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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세월호의 진실 - 맨손으로라도 파헤칠 것이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11. 4.

전지윤 


지난주에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박근혜는 국회 앞에서 절규하는 세월호 가족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지나갔다. 마치 세월호 가족의 피멍든 가슴을 뚫고서 지나가는 쇳덩어리를 보는 듯 했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의 가슴은 더 많이 찢기고 피 흘리는 듯했지만 박근혜는 무표정하기만 했다.


그리고 박근혜가 국회에서 한 연설은 온통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경제를 구하자는 것이었다. 지금 한국경제가 위기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경제는 삼성과 현대라는 두 재벌의 실적에, 그 중에서도 특히 삼성전자에 거의 압도적으로 좌우돼 왔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해서 무려 70%나 줄어들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끝내면서 달러가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걱정에, 일본이 양적완화를 늘리면서 수출경쟁력이 뒤쳐질 거라는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도 수출에 빨간불을 켜지게 했다.


이 상황에서 규제완화, 비정규직 확대 등으로 재벌·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 최경환노믹스다. 더불어 부동산 투기 진작과 민영화로 재벌·부자들의 돈벌이 기회를 늘리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최경환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비리 재벌총수를 빨리 석방하자고도 했다이것이 바로 박근혜의 창조경제이고 시장논리이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속에서 엄청난 인간적 고통과 비극을 봤지만, 저들은 청해진해운이 이룬 비용절감과 언딘이 잡은 돈벌이 기회를 봤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저성장과 침체, 막대한 가계부채와 부동산 거품 등 구조적 문제들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최경환노믹스는 저성장, 저투자, 저소비 어느 하나 해결 못하고 있다. 최경환이 가겠다고 했던 지도에 없는 길빚을 내서 소비 늘리고, 전세값 올려주고, 집을 사라에 불과했다. 그래서 지난 2달 간에 가계부채만 11조 원이나 더 늘었다.


결국 저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덮고 노동자 민중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돈벌이 기회를 늘리면서 계속 우리를 맹골수도속으로 끌고가고 있다. 탐욕스러운 저들만의 경제 살리기는 지금 세월호 진실 밝히기와 정면충돌하고 있다.



정부, 언론, 여당, 일베 등은 저 하늘의 별이 된 세월호 희생자들을 끝없이 모욕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도 저들은 416일 팽목항에서 느낀 그 슬픔과 절망을 200일 내내 거듭 맛보게 했다. 그 끝에 저들은 세월호특별법을 불충분하고 미흡한누더기로 만들어버렸다. 마지못해 일부 알맹이를 남겨놓고도 거기에 온갖 쐐기를 박아두었다.


기회만 생기면 세월호 가족들의 뒤통수를 쳤던 새민련 지도부도 여기에 책임이 있다. 진보진영의 일부가 이런 새민련을 추수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우리에게 세월호 가족들의 용기와 투지를 뒷받침할 힘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진보의 분열은 여전했고, 세월호 촛불집회는 어느 규모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세월호의 진실을 위한 투쟁에 조직 노동운동의 힘은 충분히 사용되지 못했다. 동혁 엄마 김성실 님의 다음과 같은 말은 정말 우리의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한다.


그 많은 단체가 정말 연대해서 힘껏 한목소리를 내었을까? 같은 마음인데 왜 힘은 분산되어 모기소리만 나는지 가는 곳마다 유가족의 계획을 물어온다. 투쟁이 뭔지도 모르고 내 자식도 지키지 못한 바보같은 부모에게 모두가 제발 힘을 마음을 진짜로 연대해 줄 수는 없는지...”


유민 아빠가 금속노조 조합원이어서가 문제가 아니라, ‘금속노조 조합원인데도의 문제였다. 정세의 핵심 고리가 된 세월호의 진실을 위한 투쟁에 조직 노동운동은 자기 일처럼 나서지 못했다. 세월호의 진실을 위한 투쟁과 통상임금 투쟁, 공공부문 정상화 반대 투쟁 등은 잘 연결되지 않았다. 당장 11월 1일 세월호 집회와 여의도의 공적연금 개악 반대 12만 집회도 그랬다. 


통상임금 투쟁은 법적 소송으로 매몰되며 기업별로 나뉘어졌고, 공공부문 정상화 반대 투쟁은 기업별 이면합의와 양보교섭 속에 전선이 무너져갔다.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에서도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실질적인 파업 건설에 큰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제조업 사내하청은 모두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내려져도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투쟁의 기회로 이용하지 못했다.(조직 노동운동에 살아나고 있다며, ‘촛불이 아니라 이런 투쟁에 베팅하자고 했던 일부 좌파는 허탈했을 것이다.)


진보진영과 조직 노동운동이 부문의 벽을 넘어 단결된 힘으로 사회정의를 위한 투쟁과 연대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은 이미 그런 진정성있는 투쟁과 연대가 낳을 힘을 보여줘 왔다.


지금 조중동은 세월호 투쟁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귀중한 반년을 아무 것도 못하고 날려버렸다고 한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집회에 대처하며 동원한 경찰 병력 수는 2008년 촛불의 8배에 달할 정도다. <조선일보>이러고도 이 문제의 실마리를 푼 것은 대통령도 여당도 아닌 대리기사였다며 혀를 차고 있다.


200일을 거리에서 보낸 가족들의 힘과 그것이 불러낸 공감의 압력이 지금의 특별법이나마 만들어낸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케이블 비정규직, 쌍용차 노동자 등은 여기에 앞장서 연대하며 투쟁을 연결시켜 왔다.


이번에 세월호 가족을 못 본척하며 국회를 들락하는 박근혜의 눈빛에서 우리는 곤혹스러움도 읽을 수 있었다. 지난번 내란음모 무죄에 이은 이번 간첩조작 유죄 판결은 이 정권의 우익결집 무리수가 조금씩 금이 가고 있음도 보여 줬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세월호에서 친구의 손을 놓친 생존 학생의 고통을 전하며, ‘우리의 손을 끝까지 놓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제 곧 저들은 이 누더기 특별법마저 껍데기를 만들려 할 것이고, 가족들이 이 부러진 삽으로 파헤치려는 진실마저 다시 덮으려 기를 쓸 것이다. 그럴 때 누가 세월호 가족들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가야 할지는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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