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준(광주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 활동가)
먼저 이태원 사건으로 희생되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과 또한,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분들에게 큰 위로를 보냅니다. 이태원 사건은 사고가 아니라 인재였습니다. 그리고 사망자가 아니라 국가가 사람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희생자입니다.
저는 이 사건을 크게 마음 아파하고 슬퍼하고 있습니다. 친하게 지냈던 서울 비장애인 친구가 정확하게 6분 전에 그 사건 현장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친구의 소중함 친구가 너무 그날 따라 보고싶다는 생각들도 문득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에 친구가 6분 정도 늦었다면 친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누구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그날 저녁 늦게 저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너는 괜찮냐고 너는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으로서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친구가 저에게 영준아 한 가지 부탁을 하겠다. 무슨 부탁을 하겠냐 그러면서 저는 무엇을 못하겠냐 함께 외쳐주겠다. 나도 그 사건 바라보는 한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말과 꼭 내 자리에서 움직이겠다고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갈수록 그 화는 가라앉지 않고 더 많이 화가 치밀어 올라왔습니다. 국가는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국가는 어떤 안전 대책을 제대로 만들었습니까? 여러 번 비극이 발생했던 한국에서 무엇을 만들었습니까?
국가는 여러 번의 위기를 마주하였지만 변화된 것은 없었습니다. 선진국가라는 한국은 그때마다 위로만 하고 아파만 하고 제대로 된 대책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때로는 부끄럽습니다.
무엇을 보고 선진국이라고 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은 어디 있습니까? 8년 전의 참사를 돌이켜봅시다. 8년전 세월호 참사는 저에게 어린 혁규를 생각하게 합니다. 8년 전 참사와 지금의 참사가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장소만 바뀌었습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왔습니다. 문득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듭니다. 국가가 제대로 움직였고 제대로 지시를 했다면 꽃다운 아이, 꽃다운 청년, 12월 10일 날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부부들이 떠났을까요?
제대로만 일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나라 국가는 사람이 죽어야 움직이는 사회라는 것을 저는 매번 느낍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제가 그 자리에 갔다면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사회적 약자들이 그곳에 갔다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확실하진 않겠지만, 장애인 당사자들도 조금은 있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 사건의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은 엄벌을 받아야 합니다.
이태원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서울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장소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저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국가가 잘못입니다. 국가가 젊은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라고 끝까지 그 진실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미안해해야 하고 반드시 사과해야 합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신고를 해도 움직이지 않는 국가에서 살았던 청년들에게 국민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기사 등록 20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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