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준(광주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 활동가)
사실상 내가 자립을 하고 나서 나만의 스타일 미용실을 찾는 일부터 시작했다.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 미용실과 디자인을 찾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나의 장애 때문에 계단이 없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장소 또는 1층에 미용실에 찾아야 하기 때문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립체험까지 포함해서 자립 6년 차 들어가는 시점까지 나만의 미용실에 자리를 잡지 못했다. 나 스스로 들어갈 수 있는 동네 미용실을 찾아가서 머리를 한다고 해도 사실상 마음에 들지 못했지만 내가 갈 수 있는 미용실이 없어서 억지로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살았다.
그런다고 해서 유명한 미용실 안가 본 것도 아니다. 박00이라는 헤어샵도 가봤지만, 돈만 비싸고 스타일이 썩 마음에 들지 못했다. 그래서 또다시 동네 미용실을 찾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미용실에 찾아가면서 내 스스로 아픔을 느낄 때가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있기 때문에 미용실 사장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건너편 미용실에 가서 미용을 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고 조금 가격대가 있어서 조금 잘하는 곳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가 보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갈 수 없는 시스템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운 삶 자체였다.
그럴 때마다 화가 먼저 올라 올 수도 있었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분명한 점들이 많았지만, 화를 내지 않았던 것은 인식의 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들이 장애를 먼저 보지 않았고 시민으로 먼저 바라봤으면 과연 그런 행동이나 말들이 서슴지않게 나올 수 있었을까?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시민으로 고객을 바라봤다면 어떤 방법을 찾아서 고객으로 손님을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불편한 존재로 생각할 수 있다는 지점들을 던져 줬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땐 제 머릿속에는 평생 머리를 자르지 않고 기른다는 꿈을 꾸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나만의 디자인을 찾을 수 없었고 내가 원하는 미용실 가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지만, 나의 직업 특성상 그렇게 할 수 없어서 동네 미용실 그대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계속 가슴 한가운데 불편한 마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구 진월동 쪽에 있는 미용실 가게를 찾기 시작하면서 작년 6월 말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헤어아뜰리에' 헤어샵을 찾았다.
찾아가는 순간도 턱을 바라보고 이번에만 가고 다음에 다른 곳을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좋은 디자이너님을 만나고 머리 스타일도 너무나도 마음에 들게 해주셔서 이곳에 발길을 돌리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 순간 바로 이곳이다. 앞으로 이 곳으로 다니겠다는 의지를 만들어준 바탕이 되었다. 두 번째 방문 때 너무나도 고마워서 비타 500을 들고 방문을 하였다. 또 다시 염색을 도전 하게 되었고 좋은 디자이너님을 만나면서 나에게 어울리는 머리스타일과 하지 말아야 할 머리스타일도 제대로 알려 주시는 디자이너님.
그런데 어느 날 방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몇 달간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만약에 제가 다른 곳으로 가더라 따라올 의향이 있냐’고 개인적으로 SNS를 통해서 디자이너님이 나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하였다. 두말 없이 당근이죠라고 했다.
왜냐하면 이제는 이분 아니면 내 머리를 누군가에게 맡길 수 없다는 의지가 생겨서이다. 새로운 곳이 계단이 세개 정도 있어서 디자이너님에게 물었다. 순간 평소에 받았던 답변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 외로 다른 답변으로 제 가슴을 움직이게 하였다.
‘제가 도와주겠습니다. 무엇이 불편한 곳입니까? 제가 도움을 주면 불편함이 해소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서로 돕고 살아가는 세상인데 누구를 못 도와줍니까? 고객님을 통해서 장애인에 대한 저의 인식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일어난 것이 놀랐습니다’라고 말씀 해주셨다.
‘보이지 않았던 눈이 생겼고, 오히려 고객님을 통해서 저 또한 많은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제가 고걕님에게 먼저 SNS를 보냈던 이유도 같이 가고 싶었던 마음의 한가운데 있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순간 감동이었다.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특별한 고객으로 기억하고 싶다’는 말도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머리 자르러 갈때만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날때마다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하는 구조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분을 만나면서 주변에서 머리 스타일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살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나에게도 매우 감사한 분이다.
서로의 미래를 꿈꾸면서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 편견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몸으로 스타일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머리로 마음껏 나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는 대인관계을 끊임없이 가져가라. 소통하면서 스타일을 찾아주고 서로의 삶을 끊임없이 응원해 주는 사람이 되어주는 공동체가 되겠다.
(기사 등록 202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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