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 엔번방 성착취 사건과 한국사회 근본적 전환의 필요성
엔번방 성착취 사건과 그 범죄자들에 대한 거대한 분노 속에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되고 포토라인에 세워진 뒤에 주류언론 등이 벌이고 있는 혼파망을 보게 된다. 이것은 분명 이해할만한 정당한 분노를 분출했던 사람들이 기대했던 그림이 아닐 것이다. 포토라인은 단죄의 장소가 아니라 조주빈의 역겨운 도착적 나르시즘의 공간이 돼 버렸다.
많은 언론들은 또다른 피해자인 손석희로 몰려가면서 조주빈의 손 안에서 놀아나거나 공모했다. 조선일보는 ‘조주빈이 문빠냐 일베냐’, ‘조주빈의 옷과 패션’같은 이슈로 가지치며 클릭 장사에 매달렸다.(며칠전 포토라인에 섰던 게 손석희였던 것인가? 가족 살해 위협에 시달리던 손석희를 탓하는 조선일보를 보면 기가막힌다. 일탈계를 하고 위협에 굴복한 여성도 문제라는 논리의 판박이며 전형적인 피해자 유발론, 책임론이다.)
또다시 쏟아지는 ‘단독’, ‘속보’의 클릭장사 속에 역시나 조주빈 악마화가 진행됐고, 가부장적 성착취 구조의 일부였던 많은 사람(남성)들이 그 ‘악마’에게 짐짓 경악하고 돌을 던지면서 자신들은 돌아보지 않고 있다. 분노한 여론에 밀려 ‘정의의 칼’을 들고 나선 검찰도 별로 믿음이 안 간다. 성착취를 영상으로 찍으며 즐기던 사람이 검찰총장 후보까지 올랐던 조직이고, 코로나로 시끄러운 틈에 그 사람에게 슬그머니 면죄부를 준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웹하드에서, 성인방송 벗방으로, 카카오톡으로, 텔레그램으로, 플랫폼만 바꾸면서 계속돼 온 성착취 카르텔이 사라지고, 계속 곳곳에서 ‘엔번방’을 만들어내는 성착취 산업과 사회경제적 구조, 규범, 체제가 바뀔 수 있을까.
그래도 성폭력 생존자인 서지현 검사가 나서서 ‘모든 것을 걸고 성착취 카르텔의 뿌리를 뽑겠다’고 약속하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런 안도감과 신뢰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볼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절망이 우리를 짓누르고, 죽음이 우리에게 다가올 때 항상 우리가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우리가 안전과 삶을 지키기 위해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재벌총수도, 언론사주도, 검찰총장도, 은행가도 아니었다. 간호사, 요양사, 간병인,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청소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 택배기사 등이었다. 또 그분들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한국이 민주주의적 토대와 시민적 자유를 유지하면서도 방역과 공중보건의 효과적 대응으로 생명과 안전에 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국제적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 우리는 돌아봐야 한다. 누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는가? 단지 대통령과 정부인가?
한국에서 민주주의와 시민적 자유를 함부로 훼손하지 못할 소중한 가치로 만들어 온 것은 누구인가. 역대 정부가 계속 의료의 시장화와 민영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막아내고 의료의 공공성을 지켜온 것은 누구인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로서 요구하고, 그것을 무시한 정부를 결국 끌어내린 것은 누구인가?
따라서 ‘코로나를 계기로 유럽식 사회주의 복지 모델은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 각종 규제 등을 폐기하고 친기업·친시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조선일보, 미통당같은 입장에는 절대 동의 못하겠다.
국제적으로 봐도 이번 코로나19의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고 있는 곳은 모두 지난 반세기 동안에 신자유주의 교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나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더구나 코로나 확진자들이 탄 여객선의 입항을 미국은 거부했는데, 쿠바는 받아들였다.
나아가 쿠바는 자국의 의사들을 다른 나라로 파견해 코로나 대처를 돕고 있는데, 미국은 제국주의적 경제제재와 봉쇄를 유지하면서 이란에서 더 많은 시민들이 코로나의 희생자가 되도록 방조하고 있다. 쿠바 체제의 몇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대조적이다. 코로나 때문에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한 것이 그마나 미국이 잘한 일이다.
지금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역사적, 경제적, 사회적, 생태적, 젠더적 모순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고 있는 시기다. 대안은 민주주의적, 페미니즘적, 생태주의적, 사회주의적 방향에서 찾아져야 한다. 그런 아이디어와 주장들이 모든 곳으로 전염돼서 더욱 더 세계적 대유행이 되면 좋겠다.
● 채널A 사건과 검언유착, 그리고 윤석열은 왜
채널A와 검찰의 유착과 공모 사건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가족인질극’이 검찰의 특기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여름에 펼쳐진 일을 온 국민이 다 지켜봤기에 이철에게 채널A와 검찰의 압박은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에게 순순히 협조하지 않으면 너와 가족이 갈기갈기 찢겨져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우리는 언제든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다.’
차라리 내가 당하는 것이 낫지,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나 때문에 고통받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가족인질극’은 누군가를 압박할 때 특별히 더 야비하고 잔인한 방법이다. 그런데 이 나라의 검찰은 이것을 가장 중요한 무기로 활용하는데 아주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검찰인지 조폭인지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자연스럽다.
둘째, 기성언론이 권력을 감시하기는커녕 권력과 유착하고 공모해서 사람들을 협박하고 괴롭히는 것이 매우 구조화돼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국가보안법 등 공안조작 사건에서 검찰과 보수언론의 유착과 공모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반복돼 왔던 일이다.
언론이 터트리면서 나라를 발칵 뒤집으면, 검찰이 마구잡이로 난도질 하며 마녀사냥하는 패턴은 공안사건에서 틀이 만들어져 특수사건이나 형사사건으로도 이어져 온 것이다. 그래서 그것의 희생양이 돼서 지옥불에 빠지고 삶이 파탄나버린 많은 이들이 떠오르고 검찰과 언론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치가 떨린다. 한국 사회에서 언론 신뢰도가 끝없이 추락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셋째, 검찰이든 조중동이든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파헤치고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도 그럴 의지, 능력도 없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와 투자 사기에 대한 관심 때문에 라임사태와 신라젠 사건을 전부터 봐 왔는데, 검찰과 언론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살펴봤다면 유시민보다는 다른 곳을 파봐야 한다는 것을 모르기 어렵다.
신라젠을 정말 제대로 파헤치려면 상장 후에 주가가 40배나 폭등하던 시기, VIK가 온갖 잡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나 구속을 몇 번이나 피하던 시기를 주목해 봐야 한다. 그 때는 바로 박근혜 때였고, 친박 핵심 실세들이 수십억 원을 차명으로 집어넣었다는 시기이다.
나아가 지난해 신현필 전무가 신라젠 주가폭락 전에 16만주를 매도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를 파헤쳐야 한다. 그런데 검찰과 언론은 그동안 신라젠과는 끈이 끊겨서 진작에 감옥에 간 이철에게 매달리며 그 입에서 유시민의 이름을 끌어내는 데만 매달려 온 것이다.
검찰이 부정부패 해결에 관심이 없는 것은 검찰총장인 윤석열부터 온갖 악취를 풍기고 있다는 것에서 짐작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의 장모가 연관된 사건들은 모두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되면서 막대한 수익을 남기는데 장모는 한 번도 처벌된 적이 없다. 그의 부인은 또 어떤가. 단지 어머니의 수상한 투기와 사기를 도운 것이 문제가 아니다.
도이치모터스(파이낸스)와의 오랜 끈끈한 관계와 금전거래, 주가조작 사건, 엄청난 금전적 차익은 반드시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 부동산과 주식으로 재산을 크게 불리다가 대형 건설재벌의 중매를 통해 검찰실세인 윤석열과 결혼한 과정도 너무 전형적이다.
그런데 사실 장모나 부인도 곁가지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자신이 깊숙이 관여한 2012 윤우진 영등포 세무서장 뇌물사건이 윤석열의 아킬레스 건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윤석열뿐 아니라 여러 특수통 검사와 간부급 언론인, 방송국 사장 등이 연루돼 있고, 당시 이명박 청와대까지 관여된 부패 스캔들이다. 이 사건을 보면,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의 맥락과 배경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사실 그 궤적이나 전력을 볼 때 ‘정의로운 강골 검사’와는 거리가 멀었던 윤석열이 국정원 댓글 수사 때 ‘항명’을 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존재해 왔다. 친이명박 세력과 친박근혜 세력의 갈등과 대립이라는 측면, 국정원과 검찰의 파워 게임이라는 측면, 검찰 내부에서 공안통과 특수통의 주도권 투쟁이라는 측면이 그동안 많이 이야기돼 왔다.
그런데 여기에 개인 비리 문제로 코너로 몰리던 윤석열의 인정 투쟁이라는 측면이 추가되는 것이다. 결국 윤석열은 단지 국정원 사건 항명이 아니라 이 개인 비리 문제로 2013년에 감찰을 받고 문책성 좌천을 했었다. 외부적으로는 이것이 ‘권력에 맞서다 좌천된 정의로운 검사’로만 포장돼 왔다. 그후 알다시피 ‘우병우 사단’이 권력의 정점에 있다가, 촛불 이후 그것은 다시 ‘윤석열 사단’으로 교체된다.
그러면서 검찰은 핵심적 적폐에서 적폐청산의 주역으로 교묘하고 화려한 변신술을 부렸다. 이런 검찰과 윤석열을 제대로 검증하지도 못하고 뒤통수 맞은 문재인 정부도 한심하지만, 동시에 정권교체 이후에도 어떤 세력이 윤석열의 비리를 덮으면서 적극적으로 당겨주고 밀어줘 왔는지, 어떤 구조가 있는지는 그것대로 밝혀져야 할 문제일 것이다.
지난해 윤석열 사단이 조국 가족에 대한 사냥에 나서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정의로운 항명’이라는 가면을 썼던 것은, 2013년에 윤석열이 ‘국정원 댓글 사건 항명’을 했던 것의 데자뷔같다. 2013년에 윤석열은 친박과 우병우 사단에 밀리고 윤우진 사건이 드러나던 상황에서 항명에 나섰다. 2019년에도 윤석열은 검찰총장 청문회 과정에서 장모 관련 의혹과 무엇보다 윤우진 게이트 문제가 밝혀진 이후에 사냥을 시작했다.
2013년에는 친박을 치받으면서 여론의 지지를 얻으며 자신의 치부를 가리고자 했다면, 2019년에는 우파를 향해 먹이감을 던져주면서 자신에 대한 보호막을 쳤다. 아마 그러지 않았다면 조중동과 우파는 청문회 이후부터 자신들이 쥐고있던 패를 하나씩 꺼내들면서 윤석열의 치부를 더 물고 늘어졌을 것이다.
물론, 윤석열의 이런 패턴은 제보자X가 지적했던 ‘파는 수사로 명성을 얻고, 덮는 수사로 부를 얻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무기로 거래를 하고 권력을 강화해 가는 검찰’의 일반적 패턴의 또다른 사례이고 구체화일 뿐이다.
덧붙여 이 문제들에서 <피디수첩>이나 <뉴스타파>가 ‘정권의 나팔수’ 구실을 한다는 진중권 교수에 억지와 헛다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뉴스타파>는 2013년부터 윤석열의 이런 비리를 추적해 왔고, 민주당이 그를 감싸던 지난해 청문회 과정에서도 이 문제를 터트린 장본인이다. 뭘 좀 알고 말하면 좋겠다. 누가 뭐래도 이 문제들에서 뉴스타파의 공정성과 정확성, 실력을 나는 신뢰한다.
많은 언론들이 발로 뛰기보다 온라인만 뒤지다가 ‘한편, 이 문제에 대해서 한 네티즌은...’ 이런 식으로 기사를 써오던 게으른 관행이, 요즘에는 다같이 ‘한편, 이 문제에 대해서 진교수는...’ 이런 식으로 바뀌면서 진중권 교수의 무책임한 발언력이 더욱 강화되는 것을 보자니 참 씁쓸하다.
마지막으로 검찰과 언론의 문제점과 검언유착의 심각함이 엄청난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에서, 더구나 이것으로 그동안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어온 것이 바로 진보정당들과 노동운동이었다는 점에서도, 검찰과 언론 개혁의 의제를 민주당과 친민주당 신당들의 몫으로 주도권을 넘겨주고 외면하고 있는 진보정당들의 대응에는 영 아쉽고 납득이 안 간다.
● 코로나 사태와 반이민 인종주의의 위험
얼마전 트럼프가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미국으로의 모든 이민을 중단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ㅠ 지금 미국 곳곳에서 나타나는 ‘봉쇄 해제’ 요구 우익 시위도 트럼프가 부추기고 있음은 명백하다. 시위대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공산주의다’ 등의 팻말을 들고서 사람이 죽어도 경제는 살려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인간적, 경제적 이유 때문에 집을 벗어나서 밖에서 일하고, 사람들을 만나서 교류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것을 이용해서 ‘중국 바이러스’ 운운하며 희생양을 찾으면서 재앙을 만들어내고 있다.
따라서 아래 그림처럼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데 ‘비필수’인 것이 토지와 건물주, 은행가, 대기업주, 무엇보다 트럼프라는 것에 동의한다.(한국적 상황에서 나는 약간의 감정을 담아 조중동 사주와 미통당과 검찰‘청’장을 포함한다.) ‘필수’적인 것은 돌봄 노동자, 농장 노동자, 식료품점 노동자, 택배 노동자, 물류센터 노동자 등이다. 이들 중에는 이민자들이 많다.
‘필수’ 인력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코로나 양성 이후 2주간의 격리 끝에 무사히 돌아온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이 온 몸으로 증명했다. 존슨을 곁에서 보살펴준 간호사 2명은 모두 이주민이었다. 두 사람의 의료능력이 너무 뛰어났던 것이 반갑지만은 않다.
왜냐면 트럼프나 존슨같은 정치인은 ‘비필수’를 넘어서 해악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에서 하루에만 수천 명이 사망하는 상황에 트럼프의 책임은 막중하다. 그토록 국경 장벽을 쌓아올리던 트럼프는 사람만 막고 죽어가게 하면서 바이러스는 막지 못했다.
얼마 전 노엄 촘스키는, 하루 종일 폭스 뉴스에 채널을 맞춰놓고 ‘빌어먹을 자유주의자들이 이민자들을 많이 데려와 우리 일자리를 빼앗았고 트럼프가 우리를 구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우한코로나’라고 고집하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사회주의와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한국 우파들이 떠오른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코로나 위기만이 아니라 트럼프같은 인종주의 반이민 우파이다.
● 삼성 해고자 김용희 고공농성 연대집회와 태극기 부대의 난동
지난 4월 25일은 삼성 해고자 김용희 고공농성 321일째 되는 날로 집중 연대투쟁 집회가 있었다. 김용희 동지의 강제격리, 강제적 거리두기가 하루빨리 끝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민주노총 조합원, 진보정당 당원들, 철거민, 암보험 피해자들 등...
김용희 동지가 작년 여름부터 이번 봄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 연대, 사랑 덕분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힘으로 김용희 동지를 빨리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하고, 다가오는 파기환송 재판에서 삼성과 이재용을 단죄, 구속해야 한다. 코로나 방역을 잘해서 총선 승리했다는 민주당과 정부는 정말 생명과 안전을 우선한다면 더는 김용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이윤, 경제성장, 사유재산이 최우선인 사회가 아니고 인권, 노동권, 생명이 우선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 어제 집회 말미에 태극기부대와 충돌이 있었다. 수시로 강남역에서 집회를 하며 김용희 동지를 괴롭히는 이 패륜집단은 어제도 그랬다. 어제는 이들의 집회를 좀 자세히 관찰했는데 ‘문재인 간첩새끼, 빨갱이 새끼가 오거돈처럼 나라를 강간의 왕국으로 만들고 있다. 광장에서 공개총살해야 한다. 문재인이 퍼트린 페미니즘 때문에 모든 남성이 성범죄자로 몰린다. 중국인을 당장 입국금지시키고 자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이런 연설들을 하더라.
‘중국은 배상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오거돈 강간’, ‘박원순 강간’, ‘문재인 간첩’, ‘페미아웃’, ‘삼성은 힘내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금발 염색머리의 남자와 여성이 클럽음악에 신나게 춤추며 행진하는 장면은 초현실적이기까지 했다. 이것이 미통당을 압도적으로 뽑아준 강남의 품격인가 싶었다.
특히 젊은 남성들이 많았던 이 집회대열이 김용희 동지와 우리쪽 참가자들에게 온갖 막말과 욕설을 하고 마무리 집회를 방해하는데도, 제대로 막지 않던 경찰은 막판에 갑자기 경찰이 부상한 것이 우리 때문이라며 시비를 걸어왔다. 매우 불길하고 불쾌한 경험이었다.)
● 임은정 검사의 용기와 내부고발자를 공격하는 조직들
임은정 검사를 볼때마다, 임은정 검사의 글을 읽고 말을 들을 때마다 전율과 감동을 느낀다. 이번에도 역시나다.https://www.youtube.com/watch?v=wqModpbyQwA 검찰 내부의 성폭력과 위선, 이중잣대, 무소불위 검찰의 위험성, 검언유착에 대해 계속해서 속시원한 직격탄들을 날린다.
‘가해자들이 아무 일없이 돌아다니는 걸 보면서 피해자들의 응어리가 풀리겠는가. 그건 정의가 아니다. 신속하게 수사를 한게 아니라 신속하게 사건을 덮었다.’
‘가해자를 보호하면서 피해자를 두 번 죽였다. 비겁한 만행이고 황당한 이중논리다. 무법천지 검찰이 엔번방 사건을 수사하고 처벌한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검찰은 죽이고 싶으면 파고, 덮고 싶으면 덮는다. 책임을 지지않는 조직이니까 정말 무섭다. 사건을 특수부로 보내면 파서 죽여라는 사인이 된다.’
‘검찰 개혁이 안 되는 것은 언론과의 협업 때문이다. 언론은 검찰 간부들의 속기사 역할을 한다.’
나중에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내부 성폭력 문제를 덮은 책임자중 하나로 윤석열을 고발하겠다는 부분에서는 그 용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초기에는 검찰이 자랑하던 ‘우수한 여성검사’였다가 험난한 내부고발자의 길을 선택한 계기에 대해 임은정 검사는 ‘시키는데로 하는 부끄러움이 쌓여서 더 이상 못견디겠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검찰의 문제를 외면하고 덮는 게 아니라 비판하고 문제제기해서 조직을 바로 세우겠다는 자신이야말로 ‘검찰조직론자’라 했다. 조직보호주의가 오히려 조직을 망치고 있기에 타당한 말이다.
검찰의 이중잣대와 조직보호주의를 보면 노동자연대 지도부도 떠오른다. 자신들이 성폭력 피해자들을 괴롭히고 사과도 하지 않으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회변혁을 말하고 있으니 피해자들의 응어리가 풀릴 수 없고 이것은 정의도 아니다. 그런 노연 지도부를 비판하고 피해자들 편에서 증언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아왔지만, 검찰에서 임은정 검사가 당해온 공격을 생각해보면 정말 새발의 피도 안 되고 그 고통과 어려움이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검찰을 나오지 않고 버티고 있는 임은정 검사를 보면 놀라울 뿐이다.
이런 임은정 검사를 툭하면 씹으면서 조중동의 총애를 받는 진중권 씨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임은정 검사가 ‘검찰의 비리를 사골 국물처럼 우려먹고 있다? 적당히 좀 해라? 과도하게 정의롭다?’ 결국 자신이 부패하고 썩은 검찰과 그런 검찰과 유착한 언론의 편에서 말해 왔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누가 뭐래도 임은정 검사를 믿고 지지한다. 검찰 문제에 관한 한 가장 전적으로 신뢰하고 의존할 만한 증언자이다.
● 미통당 막말의 정치적 배경과 잠재적 위험성
이번에 미통당과 그 주변에서 계속 막말이 나오고 문제가 됐다. 그런데 단지 말실수는 아니고 나름의 전략이나 그 당의 정치적 기반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된다. 먼저 엔번방 성착취 사건에 대한 황교안의 발언도 잘 톺아보면, 소위 ‘억울하게 도매금으로 성폭력 가해자로 몰린 남성들’의 심정을 대변하려는 맥락을 담고 있다.
이것이 단지 황교안만의 정서가 아니라는 것은 그 며칠 후에 미통당 선대위원장인 박형준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이런 엽기적인 범죄행위로 인해 잠재적 피의자로 오해받는 남성들도 많다. 이제는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즉 미통당과 한국의 우파는 자신들이 억울하게 공격당하고 있고 이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반페미니즘의 경향성을 띄는 (청년)남성들을 타켓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지난해 검찰대란 국면에서 두드러진 서울대 ‘트루스포럼’같은 청년우파들의 주장과 비교해 보면 더 분명해진다.
이들은 흔히 이런 성폭력, 성착취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굳이 ‘모든 남성이 그런 짓을 하지는 않는다. 모든 남성을 의심하고 비난하지는 마라. 왜 남녀 대결로 가려고 하냐’면서 목소리를 높인다. 비본질적인 문제를 의제화하려 하면서 자신들의 지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솔직히, 좌파들 중에도 비슷한 논리를 반복하는 사람들은 있다. 차이가 있다면 우파가 ‘이 모든 게 문재인 탓’이라고 반복된 결론을 낸다면, 좌파는 ‘이 모든 게 자본주의 탓’이라고 한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이번에 논란이 된 차명진의 세월호에 관한 극단적 막말도 사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미 몇 달전부터 미통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우익 유튜브들에서는 계속 반복돼 왔던 이슈이고 막말이기 때문이다. 나도 몇 달전에 구독자만 백만, 몇십만인 ‘신의 한수’, ‘성제준TV’ 등에서 그런 내용을 봤을 때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런 악선동과 가짜뉴스가 우파 결집의 중요한 무기였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이들이 지난해 검찰대란 국면에서 10월에 광화문에 엄청난 인파를 결집시키는 데 주역이었던 게 사실이다. 당시 황교안 등은 이것을 ‘10월 혁명, 10월 항쟁’이라고 하면서 찬양하고 아부하기 바빴다.('포스트 트루스'를 말해온 진중권 씨는 이런 문제에는 별 열의가 없어 보인다.)
이번에 차명진 막말을 미통당 지도부가 징계하려고하자 ‘신의 한수’에서는 ‘만약에 그런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특별 방송을 했고, 결국 제동이 걸렸었던 것이다. 차명진과 미통당의 정치인들은 당연히 그런 방송의 주요 출연자들이었고 애독자였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번에 미통당과 미한당의 공천도 많이 받았다.
미통당의 이런 전략과 방향이 반드시 선거에 불리한 어리석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본다. 혐오발언과 가짜뉴스와 막말을 통해서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권력을 잡은 트럼프나 보우소나르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 한국의 구체적 상황과 조건에서 미통당의 이런 전략은 실패하고 있을뿐 아니라 스텝이 계속 꼬이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꼴 좋다고 느낄 문제지만 단지 안심하기 보다 더 긴 시야에서 조망하고 앞으로를 내다볼 문제인 것 같다.
(기사 등록 20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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