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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코로나, 진짜 시한폭탄은 따로 있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0. 4. 22.

최태규

 


이미지 출처: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세계는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아직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질병이라 그렇습니다. 각 나라의 방역당국은 질병전파를 막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나라에서는 사람들을 집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집에서 나오는 사람에게 총격을 가하기도 해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확진자와 그로 인한 사망자의 수만으로 각 나라의 방역이 얼마나 잘되었는지 칼로 무 자르듯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전파의 양상을 비롯해서 사회문화적 요소와 맥락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워서 세계대유행의 비교적 초기에 전염이 시작된 나라입니다. 전파 양상이나 질병 감염 양상이 거의 밝혀지지 않았던 시기라 공포도 그만큼 심했습니다. 그 공포는 엉뚱하게도 이주인이나 외국인으로 향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일부 현재진행형이지만, 이제 그 이주인과 외국인이라는 타자가 중국이라는 국적을 넘어서 전 세계로 퍼지자 타자에 대한 혐오는 조금 덜 해졌습니다. 특히 미국이라는 특수 관계에 있는 나라에서 압도적인 수의 감염확진자가 나왔지만 미국 국적인 사람을 입국금지하자든지 하는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

 

군중의 공포는 과학적 근거와 무관하게 이렇게 엉뚱한 곳으로 폭탄 돌리기를 합니다. 정작 우리 바로 옆에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초침을 돌리고 있는데 말이지요. 그 시한폭탄이란 도심 속 빌딩에 있는 실내야생동물 시설입니다. 라쿤카페, 실내동물원, 이동식 동물원 등 다양한 형태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어떤 질병을 가져왔는지 알 수도 없는 동물을 만지고 밀폐된 공간에서 같은 공기로 호흡하고 급기야 음식물도 나눠먹는 공간입니다. 이런 공간에서 사람은 언제든 야생동물들과 침과 콧물, 눈물을 교환할 수 있고, 물림 사고로 피부라는 최후의 방어막도 뚫릴 수 있습니다. 어쩌다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이런 형태의 야생동물전시가 한국에서 성행하고 있을까요?

 

첫째로 야생동물의 검역이나 전시에 관한 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동물거래상이 해외에서 야생동물을 사올 때 포유류의 경우 5일 동안 검역계류장에 가둬두고 아파보이는지를 살핍니다. 아파보이지 않으면 통과됩니다. 파충류나 양서류, 어류의 경우는 이런 과정조차 없습니다. 어떤 바이러스를 가져오는지 아무도 파악하지 못한 채 바로 어린이가 만질 수 있는 공간으로 들여오는 것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무책임하고 무지해서 그렇습니다. 밀렵된 곰을 마구잡이로 수입해서 사육하던 시절과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시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고 시급히 메워야 할 법의 사각입니다.

 

둘째로 동물에 대한 그릇된 문화입니다.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도 실제 야생동물을 만날 기회는 매우 적습니다. 주로는 디즈니 만화처럼 동물을 캐릭터화해서 첫 만남을 가집니다. 코끼리는 귀가 아무리 커도 날아다닐 수 없고 게는 인간과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가축 몇 종을 제외하면 동물은 인간과 친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인간이 멋대로 가두어서 기르며 친구인 것으로 여길 뿐이지요. 동물을 만지게 하는 야생동물전시시설에서는 넓은 들판과 숲을 달리고 날면서 살아야 하는 동물들을 가둬놓고 만지고 사진 찍게 하면서 만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동물의 희생을 강제해야 가능한 나쁜 유희입니다.

 

셋째로 다시 한 번 법입니다. 동물보호법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동물이 어떤 경우에 고통을 느끼는지에 대한 고민도 없는 법인데다가 그마저 법도 행정기관에서는 없는 셈 칩니다.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신고를 해도 경찰과 행정당국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동물보호법은 농림식품부 소관이고 야생동물을 관할하는 곳은 환경부다보니 환경부는 동물보호법의 적용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약자의 고통에 무관심한 한국 관료제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전염병에 대한 무지와 그로 인한 공포입니다. 바로 옆에 어떤 전염병을 옮길지도 모르는 동물을 기르고 만지면서, 괜한 옆사람의 기침에 소스라치는 공포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할 대상입니다. 우리는 이미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야생동물을 좁은 곳에 가두고 만지는 관행을 금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동물도 고통에서 벗어나고 우리도 인수공통전염병으로부터 한 걸음 멀어집니다.

 

 

(기사 등록 20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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