왜구라는 표현을 부정한다고 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낙인찍고 상대에게 인신공격을 하거나 양키고홈이라는 표현이 혐오 표현이라고 낙인부터 찍고 '쉰 내' 등등의 인신공격을 쓰는 태도가 더 문제 같다. 구호 자체보다는 논쟁하는 태도의 문제가 더 커 보인다.



(기사 등록 20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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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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