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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논쟁

“러시아를 응징하자”는 요구에 반대한다. NATO는 평화협상 시작하라!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2. 3. 2.

윤미래

 

'전쟁 반대'를 외치며 시위하는 러시아 국민들

러시아의 포위는 답이 아니라 원인이다.

공세를 중지하고 평화를 요구하자!

러시아가 4일 전 우크라이나에 무력 진군을 개시하고 민가와 민간 시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기 시작한 뒤로 NATO의 무력개입과 확전을 대놓고 요구하거나 최소한 은밀히 기대하는 심리가 마치 인도주의적 공분처럼 퍼지고 동조를 얻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고 있다. 당장 서방 세계가 러시아에 부과하겠다는 경제 제재의 경우, 남한의 국익 차원에서가 아니라 반전주의의 관점에서 나오는 반대나 비판을 아예 찾아볼 수도 없는 수준이다.

이 분위기는 명실상부한 범1세계의 일부로서 남한의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평소 미국이나 유럽에 대한 태도가 어떠했든지, 지금의 국면에서는 많은 남한 시민들은 분명 선진화된 자유민주진영의 일부로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한국의 국제적 입지를 고려할 때 이것은 단지 내국적으로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함의를 갖는 일이다.

푸틴을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구해야 한다는 정서가 이만큼 높아진 적이 없는 지금, 바로 그렇기 때문에 1세계의 성원으로서 감히 그 반대의 이야기를 정면에서 해보려고 한다. 1세계는 우크라이나의 구원자가 될 수 없다. 우리가 문제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동정과 시혜를 베풀려 들기 이전에 우리는 보호와 연대의 탈을 쓰고 우리가 자행하고 있는 폭력과 착취부터 멈춰야 한다. 1세계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푸틴과 러시아를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에 대한 공세를 중단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독일을 위시한 서방 세계가 규탄받아야 하는 것은 군사적 개입과 지원을 하지 않고 "나몰라라"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NATO군을 동진시키며 러시아를 위협해서 버퍼존에 대한 오래된 욕구를 부활시킨 것이 바로 서방 세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을 러시아에서 자행하려고 착실하게 준비해왔기 때문에 러시아는 자기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더 약한 나라에 대한 정복과 장악을 골랐다. 그 바람에 미국도 독일도 러시아도 아닌 죄없는 우크라이나에서 집이 불타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 장면을 생중계로 보고 공분과 성토로 공론장을 메우면서도 그 짓을 그만둘 생각만큼은 추호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기는커녕, 이 사태를 명분으로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부과하면서 문제를 낳았던 바로 그 호전적 포위 정책을 더 밀어붙이겠다고 들고 있다. 인류의 후세대가 살아남아서 지금의 우리를 평가하게 된다면 미쳤다는 소리밖에 듣지 못할 일이다.

일부 "민족주의"나 친소련 계열의 언론이나 정파들이 러시아에 혹은 이제 존재하지도 않게 된 소련에 감정이입하며 우크라이나를 비난하거나 침공을 윤색하고 있는 것은 꼴사납다. 남한이 놀랍도록 우크라이나와 닮은꼴로 대리전에 휩싸여 전국토가 폐허가 된 경험이 있고 아직까지도 그 후과로 분단을 벗어나지 못한 같은 약소국이라는 걸 고려할 때 이 행태는 민족 자결과도 거리가 멀고, 차라리 2세계에 대한 사대주의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그러나 우리가 있는 범1세계에서 서구의 지배와 폭력에 의식 없이 동조하는 지금의 분위기는 그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왜냐하면 결국 1세계의 우리가 움직이게 될 것은 1세계의 정부와 1세계의 군대지 러시아의 정부와 군대가 아니고, 또한 1세계의 정부와 1세계의 군대는 러시아의 그것보다 훨씬 강하기에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훨씬 더 많은 참상을 낳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나는 이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한국에서 러시아나 중국을 규탄하고 러시아에서 미국과 독일을 규탄하면서 반전 평화를 외치는 건 정말 쉬운 일이다. 그런데 그 쉬운 일이 전쟁을 정말로 막거나 줄여주는가?

지금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공분의 해일 속에서 많은 사람이 전쟁에 반대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개입지원이라는 모호한 표현 아래 사실상 NATO의 참전과 확대가 어떠한 비판이나 반대에도 부딪히지 않은 채 도덕적 당위처럼 거론되고 있다. 푸틴의 전쟁은 범죄처럼 단죄받을지 몰라도 NATO의 전쟁은 인도주의적 원조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공산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우호와 평화를 외치며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조하고 나선 것과 거울에 비춘 듯이 닮은꼴이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반전 평화가 새로운 전쟁 명분이 될 기가 막힌 미래도 멀리 있지 않다. 아니, 이미 도래한 현실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러시아에서 돈바스 병합을 중단할 것을, 미국에서 NATO의 동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그에 비하면 훨씬 더, 정말로 훨씬 더 어렵다. 단순히 소수 의견인 것을 넘어, 사회적으로 미친놈이나 적국의 간첩이라 낙인찍히고 마녀사냥당하게 되는 지름길이다. 여태까지 역사적으로 몇 번이나 그러했듯, 심지어 진보주의자, 좌파를 자임하는 사람들조차 다수가 등을 돌리고 선을 그으며 손가락질에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어려운 일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큰 소리로 평화를 외친들 우리는 평화가 아니라 평화의 이름을 내건 전쟁만을 몇 번이고 거듭해서 얻게 될 것이다. 인류가 지금껏 안간힘을 써서 유보해온 절멸이라는 결말에 다다를 때까지. 인류가 그 사이에 개발해낸 대량살상무기의 파괴력과 전쟁이 몰고 오는 광기와 비이성이 결합한다면 그 결말은 생각보다 아주 가깝다. 내가 속해있는 세계만이 정상이고 그것에 적대하는 세계는 악이고 야만이라는 믿음을 계속해서 당연하게 여긴다면, 내가 속한 세계를 보존하고 확장하려는 욕망을 계속해서 인류의 총의나 보편선으로 혼동한다면, 하여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그것을 관철해야 한다는 압력과 공포감에 투항해버린다면 우리는 늦든 빠르든 결국에는 거기로 달려가고 말 것이다. 내가 있어 나의 손이 닿는 나의 세계가 저지르는 폭력부터 끊어내기로 우리가 결심하지 못한다면, 내가 있는 자리에서부터 그 수레바퀴를 가로막고 멈춰세우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지금 러시아는 도처에서 침공을 중지하라는 시위가 열리고 수천 명이 연행되고 있다. 코로나를 구실로 한 가혹한 진압과 구금에도 굴하지 않고, 수천 수만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푸틴 정권에 용감하게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장 요란한 형태로 부활한 것처럼 보이는 역사적 장막의 반대편인 독일에서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면서도 고조와 확전에 반대한다, NATO는 러시아와 평화협상을 시작하라는 입장을 함께 내걸고 좌파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나는 지금의 싸움에서 인류의 이름으로 지지할 만한 진영이 있다면 그것은 이 둘의 연대연합뿐이라고 생각한다.

이 양편의 시위에 나오는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과 계급적 기반, 동일시하는 역사적 전통과 세계관은 아마도 많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인류 공멸이 의사일정에 올랐을 때 거기에 동조하느냐 저항하느냐의 문제에 비하면 그 차이는 놀랍도록 부차적일 수 있다. 역사는 노동계급이 반드시 평화주의적이지 않으며 평화주의가 반드시 노동계급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역사가 보여준 긍정적 교훈이 있다면, 단지 둘은 궁극적으로 이해관계를 함께하며, 서로 결합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각자의 싸움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이 결합이 전성기를 누릴 적에 그것은 혁명적 패전주의라고 불렸다. 강대국이 시작하여 약소국이 피를 흘리고, 부자들이 시작하여 가난한 자들이 피를 흘린다는 전쟁의 법칙이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 역시 변함없이 명백하다. 아니, 그 때보다 지금 훨씬 더 명백하다. 다음 세대의 인류가 핵먼지로 뒤덮인 폐허에서 천천히 죽어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 종과 이 별이 살아남아 미래를 맞이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푸틴의 전쟁뿐만이 아닌 모든 전쟁에 반대하고, 그 반대를 적국이 아닌 자국 정부에 먼저 겨누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침공을 중지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라는 요구를 러시아의 동포들에게 맡기고 다음의 요구만을 내 목소리에 실어 높이 들어올리고자 한다.

NATO는 손에서 무기를 내려라! 평화 협상을 시작하라!

유럽과 세계 도처에서의 패권 경쟁을 멈춰라!

모든 약소국에서 철수하라

(기사 등록 20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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