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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차별

4월 20일은 장애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1. 4. 25.

4월 20일은 장애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 그 날이 장애인의 "생일“이 아닌 이유

 

박철균

 

 

 

1.

4월 20일에 도담동에서 계속 버스막기 투쟁을 하느라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 본대회는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도 중간부터 엠프와 유튜브 생중계를 연결해서 중간부터 들을 수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담동 투쟁을 마치고 문화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보건복지부 앞에서 동지들과 함께 할 수 있었죠.

 

그런데, 활동가 한 분이 언짢아하시고 계셨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바로 오후 본 대회에서 민주노총 부위원장님의 연대발언 첫 시작이 "동지들의 생일날 투쟁하는 아름다운 모습"(https://youtu.be/HTfrBimmcpk?t=1734의 28분 54초 부분 참고) 이어서 그 언짢음이 저녁까지 이어지셨습니다.

 

아마 민주노총 부위원장님 혹은 다른 분들 중에 "왜 그 표현에 속상해 하시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 장애인 활동가의 속상함을 이해하기 위해선 4월 20일이 장애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2.

소위 노동절(메이데이)는 1886년 5월 1일 미국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시간 쟁취를 위해 총파업을 한 것에서,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의 1만 5천여 여성 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조 결성 자유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이 유래입니다. 즉, 모두 노동자와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서 투쟁을 했고 역사적인 성과를 만들어 낸 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은 그러한 날들과 결을 달리합니다. 한국의 '장애인의 날'은 1972년 4월 20일에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제 1회 재활의 날'을 개최하고 기념하던 것을 이어받아 전두환 독재 정부가 1981년부터 같은 날을 '심신장애자의 날'로 지정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즉, 4월 20일은 누군가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역사의 날이 아니라 반대로 독재 정부가 동정과 시혜의 관점에서 정치적 선전을 위해 출발했던 날인 것입니다.

 

그래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되면 정부와 언론, 지역자치단체 등에서는 그 날이 생긴 이래 일괄적으로 동정과 시혜로 얼룩진 날이 되었습니다. 마치 장애인의 생일인양 이 날에만 장애인을 생각하자면서 장애인을 불쌍하게 여기고, 대통령 내외는 장애인을 "불쌍히 여기고" 어루만지는 퍼포먼스를 취하고, 최대한 비장애인처럼 살려고 하는 장애인 당사자에겐 장애를 "극복"하고 있다고 상을 주는 상황들이 이어졌습니다. 평소에는 장애인에 대해선 나몰라라 하던 언론은 이날만 유독 장애인에 대한 특집 기사를 쏟아내죠.

 

이런 상황들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결국, 4월 20일이 딱 지나고 4월 21일이 되면 다시 세상은 그대로 돌아갑니다. 차별과 배제의 세상으로, 장애인의 자립이나 권리는 나몰라라하는 세상으로... 그렇습니다. 4월 20일엔 누구나 장애인을 생각하는 척 동정하고 시혜하지만, 막상 4월 20일이 지난 후 정작 그 장애인이 이동권과 탈시설 자립생활 등을 위해 거리를 막고 절규하면 왜 비장애인이 가는 길을 막아서 혼란을 주냐고 온갖 장애 비하 발언과 폭언을 하는 철저한 비장애인 중심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거죠.

 

3.

그래서 부위원장님께서 그 날 연단에 서서 말씀하실 때 그 앞의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은 4월 20일을 "생일"로 생각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히려 장애인의 독한 차별과 배제, 그리고 동정과 시혜를 뼈저리게 느끼는 고통의 날입니다. 2001년 오이도에서 장애인이 리프트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장애인은 처절하게 이동권 투쟁을 펼쳤습니다.

 

그 속에서 단 하루만 장애인을 생각하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1년 365일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는 세상을 만들자고 외치며 만든 것이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입니다. 이것이 벌써 20년째 매년 4월 20일마다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정신으로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말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날은 우리의 생일이 아니라 저항하는 날인 것입니다.

 

4.

저에게 두 번째로 힘들었던 420 투쟁은 2015년 420 투쟁이었습니다. 분명히 집회 행진 신고가 엄연히 되어 있는 부분인데도 경찰은 막무가내로 장애인의 길을 방패로 막고 무자비하게 밀어대고 심지어는 보장구에 손을 대는 반인권적인 행위를 했습니다. 이미 사람들의 분노에 불을 지른 것이 당시 경비과장의 말이었습니다.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게 생일과 같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심정으로 침착하게 대응하라."

 

이 발언은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에게 굉장히 논란이 되고 분노가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그 생일이라는 단어로 이 사회가 이 정부가 얼마나 장애인을 차별하고 배제하는지 그리고 말로는 생일이라고 하면서 얼마나 권리를 외치는 장애인을 억압하고 짖누르는지 뼈저리게 느꼈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모욕적으로 들었고 상처를 받았습니다. 관련 경비과장은 전보조치가 되고 서울청장이 사과를 했습니다.
(관련자료: https://news.v.daum.net/v/20150421111525766)

 

이런 경험이 있어서 제 첫 번째 420 투쟁은 손에 꼽는 힘겨운 투쟁이기도 합니다. 그 현장에 있었던 장애인운동 활동가에겐 부위원장님의 생일 발언은 다시 한 번 그날의 상처가 떠올렸을 수 있습니다.

 

5.

물론 부위원장님께서는 차별을 하기 위한 의도로 발언을 그렇게 시작을 하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은 언제나 420 공투단에 함께 했고, 1년 365일 장애인운동에 함께 해 온 것은 항상 잘 알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중앙이 소재하고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에 장애인 경사로 설치 관련해서도 민주노총에서 앞장 서 온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민주노총의 활동에 함께 할 것입니다. 다만 의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어떤 말이 사회적 약자에게 상처가 되고 차별과 배제가 된다면 그 말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더라도 우리 운동의 일상에서 누군가를 차별하는 말을 하고 상처 주는 것은 비일비재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것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 에피소드가 단지 부위원장님을 넘어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노동 운동 사회 모두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장연에서도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를 통해 교육으로 장애인 운동을 알려 나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에서도 교육원이 있으니 함께 조직에서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다양한 인권 교육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6.

세종시까지 오셔서 연대 발언해 주신 것 감사합니다. 장애인이동권과 관련하여 함께 싸우겠다는 부위원장님의 말씀도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 것들이 "생일"이라는 단어로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다음에는 좀 더 아쉬웠던 내용을 함께 채워 나가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 투쟁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사 등록 202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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