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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기

더 늦기 전에 함께 반성하며 이 고통을 끝냅시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11. 25.

- 성폭력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전지윤

 

[이 글은 원래 지난 5월 초에 완성해서 제한된 범위에서 공개했던 글을, 현재 상황에 맞게 수정보완한 것이다. 이 글에서 “ ”안에 인용한 내용들은 모두 관련 개인과 단체들이 쓴 글과 문서에서 직접 인용한 것이다.]

 

저는 올해 초 다함께(현 노동자연대)에서 탈퇴해서, 여러 동지들과 함께 새로운 변혁조직 건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다함께 내에서 벌어진 논쟁이 저를 이런 길로 이끌었습니다. 이 논쟁에서는 2012~13년에 커다란 소용돌이를 일으켰던 진보정치의 분열과 위기에 관련된 문제, 민주집중제 등이 주된 쟁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다함께 내에서 의문과 이견을 발전시키던 과정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쟁점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201211월부터 시작된 성폭력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정말 오랫동안 제 머리를 무겁게 하고 가슴 한 켠에 커다란 돌덩이처럼 남아있었습니다저는 진정한 변혁조직은 제대로 된 돌아보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도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한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것은 먼저 통렬한 자기비판입니다. 저는 이 사건이 불거질 당시에 다함께 지도부의 일원이었기에 이 문제에 공동의 책임이 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는 다함께 지도부의 완전히 잘못된 대처를 뻔히 보면서도 침묵했고, 결과적으로 그것에 함께 했습니다. 저는 골치 아픈 일이 말려들지 않겠다는 극도로 한심한 태도를 취하며 고통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진실을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다함께에서 나오고 나서도 이 문제를 책임있게 평가하고 해결하는 데 실패해 왔습니다. 특히 소송을 중단시키지 못했습니다. 이것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진정성과 노력 부족 때문입니다. 비판을 달게 받겠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자리에서 이 문제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제가 비판하는 문제점들에서 저도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며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사태의 출발점

 

먼저 이 모든 것이 출발점이 된 사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그것은 2011700대 교지 MT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 사건의 가해지목인인 C는 고학번에 예비역인 교지편집장이었고 이 사건의 피해호소인인 여성 A는 대학 새내기였습니다.(C는 한때 다함께에 가입한 적이 있지만, 사건 당시에는 회원이 아니었습니다.)


A의 증언은 이렇습니다. “제가 계속 거부를 하는데도, 강제로 야동을 보여주고 과도한 수위의 성적 농담들 을 했습니다.” “야동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는 등 적극적인 거부의사를 표했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남성 B의 증언은 좀 다릅니다. 하지만 C의 행위가 문제였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성적인 농담들이 오고갔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다 CA에게 야동을 보여주겠다고 했고 제가 판단하기로는 A의 동의가 있었구요.(A가 주장하듯이 이것이 적극적 동의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추후에야 그것이 매우 문제적이었다는 것을 저는 스스로 생각했고 그래서 저는 비공식적으로 C에게 문제제기를 했었습니다. 그 당시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은 저도 큰 실수를 했던 것이라 인정합니다.”


눈 가리고 했던 것은 나도 봤지만 A가 그 당시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에게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증언에 따르면 당시 CA에게 한 행위는 분명 잘못이었습니다. 또 이것은 사회적 통례나 일반적 상식으로 봐도 성희롱, 즉 성폭력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네이버 시사상식 사전 성폭력은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성을 매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서 이뤄지는 모든 가해행위를 뜻한다.”)


A가 눈을 가리고 했다는 것은 거부 의사로 봐야 합니다. ‘여성의 NONO'이기 때문입니다. 양쪽을 불러서 진술을 듣고 이 사건을 조사한 유일한 기관인 00대양성평등센터도 C의 행위는 성폭력이라고 규정했고 이에 따라 징계를 내렸습니다.

 

잘못된 초기 대응

 

사건 발생 얼마 후 A는 이 불쾌한 경험에 대해 주변 사람에게 일부 털어놓고 도움을 구했습니다. 예컨대 다함께 학생팀 조직자중에 한명인 D에게도 말했습니다. 실제 D이 사실을 전해들은 지난해(2011) 8월부터 이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폭로할 것을 그에게 권유한 바 있습니다라고 쓴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았던 것은 사안이 아주 심각하지는 않았고, A가 다함께 활동가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문제는 2012년 말에 C00대에서 청소 노동자 투쟁 연대 등을 주도하면서 다시 불거졌습니다. A는 이것을 부당하게 느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운동을 주도 및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성폭력 가해자인 0000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이라는 점, 그리고 그가 성폭력에 대해 아직까지 어떤 사과나 반성적 태도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문제의식을 촉발했다는 것입니다.


그 얼마 전에 다함께에서 탈퇴한 상태였던 A는 주로 다함께 학생팀 지도부에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시점에 학생팀 지도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해결에 나섰어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A에 따르면 제가 페이스북에 이러한 발언을 게재하자, 학생조직자는 열흘 뒤 다시 전화를 해서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통은 잘 되지 않았고 별다른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A는 더 기다리지 못하고 학교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 공개폭로에 나서게 됩니다. 다함께 학생팀 지도부가 A의 제기에 귀를 기울이며 진상 규명과 문제 해결에 나섰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이렇게 된 이상 공정하게 사태의 진상과 책임을 밝히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다함께 지도부가 이렇게 대처했다면 문제는 더 악화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함께 지도부의 대응은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먼저 A에 대한 악성 댓글들이 쏟아졌습니다. 운영위원이자 학생팀 리더가 앞장서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시는군요. 두고 봅시다.” 학생팀 조직자인 D는 이 사건과 무관한 A의 사생활과 연애 관계 등을 폭로했습니다. “조직에 대한 음모고 시기에서 기인한 음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등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근거없는 의심과 사태의 악화

 

이것은 누가 봐도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아니었습니다. 다함께 학생팀 지도부는 A의 폭로가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근거도 없이 이런 대처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A가 악의적 거짓말을 하면서 다함께를 음해하려 한다고 덮어놓고 의심했습니다. 이것이 완전히 부적절한 대응을 낳은 것입니다.


학생팀 지도부가 앞장서 악플을 다니까, 다른 회원들도 여기에 휩쓸리면서 연달아 부적절한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게 됩니다. 이것은 사태를 심각하게 악화시켜 나갔습니다. A이 사건을 폭로하자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가장 조직적으로 저를 인신공격하며 2차 가해를 가하고 있는 조직은 다함께라며 정당한 분노를 보이게 됩니다.

특히 얼마 전까지 친구, 동지였던 사람들이 자신을 앞장서 비방하는 것에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정말 충격받았고 아직까지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원래 C를 주로 겨냥했던 A의 분노는 이제 다함께를 향하게 됩니다. “[저는 원래] 다함께에 대해서보다 주로 교지편집장의 반성과 태도의 수정을 가장 중요한 요구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교지편집장 C뿐만 아니라, 다함께에 대해서도 다시금 책임을 묻는 바입니다.”(2012.11.16.)


실제 첫 글에서 AC가해를 했고, 다함께는 방임을 했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이제 다함께는 가장 주요한 가해자가 돼 버렸습니다. C는 잘 안보일 지경이었습니다. 다함께의 부적절한 대응이 스스로를 이 사건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밀어올렸습니다.


이 상황에서 다함께 운영위원회도 이제 이 문제에 본격 대응하게 됩니다. 다함께 운영위는 일단 온라인 대응을 자제시켰습니다. 이 단계에서 다함께 운영위는 학생팀 지도부와 일부 회원들의 부적절한 대응을 사과하고 진상 규명과 사태 해결에 나서야 했습니다.


A와 그녀를 돕는 사람들도 거듭 그것을 촉구하고 있었습니다. “진보진영 내에서 성폭력 대책위와 진상조사위 등을 통해 이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012.11.17.)

피해자, 다함께, 3의 기관에서 추천한 인사를 중심으로 공식 창구를 마련하여 본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여 실천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2012.11.28.)


귀 기관에서 성실하게 참여해주실 것을 요청드리며, 일간 만나 뵙고 구체적인 사항에 대하여 논의하기를 청합니다.”(2012.12.2.)

하루 속히 본 사건이 올바르게 해결되어 동지적 신뢰를 회복하고 인간의 해방을 향해 함께 전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2012.12.26.)

 

책임 회피와 법적 소송 권고

 

다함께 내부에서도 현명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지난 연말 다함께 대의원협의회 때 한 동지는 처음 사건이 터졌을 때 나는 중앙이 공식적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공식적 발표를 하며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고 쓴 바 있습니다. 만약 이처럼 현명하게 대처했다면 이 문제가 이처럼 곪아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함께 지도부의 대응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책임을 맡아서 이 사안을 대처했던 다함께 운영위원은 지난 연말 대의원협의회 때 이렇게 답글을 썼습니다. “나는 이 사건이 그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봤다. 따라서 조직적으로 나서서 처리해야 할 사안도 아니라고 봤다. 당사자가 소송이나 진실 규명 작업으로 해결할 문제였다.” 


그래서 B에게 본인이 적극 명예훼손 소송에 임하고 진실 규명 작업을 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진보진영 내의 문제를 부르주아 법과 국가기구로 가져가서 해결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던 입장은 사라져버린 것입니다이런 관점에 따라 다함께 지도부는 A측의 촉구에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뒤늦게 짧은 답변을 몇 번 보냈지만 무시가 주된 기조였습니다.


사건을 저희 단체와 연계시키는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당사자 개인들끼리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2012.12.2.)

이번 사건은 저희 단체와 관련 없는 사건입니다. 이 사안은 당사자 개인들끼리도 법적 공방이 진행중인 사안이므로, 더더욱 저희 단체를 관련 단체로 엮는 것은 심각한 음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2012.12.27.)


이 사건에 전 회원들과 현 회원들이 피해 호소인, 가해 지목인으로 연루돼 있는데도 우리와 무관한 문제라고 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학생팀 리더이자 운영위원, 학생팀 조직자가 앞장서 악성 댓글을 달고 회원들이 거기에 가세했는데도 말입니다.


다함께 지도부는 이처럼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그에 따라 운동적으로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에서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정치적으로 옳은지보다 어떻게 하면 조직이 입을 피해를 줄일지만 고려한 것입니다. 그래서 여성해방에 대한 다함께의 기존 입장과 이론들은 빛이 바래 버렸습니다.


더구나 이 사안에 대해서 조직적 차원의 제대로 된 보고와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 회원들에게 보고하고 토론해야 한다는 건의에 대해 운영위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진실이 뭔지도 알 수 없는 일을 왜 뉴스레터에까지 공개해 모든 회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촉구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이 문제는 제대로 보고·토론도 되지 않은 채, 일부 회원들 사이에 부정확한 소문으로만 돌아다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는 악화일로로 가게 됩니다. 다함께 지도부가 A를 돕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법적 소송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이것은 불가피했습니다.


특히 사생활을 폭로하며 A유흥업소에 다니려고 한 문제있는 여성이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법적 소송의 내용은 고통을 가중시키며 반발을 낳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함께 지도부는 끝내 마치 꽉 막힌 벽처럼 A를 무시했고 어떠한 사태 해결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법적 소송이 진행되면서 악감정과 불신은 더욱 더 증폭됐습니다. 이 모든 것이 악순환하면서 문제는 장기화됐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무려 2년이나 흘렀습니다.

 

고통과 상처의 시간

 

대학 새내기 때 벌어진 일로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끔찍한 고통을 겪은 A는 이 사태의 최대 피해자입니다. 젊은 시절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A는 이렇게 빼앗겼습니다.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등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이 엄청난 고통과 시간을 누가 어떻게 되돌려주고 보상해 줄 수 있겠습니까.


다시 한번 이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방관했던 저 자신에 대해 자기비판하며 뒤늦은 사과를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이 사태에 책임감을 느껴야 마땅한 다함께 지도부에게 함께 잘못을 돌아보고 사과하자고 호소합니다.


다함께는 지난 2년간 불명예스러운 추문에 시달렸지만, 그것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에 누구를 원망하고 탓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크고 작은 잘못을 범할 수 있습니다. 그 자체는 조직의 위신과 명예를 추락시키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입니다. 다함께 지도부는 자신들의 책임을 한사코 인정하지 않고 아무것도 해결 안 된 문제를 한사코 덮으려고 하면서 스스로 늪에 빠져 든 것입니다.


다함께 지도부는 A의 고통과 상처만 외면한 게 아닙니다. C가 야동을 보여 줄 때 옆에서 방조했다는 B는 원래 이 사건의 주된 책임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당시 신입생이었고 맨 처음에는 사과의 뜻도 비췄었습니다하지만 다함께 지도부가 운동적 해결이 아니라 법적 소송을 권하면서 그는 A와 충돌하는 주된 당사자가 돼 버렸습니다. 다함께 지도부는 대학 새내기이자 신입 회원인 B를 맨 앞에 세워놓고 자신들은 그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그러더니 올해 초 B가 단체를 탈퇴하려 하자, 갑자기 그를 소환해서 몰래 징계했습니다. 1년이 넘어서야 내려진 이 징계는 진상을 충분히 조사한 다음에 내린 것도 아닙니다. 다함께 지도부의 주된 관심은 조직의 손실을 줄이려면 무엇이 필요한 가에 있었습니다.


다함께 지도부는 B가 조직을 나가더라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을 남겨두기 위해서, 또 재판 결과가 안 좋게 나올 경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두기 위해서 이랬을 것입니다.(실제로 재판 결과가 나오고 비판이 제기되자 우리는 사실 이미 징계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B는 다함께 탈퇴 이후에도 소송을 계속 진행했고 다함께 회원이 증인으로 나서서 이를 뒷받침하기도 했습니다. 계속 곪아 오던 이 사건은 1029일에 재판 결과가 나오면서 이제 새롭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소송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던 이 사건을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명예와 신뢰 회복을 위해

 

다함께(현 노동자연대) 지도부는 먼저 최초 C의 잘못이 이 사건의 출발점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인정해야 합니다. 자신들이 피해자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며 진상과 책임 규명에 나서지 못하고, 그것을 외면한 것이 문제였음을 사과해야 합니다무엇보다 이 사태 초기에 무턱대고 A를 의심하고 비난한 것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합니다


대화 제의를 외면하고 문제를 재판으로 끌고가도록 만들어서 고통을 더욱 가중시킨 것에 대해서 반성해야 합니다. 이후에 벌어진 반작용과 사태 악화가 여기서 비롯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법원 판결문조차 처음의 성희롱은 문제였고, 이에 대한 A의 폭로는 정당했으며, 다함께의 회피, A에 대한 매도 등은 문제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할 때만 A가 겪어 온 커다란 고통과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단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나머지 뒤엉킨 문제들을 푸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B가 자신의 잘못보다 더 큰 짐에 눌려 괴로워해 온 것도 풀릴 수 있습니다.


진실은 송곳과도 같아서 주머니에 집어넣으려 해도 삐져나오며 손을 찌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더 이상 쉬쉬하고 덮고 넘어가거나, 꼬리를 자르며 책임을 회피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성희롱과 성폭력을 혼동하지 마라’, ‘피해자 중심주의는 그런 게 아니다는 설교를 할 때가 아닙니다. “터무니없는 중상 비방이라며 귀를 막을 때가 아닙니다. 고통의 목소리를 듣고 상처를 들여다보려고 해야 합니다.


정말 간절하게 함께 반성하고 사과하자고 호소하고자 합니다. 제가 18년 동안 내 몸처럼 생각하고 감옥에 가면서도 지키려고 했던 조직과 동지들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은 저의 과거가 허물어지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왜 사회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돌아봅시다. 바로 고통의 목소리를 듣고 손을 잡아주기 위해서, 이런 고통과 상처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였지 않습니까.


지금 저의 심정은 지난해 연말보다도 더 괴롭습니다. 사회주의자들도 다를 게 없다는 냉소가 자라날까봐 두렵습니다. 이것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사회변혁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해 믿음을 잃게 될까봐 두렵습니다제발 저의 걱정이 부질없었다는 것을 보여주기기 바랍니다. 더 돌이킬 수 없기 전에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십시오


이런 목소리와 움직임이 지도부와 기층 회원들 속에서 솟아나오며 저에게 희망을 확인하게 해 주십시오이를 통해 우리는 더 건강한 활동가와 변혁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진정성있는 반성과 변화 노력이 이어진다면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결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하루 속히 본 사건이 올바르게 해결되어 동지적 신뢰를 회복하고 인간의 해방을 향해 함께 전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고 했던 동지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고통을 끝내는 게 아니라 상처를 더욱 깊게 만드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지난 2년 동안 수없이 많은 상처와 고통을 감수하며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을 동지들에게 다시 한 번 고개숙여 반성과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어디서도 이런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변혁재장전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http://rreload.tistory.com/164